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을 2005년 여름 시고쿠에서 읽었다. 숙소는 화장실도 공용, 욕실도 공중탕이어서 밤에 이 으스스한 책을 읽다가 화장실에 가려면 유카타 차림으로 어두운 복도를 지나다녀야 했다. 현장 독서의 맛! 어쩌다보니 또 일본에 오면서 교고쿠 나츠히도를 들고 왔다. 이곳도 역시 공용 화장실에 공중탕이지만, 훨씬 현대식 건물이라 분위기는 밝고 쾌적하다. 이 소설도 역시 그러하다. 단편이라서 그런지 훨씬 깔끔하고 분위기도 칙칙하게 늘어지지 않는다. 요괴와 인간, 산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이 뒤섞인,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애매한 요령부득인 상태로 독자를 끌고 다니는 교고쿠 나츠히도의 작품이 너무 길어지면 다소 피곤하기도 했는데 훨씬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교고쿠 나츠히도의 작품에서 정말로 요괴가 나온 적은 없는 것 같다. 요괴가 사는 곳은 인간의 마음 속일 따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