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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 동자승 이야기
정성우 외 글, 최옥수 외 사진 / 고요아침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책 발간이 있은 후 얼마 돼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신문에 실린 책 소개를 보고서였다. 그러나, 정신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이 책을 잠시 잊고 지냈다. 그러던 중, 이 책의 소식을 다시 접한 것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큰 스님을 만나러 동승들이 떠난 이야기를 신문을 통해 다시 한번 접하고 나서, 책 읽을 욕심을 세웠다. 그러나, 인연이란 정해진 때가 있는 것이어서인지, 수중에 돈이 없거나, 피치못할 외부적 환경 때문에, 최근에야 읽었다.
책을 펼친 후 가졌던 단상 몇 가지. 처음 든 생각. 뒷날개를 보고, 홍길동의 생가 터가 이쯤에 있구나 하는 감탄. 실존 인물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가 터가 남아있다는 것은, 왠지, 시대를 거슬러 홍길동의 시대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 이율곡의 생가를 가서 받았던 감동도 함께 떠올랐다. 이곳에 한번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음에 든 생각은 세상이 참 좁다는 것이다. 아니 점점 좁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네트워크 안에서의 서로의 관계에 대한, 뛰어난 통찰이 엿보인 링크’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여섯단계라는 것이 있다. 세상의 어떤 사람과도 6명의 사람을 통하면, 그와 연결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과 나의 연결 고리는 몇 단계를 거치면, 연결되는가. 계산해 보자. 대학을 다닐 때, 알고 지냈던 교수는 분명 나란 존재를 알고 있다. 그 교수는 당연히도, 총장과 안면식이 있다. 총장이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다면(혹은 교육부 장관과 아는 사이거나) 나는 대통령과 교수, 총장(and 장관)이라는 연결고리를 거쳐, 3단계(or 4단계) 떨어져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나를 놀랍게 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은 정말로 좁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동승과 나의 인연은 몇 단계로 인연이 닿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분명 내가 모르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몇 단계 안에 동승과 연결될 것이란 묘한 믿음을 가진다. 그러나, 그런 막무가내식 믿음보다 더 확실히 다가오는 것은, 매체를 통한 동승과의 만남이다. 물론 동자승들은 날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안다. 성철, 대한, 병기, 정석, 성근, 석철, 성진 이라는 일곱 분의 동자스님을•••.동승들도 만화를 보기 위해 항상 앉는 tv, 신문, 그리고, 책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옆에서 지켜보는 보살들처럼,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다.
또한, 이 서평을 씀으로서,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이들과의 인연을 다른 이들이 만드는데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연결될 징검다리가 많아졌다는 생각은 세상이 더욱 좁아졌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으리란 믿음음 가지게 한다. 이전에,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도, 세상을 좁게 바라보며, 서로에 대해 관심과 이해를 가질 수 있는 사고의 여유를 주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책은 동승의 사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 면을 차지한 사진에, 다른 한 면에 그 사진과 어울리는 글들이 있어, 사진을 한번 더 들여다보게 한다. 사진이 아기 스님들의 일상 속에 스며든, 천진난만한 모습을 잘 담아내었다면, 글은, 이들 아기스님들을 따스하게 보듬는다. 저자들이 동자승들과 함께 생활을 하여서인지, 글에 담겨있는 동자승에 대한 감정이, 동자승의 순수한 얼굴과 겹쳐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저자들은, 세속의 삶에, 생의 반 이상을 지내온 이들이다. 그들은 동승들이 세월과 함께 성장함에 따라, 세속의 괴로움에 물들 것을 염려한다. 고드름을 먹을 수 있는 곳에 사는 이들 깨끗한 동승들은, 주변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악함이 없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정겹다. 강아지가 정겹고, 장독대가 정겨우며, 고드름이 정겨우며, 빠진 앞니가 정겹다. 이런 자연 속에서 커온 동승의 얼굴 속에서, 순수함을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