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포획되어 강제로 돌고래쇼의 대상이 되었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내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는 르포.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동물인 돌고래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동물복지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기자이자 《북극곰은 걷고 싶다》 등을 펴낸 환경 논픽션 작가인 저자의 흥미진진한 신간.

 

 

불법 포획되었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갔댄다. 그러니까 바다에 방사되는 날 뉴스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한데말이다. 아주 오래전 섭지코지에서 쓰윽 지나가는 돌고래를 봤었고, 내가 사는 동네인 용두암 해안쪽에도 고래떼가 자주 출몰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거기서는 본적이 없다. 대신 고산 수월봉을 지나 해안도로를 쭈욱 따라 가고 있을 때 돌고래를 보기도 했다.

그리고 조카는 해양생태인지 뭔지를 공부하는데 호주 바다에서 돌고래와 포즈를 잡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그러니 돌고래는 왠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밥상머리에서는 자주 보지만 바다에서는 한번도 못본 멸치떼, 오징어보다도 더 가까운 동물이다.

 

 

 

 

 

 

 

 

 

내가 정신이 없어 책을 살펴보지 못한다고 해도 변함없이 신간은 출판되어 나오고. 이러나저러나 수많은 책들을 받아보기도 하는데 지금까지는 전혀 내 관심사가 아닌 책들을 빼고 그냥 슬그머니 훑어보기라도 할 욕심으로 마구잡이로 집에 쌓아뒀는데, 그러다보니 괜히 좋은 책들을 먼지만 쌓이게 하고 헌책으로 만들어버리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슬슬 감당하기 힘들어지니 욕심을 버려야하는게 맞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있어서 여행에세이나 관심있는 소설은 여전히 그냥 쌓아두고 있다.

지금도 연휴에 휴가까지 더해서 일주일정도 사무실을 비웠었는데 그 사이에 도착한 책박스가 한가득. 그 중에 전혀 손이 가지 않을 책들은 선별해서 빼두고. 한번 그냥 쓰윽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가 살펴보기라도 해서 정리하고 싶은 욕심에 쌓아뒀더니 책상에 둘곳이 없다. 이 악순환을 계속 되풀이할수는 없어. 읽는 속도가 쌓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말이다.

 

 

 

 

 

 

 

 

용선생,이 누군가 했다. 교양으로 읽는, 시리즈도 역시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내 관심에서는 빼야겠다. 길바닥 여행,은 그림으로 그려낸 이야기라는 생각에 책을 한번 살펴보고 싶은데. 이곳에서 실물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을 듯 하고. ;;;

아니, 그런데 사실. 요즘 책읽기가 점점 귀찮아지고 있다. 라는 생각만 했는데, 그건 아마도 재미없는 책들만 읽어서 그런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또 해보게 된다. 이야기가 너무 늘어지는 책은 중간중간 건너 뛰어버리기도 하고, 재미없는 책은 읽다가 덮어버리기도 하고. 그래서 가만히. 내가 재미있게 읽는 책은 또 뭐지? 하고 생각하다보면 답은 안보이고. 이거 어쩌면 습관적인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거 다 해놓고 할일없이 심심할 때 책을 읽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책을 펼쳐들지 않는 건 아닐까 싶은.

 

 

 

 

 

 

 

 

 

아, 사실 오늘 신간을 둘러보고 싶었던 이유는 어느 순간 눈에 확 들어온 저체온증. 이 책은 뭐지? 하고 보는데 뜻밖에 추리소설? 책을 디립다 사서 쌓아두기만 하고 읽지를 않고 있으니 추리소설을 언제 읽어봤더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이 범주에 속하기는 하지만 그의 소설은 추리,라기보다는 사회소설의 느낌이 더 크니까 일단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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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다이어리 - 행복을 느끼는 일상의 속도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이미화 지음 / 알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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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전문 여행가라는 직업은 소수에 불과할텐데, 여행 자체의 화려함과 일상에 주목한 나머지 여행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무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183)

 

장기여행을 떠나본적은 없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곳을 여행하다보면 평생 그곳에 정착할 자신은 없지만 한달 혹은 일년쯤 그곳에 머무르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여행자의 시선이 아니라 생활자의 시선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생활자로서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베를린 다이어리는 그런 마음으로 여행자에서 생활자가 된 그 누군가의 베를린 일상생활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독일의 시골지역에서 4일동안 민박을 하며 지낼 때 무뚝뚝해 보이는 독일인들 역시 순박하고 함께 어우러지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좋았고, 분단된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정치상황에 관심을 보이던 모습에서 괜한 동질감과 친밀함을 느꼈었다. 그래서 '베를린' 이야기는 더욱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여행생활자로서 베를린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무작정 베를린을 정해놓고 일년동안 살기위해 베를린으로 떠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일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베를린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엔 내가 잘못 이해했나, 싶었다. 그리고 이내 여행을 떠날 때 그곳의 언어를 익히고 떠나는 것이 아니듯 그녀 역시 생활하기 위해 떠난 것이기는 하지만 여행하는 마음으로 떠난 것이구나 싶었다. 나로서는 도무지 엄두도 내지못할 그 용기란! 어쩌면 누군가는 무모함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니 타인의 결정에 대해, 그것이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이고 상식에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부디 비난하지는 말자. 그 누군가의 행복을 질투하지도 말고.

아무튼 베를린 다이어리는 그렇게 훌쩍 떠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살면서 느끼게 된 이야기들을 기록한 것이다. 조금은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베를린의 숨은 매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우리와는 다른 환경을 보여주며 그곳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현지인의 느낌으로, 그리고 조금은 더 성장해가는 모습으로 삶의 깨달음을 전해주고 있다.

 

실용적이고 절약하며 왠지 즐거움을 모르고 살것만 같은 독일인들이지만 그속에서 불필요한 것을 가지려 욕심내지 않는 모습, 자신에게 필요없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다는 나눔의 마음이 보인다. 우리도 예전에 공병을 수거하시는 분들을 위해 빈병을 한곳에 모아두곤 했었는데 독일인들도 그들을 위해 빈병을 일정장소에 놓아둔다고 한다. 물론 저자는 자신의 생활고가 더 시급해 그 모든 빈병을 본인이 들고오기는 했지만.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이국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기도 하고 멀리 떨어진 가족의 사랑을 절감하게 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번쯤은 여행생활자의 꿈을 꿔본다. 어려울 듯 하지만 어찌보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된 것 아니겠는가, 그리 생각해보면 꿈을 이룬다는 것이 불가능한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은 인내하며 버티는 용기를 내고 있는 것일뿐.

 

"떠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게 용기라면 버티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인내였다. 그리고 인내는 더 높은 차원의 용기라는 걸 깨달았다. 용기가 없어서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용기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많은 친구가 말하는 나의 용기란 무작정 떠날 용기가 아니라 버티는 용기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든 사람이 용기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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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있어!
린샤오베이 지음, 조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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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순례여행을 다녀왔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별것아닌것같지만 별것이 된 선물을 받아 더 기쁜 순례가 되었다.
아침에 산을 타며 묵상을 하는데 일행보다 늦게 출발한탓에 안그래도 저질체력이라 헉헉대며 겨우겨우 올라가고 있었지. 뒤에서 안올듯이 나무구경이나하며 기다리시던분이 잠시후 자, 선물. 하시며 네잎클로버를 주시고는 내속도에 맞춰 천천히 십사처를 함께 마무리해주셨다. 그리고 그날 늦은오후, 하루의 마무리 시간즈음.
누군가 슬그머니 네잎클로버를 내 손에 쥐어주신다. 오전에 들고 다니던 네잎클로버를 보신 그분이 오늘 하루의 행운을 모두 받으라며 그것도 내것이라며 선물해주시는거야. 정말 별것아닌것 같지만, 내게는 큰 선물인게지.

페이페이가 그린 그림들이 뛰어난 작품성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마오롱롱과 진구들에게는 훌륭한 작품인것처럼.

페이페이와 마오롱롱은 친구같은 자매이고,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친구같은 강아지 노트가 항상 함께 다닌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페이페이에게는 또 강아지 노트와 이름이 같은 노트를 늘 들고 다닌다. 물론 페이페이가 그리는 그림은 노트뿐만 아니라 벽에도 그려넣고 사다리를 그려넣어 하늘로 올라가 달님을 위로하며 별님도 그려넣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하루하루 마냥 즐기고 뛰어다니며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별 일 아닌 것에 투닥거리기도 하고, 손가락이 아프다고 하면 그 위에 웃는 얼굴을 그려넣어 아픔따위는 잊고 다시 즐거운 마음이 되는 것이 마냥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어렸을 적에 그러고 놀았을까...?

강아지 노트가 페이페이의 그림이 담겨있는 소중한 노트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을 때 너무너무 슬퍼서 눈물이 흘러 연못이 되도록 울기만 하는 페이페이에게 "걱장 마, 노트는 네가 자기를 그렇게 사랑한다는 걸 깨닫고 틀림없이 돌아올 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렸던 것처럼 내게도 내가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아니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줄 목소리가 들려올까......?

 

어린시절의 행복하고 사랑받았던 기억보다 왠지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고 한편으로는 그것이 따돌림 당한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조금 씁쓸해지기도 했는데 페이페이와 마오롱롱의 어린시절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업 후에도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서 노래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도,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몰려다니며 괜히 신나게 웃었던 기억도. 여자애들이 좋아하던 전교회장 집 앞에서 망설이길래 초인종을 눌렀는데 다들 도망가버려서, 그 어린시절에도 비매너가 싫어서 혼자 문앞에 서 있다가 친구가 나오길 기다려 얘기를 나누다가 얼결에 집에 들어와 놀다가라는 소리에 괜히 내가 그친구를 좋아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던 민망했던 기억까지도.

그 모든 기억들도 함께, 페이페이와 마오롱롱과 노트까지도 모두 다 함께. "내가 너를 꼬옥 안아줘야겠어!"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세요. 그러나 종이에 그릴 수 없습니다. 펜을 써서도 안 됩니다"

"뭐 이런 이상한 놀이가 다 있지!!!"

"상관없어! 상상력을 쓰자!"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아름다운 풍경을 그릴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나는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그대로 진실이 되는 것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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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5-16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네잎 클로버가 없으니 드릴수 없지만, 대신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chika 2017-05-17 06:22   좋아요 0 | URL
어머! ^^🐳
 
펜화로 읽는 한국 문화유산 - 펜 끝에서 살아난 우리 건축 천년의 아름다움
김영택 글.그림 / 책만드는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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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묘사를 하는 경우에는 하루 온종일 그려도 10x10cm 정도밖에 못 그린다. 그러니 펜화가라도 어찌 지겹지 않겠는가"(198)

책을 읽다가 역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 펜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절대 그릴 수 없는 그림일꺼라고 생각했었기때문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드로잉 연습을 시작해봤지만 날마다 꾸준히 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렵고 지겨운 것임을 절실히 깨닫기도 전에 그림 연습을 때려치우곤 했었기 때문에 더욱 더 펜화의 그림에 담겨있는 정성을 알 수 있었다.

펜화를 그리는 저자 역시 지겨움을 토로하며 꾀를 내어 손재주 좋은 후배에게 연필로 그려놓은 밑그림을 따라 단순히 선만 그려넣게 했지만 전혀 다른 그림이 된 것을 보고 선 하나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러니 정말 이 책에 도판으로 실려있는 저자의 펜화는 그만이 그릴 수 있는 유일한 그림인 것이다.

 

저자가 처음부터 펜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을 했지만 우연히 프랑스에서 펜화를 접하고 그때부터 펜화를 그리기 시작해 이렇게 멋진 작품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다시 봐도 역시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펜화'에 중점을 두고 처음에는 그림만 바라보고 한꼭지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였기 때문이었는데 글을 읽다보니 오히려 펜화로 읽는 '한국 문화유산'에 중점을 둬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 문화 유산인 건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나 버릴 것없이 소중하다.  

지난 번 수막새에 대한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 정확한 우리말이 무엇인지 궁금해 검색하며 찾아봤지만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 '수막새'의 본래 이름은 '막새'이고 암막새는 '내림새'가 맞는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 특수 기와를 재현한 전설의 와장 김영림 여사가 가르쳐준 것이라고.

 

펜화는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림이나 사진과는 또 다른 정교함으로 펜화만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우리 지역의 그림이 없어서 조금은 아쉽지만 나중에 저자의 펜화와 실제 건축물이나 나무, 풍경을 보며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또 그냥 그렇게 봤던 펜화의 매력도 달리 느껴질 것 같고 저자가 그려낸 펜화의 원대상이 있는 세상도 달라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괜한 설레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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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의 철학자, 바오
나카시마 바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아우름(Aurum)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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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대단한 꼬마라고 해도 열살짜리 꼬마의 글이 뭐 대단하겠어? 라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감동과 예상치못한 통찰이 담겨있기는 하겠지, 라는 그저그런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그리고 이내 세상에 대한 통찰을 나이로 따져서는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꼬마 바오의 글은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그 부끄러움보다 더 강한 감동이 있어서 다행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 이 모든 것이 바오의 글을 읽고 느끼게 된 것이다.

 

엄마가 아파 누워있으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으니 과자를 갖다놓기도 하면서 엄마가 무엇이든 먹기를 바라고 있는데 다음날 엄마가 기운을 차려 과일을 먹고 웃는 얼굴을 보이자 기뻐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열살짜리 꼬마의 마음이다. 그런데 바오는 한마디 덧붙인다. '소중한 사람은 곁에서 웃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제야 알았다'라고.

글을 읽다보면 왕따를 당하고, 죽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자기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도 느껴지게 된다. 나였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을텐데, 바오는 가장 좋아하는 감정이 용기라고 한다.

없는 것을 찾으며 살기보다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다고, 모든 것은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다고 말을 한다. 고민이 있고, 기분나쁜일, 짜증나는 일이 있다는 것은 평소 그러한 일이 없을꺼라는 초긍정의 자세를 보여주기도 한다.

 

너무 가까이, 너무 당연하게 있어서 소중하고 감사함을 몰랐던 존재를 일깨워주고, 열살짜리 꼬마 녀석이 '나는 열살, 앞으로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하는 앙증맞음도 갖고 있다. 정말이지 어른의 말을 꺼내고 있다가도 어린아이처럼 친구와 놀지 못하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기도 하는 모습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열살인 바오에게서 나온 이야기이다.

그런데 가장 좋았던 것은 그런것이다. 사실 바오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도 굳은 의지를 갖고 자기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아이였으며 학교를 그만둔 후 도쿄대 영재발굴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기도 한 우수한 아이이다. 그런 바오가 처음부터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남과 다른 자신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깨달음을 통해 조금씩 강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리고 바오는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재능을 찾아냈고, 모두에게도 그것을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나의 최대 장점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안다는 것.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자신을 소중히 하자. 이야기는 거기서부터다"

"나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 내가 아이라는 이유로 비판받을 때도 있겠지.

그래도 나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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