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스: 음식편 - 10분 만에 매력 터지는
강규혁 지음, 서민정 그림 / 아이스토리(ISTORY)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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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때는 비급이라는 말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비급 영화를 보면서 뭐 저런 어설픈 이야기가 다 있냐,라는 냉소적인 생각이 가득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비급 코드가 맞기 시작하더니 그 어설프고 엉뚱한 것들이 바로 비급의 매력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비급 센스라는 말에서부터 이 책은 괜히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야기에서는 아직 비급의 매력을 못느끼고 있는지, 책을 절반정도 읽었을 무렵 조금만 더 깊이 이야기하면 좋겠는데 딱 그쯤에서 이야기를 끝내버리는 느낌이 들어 뭔가 아쉬움이 남기 시작했다. 그런 불만이 생길즈음 잠시 옆에 뒀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는데 'B급 센스'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 전문가의 포스가 아니라 딱 그정도까지가 적당한 다양한 상식을 겸비하는 매력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의 이야기인데 더 깊고 폭넓은 이야기를 바란다면 다른 책을 더 찾아 읽어야는 것이지,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그런 비급 센스의 어설픈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잘은 모르지만 적당히 아는 척하며 무시당하지 않는 대화법'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것인데,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소개팅으로 만난 남녀가 흔히 만나게 되는 파스타 식당에서 하는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며 일주일을 이어가며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을 처음 읽으면서 조금 더 파고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상식선의 이야기를 할 때였고 사실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이 나올때는 딱 그정도까지가 좋은 느낌이었으니 이 책은 어쩌면 그 적절한 비급 센스의 수위를 적당히 잘 조절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각 음식의 설명에 대한 말미에 전문가의 인터뷰가 담겨있는데, 전문적인 이야기가 자칫 재미없을수도 있는 것을 인터뷰 형식으로 모두가 궁금해할만한 점을 질의응답하기도 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을 더 재미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설명하고 있는 이야기도 '중요체크-이것만은 꼭'이라는 부분에서 다시 설명하며 요약하고 있는 것도 비급 센스의 매력 중 하나. 굳이 찾아 읽게 되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옆에 있다면 한번쯤은 꼭 뒤적여보게 되는 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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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계사 - 미래 역사를 결정할 19가지 어젠다 10년 후 세계사 1
구정은 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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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후 세계사,라고 들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별 의미가 없었다. 지금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십년 후의 세계사를 어떻게 전망해? 라는 것이었으니. 그리고 단순한 나의 생각과 질문에 곧바로 과거가 현재를 규정하고 있듯이 현재가 미래로 이어지고 있음을 새삼 떠올리면서, 이 책을 미래에 대한 전망이 아니라 내가 잘 모르는 현재의 세계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사의 흐름을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과연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좀 앞섰지만 저자의 필력과 김태권의 그림이 나의 부족한 점을 충분이 메꿔나가며 글을 쉽게 읽을 수 있게 해 주리라는 믿음에 책을 펼쳐들었는데, 국제부 기자여서 그런지 글 내용 자체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데다 언젠가 한번쯤은 뉴스에서 들어봤던 이야기들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되어 있어서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뉴스를 들으며 단편적으로 이해했던 기사들이 역사적 흐름과 사회적인 배경 속에서 이해하게 되면서 조금 더 쉬워졌다.

아, 그런데 문제는 항상 그런거다. 책을 읽는 동안 너무 재미있어서 쉽게 빠져들어 있다가 책을 탁, 덮는 순간 내 안에 새겨넣어야 할 의미들은 안드로메다로 여행을 떠나버린다는 것.

 

그래도 더듬더듬 이 책에 실려있는 '미래 역사를 결정할 19가지 어젠다'를 되짚어보면서 더 나은 십년 후를 위해 우리는,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을 좀 해봐야하겠다.

이야기의 시작은 역시 현재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이것은 뒤에 따로 언급된 노령화문제와도 연결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저임금 산업시대와 극심해져가는 빈부의 격차,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문제까지 모두 연결이 되는 것이지만.

최근에 헝거게임 시리즈의 마지막 더 파이널 영화가 개봉되었다고 들었다. 헝거게임에서 그려내고 있는 세계는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극대화시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십년 후 세계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미래의 현실이라 말할수있지 않을까?

 

책을 다 읽고나면 세계사의 뉴스가 마구 뒤섞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분명 과거의 뉴스기사였고, 과거의 이야기인 듯 한데 그것이 미래 세계를 드러내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십년 후 세계사라는 것은 현재의 우리 세계에 대한 분석을 하고 인식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우리는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분야만이 아니라 정치, 역사, 사회, 가치, 세계관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하나의 흐름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모두가 한번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각자의 삶이 어떠해야하는가를 생각해보게 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의 백미를 장식하는 김태권의 2026년 태평천하는 이 책의 핵심이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만큼 압축요약해서 그 의미를 잘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세계사의 흐름을, 뉴스를 볼 때마다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사회,경제적인 배경과 역사적 흐름을 잘 알지 못해 더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들이 짧고 명확하게 잘 설명이 되어 있어서 현재를 제대로 인식하고 바라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막연한 예언이 아니라 현실의 고민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미래사'의 의미로써 십년 후 세계사는 더 많은 생각을 품고 세계를 바라보며 앞으로 우리의 발걸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가운데에서도 단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남아있다. 10년 후 우리의 미래는 지금 여기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 협동조합, 참여예산제 등 유럽과 남미에서 시작돼 다른 나라로 확산돼 가고 있는 실험적인 대안들은 올바른 미래를 꽃피워 내기 위한 작은 씨앗이 될 것이다. ...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오늘의 첫 걸음은 암울한 미래로 우리를 밀어넣고 있는 징후들을 똑바로 직시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구는 암울한 미래 쪽으로 너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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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15-12-07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치카언니!!! 서평 고마워요!!! 우리 책보다 언니 서평이 더 좋네요 ^^

chika 2015-12-07 21:45   좋아요 0 | URL
헉, 그런 과찬을! ㅎ
책 편집도 잘되고 글도 재밌고. 멋진책을 읽을수있어서 내가 감사해요! ㅎㅎ
 
살인해드립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런스 블록 지음, 이수현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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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동안, 정말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이 서서히 내 마음에 떠오른 단어는 '낭만 킬러'였다. 어떤 이유에서든 살인,이라는 것은 내 개념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낭만 킬러'라는 말 자체가 용납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일을 생업으로 삼을 작정은 아니었어. ... 그러다가 점점 그게 내 정체성이 되었는데 나는 그걸 깨닫지 못했어. 어떻게 알게 됐느냐면, 누군가 내 말을 듣는 사람을 만났는데, 두려움인지 존경인지는 몰라도 그 사람이 보여준 반응이 놀랍더라고. 그 사람은 킬러에 대한 반응을 한 건데, 나는 어리둥절했지. 내가 킬러라는 사실을 몰랐으니까"(157)

어쩌다보니, 그러니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내가 킬러가 되었어, 라는 말을 하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켈러는 킬러, 좀 더 격하게 들리는 표현으로는 '살인청부업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는 꽤나 섬세하고 자상한 면을 보여준다.

살인을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있으면서 그는 그런 생각을 한다. "마을을 떠나면서 휘틀록의 신분을 벗어버릴 켈러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진자 데일 휘틀록에게 괴로움을 얹어줄 이유는 없었다. 진짜 데일 휘틀록은 따로 있는데다 켈러는 그 남자를 살인 용의자로 만들지 않고도 충분히 괴롭히고 있었으니 말이다"(55)

켈러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길을 떠나고, 모든 것을 완벽하고 깔끔하게 처리하며 한적한 시골마을에 가면 그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갖는 감성적인 사람이다. 비일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을 하는 살인청부업자의 일상은 잦은 출장을 다니는 직장인이 느끼는 삶의 고달픔과 그리 다르지도 않다.

살인을 하러 갔다가 잘못 전해받은 정보로 엉뚱한 사람을 죽여버리기도 하고, 서로의 살인 의뢰를 받았는데 과연 누구의 의뢰를 받아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엉뚱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고, 자살로 위장한 살인 의뢰가 그 당사자의 의뢰인 것을 무서운 예감으로 파고들기도 하고...  좀 더 이야기하면 켈러가 벌이는 하드보일드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나와버릴 것 같아 이쯤에서 멈춰야겠다.

살인해드립니다 라는 제목에 걸맞게 비정한 킬러의 일상을 그려낸 끔찍한 하드보일드,일까 싶었는데 그 끔찍한 살인의 모습은 희미하게 감춰져 있다. 킬러인 켈러는 시간이 나면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나라없는 남자를 읽기도 하고, 킬러의 이야기가 그려진 이 책에서 새뮤얼 존슨의 말이 인용되기도 한다. 하드보일드한 추리소설인데도 죽은 이의 모습을 문학적으로 표현해내기도 한다. "고민하며 서툴게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운명의 여신이 모든 것을 그의 무릎에 떨어뜨렸다.(384)라니... 킬러의 잔인함을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살인의뢰를 받고 장소와 때를 물색하러 들어갔다가 엉뚱하게도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해내는 킬러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그러다가 문득 켈러가 살인청부업자라는 것에만 신경이 쏠려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켈러가 감상적인 인물이라고 해서 킬러가 낭만적일수도 있다거나 비정한 직업을 통해서도 삶의 고달픔과 애환이 있다는 생각따위의 흐름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 동전을 던져서 결정을 내리는 지혜에 대해 생각했다. 제멋대로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쩌면 그게 원래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일지도 몰랐다. 구름 위 어딘가에서도 턱수염을 기른 노인이 똑같은 방식으로 동전을 던진 후 어깨를 으쓱인 뒤, 열차 사고와 심장마비 들을 분해해서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지도 몰랐다."(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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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산티아고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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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읽어보는 것 같다. 산티아고 여행기는. 그러니까 한때 산티아고 순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을 때 나 역시 그 길을 걸어보고 싶어서 '산티아고'길을 걸었다는 에세이는 기회가 닿는한 거의 다 읽어보곤했다. 그러다가 내가 직접 순례의 길은 걷지 않으면서 그들의 이야기 속에 파묻혀 부러워하고만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금씩 현실성을 띄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부터 준비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에서부터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산티아고 순례여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같이 가겠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알아채버렸었다. 내 안에 있는 열망보다 더 큰 두려움이라는 것의 존재를.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 마음이 시들시들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그렇게 고된 길을 왜?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면서부터 산티아고는 아득히 멀어져만 갔는데...

왜 갑자기 다시 산티아고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두렵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내 안 깊숙이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지금 여기'라는 말에 혹했는지도 모르겠고, 모든 걸 다 내려놓지 못해 나 자신이 정말 잘 해내지 못하고 실패한 듯이 보여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지금 여기, 산티아고를 마음으로 걷게 되었다.

 

이 책은 다른 산티아고 책들보다 이쁘다는 건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쁜 사진이 많이 담겨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마음이겠지만 그냥 보기에도 할머니 등에 업혀 방긋거리는 아기의 모습, 순례자들을 위한 쿠키와 사탕 바구니, 누군가에게는 길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일상인 들녘의 바람, 뒷모습에 보이는 부부의 사랑....

글을 읽다보면 나도 바로 따라 그 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산티아고를 걷는 모두는 누구나 다 각자의 체험이 다르고 만나는 사람들과 날씨, 환경에 따라 그날 그날의 경험과 하루의 감상이 달라질것이다. 그런데 그 각각에서 또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게 되는지... 삶의 여정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 성공, 실패, 좌절, 행복... 그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축복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그런 체험이야기에서 나 역시 간접적으로 나의 삶과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저자는 혼자 길을 걷기를 소망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사실 그녀의 이야기 대부분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길을 걸으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원하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기에 그에 동의하면서도 온전히 혼자가 되어 걷는다는 두려움이 가득한 나로서는 또한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기도 했는데 나였다면 과연 그 기나긴 길을 어떻게 걸어갔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두 발로 그 길을 걸었지만, 그것은 내면으로의 순례여행이기도 했다. 나를 믿어주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았고, 그 때문에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을 좌절시키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 나를 시험대에 올리듯 떠난 여행이었다.

인생의 틈,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들은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할 때 더 외로워진다는 것을, 사람은 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결국 내가 믿지 못한 것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내게 순례길 그 이상으로 다시 다가서봐야하는 길,이라는 마음을 갖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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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명촌 - 우리의 맛을 빚는 장인들의 이야기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컬처그라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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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조금은 깊은 맛을 아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우리 선조들이 빚어낸 고유의 맛을 음미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어머니가 간장을 만들어 놓고, 된장을 만들어 놓을 때 저게 뭐 별건가, 싶었는데 시커멓게 먹지 못하는 음식으로만 보이던 된장이 파는 된장보다 훨씬 더 깊고 시원한 맛을 내는 된장국을 만들어내는 것을 느끼면서부터 이제 조금씩 어머니의 손맛을 배워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간장, 된장, 토종꿀, 식초, 매실, 수제 요구르트와 치즈, 참기름과 들기름, 토판 천일염, 토하젓, 조청, 하양주를 전통 방식으로 빚어내고 맛을 내는 장인들을 찾아 그들의 삶의 방식과 경제적 이익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들만의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 땅의 어울림, 바람과 햇살의 시간에 맡겨 자연적인 발효를 하는 여유와 기다림, 일일이 손으로 절구질을 하고 참나무를 때워 가마솥에서 휘휘 저으며 조청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니, 전통이라고 해서 그대로 보수적으로 옛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간장을 만들어내는 항아리는 천도씨 이상의 가마에서 구운 숨쉬는 독을 쓰지만 뚜껑은 속이 비치는 유리뚜껑을 쓴다. 햇볕이 좋은 날은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볕을 쬐어야 하지만 천개 이상 되는 항아리를 비 온다고 언제 다 닫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현대적인 기술로 가능한 것은 그렇게 바꿀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현대적인 기술이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조청을 만들때도 기계에 넣고 스위치만 누르면 기계가 다 알아서 해 주지만 그것과는 맛을 비교할 수 없는 손맛을 내는 가마솥 조청은 현대적인 기술이 해결해줄 수 없는 맛이다.

국산콩을 써야 하는데 무농약 국산콩을 구입하는 것도 어렵고 확실한 신뢰를 얻기도 어려워 직접 콩을 재배하고 그 콩으로 메주를 만든다. 그렇게 하다보니 생산량이 한정될수밖에 없고 많은 이익을 내기도 어렵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장인의 맛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분들의 이야기는 한결같다. 날마다 자연속에서 날씨의 변화를 보고 하루도 쉴 틈이 없는 농사일로 고되고 힘들지만 결코 쉽게 가려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일을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맛있고 믿음으로 먹을 수 있는 우리 먹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씻어서 비닐봉투에 담아 파는 시금치를 사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동네에 가면 집에서 직접 농사짓는 할머니가 시금치를 판다고 그걸 사자고 하셨었다. 예전같으면 더 튼튼해보이고 깔끔해보이는데다 같은 값에 양도 더 많아 마트가 낫다고 했을텐데 들었던 시금치를 그대로 두고 나왔다. 책을 읽다보니 농약을 뿌려 더 크고 벌레먹은 흠이 없는 깨끗한 매실은 무지한 소비자가 사가고, 오히려 일본인들은 매실이 자연적으로 크게 되는 적정한 크기와 어떤 것이 더 건강한 것인지를 알아준다는 말이 나와 속으로 조금은 뜨끔했다. 명인명촌을 지키는 것은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그들이 빚어낸 훌륭한 맛을 알아주고 그 맛을 즐길 줄 아는 우리의 몫도 크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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