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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과연 저들처럼 눈이 멀게 될까. 대체 어떤 이유로 나는 지금까지 눈이 멀지 않은 걸까. 그녀는 피곤한 표정으로 두 손을들어올려 머리카락을 풀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곧 우리 몸에서 나는 악취가 코를 찌를 거야. 그때 한숨 소리가 들렸다.
신음, 처음에는 숨을 죽인 가운데 시작된 아주 작은 울음소리, 언어처럼 들리는 소리, 언어여야 하는 소리. 그러나 언어의 의미는 점점 높아지는 소리에 묻혀 사라져버렸다.
그 소리는 외침으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마침내 무겁게 씩씩거리는 숨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P.137
그들은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어린아이들처럼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이 사람들을 실망시킨다면,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었음에도 불구하고그럭저럭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무엇에는 익숙해진다는 것, 특히 사람이기를 포기했을 경우에는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려면, 그녀 역시 눈이멀어야 했다. 물론 그들은 아직 사람이기를 포기할 지경에는이르지 않았지만, 이제 엄마를 찾지 않는 사팔뜨기 소년도 조건에 익숙해지는 사람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p.316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의사의 아내는 일어나 창으로 갔다. 그녀는 쓰레기로 가득찬 거리, 그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노래부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이어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모든것이 하얗게 보였다. 내 차례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눈길을 얼른 아래로 돌렸다. 도시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P.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