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으로는 이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2005,6년부터 제주도 서귀포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마을 주민들이 반대투쟁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그 의도가 담겨있는 정치경제, 군사적인 목적을 어렴풋이 잡을 수 있게 된 것이 말이지요. 

아, 첫마디부터 이말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사실 어제 한시쯤 잠자려고 누웠는데 잠결인지 꿈결인지 쨍그랑 소리가 나고, 뭔가 도둑이 든 것 같기도 하고... 꿈이려니 하며 잠이 들려고 하는데 이번엔 더 크게 와장창 소리가 나서 불켜고 봤더니 다행히(!) 도둑은 아니고 집 지을때 같이 만들었던 부엌의 싱크대 선반이 무너져 내린거였습니다. 시간을 봤더니 두시... 그때부터 잠을 설쳐버려서 지금 제정신이 아니구만요. 

아무것도 못할것 같아서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를 할까.. 싶었는데, 역시 지금의 정신상태로는 살짝 무리인거같습니다. 

http://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791  

어제는 뉴스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장에서 멸종위기인 제주 새뱅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물론 제주 새뱅이뿐이겠습니까.  작년엔가... 기자들까지 끌고 바다속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정말 아름다운 산호군락지를 발견했는데도 바다에서 나오자마자 아무것도 못봤다는 거짓말을 한 해군측 얘기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해군측은 이런 일들을 모두 조작이라고 하겠지요?  편견을 갖기는 싫지만 역시 군인은 좋아할수가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강정마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미 우리에게는 너무도 오랜 시간동안 상처를 준 이야기들인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제주 강정마을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군사시설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현실이 조금 슬프기도 했습니다. 

군사시설이 들어오면 경제적인 이득이니 동북아의 정치적 영향력이니 뭐니 다 필요없이 주민 생활환경이 나빠지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하신다는 나이 많으신 신부님에서부터 제주 환경을 위해 군사기지 결사반대를 외치는 환경운동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한 마음으로 반태투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문득 혹시 제 서재에 오시는 몇 안되는 분이지만 그 누군가도 이걸 모르고 있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많은 일이 수년동안 있었습니다. 아는 분이 몸을 다쳐 얼굴을 꿰매는 수술까지 하는 일이 있었고 수녀님들이 유치장에서 하루를 넘기고 새벽에 나오는 일까지 있었지요. 대부분 훈방조치 될 사안인데 일부러 잡아가둔것이었지요. 

가장 마음아팠던 것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삶이 황폐해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제주는 워낙 좁은 지역이라 친족문화가 강합니다. 한 마을에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일가 친척들이 해군기지로 인해 서로 불신하고 싸우게 되어버리니 그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지요. 어느 한 분이 4.3때도 이러지는 않았다,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마음이 먹먹해져서.... 

제주 4.3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사건이었는지는 아시지요? 한국의 제노사이드라 할 수 있는 그 대학살의 시기보다 더한 고통을 받는 느낌이라니.... 

 

......... 어제는 세계7대자연경관 어쩌구 하면서 백일전 축제를 하더군요. 소녀시대도 나오고... 포털 메인에 나왔던 JYJ 출연 취소 관련된 바로 그 방송입니다. 포털 메인에 뜨니 이런 기사는 관심이 없어도 저절로 알게 되는거겠지요?
지금 바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를 검색해 보세요. 아주 많은 걸 알게 됩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군사시설을 만들려는 국가가 '평화의 섬 제주'를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만들려는 아이러니를 어찌 봐야하는지요. 세상이 미쳐가고 있는걸까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자그마한 힘이 되어주시길. 당신들의 관심과 해군기지 반대 의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깔끔히 정리된 글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제 성격인지라... 강정마을 관련 기사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꼭 찾아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제동도 읽고 있던 책의 제목처럼 '분노하라',를 외치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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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1-07-21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정마을이 파괴되지 않고 사람들이 다시 평화를 찾았으면 합니다...폭염 속에서 힘든 싸움을 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chika 2011-07-21 13:17   좋아요 0 | URL
네. 강정마을 주민 모두가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꼬마요정 2011-07-2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해결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4대강도 그렇고 제주해군기지도 그렇고 그럼 아예 자연경관이 아름답니 세계7대자연경관이니 자랑질을 말든지.. 겉 다르고 속 다르고 자기들 이익만 챙기는 사람들 때문에 순박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내몰리니 안타깝습니다. 저도 해군기지 결사반대!!!

chika 2011-07-21 23:19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고맙습니다.
우리는 해군기지 결사반대!! ^^
 

 

책장을 짜맞췄다. 거금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이제 드디어 내 방에 쌓여있던 수십권의 책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주문하고 배송된 박스 그대로 해를 넘기고 있는 책들도 이 여름이 가기 전에 햇빛을 보게 될 날이 오겠어! 

 

 

책들밑에 깔려있어 차마 꺼낼엄두가 나지 않던 강철의 연금술사도 떠억하니 꺼내놓고. 

일단 마구잡이로 바닥에 쌓여있던 책들만 집어들어 대충 꽂아뒀는데 공간활용을 위해 책을 이중으로 넣을 깊이로 만들다보니 책을 잘 꽂아야만 한다. 지난번 집 정리할 때는 정신없이 꽂아넣어서 지금 어떤 책이 어느공간에 들어가있는지 전혀 알수가 없다. 더구나 이제 기억력도 쇠퇴해가고 있으니 더...  

가구점 아저씨는 책장을 저렇게 만들면 안쪽의 책은 못보겠다며 안타까워하지만 어쩔건가 공간이 없는걸. 폼나게 책을 전시해두고 우아하게 한 권씩 빼들면서 책읽기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면 내 처지에 맞게 즐겨라!일뿐이야.

아무튼 다 읽은 한국소설, 외국소설, 에세이와 예술서, 인문서... 대충 이런식으로 칸을 나눠서 안쪽으로 집어넣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은 눈높이에 맞는 칸에 꺼내기 쉽게.
이런 대략적인 기준을 갖고 책을 담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다. 책 크기도 완전히 들쑥날쑥이고.
방과 마루에 있는 책장에 큰판형의 책이 들어갈 공간이 많으니 이번에 맞춘 책장은 보통 판형이 들어갈만한 최소한의 높이로 최대한 많은 책이 들어가게 했는데 어림잡아 천권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맘이 편하다.
물론 지금 사무실에 쌓여있는 책을 들고 가면 빈공간이 더 화악 줄어들어버리긴 하겠지만. 이제는 저 책장이 넘치지 않도록 소장용책을 조절해야지. 동네책까페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싸안고 있었는데 조금씩 그 생각도 바뀌고 있고. 내 취향이 아닌 책은 더구나 구입하지 않을 생각에 먼지쌓이도록 보관하고 있었던 것들도 이제는 생각을 바꿔 선물하거나 기증하는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방에 쌓여있던 책을 치우니 내 방이 갑자기 마구 넓어진 것 같아 좀 이상하기도 해. 그냥, 좋다는 뜻인게지.
읽지않고 사재기만 해 둔 책들도 엄청 많은걸 새삼 느끼고 있고.
사무실에 박스채 쌓여있는 책들도 다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니 그 양이 더 늘어날뿐이고.
조금씩조금씩 책을 빼내기도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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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07-1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 새로 맞추셨네요! 기분 좋으시겠다~~ㅎㅎ집도 한결 깔끔해졌겠어요?
우리집은 완전 깔끔하답니다. 책을 없애니 책장도 필요없어져서 다 버렸거든요ㅋㅋㅋ

chika 2011-07-17 16:51   좋아요 0 | URL
기분은 좋아요! 한결 깔끔해진 집 분위기는...아닌 듯 하지만. ㅎ
앉은뱅이 책상과 컴퓨터 책상위까지 말끔히 정리하고 나면 내 방이 훨씬 넓어질 것 같기는 해요. 지금 더워서 그냥 두는 게으름을....ㅎ

그나저나 책과 책장 모두 없앴다니 대단하세요! ^^
 

잠깐 정신을 놨었나봐. 

서재브리핑에 '슬리퍼'라고 떠 있으니, 어 만두언니가 페이퍼썼네,하며 새창을 열었다. 

이걸 차마 덧글로 쓰지 못하고 여기 와서 긁적거리고 있다.  

분명 만두언니라면 오늘 만순이가...하며 페이퍼 올렸겠지? 그러면 다들 재밌다고 깜빡거리며 잊어버리고 실수했던 자기 경험담들을 털어놓으며 한바탕 웃음넘치는 서재가 되었을테고. 

계속 우울한 소설들만 읽어서, 안그래도 웃을일이 없는데 더 우울해지는 것 같네.  

내일은 행복해질 것 같은 글을 읽어야겠어. 근데 뭐가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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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6-15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찌뽕~... 그래서 슬퍼요.
 

  • 오늘 19, 총 156789 방문

  •  

     

    ============================================= 너무 졸려 커피를 마셔야겠다, 하고 잠깐 서재에 들어왔는데. 

    이 기록을 내가 잡았으니 나를 위한 책선물을 해야겠군. 장바구니 채우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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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인 2011-06-0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28, 총 156798 방문

    조선인 2011-06-0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89만 뒤집혔네요. ^^

    글샘 2011-06-0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56789되면 제가 선물을 해 드릴게요. ^^

    chika 2011-06-0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조선인님 고맙습니다! ^^

    글샘님, 그날이 올때가지 저도 그렇지만 글샘님도.. 지금의 알라디너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서재를 가꿔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성대한 잔치를... ^^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마음, 지혜가 없다면. 제대로 알지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할 것. 

    오랜세월 했던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관두기로 결심한 것도 그때문이었는데.  

    2년전 내가 받는 스트레스를, 그러니까 나 혼자의 일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하지 않는 일들로 인해 수녀에게 한바탕 욕을 듣고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자 동료교사들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풀 수 밖에 없는 나의 대응이 한심해 그걸 견뎌낼 수 있는 사람에게 모든 걸 떠넘겨버리고 교리교사를 관둬버렸었다. 그걸 얘기하면 본당수녀님을 욕하는것밖에 안되어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느끼고 있는 어른 교사 두분에게만 말씀드리고 말았었지. 사실 한두달은 주임신부님께도 죄송하고 책임감없는 사람으로 비춰져 속이 상한것도 사실이었지만. 

    물론 두어달쯤 뒤 다른 선생님을 통해 모든 사정을 들으신 주임신부님께서 오히려 내게 시간을 주시고 성급히 내린 나의 잘못된 행동도 다 이해해주시고 내가 다시 교리교사가 되기를 기다려주셔서 다행이었지. 

    그런데. 

    작년. 또 일이 이상하게 꼬여 교리교사를 못하게 되었고 올해는 더욱더 엉망으로 일이 꼬여 교리교사를 못했다.
    신부님, 수녀님, 다른 교리선생님들 앞에서는 대표교사가 내게 다시 교리교사를 청하겠다고 말하고서는 내게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대표교사가 나를 회피하고 있다고 느꼈고 완전히 마음을 접은 후, 내게 많은 기회를 주셨던 주임신부님께는 내가 더이상 욕먹을 만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  대표교사가 나를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올해는 교사를 하지 못할것같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대표교사는 나를 설득했지만 내가 모두의 말을 무시하고 교사를 안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주임신부님은 현재 대표교사의 자질에 대해 의심하고 있던터라 내게 별말씀 없이 막바로 보좌신부에게 나를 꼭 교리교사 하게 해야한다고 말씀을 하셨고, 지난 2년여간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보좌신부는 또 나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고. 

    나는.... 정말 아이들이 좋아서 오랫동안 교리교사를 했던 것밖에 없는데 왜 그것과는 상관없이 다른 관계들때문에 계속 오해를 받고 힘들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보좌신부에게 그간의 일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는 대표교사가 좀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사를 하지 않으려고 했을뿐이라고 말을 했고 ... 결론은 주임신부님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고 보좌신부는 그 의향에 따라 내가 교리교사를 하면서 관계들을 잘 풀고 교사회에도 도움이 되주었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고 나는 기꺼이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한달전부터 교리교사 활동을 시작했다. 

    한달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대표교사와는 조직내에서 일로도 실망을 하고, 그 품성에 대해서도 실망을 했고 이제는 감정마저 완전히 틀어져버렸다. 더구나. 엊그제는 드디어 지도수녀와도 일이 터졌다. 작년에 내가 2학기부터 교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주일학교에 왔는데, 지도신부와 지도 수녀에게 먼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욕을 먹었더랬다. 내 입장에서는 대표교사에게 그 얘기를 전했고, 지도신부와 수녀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인사시키는 것은 대표교사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나의 잘못이라고, 오랫동안 교사를 했던 사람이 절차도 모른다며 막말을 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일학교 대표교사에게 의사전달을 했으면 그 다음은 이미 조직되어 있는 그들의 문제인 것 아닌가 말이다.  

    아, 어쨌거나 작년에 그렇게 자기에게 먼저 얘기하지 않았다고 승질을 부렸던 지도 수녀가 엊그제 교사회의에서 나보고 작년에 수녀원으로 직접 전화해서 교사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으면서 중간에 교사를 하게 되어 여름신앙학교도 개인사정으로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막 뭐라 하는거다. 공적인 회의에서 할 얘기는 아닌것같아 회의가 끝나고 말씀드린다고 하고 나중에 수녀를 찾아갔는데, 사무실에서 조심스럽게 '수녀님, 바쁘신가요?'했더니 눈도 안마주치면서 '바빠요'하고 횡하니 지나친다. 그러다 갑자기 분이 터지는지 다시 홱 돌아서더니 먼저 말을 꺼낸다. 내가 전화한걸 정확히 기억한다고. 

    작년엔 말도 하지 않았다고 욕을 해대더니, 올해는 내가 작년에 전화를 걸어 교사하고 싶다는 얘길 했다고 사람을 잡는다. 정말 어이없었지만 전화를 한 당사자는 내가 아니라고, 혹시 다른 교사와 착각하시는거 아니냐고 말을 하는데 아주 단호하게 자신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 내가 아니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나와 얘기할때는 모든 걸 다 기록해놔야겠다고 말을 끊는거다. 아, 상대할 가치가 없는. 

    오해가 풀리면 그냥 에피소드로 넘기려고 했는데 이건 완전 막장인격도 아니고. 이렇게 벽을 쌓아놓고 자기 선입견으로 자기얘기만 하는 사람과 뭐하고 있나, 싶어 대화의 시도를 멈춰버렸다. 한달동안 대표교사와의 일도 있었고, 그날 교사회의에 지난 주 행사평가를 하면서 대표교사가 내게 아무런 역할분담도 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아이들을 챙기며 종일 행사장에서 함께 했는데 평가는 '나이든 선생님도 함께 했으면'...이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함께 하지 않은 선생님들에 대한 것도 아니고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지들이 함께 하자는 얘기를 꺼내지도 않아 눈에 보이지 않는 왕따를 당하는것도 모른척하면서 하루종일 고생했는데 그따위 평가나 하고 있으니, 내가 교리교사를 할 의미를 못느끼겠다. 행사전 준비회의를 하면서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여러가지를 얘기했음에도 그건 하나도 귀기울이지 않고 무시하더니. 그래서 당일 남학생들이 지도교사도 없이 얼쩡대고 있는 걸 내가 인솔하고, 내가 경기참가하지 않는 학생들을 챙겨줄 담당 교사가 필요하지 않냐고 할때도 경기에 뛰지 않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으니 그런거 필요없다고 단언을 하더니 당일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은 그 교사들의 눈밖에 난 버려진 자식들처럼 겉돌고 있었고, 그 아이들을 위해 줄다리기 같은 단체경기에라도 집어넣을 수 있는 권한이 내게는 없음이 한스러웠을뿐이다. 매시간마다 걔네들 옆에서 간식챙겨주고 자꾸 말을 건네주면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었을뿐. 

    그런데 그런 내게 지도수녀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것처럼 보이는 건 당연한거 아니냐고 했다. 교사회에서 최고연장자인 선생님이 계신데 그분하고 내가 둘이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다른 선생님은 왔다갔다 뛰어다니며 고생하는데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앉아있는것처럼 보이는건 당연하다고. 내가 그 선생님하고 둘이 나란히 앉아있었던건 전체가 다 모여 응원할때와 밥 먹을때뿐이었는데? 그렇게 따진다면 내가 본 수녀님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다 나눠주지 않은 간식을 혼자 욕심쟁이처럼 먹던 모습과 아이스크림 못먹은 애들을 챙겨주려고 내가 아이스크림을 꺼내려하니까 다 줬는데 왜 또 아이스크림을 꺼내냐며 구박하던 모습뿐인데? 냉장고도 아니고 아이스박스에서 녹히는것보다 원하는 애들에게 다 나눠주는 것이 좋을뿐더러 먹지 못한 아이들이 달라고 해서 꺼내주는데 교사에게 그걸 꺼낸다고 구박하다니. 내가 하나라도 먹으려고 집어들었으면 하는 일 없이 처먹기나 한다고 했을까? 떠올리다보니 감정이 슬슬 올라오고 있다. 

    징하게 일기를 한번 써봐야지 하고 앉았는데 이건 그냥 감정풀이일뿐인것 같다. 아니지. 이렇게라도 풀어놔야 내 속이 좀 풀릴 것 같으니 헛된 뻘짓은 아닐꺼야. 

    대표교사뿐 아니라 지도수녀의 태도, 동료교사들의 태도와 마음,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내 마음 역시 이젠 완전히 닫혀서 더이상 교리교사를 할 의미가 없다. 교사회에 나의 경험들이 도움이 될까 싶어 함께 했지만 회의에서 내 말은 무시되고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 결정이 난 일들조차 대표교사가 자기 맘대로 바꿔버리는 상황에서 나는 그들의 변화를 위해 애쓰고 싶은 마음이 없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 투쟁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애정이 있고 그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데. 내가 교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마음은 전혀없다. 그럴만한 가치도 못느끼고 그 가치없는 일에 내 시간과 마음을 투자할 필요가 없으니. 당장 교사회를 관둬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문제는. 

    그런 이야기를 주임신부님께 했는데, 주임신부님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함께 해야한다고 하신다는거다. 내가 말씀드린 내용들을 어느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걸 바꿔보려고 나를 굳이 교사에 추천하셨다는거다. 그리고 보좌신부와 다시 얘기하라고만 하시고는 면담을 끝냈다. 나는 솔직히 주임신부님의 눈밖에 나고 싶지 않아서 모든 걸 말씀드리고 이해를 받은다음 깔끔하게 교사회를 관둘 생각이었는데 뭔가 꼬였다. 

    더구나 주임신부님과 면담하는 걸 지나가며 본 수녀가 또 당장 내게 전화를 한거다. 전화통화는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그런거다. 자기하고의 문제거나 교사회 내에서의 문제라면 당사자와 얘기를 해야지 왜 주임신부님께 말씀을 드려서 일을 크게 만드냐고. 또 어이가 없어진다. 내가 하지도 않은 전화를 했다고 우기면서 나와는 더 이상 얘기할것이 없다는 식으로 대화를 일방적으로 끝내고 가버린게 누군데 또 자기하고 얘길 안했다고 화를 내냐. 그러면서 당신은 또 있는그대로 주임신부님께 말씀드린댄다. 제발 그래주시라. 있는 그대로. 당사자가 전화건적도 없다고 하는데 계속 거짓말 말라고 우기는 짓 같은 건 하지 마시고.  

    지도 수녀의 표현대로 내가 일을 크게 만든거라면 기왕에 터진거 확실하게 다 까발리고 관두면 나도 편하지 뭐. 내가 교리교사 하고 싶어 환장한것도 아니고. 처음엔 조금 쓸쓸한 기분도 들었지만 이제 2년이 지나고 있으니 나도 교리교사 안하고 주일날 하루종일 쉴 수 있어 편할뿐이야. 내가 아쉬운게 뭐 있다고 싸우고 욕먹고 시간뺏기고 휴일 쉬지도 못하면서 교리교사를 하겠냐. 그래, 사목은 당신들의 일이니 당신들이 알아서 하시라. 나는 내 얄팍한 신앙이나 지켜야겠다. 아니, 뭐 얄팍하다고 할만한 신앙도 없지만. 

     

    이 모든걸 알지 못하는 사람의 눈에는 내가, 한달동안 반짝하고 교사한다고 설치다가 뜬금없이 관둬버리는 무책임하고 경솔한 사람으로 보이겠지. 나는 성당이라는 곳에서도 얼마나 많이 사람들을 씹어대고 헐뜯는지 알고 있기때문에 내가 무수히 뜯길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뭐 어쩔건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성당에서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밖에. 

    진실을 알지 못한다면 제발 침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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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07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