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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속편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보트가 가라앉으려 하는데, 좋아하는 사람 둘 중 하나밖에 살릴 수가 없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물음에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마스다 미리는 일단, 설정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렇지. 언젠가 윤리신학 수업에서라던가? 아무튼 흔히 사랑하는 사람 둘 - 대부분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자기와 엄마가 물에 빠졌다면 누굴 먼저 구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상대방에 맞춰 대답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 자체가 윤리적이지 않다,라고 말을 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오오, 대단한데?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좋아하는 두 남자, 마주치게 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말한다. 이런 대답이 나올줄이야.
물론 이런 질문 자체가 무리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둘 중 하나, 라는 고민에 빠져있을 때 마스다 미리는 누가 더 좋은지 직감적으로 안다고 말한다. 그리고 '둘 다 필요없다는 직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4컷 만화로 구성된 마스다 미리의 글은 짧지만 이렇듯 뭔가 직설적이면서도 중요한 것들을 끄집어내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자꾸만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특히 내 누나,의 이야기는 30대 직장인 누나 지하루와 그녀의 동생 준페이가 함께 생활하면서 나누는 대화를 그려낸 것이다. 아직은 풋내기같은 남동생의 궁금증에 성숙한 직장인인 누나가 여자의 심리와 속마음 등에 대해 직설적이게, 또 남자들은 잘 모르는 여자들만의 행동이나 속임수 행동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은근 그런 이야기를 통해 어리숙하고 인기없을 것 같은 동생이 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주고 있는 누나의 속마음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내 누나 속편은 이전의 이야기보다 더 깊이 들어간다고 해야할까? 좀 더 강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살빼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매일 밤 초콜릿의 유혹은 끊어내지 못하고, 또 그러면서도 일말의 양심처럼 꼭 초콜릿 한 조각은 남겨두는 지하루의 모습은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조금은 쌩뚱맞고 괜히 싱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곧 마스다 미리 만화의 매력이다.
그래서 별 부담없이 읽어내려가다가 문득 '인생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면 마주하거나 극복하지 않고 거인으로 바뀌어서 성큼성큼 걸어갈 것 같다'는 말에 한참을 멈춰있게 된다. 벽과 마주치면 넘어야한다거나 무너뜨려야한다는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거인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깊이 또한 마스다 미리 만화의 매력이다.
동생 준페이는 수많은 질문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던 '다음 생애에 다시 태어난다면'도 빠지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 둘 중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지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무엇일까? 예상이 가능할수도 있고 모두의 예상을 빗겨가면서 그녀만의 엉뚱한 대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 아, 물론 책을 읽은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루는 뭐라고 했을까?.(궁금하면 책을 찾아보시길 :)
그리고 무심한 듯 툭 내던지는 말에 또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이 싱거운 듯 가벼움이 넘쳐나고 있는 만화지만 그 이상으로 깊이가 있기에 추천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