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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제주 - 깐깐한 제주 언니들이 꼼꼼히 알려 주는
노송이.안주희 지음 / 책밥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왠지 '진짜'라는 수식어구가 있으면 진짜가 아닌 것을 은근슬쩍 덮어보려고 덧붙이는건가? 라는 쓸데없는 의심을 먼저 해보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진짜 제주, 라는 제목이 딱 어울리는 그런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더하거나 빼거나 과장되는 것 없이 제주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딱 그만큼.
아니, 물론 나 역시 책에 나와있는 곳을 모두 가보지는 못했기때문에 완벽하게 그렇다 라고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이미 가봤고 알고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다는 뜻이다. 16개의 테마로 나뉘어진 42개의 이색 코스,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그냥 내가 볼때는 제주를 일주하고 - 일주라는 것은 제주가 섬이기 때문에 해안도로를 따라서 둘레를 한바퀴 돈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중산간 도로를 넘나들며 제주의 곳곳에 숨어있는 자연의 명소를 찾아서 소개해 주고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서울에서 지내다가 제주에 온 친구와 점심을 먹는데, 오랫만에 왔지만 이곳은 변한 듯 변하지 않고 그저 늙어가는 시간의 흐름만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상권이 많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번화가라 할 수 있는 원도심의 중심가를 걷는데 왜 늙었구나 라는 느낌을 갖게 되는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번듯한 새 건물들이 세워진다고 해도 그 사이사이에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건물들, 그리고 사람들이 있어서, 대도시처럼 번쩍거리는 고층빌딩이 아니라 아담한 단층 건물들이 많이 있어서 어쩌면 옛도시같은 정겨움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제주에 오면 낮에는 관광지를 돌지만 저녁에는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답답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얼마전 지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갔다가 새로운 풍경을 봤다. 그곳에서는 저녁에 고기파티를 원하면 기본 밥, 반찬과 연료를 한끼 식사비로 제하고 본인이 원하는 고기를 사들고 와서 그날 숙소에 모인 사람들과 야외 만찬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갔을때도 마침 옆 숙박객들이 식사를 한다고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는데 각자 하루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모습이 꽤 정겹고 보기 좋았다.
제주에 혼자 여행을 와서 오름을 걷고 트레킹을 하고 저녁에 숙소에 들어가는 일정만 생각하면 왠지 밋밋해보일지 모르겠지만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숨결을 느낄 수있는 제주의 곳곳을 여행하고 저녁에는 여행자들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것이야말로 자연과 더불어 하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여행을 하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진짜 제주'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처음 책을 펼쳐들때는 그저 무심코 책장을 넘기기만 했었는데 -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풍경이 일상적이고 그리 특별하지도 않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왠지 익숙한 풍경들에 그리 큰 감흥없이 책장을 넘긴 것은 사실이다. - 계속 책을 읽다보니 이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음을 새삼 축복이라 생각하게 된다.
좀 더 이쁜 풍경도 있는데.. 이곳이 이렇게 감탄할만큼 아름다운 곳이던가?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일년 열두달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한 제주의 풍경을 어찌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진짜 제주에는 정말 빠진 곳 없이 꼼꼼하게 제주의 곳곳을 다 담아놨으니 책을 참고서 삼아 제주의 진짜 모습은 직접 보고 느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