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브레인 - 새대가리? 천만에! 조류의 지능에 대한 과학적 탐험
나단 에머리 지음, 이충환 옮김, 이정모 감수 / 동아엠앤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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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새'라고 하면 가장 흔하게 비둘기를 봐서 그런지 가장 먼저 비둘기를 떠올리고 그리 영리하지 못한 - 더구나 도시에 살고 있는 비둘기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 중에서 몸이 무거워 날다 주저앉는다거나 날아가던 비둘기가 뛰어가는 사람의 속도를 피하지못해 부딪치고 건물 유리창에 부딪치고...하는 것을 떠올리게 되니 저절로 '새대가리'라는 흔한 말을 부인할수가 없다. 그런데 비속어느낌의 대가리라는 말 대신 새의 뇌라 칭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니. 처음엔 뭐지? 하는 느낌이었지만 오히려 그동안의 편견을 깰 수 있는 좋은 자료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은 처음부터 기대가 되었다.

 

몇년 전 태풍이 불어 건물 간판이 날아가고 유리창이 깨지고 거리의 오래된 나무들도 가지가 꺾여 난장판이 되었을 때, 나뭇가지들 사이에 뭔가 단단한 뭉치가 보이는 듯 해 살펴봤더니 새둥우리였다. 잔 나뭇가지와 이파리로 엮어 만든 새의 둥우리를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너무 정교하게 엮여있어서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그 비바람에 둥우리를 받쳐주던 나무가 꺾이고 십수미터 아래 바닥에 떨어졌는데도 전혀 흐트러짐없이 그 모양을 유지했던 것을 보면서 대단한 건축사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러고보면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설도 동네에 살고 있는 까치가 낯선 인물을 인지하고 경계한다는 것 아닌가. 어쨌거나 이런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이야기말고 새에 대한 좀 더 과학적인 분석을 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여러가지 놀라운 사실들이 너무 흥미롭게 읽혀서 더 좋았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영장류에게나 가능한 것 아니었나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몇몇 새들 역시 도구를 이용해 먹이를 얻는다고 한다. 책속의 멋진 도감도 맘에 들었지만 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돌을 떨어뜨려 알을 깨는 것은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단지 알을 깨기 위해 돌에 던지는 것은 도구의 사용이 아니다 라는 언급도 재미있다. 그런데 나만 느낀걸까? 책에 사용된 새의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왠지 날카로운 눈매와 다부진 표정이 영리한 새들만 불러서 찍은 거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방향과 위치를 정확히 인지할뿐만 아니라 인간처럼 유사시대비용으로 먹이를 저장한다거나 새들도 나름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 등 새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꿀 수 있었다. 더구나 책의 내용은 놀라운 사실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리 어렵게 설명되어 있지 않아서 읽기 편하다. 그러니 왠지 자꾸만 추천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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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초지로 -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
고이즈미 사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콤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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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산책삼아 잠시 밖으로 나갔다. 전화통화를 하며 무심코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고개를 돌렸는데 바로 앞쪽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길을 가다말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예전같았으면 놀라서 도망갔겠지만 이제는 고양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그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눈을 깜빡거리며 고양이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러면 대부분의 고양이 역시 움직이지 않고 같이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다. 그러다가 사진 욕심에 폰을 꺼내 들이대면 그 순간 고양이는 도망가버리고. 오늘은 십분 사이에 그렇게 길고양이들과 세번이나 마주쳤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길고양이가 많아진걸까? 어제 '안녕, 초지로'를 읽고 나니 오늘따라 고양이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안녕, 초지로는 함께 지내던 고양이 초지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안녕'은 처음 만났을 때의 인사이기도 하지만 헤어질때의 인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에 있는 '안녕'은 그 모두를 담고 있다.

처음엔 그저 단순히 고양이와의 동거생활에 대한 이야기겠거니,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고양이 초지로와 만난 이야기에서부터 함께 생활하다가 초지로가 암에 걸린 것을 알고 묵묵히 투병생활을 지켜보다가 세상을 떠날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고양이를 키워본적도 없지만 고양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관심이 가는데 - 또 그래서 앞으로도 고양이를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나는 고양이와의 인연이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 많은 고양이 책을 읽었지만 암에 걸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이다.

묘하게도 - 자꾸만 우리네 인생과 똑같다는 생각에 빠져들며 책을 읽었는데 그 여운이 너무 강하다. 우연히 병을 발견하게 되고 치료를 했는데 예상외의 부위에서 더 커다란 종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미 수술로도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고통을 겪지 않게 돌보는 모습은 초지로가 한마리 고양이가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근래에 주위의 아는 분들이 초지로와 똑같이 암에 걸리고 수술을 하거나 이미 암세포가 너무 퍼져 수술을 할 수도 없게 되어 그저 요양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남매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아이가 태어나고 이사를 가고 그렇게 한가족이 일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뿐이었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기쁨과 슬픔정도로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노묘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그냥 그렇게 슬픈 이야기라고 기억하고 말지도 모르겠다.

초지로와 함께 데리고 온 라쿠의 이야기도 있고, 병에 걸린 후 함께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 최대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애쓰는 저자의 모습과 또 어쩔 수 없이 초지로의 죽음에 대해 준비를 하는 모습... 이 모든 과정이 저자의 따뜻한 그림과 함께 담담히 그려지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도 언젠가는 닥치게 되고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 죽음과 이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죽음 이후에도 삶은 지속되듯이 초지로의 죽음 이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초지로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또 다른 행복한 시간을 준비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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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新생활명품
윤광준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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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명품'이라는 낯선 말도 이 책을 읽다보면 아주 당연한 말이 되어버린다. 그동안 괜히 '명품'이라는 단어에 선입견이 있었음에 움찔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물건을 사용하면서 그 물건 자체의 값어치보다도 겉으로 드러나는 명성에만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더 주눅이 들고 자신이 없었구나 싶어진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명품'이란 말 자체로 높은 값어치를 지닌 것이며 그것은 뭔가 특별한 것에만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 중에 그 사용목적에 충실하고 멋과 가치를 더하면 더할나위없는 명품이 될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모두 45가지의 생활명품이 소개되어 있다. 항균탈취제에서 시작해서 신발, 깔창, 늘상 사용하는 가위, 심지어 등긁개까지. 아니, 흔히 사용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필요에 의해 한번 사용해보면 정말 좋은 것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게 되는 '좋은 물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요즘은 흔한게 칼이라 날이 무디어지면 새 칼을 쉽게 사서 쓰면 되겠지만 내게 선택을 하라면 나는 이 책에 소개된 요시킨 칼갈이를 택하겠다. 아침마다 과일을 깎는데 굳이 날카로운 칼날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 약간의 차이가 손놀림을 얼마나 편하게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가위에도, 신발이나 깔창.. 여기 소개된 모든 생활용품에 다 해당이 되겠지만.

거기에 더하여 디지털 기기 부분에서는 청소기, 보일러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원터치 멀티탭은 당장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다.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영감을 주는 아날로그 시대의 연필이나 메모지, 라디오, 엘피 등등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언뜻보면 이 책에 담겨있는 글이 그저 구매후기와 비슷한거 아니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을 해나가다가 문득 '이것 참 좋구나' 싶어지는 것들, 나의 생활을 참으로 풍요롭게 해 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직접 사서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꼼꼼한 설명과 자신의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야기를 읽다보면 "세상 모든 것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직접 만져보고 써보며 시간을 묻혀야만 알게 되는 비밀이 있다"(139)는 저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깨닫게 된다.

저자가 발견한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으니 굳이 그가 말하는 생활명품을 사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한낱 이야기거리로만 치부해버릴 이유도 없다. 나의 수고로움을 덜어주었으니 필요한 것이 있을 때 그가 이야기한 것을 더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당장 어묵을 고를 때 다 똑같은 부산어묵이어서 망설였으나 이제는 별다른 고민없이 삼진어묵을 슬그머니 집어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변함없는 물건의 아름다움을 곁에 둔 안도감만이 소중하다."(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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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속편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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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가 가라앉으려 하는데, 좋아하는 사람 둘 중 하나밖에 살릴 수가 없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물음에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마스다 미리는 일단, 설정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렇지. 언젠가 윤리신학 수업에서라던가? 아무튼 흔히 사랑하는 사람 둘 - 대부분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자기와 엄마가 물에 빠졌다면 누굴 먼저 구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상대방에 맞춰 대답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 자체가 윤리적이지 않다,라고 말을 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오오, 대단한데?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좋아하는 두 남자, 마주치게 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말한다. 이런 대답이 나올줄이야.

물론 이런 질문 자체가 무리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둘 중 하나, 라는 고민에 빠져있을 때 마스다 미리는  누가 더 좋은지 직감적으로 안다고 말한다. 그리고 '둘 다 필요없다는 직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4컷 만화로 구성된 마스다 미리의 글은 짧지만 이렇듯 뭔가 직설적이면서도 중요한 것들을 끄집어내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자꾸만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특히 내 누나,의 이야기는 30대 직장인 누나 지하루와 그녀의 동생 준페이가 함께 생활하면서 나누는 대화를 그려낸 것이다. 아직은 풋내기같은 남동생의 궁금증에 성숙한 직장인인 누나가 여자의 심리와 속마음 등에 대해 직설적이게, 또 남자들은 잘 모르는 여자들만의 행동이나 속임수 행동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은근 그런 이야기를 통해 어리숙하고 인기없을 것 같은 동생이 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주고 있는 누나의 속마음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내 누나 속편은 이전의 이야기보다 더 깊이 들어간다고 해야할까? 좀 더 강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살빼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매일 밤 초콜릿의 유혹은 끊어내지 못하고, 또 그러면서도 일말의 양심처럼 꼭 초콜릿 한 조각은 남겨두는 지하루의 모습은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조금은 쌩뚱맞고 괜히 싱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곧 마스다 미리 만화의 매력이다.

그래서 별 부담없이 읽어내려가다가 문득 '인생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면 마주하거나 극복하지 않고 거인으로 바뀌어서 성큼성큼 걸어갈 것 같다'는 말에 한참을 멈춰있게 된다. 벽과 마주치면 넘어야한다거나 무너뜨려야한다는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거인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깊이 또한 마스다 미리 만화의 매력이다.

 

동생 준페이는 수많은 질문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던 '다음 생애에 다시 태어난다면'도 빠지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 둘 중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지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무엇일까? 예상이 가능할수도 있고 모두의 예상을 빗겨가면서 그녀만의 엉뚱한 대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 아, 물론 책을 읽은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루는 뭐라고 했을까?.(궁금하면 책을 찾아보시길 :)

그리고 무심한 듯 툭 내던지는 말에 또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이 싱거운 듯 가벼움이 넘쳐나고 있는 만화지만 그 이상으로 깊이가 있기에 추천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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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을 찾아서 - 숫자의 기원을 찾으려는 수학자의 모험
아미르 D. 악젤 지음, 김세미 옮김 / 담푸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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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수학을 좋아하는 조카가 있다. 순수한 열정으로 미래의 취업과 상관없이 수학자가 되겠다는 녀석이다. 어렸을 때는  그 수학적 지식과 지혜가 미미했을뿐이지만 지금은 나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 조카와 오랫만에 수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만 빠져있었기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관심과 나의 지적 수준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제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했을뿐이다.

하지만 0을 찾아서,라는 건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흥미를 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적 탐구라는 허영과는 전혀 상관없이 나 역시 0이라는 숫자의 발견은 대단한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0을 중심으로 마이너스라는 숫자가 있고 십진법이 있고..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숫자의 탄생은 처음부터 그렇게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숫자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저자의 여정이 그랬다는 의미도 있지만 내게 있어서도 이 여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저자가 수학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선장인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라씨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그 라씨의 이력도 독특하며 저자의 어린시절 역시 평범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렇게 수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수학자가 된 저자는 숫자의 기원을 찾는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되기까지 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숫자가 '아라비아' 숫자이고, 인도의 수학이 최고의 수준이라 할만큼 발전했다는 것도 새삼 떠올리게 되고 그랬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는 이야기들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어서 내가 과연 이 책을 제대로 읽었나, 싶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k-127 비문에 실려있는 글은 0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단지 0의 기원을 찾는 여정에서 숫자의 세상을 만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여정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k-127, 이라고 하면 뭔가 미래의 프로젝트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것에 실려있는 글이 얼마나 우리의 세상을 풍요롭게 했는지 - 물론 수학의 세상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수학 세계의 확장은 우리의 논리와 철학적 사고를 확장시키기도 했으며 그것은 곧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데 일조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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