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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붉다 ㅣ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피처럼 붉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고 흑단처럼 새까만... 백설공주를 먼저 떠올리지는 않는다. 책을 읽기 전부터, 아니 좀 더 털어놓자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도무지 '백설공주'와의 연관은 무엇일까 싶어지고 있다. 한 권의 책인 줄 알았는데 연작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라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어서 괜한 심술에 더 엇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 책에 대한 총평은 책의 완결편까지 읽고 난 후에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피처럼 붉다'의 주인공 '루미키'가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를 뜻한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열일곱살인 루미키는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혼자 생활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교에서는 그림자처럼 눈에 띄지 않게 다니며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친구들을 피해 혼자 조용히 있을 장소를 찾아 학교의 암실을 찾아간 순간부터 그녀의 그런 평범하고 그림자같은 생활은 끝나버리고 만다. 학교 암실에 사진 인화가 아닌, 위조지폐라고 하기엔 너무 정교한, 그리고 그것이 가짜임을 의심하기에는 너무도 선명한 말라붙은 피 냄새를 품고 있는 500유로짜리 지폐가 한가득 널려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첫장면에서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여인 나탈리아의 죽음, 피투성이 지폐 3만유로, 유능한 마약단속반 형사지만 실제로는 마약조직과 연결되어 적당한 성과와 적당한 범죄사이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테르호 배이섀넨, 집 앞마당에서 발견하 3만유로로 인해 아버지의 어두운 모습을 알게 된 엘리사... 이들의 이야기가 일주일 사이에 발생한 살인사건에서부터 마약조직에 이르는 범죄사건을 해결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니, 이것으로 끝이 났다면 조금은 많이 실망했을 것 같다. 글의 중간중간 언급되는 루미키의 과거 이야기는 과연 그녀가 어떤 어린시절을 보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나갔고, 책의 마지막장을 읽을 즈음에는 어쩐지 루미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2권에서 계속'이라는 글을 보기 전까지 설마,라는 감정과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맞물리면서 괜한 짜증이 났었다. 한꺼번에 쌓아놓고 이 시리즈를 읽어야 하는데! 라고 하면서.
'피처럼 붉다'의 뒷 이야기인 '눈처럼 희다'를 읽으면 또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도 궁금해지는데 지금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뒷 이야기를 읽고 싶어질뿐이다.
"입술에서 그 이름이 맴돌고 있다. 그녀가 숱하게 속삭이고, 또 울부짖던 이름. 아직은 그를 잊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어쩌면 영원히 이렇게 살게 될지도 모른다. ...... 동화는 그렇게 시작되지 않는다. 다른 밝고 유쾌한 이야기들은 어떤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