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엄마랑 종로5가엘 갔다왔다.

종로5가는 대형 약국들이 모여 있는 곳. 약값이 동네보다 많이 저렴한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난 1년에 몇 번은 엄마에게 약을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하고 엄마는 기꺼이 종로5가로 가서

애들 눈영양제랑 아버지 드실 종합비타민등을 사오시곤 했다.

며칠전 문득 애들 눈영양제를 찾아보니 지금 먹고 있는 약 말고는 여분이 없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날 풀리면 종로에 다녀오자고 했고 그래서 어제 엄마랑 오랜만에 나들이를 했다.

 

난 내가 생각하기에도 살가운 딸이 아니다.

차라리 무뚝뚝한 편에 속하는데 여지껏 엄마랑 다니면서 팔짱을 끼고 다닌다든지

엄마랑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재잘재잘 떠들어본 기억이 없다.

딸랑 할 말만 하고 끊는 재미 없는 딸이다.

 

(팔짱을 끼는 문제에 대해서는 엄마뿐만 아니고 친구들이랑도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들 입장에선 웃긴 이야기가 될지 모르는데, 난 여자들하곤 팔짱 안낀다.

남자하고만 팔짱을 낀다. 그렇다고 친구가 먼저 팔짱을 끼어 오는걸 풀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내게 팔짱을 끼어오면 꼬~옥 눌러주는 기본 예의는 지키는데

내가 먼저 여자에게 팔짱을 끼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건 남자에게만 국한된 일이다)

 

산본역은 지상에 있는 역이라서 지하철을 타려면 몇 층을 올라가야 한다.

엄마는 조금이라도 편하게 올라가는 길을 나름대로 모색해 뒀는데

그게 산본역사 건물에 있는 뉴코아 아울렛 내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개찰구가 있는 3층까지

올라와서 거기서 표를 내고 들어가 한 층 더 올라가는 방법이었다.

나는 엄마가 이끄는대로 쫒아가 개찰구까지 왔는데 지하철이 오려면 아직 5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 쪽가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갈까 물으니 그냥 걸어 올라가시겠단다.

4호선을 타고 금정에서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금정역엘 내려보니 1호선쪽으로

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 금방 갔나봐. 좀 있어야 오겠네..

5분 조금 더 기다리니 1호선이 왔고 1호선엘 타니 마침 두 자리가 있어서 엄마랑 나란히 앉았다.

 

우리집에서 종로5가엘 가자면 지하철만 1시간 가량을 타야 한다.

집을 나서기 전 난 당연히 가방에 책을 넣었고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자리에 앉자

난 당연하다는듯 책을 펼쳐 읽었는데 옆에서 엄마는 그런 내게 자꾸 말을 걸어 왔다.

 

저 앞에 나이 든 여자는 내가 결혼전에 알던 여자랑 닮았어

재는 왜 저렇게 입고 다니니? 추워 보여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들 다 중국제야. 좋은거 없어

아버지가 어제 밤에...

 

난 책을 읽으면서 성의 없이 건성건성 대답했고, 그러다 보니 책에 집중할수 없었다.

나중엔 책을 읽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기만 했고 더 나중엔 아예 책을 가방에 넣어 버렸다.

 

종로5가에 내려서 엄마는 계단으로 올라가겠다고 했다.

저 쪽에 보니 엘리베이터가 있길래 저거 타지 그래? 하니 그냥 걷겠단다.

엄마는 올해 82세. 여느 노인네분들과 같이 무릎이 아프시다.

플렛홈에서 개찰구까지 한 층을 걸어 올라오시니 아무래도 힘드시지..

그래서 개찰구가 있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올땐 억지로 엘리베이터를 타게 했다.

 

그런데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들이 대부분 드렇듯이 속도도 느리고 크기도 작다.

난 걸어 올라갈테니 위에서 보자 했더니 엄마가 넌 여기 처음이라서 어딘지 모르잖아,

하시며 나까지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태워 타긴 했는데 다 노인분들만 타셔서 참 민망했다.

 

한 층 위, 지상으로 올라와 평소 엄마가 다니던 약국을 찾아서 내가 필요한 약들을 구입하고

엄마한테 점심 먹고 가자, 내가 사줄때 먹지? 하며 점심 먹길 권했는데

엄마는 이런데는 뜨내기 손님만 상대해서 맛이 없어,

광장시장에서 아버지 드릴 누른고기만 사서 집에 가서 먹자고 하신다.

수제비 반죽 해 뒀으니 그거 먹어야 한다며 극구 사양을 하셨다.

그래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종로5가를 떠난 시간이 1시 50분이었다.

아침을 안 먹은 난 배가 고팠지만 그냥 왔다.

엄마표 수제비를 먹으려고.

 

지하철을 타러 다시 지하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노인분들이 많이 기다리고 계셨다.

엄마는 화장실에 갔다 가야 겠다고 하셨는데 엄마한테 난 지하에 내려가 있을테니 엄마는 타고 내려오라고, 엘리베이터 앞에 있겠다고 했다.

엄마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난 엘리베이터 앞에 있겠다고 했다.

막 뛰어서 지하로 내려와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으니 곧 엄마가 탄 엘리베이터가 내려와서

문을 여는데 10여명이 내린다. 어휴.. 안 타길 잘 했네..

화장실 저깄어, 하고 내려오면서 봐 둔 화장실 이정표 방향으로 가는데

엄마가 가는 중간에 화장실 여기야 하며 멈추신다. 그런데 그 곳은 한참 공사중이었다.

공사중이네. 저기 화장실 표시 있으니까 저~기로 가야겠다,고 엄마를 데리고

100m정도를 가서 난 누른고기를 들고 화장실 밖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엘 타니 자리가 한 자리밖에 없어서 엄마를 앉게하고 가방을 엄마한테 주고 그 앞에 서 있는데 두 정거장 지나니 옆옆 아저씨가 내렸고 엄마 바로 옆 아줌마가 옆으로 옮겨 주셔서 나란히 앉아서 금정까지 올 수 있었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선 아예 책을 꺼내지 않았다.

시청역을 지나면서는 여기 다시 리모델링 했나봐. 전엔 타일 벽에 침침한 분위기였는데..

남영역을 지나면서는 숙명여대 간판이 크네? 철길옆에 초중고가 다 있으니 저거 씨끄러워서 수업이 제대로 되기나 하겠어?

노량진역을 지나면서는 난 여기 노량진시장엔 한 번도 안 와봤어. 엄마는 저기서 30년전에 이모랑 이모부랑 셋이서 밥을 먹었는데 이모부가 밥을 사줘서 맛있게 먹었었어..

영등포역을 지나면서는 마포로 다닐땐 여기 참 징그럽게 다녔는데..

신도림역을 지나면서는 누구가 여기 살아. 신도림역이랑 구로역 사이 저기쯤 아파트에..

구로역을 지나면서는 인천 갈라면 여기서 갈라지지?

가산디지털단지역을 지나면서는 여기가 옛날 이름이 개봉이었나? 그러니 엄마가 아냐 가리봉역이야 하고 알려주셨다.

금천구청역을 지나면서 다음이 관악인가? 하니 엄마가 아냐 석수가 먼저야 하셔서 석수 다음에 안양인가 했더니 아냐 석수관악 다음에 안양이야 하셨다.

 

금정역에서 내려서 산본오는 차를 기다리는데 안내표지판을 보니 전역을 출발했다는 글이 보인다.

바로 오겠네, 했더니 엄마가 아유~ 착한것. 오래있지 않고 바로 와서 이쁘네 하신다.

금정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면 산본이 바로 다음 정류장이다.

앉을래? 했더니 한 정거장을 뭘 앉냐며 엄마는 출입문 앞으로 가서 서셨고 나도 그 옆에 가서 섰다.

 

집에 다 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엄마가 몇 시니 물어봐서 핸드폰을 꺼내 보니 3시 3분이다.

엄마네 집 현관문에 열쇠를 꽂아 돌리면서 밥 먹으러 와, 하시길래 알았어 대답하고 우리집으로

들어오니 벌써 지성이가 와 있었다.

가방을 내려 놓고 겉옷을 벗어 걸어 두고 핸드폰만 챙겨 바로 옆집으로 넘어가서 소파에 앉으니

엄마는 벌써 멸치국물을 데우고 김치랑 동치미랑 반찬 몇 가지만 꺼내놓고 수저까지 챙기고 계신다.

티비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으니 빨리 와서 먹으라 재촉하신다.

엄마가 끓여준 수제비를 한 숟갈 떠 먹으니 살짝 싱겁다.

싱거워, 하고 옆에있는 국간장을 반숟갈쯤 떠 넣고 휘휘 저어 먹어보니 그제야 간이 맞다.

천주교 신자인 엄마는 짧은 기도를 드리고 한 수저 떠 드셔보더니 마찬가지로 간장을 조금 넣고 드시기 시작하신다.

 

거 봐. 배고픈거 조금 참았다가 집에 와서 먹으면 편하잖아, 라고 엄마가 말하시곤

수제비가 조금 남았는데 너 더 먹어라, 하시는데 난 도저히 더 먹을수가 없었다.

못 먹어, 이따 정성이 오면 물어봐서 먹겠다고 하면 주지 뭐.

정성이는 수제비를 한 숟갈 먹어보더니 밀가루 덩어리 싫다고 해서 감자만 골라 먹이고

정성이 표현대로 밀가루 덩어리들은 결국 내가 먹어 치웠다.

 

 

작년즈음부터 부쩍 더 한 기분이다.

문득 엄마를 생각하면, 아니 엄마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생각하면 한없이 슬퍼진다.

꽃같이 고운 우리 엄마를 언제고 보내드려야 하는건 거스를수 없는 자연의 섭리인데,

아직 엄마가 돌아가신것도 아닌데 생각만으로도 난 슬퍼지고 눈물이 먼저 나려고 해서

아예 생각을 안하려고 하지만 문득문득 드는 생각은 어쩔수가 없다.

남들처럼 엄마랑 여행을 가본적도 없고 곰살맞게 굴어본적도 없는 딸인데

엄마는 종종 너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신다.

넌 딸이 없어서 불쌍해서 어쩌니, 하신다.

나야말로 엄마 없으면 어떻게 살까...?

엄마가 80이 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다.

엄마가 올해 환갑정도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가 앞으로도 몇 십년은 내 곁에 있을수 있다고 안심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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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02-07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살갑고 정겨운 딸 맞는 걸요. 미우니 고우니 해도, 역시 엄마가 내곁에 오래 계시기를 바라게 되죠.ㅠㅠ

무스탕 2014-02-10 11:35   좋아요 0 | URL
건조한 딸이에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아버지하고 다르게 엄마는 언제나 기쁨이면서 언제나 안스러움과 언제나 무장해제의 대상이더라구요.

순오기 2014-02-0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한편의 영화를 보듯... 총기 좋고 단정한 어머님 모습이 보여요.
여든둘이면 100세시대니까 앞으로도 함께 하실 날 많을거에요.^^

무스탕 2014-02-10 11:36   좋아요 0 | URL
울 엄마는 정말 순오기님 표현대로 총명하세요.
가끔 아직도 그런걸 기억해? 하고 놀랄때가 문득문득 있다니까요?!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같이 지내야 할텐데 말입니다...

울보 2014-02-0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많이 표현하시고 사랑하세요

무스탕 2014-02-10 11: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애들한테 하듯이 엄마한텐 왜 안되는걸까요?
울 애들도 특히 머시마들이라 저한텐 더 퍽퍽하게 굴텐데 제 노후가 은근 걱정스러운..;;

꿈꾸는섬 2014-02-1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서울 나갔다오기 정말 힘드셨겠어요. 제가 서울 나갈때 느끼는 감정이 확 나던걸요.
어머니 건강하셔서 또 무스탕님과 서울 다녀오시면 좋겠어요. 그때는 어머니께 말장단 잘 맞춰주세요.^^

무스탕 2014-02-12 16:20   좋아요 0 | URL
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30년을 살았고 여기 산본으로 이사온건 이제 20년도 안됐는데 이젠 서울이 싫어요.
어쩌다 서울 들어갈 일 있으면 피곤해요 -_-
엄마랑은 오래오래 정말 오래오래오래오래 싸우며 킬킬거리며 그렇게 지내 할텐데 말입니다..

같은하늘 2014-02-1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문든 마음이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엄마가 생각나서...
무스탕님이나 저나 아들들만 있으니 좋은 친구라도 만들어 놔야할듯~~^^

무스탕 2014-02-14 13:57   좋아요 0 | URL
엄마랑 아름다운 이별이란건 없는것 같아요.
엄마랑의 이별은 언제나 서운함과 아쉬움이죠.
아들만 둔 엄마들은 일단 퍽퍽한 생활은 보장받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죠 ㅠㅠ
며느리를 딸같이 대한다는 망언은 안하겠지만 사이좋게는 지내도록 해 봐야죠 ^^
 

1. 2014년 시작하면서 백수가 됐다.

작년까지 일하던 곳에선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업무종료 30일 전에 문서!로서 통보를 해줬지만

같이 일하던 직원들은 '내년에도 직원이 없을수는 없으니, 정식 직원은 아니더래도 뭔가 방법이

있을거야' 라며 나를 위로해 주면서 스스로들을 위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꼴랑 다섯 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한 명 만 남고 네명이 휙~ 바뀌는

대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으니, 지금 남은 한 명은 죽기 직전의 상태가 아닐까 싶은데..

 

작년까지 사무실 최고 대빵은 서울로 발령받아 가버리셨고,

사무실 두번째 대빵이 유일하게 남아서 고생중이시고,

세번째라 꼽을수 있는 아저씨도 당초 구두약속과 달리 재계약을 안해줘서 갑자기 실직자가 되셨고,

나이로 네번째라 밀어붙인 나도 떨어져 나갔고;;

막내는 계약직 2년만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서 성남으로 발령받아 갔는데,

 

올해부터 새로 발령받아 오신 최고 대빵은 여러가지 입장에서 내가 거론할 상대가 아니고,

두번째 대빵은 사무실에서 일하는걸 이야기 들어보자니 눈물이 먼저 앞을 가리고 ㅠㅠ

막내와 같은 조건으로 서울에서 근무하다 정식 직원이 되서 수원으로 온 직원은

하루아침에 넘버3가 되어버려 본인도 어리버리하다 하고 있고,

올 초 심사와 숙고끝네 뽑아온 아가씨(!) 둘은 업무를 모르는 메추리들이니 이거 참..

 

그 와중에 한 달 근무한 여직원 한 명이 그만 뒀다네?

그러게 잘 근무하고 있는 사람 어거지로 떨궈내고 무슨 부귀와 영화를 누리겠다고... 쯪쯪쯪...

 

 

2. 다음주 부터 또 계약직 근무를 시작한다.

탕이가 백수가 됐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다른 부서들에서 앞다퉈;; 러브콜이 밀려들었다.

(아.. 이 자뻑모드..;; 그런데 여기저기서 일하자고 손 내민건 사실이다. 수원 사무실에서뿐만 아니라 성남, 인천까지 소문이 나서 그곳에서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아.. 뻑이야.. ㅎㅎ)

 

수원 사무실 부서마다 계약직 근무하자 말은 많이 건넸지만

딱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부서들이 아니었기에 밍기적 거리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부서에서 올해 10월에 있을 전국규모의 행사 준비팀에서 같이 일하자고 제의가 왔다.

오호~! 그 일은 전에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서 답싹 물었다.

 

위에서 말한 '구두 계약과 달리 재계약을 안해줘서 갑자기 실직자가 된 세번째 아저씨'도

같은 팀에서 같이 일을 하기로 했기에 더 씐난다.

 

결론은 다음주 부터는 또 맨날 출근해서 일하는 모드로 전환된다는 이야기.

 

 

3. 다음주부터 일 할 팀에서 제의가 들어온게 1월 초이고, 2월부터 일하자고 잠정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이라 쉴 수(라고 쓰고 '놀 수' 라고 읽는다)있을때 맘껏 즐겨야 해! 해서 1월엔 영화를 보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1월에 다섯 편의 영화를 봤다. 그리고 마냥 놀 팔자는 아니어서 15일을 알바를 나갔다.

내일도 영화를 보고자 예매를 해 뒀는데, 그게 늦어도 한 참 늦은 '어바웃 타임' 이다.

극장에서 못 볼줄 알았는데 아직 상영을 해 주는 극장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예매했다.

 

 

4. 지성이는 다음주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공부라는것에 취미가 없는 아이라서 고등학교 진학도 실업계로 진학을 했는데,

역시 3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고 대학엔 안 가시겠단다.

그래서 수능도 안 치뤘고, 수시는 거들떠도 안봤다.

 

뭐 할래? 물으니 취업을 하겠단다. 먼저 알바부터 시작해서 사회물을 먹어보겠다는데

방학 내내 여한없이 놀기만 하더라 -_-;

 

한 살 많은 사촌형이 멀리 경상도까지 가서 한 달동안 알바를 했는데,

설 쇤다고 올라와서 이 틀 쉬고 토요일에 다시 내려갔다. 며칠 더 해야 한다고.

그래서 갈때 지성이도 데리고 가서 일하면 안될까 물었더니 답이 시원찮았다.. ㅠㅠ

 

자, 언제까지 놀고 먹을순 없고 길을 찾아보자, 아들아!

 

 

5. 쉬는(이라고 쓰고 '노는' 이라고 읽는다) 동안 영화를 많이 보겠다는 욕심과

사 놓고 쌓아두기만 한 책들을 읽자, 라는 쌍두욕심(읭? 뭔 말이야?)을 세워놓고

이것저것 눈에 띄는대로 손이 가는대로 읽어내고 있다.

 

요즘 잡고 있는 책은 신경숙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어제 밤에 '뱀도 먹은 년인데..' 를 읽고 혼자 한참 웃었다.

 

 

6. 애들 개학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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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2-0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고등학교 졸업이라고요? 지성이가 그렇게 나이가 많단 말입니까, 무스탕님? 세월 진짜 빠르네요.. 애들 자라는 얘기 들을때마다 그만큼 나도 늙어가고 있구나 싶어서 초조해져요 ㅠㅠ

어바웃 타임은 재밌어요. 무스탕님도 보시면 되게 좋아하실 것 같아요. 보고나면 기분도 좋아지니까 일 시작전의 선택한 영화로 제격인 것 같아요.

잘 지냅시다, 무스탕님. 두두둥-

무스탕 2014-02-05 21:33   좋아요 0 | URL
네. 고등학교 졸업이에요. 끔찍하여라.. @_@
지성이가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건 그만큼 내가 늙었다는 반증이니 어찌 끔찍하지 않겠어요. 어휴..

어바웃 타임 좋았어요.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했어요. 다만 영화를 보러 압구정까지 가야했던게 힘들었는데 극장 시설이 좋아서 용서가 됐어요 ^^

hnine 2014-02-0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를이 없어 댓글을 못달고 지나쳤었지만 근래에 영화 페이퍼 올리신 걸 보고 무스탕님이 혹시 휴가중이신가? 생각을 했더랍니다. 그동안 워낙 바쁘셨던걸 아니까요. 휴가는 휴가인셈이지요? 맘껏 누리세요. '러브콜'이란 말이 무스탕님을 참 능력자로 보이게 하고, 부럽게 해요 ^^
지성이의 저 소신, 와~ 요즘 정말 보기드문 소신입니다. 학교 졸업하고 자기 길을 찾는, 진짜 공부를 지금부터 시작하겠네요. 지성이에 대한 저의 관심이 열배 증폭했습니다.

무스탕 2014-02-05 21:39   좋아요 0 | URL
좀 긴 휴가를 얻었죠? ^^ 근데 휴가면 완전 놀아줘야 하는데 중간중간 생업전선을 뛰어당겼으니 이건 휴가도 아니고 백수도 아니고 뭣도 아니여.. -_-;
지성이의 성적은 나쁜편이 아닌데(차라리 좋은편에 속하죠) 이녀석이 실업계로 진학하지 않고 억지로 인문계로 고등학교를 갔었어도 지금 대학엘 안가겠다고 했을까 그런 생각은 해 봤어요.
공부는 나중에라도 본인이 하겠다고 맘먹으면 할수 있을것 같아 지금은 지성이 뜻대로 해 주고 있는데 지성이 아빠는 무척 아쉬워하고 있어요. 에효..
이쁘게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D

2014-02-0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5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4-02-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성군이 고등학교 졸업이군요. 무스탕님의 동안 미모때문에 애들이 아직도 어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세월이 빠르네요. 우리 아이들도 어느새 자랐구요.
지성군이 사회에 한발 일찍 나온다니 그만큼 철이 빨리 들었나봐요.^^
잘 될거에요.^^

무스탕 2014-02-12 16:25   좋아요 0 | URL
네. 어제 졸업 잘 하고 왔어요. 요즘 졸업은 정말 형식적인 느낌이 팍팍 오는게 서운한 감정은 선생님한테서만 찾을수 있고 애들은 신나서 소리지르고 웃고 떠들고..
현준이랑 현수 바바요.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_@
어제는 졸업식 끝나고 점심 먹고 일단 동네에서 알바자리 찾아본다고 다녀보고 오겠다고 하던데 그게 어디 자기 맘처럼 쉽냐 이거지요;;;;

같은하늘 2014-02-1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었다가도 다시 러브콜을 받으시는 무스탕님은 진정한 능력자~~ ^^
지성군의 소신과 그런 지성이의 뜻을 받아주시는 부모님 모두 대단해요.
맞아요. 공부는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낄때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잖아요.

무스탕 2014-02-14 13:58   좋아요 0 | URL
능력은 없구요, 인복은 좀 있나봐요 :)
제가 워낙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어서(지금도 그렇지만요..;;) 애들이 하기 싫다는 공부 억지로 시킬 생각이 없어요.
그래봤자 본인도 괴롭고 옆에서 지켜보기도 괴롭고 -_-;
언제고 본인이 필요하고 하고 싶다고 생각되면 그때 잔뜩 밀어주도록 해야지요 ^^
 

이번 월요일, 15일 저녁 시간 KBS1 티비에서 '우리말 겨루기'를 보다..

 

 

 

초성 ; ㄲㅌ

 

연관어 ; 돈바르다, 입이 되다, 모나다, 까다롭다

 

 

 

무스탕은 연관어 두 개를 보고는 바로  <꼴통!> 하고 외쳤다.

 

정답은<까탈> 이었다능..;;;

 

 

 

 

 

오늘은 정성이가 2박 3일로 수학여행을 떠난 날.

당일 점심은 준비하라는 가정통신문에 따라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김밥집으로 김밥을 사러;; 나갔다.

 

근데..

한 집은 내부수리중, 한 집은 아직 영업을 시작도 안 했고, 한 집은 아침 일찍이라 아직 김밥 재료가 준비가 안 됐단다 -_-;;

 

그래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세 개를 사다 줬더니

정성의 반응,

이럴거면 내가 사지 ㅠㅠ

 

미안쿠나.. ㅠㅠ

 

 

 

탕이는 이렇게 살고 있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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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4-17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서울 다녀오는 고속 버스 안에서 가끔 그 방송을 보게 된답니다. 문제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무스탕님, 살아계셨군요! ^^ 반가와요.

무스탕 2013-04-19 20:1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밥 먹고 숨 쉬니 살아는 있더라구요 ^^;;
이쁜 꽃양귀비 앞세우고 방문해주신 나인님. 저 만큼 방가방가하실까요?! >_<

마노아 2013-04-1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반가워요, 와락!!!
얼마만인가요. 생존신고 기뻐요~ 전 꼴통도 까탈도 떠오르질 않았어요. 대체 뭘까 하다가 답부터 보았네요.^^ㅎㅎㅎ

무스탕 2013-04-19 20:20   좋아요 0 | URL
으하하~~~ 마노아님께 푸~욱 안겼습니다!!
아.. 정말 가끔 로긴해서 서재브리핑 훑어보면 제 스스로가 가엾어 지는거에요 ㅠㅠ
글을 작년에 쓰고 못 썼네.. 1/4분기를 넘겼네.. ㅠㅠ 하면서요.
그러다 그제 문득, 무조건 적었지요. 것도 사무실에요.. ^^;;

순오기 2013-04-18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반가워요~ 와락!!!
정성이도 여전하군요~ 수학여행은 어디로 갔을까요?
서울학교는 어디로 가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여기선 서울로 가기도 하니까요.^^

무스탕 2013-04-19 20:24   좋아요 0 | URL
꺄~~ 순오기니이이임~~~ >0<
정성이는 오늘 오후에 잘 돌아왔어요. 출발하던 날은 전화도 안 받고 전화도 안 걸더니 어제 저녁에 전화를 걸어왔더라구요.
왠일로 전화를 했나 했더니, 아빠가 낮에 걸어봤더니 받더래요. 그래서 '너 왜 전화도 안 받고 전화도 안 거냐, 엄마한테 바로 전화해라' 해서 저 한테 한거래요 ㅠㅠ
이 녀석이 집을 벗어나서 자유를 누리더니 집은 눈꼽만큼도 생각 안났나봐요 --++

새만금방조제 - 채석강 - 광양제철소 - 지리산부근숙소 - 창선삼천포대교 - 죽방령 - 독일마을,원촌 - 상주은모래해수욕장 - 가천다랭이 마을 - 거북선.충렬사 - 숙소 - 죽녹원 - 평택2항대(천안함견학) - 학교

코스가 이랬네요 :)

순오기 2013-06-07 15:55   좋아요 0 | URL
와아~ 일정이 굉장했네요.
우리도 자유로운 여행도 하면서 살아야 되는데...ㅠ

세실 2013-04-1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반가워요~ 와락 3 ^^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쌌다~~~ 로 생각했는데, 김밥을 사러 가셨군요^^ 반전.....ㅋㅋ
전 딱 한번 이른 아침에 배달 시켰는데 딩동 소리에 아이들이 깨서는 '뭐야 엄마 김밥 산거야? 싫어!' 하더라구요. 그 담부턴 소풍때마다 열심히 말고 있습니다.

무스탕 2013-04-19 20:27   좋아요 0 | URL
일루와요. 세실님. 내가 더 안아줄터이니!! 와라락~~~ ^^
김밥 싸는 일은 접은지 오래에요. 이 녀석'들'이 엄마가 성의껏 싸준 김밥을 남겨오는 만행을 저지른 후로는 김밥을 안 싸고 사서 도시락통에 넣어주고 있어요;;;;
왜 울 애들은 김밥을 별루 안 좋아할까요? -_-a
좋은 시간 보내시구, 좋겠다~~

참. 나요, 지난 6일에요 청주에 갔었어요. 시이모님 딸래미가 결혼을 해서 신랑이랑 다녀왔지요. 혼자 많이 반가웠어요 ^^

소나무집 2013-04-1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저도 반가워요.무지무지~
저는 바로 '까탈' 하고 알아차렸어요.
한국어 선생이니까 ㅋㅋ^^

무스탕 2013-04-19 20:28   좋아요 0 | URL
ㅋㅋㅋ 한국어 선생님. 정말 좋은 일 하세요. 늘 부럽고 왠지 감사한 맘이라지요.
전 끝까지 까탈은 생각 안났어요;; 꼴통이라는 말을 듣고 옆에서 신랑이 한심한듯 쳐다봤었지요 ㅠㅠ

ceylontea 2013-04-18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랜만이어요... ^^

전 '꿈틀'했는데요.. 히히

무스탕 2013-04-19 20:29   좋아요 0 | URL
그지요? 두루두루 참말루 오랜만이지요 :D
'ㄲㅌ' 로 시작하는 말이 또 있었군요. ㅎㅎㅎㅎ
또 뭐가 있으려나... ( ")

프레이야 2013-04-1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로 알아챘어요. 까탈ㅋ
반가워요,탕님ㅎㅎ 오랜만.

무스탕 2013-04-19 20:3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은 까탈 말고도 다른 단어들은 잘 맞추실것 같아요.
언제 한 번 티비에서 뵐수 있는 영광을 주시지요 ^^

진짜 반갑습니다. 프레이야님. 꼬~~~옥~~~

saint236 2013-04-1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탈 바로 알아챘습니다. 그렇군요. 정성이의 수학여행 도시락은 삼각김밥이었군요...

무스탕 2013-04-19 20:33   좋아요 0 | URL
아.. 전 왜 까탈을 떠올리지 못했을까요?ㅠㅠ
도시락을 하루만 준비했길 망정이지 맨날 점심을 준비해 줘야 한다면 전 자퇴시킬지도 몰라요;;;;;

같은하늘 2013-05-0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스탕님 방가방가~~
4월에 올리신 글을 이제사 보는 저도 있는데요 뭘~~ ㅋㅋ

무스탕 2013-05-10 16:21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세요!!!
제가 은둔자 아닌 은둔자로 변해서 저 역시 찾아다니는 발걸음이 뚝-! 수준으로 떨어졌지요ㅠㅠ
하여간 이렇게 만나뵈어 반갑습니다 ^^*
 

1. 올해 설 연휴가 끝나고 바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에 공채에 응모했다 미역국 먹은 직장에서 매일 출근하는 알바로 나오라고 해서 빈정상해 안다니겠다 버티다 우여곡절끝에 일을 시작 했는데 이게 완전 사람 잡는 회사였다.

 

일단은 회사의 업무가 토.일요일,공휴일에 집중되어 있어서 거의 휴일이 없는 상태.

며칠전 계산을 해 보니 출근일부터 연말까지 80일이 넘는 토.일.공휴일중 60일 이상을 출근했다.

그렇다고 평일에 대체로 쉬느냐,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까 몸 상하는건 시간 문제..

지금 몸무게가 일 시작하기 전보다 5키로 이상 빠졌다.

돈 벌고 자연적으로 다이어트도 도와주니 참 좋은 직장 되시겠다 -_-;;;

 

 

 

2. 그런 좋은(?) 직장인데 세상에 완벽이란 있을수가 없어서 내게 주어진 몇가지 단점들로는

개인 시간이 완전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일 시작하고 영화를 한 편도, 단 한 편도 못 봤다.

어쩌다 쉬는 휴일엔 잠을 자기 바빴고, 빨래도 해야 했고, 집안 일들도 해야 했고,

나를 위한 시간은 없었다.

지지난달에 어쩌다 휴가 하루 내서 친구들이랑 레일바이크 타러 강촌에 다녀온게 최고의 사치였다. (아.. 여름 휴가도 며칠 다녀왔구나..;;)

 

그제는 무슨 마음에서였는지 사무실 직원들이 내일 하루 쉬란다. 것두 유급으로!!

그래서 두 번 생각도 않고 넙죽 넵!! 대답을 하고 어제 출근을 안했다.

회사 주요 사업이 16일로 마무리가 되어 올해엔 더이상 휴일 출근이 없는고로 어제오늘내일까지 삼 일 연휴다. 꺄울~~~ >_<

 

 

 

3. 그래서 어제 친구랑(정확히는 후배랑) 영화를 봤다. 근데 재미 별로 없었다.

레미제라블을 보고 싶었는데 상영 시간이 너무 긴게 부담이었고(보다 잘 것 같은 불안감이 먼저 들었다) 자막을 읽기가 귀찮아서 우리나라 영화를 선택했는데 별루였다.

영화라는것도 자꾸 봐 바야 보는 내공도 느는거지 어쩌다 보면 영화와 내가 합체되기가 힘든거더라..

 

 

 

4. 일을 시작할때 제일 걸림돌이 된것이 정성이었다.

지성이는 고 2가 되는 싯점이니 크게 걱정할게 없는데 정성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는데 엄마가 집에서 뒷바라지를 해 주지 못하게 되었으니 정성이한테 미안했다.

어지간한 것들은 혼자서 처리 해야했고, 뭔가 물어와도 시원하게 해결을 해 줄 여력이 부족했다.

내 몸이 고달프고 시간도 부족하고..

어떻게 중학교 1년을 보냈는지 참 신통할 뿐이다.

이렇게 걱정하는것도 어쩌면 엄마의 노파심이고 정작 아이는 나름대로 잘 지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제발 그랬으면 하는 바램이다.

 

 

 

5. 사무실은 여름엔 너~~무 더웠고 요즘엔 너~~무 춥다.

정부시책을 착실히 잘 지키는 모범적인ㅠㅠ 회사인 관계로 여름엔 30도나 되어야 에어컨을 틀어줬고,

요즘은 난방을 19도로 설정해 놓고 15도나 되어야 틀어주고 있다.

거기다 개인 난방기구 절대 사용 금지.

덕분에 사무실에서 오리털 파카는 필수품이고 어그부츠를 벗을 용기는 절대 없다.

다른 관공서를 거의 가보질 못해서 구청이나 동사무소도 이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악날하게 춥다.

어제 은행에 갔더니 은행은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던데..

한 달에 네 번은 필수로 밤 9시까지 야간업무를 해야 하는데 5시 30분이면 난방장치는 가동을 멈춘다.

6시 30분 정도까지는 어떻게 버티겠는데 그 이후론 도대체 뭘 할 수가 없다.

날 죽여라, 하는 심정으로 개인 전기 난로를 사용하는데 아직까지 별 제지를 가하지 않는걸로 봐서

회사도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양심은 남아있나보다.

 

 

 

6. 처음 일을 시작할땐 머리카락이 길었다. 어깨도 덮고 겨드랑이도 지날 정도로 길었었다.

근데 이 긴 머리가 매일 아침 참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린거다.

에잇- 날도 더워지고 그러니 잘라버리자.

어느날 숏커트로 싹둑 잘라버리고 나니 가뿐해서 좋긴한데,

이젠 다시 머리카락을 기르기가 힘들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서운하기도 하다.

내 나이 곧 50을 바라보는데 이 나이에 긴 머리 묶고 찰랑거리고 다니긴 좀 그렇지..?

워낙 파마랑은 안 친해서 지금까지 살면서 파마 해 본 경험이 10번이나 될까 싶은데

짧은 머리에 뭔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봐야 겠다.

 

 

 

7. 결혼을 한 지가 올해 햇수로는 18년째, 내년 3월이면 만으로도 18년이 되는데

그 긴 시간동안 겨울 김장은 시어머니께서 담궈서 보내주시거나 해 놓으면 내려가서 가져오거나 했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김장하는 날 시골엘 갔다.

시어머니께서 올해 연세가 일흔셋.

시골에서 오랜 세월 농사일부터 많은 일을 해 오신 노구이시니 몸이 성하실 리가 없다.

몇 년전엔 무릎 관절 수술도 하셨고, 올해 여름에 볼라벤 태풍땐 발뒷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도 당하셔서 몸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상태시다.

그러다 보니 동네 김장 행렬에 몇 번 끼실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우리집 김장땐 와서 도와주는 동네 아주머니들도 몇 분 안계시단다.

그래서 김장 하는 날 신랑이랑 둘이 내려가서 배추도 절이고 씻고 속도 만들고 넣고..

모든 과정에 참여(?)를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내려가기로 한 주말 금요일부터 내가 감기가 걸려버렸다.

토요일 아침에 내려가서 배추 다듬어 절이고 김장속 준비만 해 놓고 저녁 9시 전부터 기절 수준의

취침에 빠져서 일요일 새벽 시어머니랑 신랑 둘이 일어나 배추를 씻는건 알지도 못했고

아침 7시정도에 '밥 먹어라~'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고 말았다.

그야말로 허걱- 이었다 -_-;;;;

 

 

 

8. 그 눈꼴시린 꼴을 보고도 시어머니가 내게 아무말도 안(이라고 쓰고 '못'이라고 읽는다)하신 이유는,

시누이도 안내려왔고 손위동서도 안내려온 상황에 나만 내려왔으니 온 자체가 고마우신거였다.

(그렇다고, 안 내려왔다고 시누이랑 동서네 김장을 안 주느냐, 그게 아니거덩..)

'네가 아줌마들 점심밥 챙겨줘서 훨씬 수월했다', 라고 말씀하시니 이거 참...;;;;

 

부디 내년엔 온전한 몸 상태를 유지해서 일 더 많이 할게요.

내년엔 시누이랑 형님도 끌고;; 내려와서 일 빨리 마칠게요.

 

 

 

9. 웃자고 하는 말이니 흥분은 배제하시고 읽고 웃는걸로 끝내주시길..

 

선거가 끝나고 개표 방송을 보면서..

 

무스탕 ; 박근혜가 또 청와대엘 들어가서 사는구나.

정성 ; 또? 그럼 언제 살았었어?

무스탕 ; 아빠가 대통령이었으니 전에 살았었잖아.

정성 ; (고민도 않고 바로) 김대중?

무스탕 ; ...... -_-;;;;;;;

 

넌 어떻게 박씨 아빠가 김씨냐?!

 

 

 

10. 이른 인사 드립니다.

 

새 해 복 많이 빚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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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2-2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두루두루 고생이 많으셨군요.
마지막 정성이 말에 웃습니다.^^
젊은 시대에 박근혜가 먹히는 이유가 학교에서 제대로 된 현대사를 가르치지 않게 때문이겠죠.ㅠ

무스탕 2012-12-26 19:59   좋아요 0 | URL
에고~ 저 두루두루 고생한거 맞아요. 게다가 그제 퇴근 직후부터 오늘 출근 직전까지, 정말 정확하게 회사 밖에서만 아팠어요. 것두 대따 많이요 ㅠㅠ
크리스마스를 누워 지냈다지요 -_-;;
지금까지의 학교 교육으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데 이젠 뭘 어떻게 가르칠지 참 걱정이에요..

라로 2012-12-2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N군의 학교 생활을 전혀 도와주지 못했고,,,그러기는 커녕 떨어져 살고 있으니
님의 글이 예사로 읽히지 않아요. 어쨌든 그동안 수고 너~~~무 많으셨어요!~!!!
황금같은 휴가 잘 보내세요.
근데 어떤 영화보신거에요???
레 미제라블은 책까지 읽고 미치도록 기대를 하고 본 저도 살짝 지루했어요. 저도 책을 읽지 않고 봤으면 휴 잭맨이 나왔어도 졸았을;;;;;앗!ㅎㅎㅎ
암튼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새해 또 만나요, 우리!!^^

무스탕 2012-12-26 20:03   좋아요 0 | URL
정말 월요일엔 출근하기 싫더라구요 ^^;;
나비님의 지금 상황이 참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기라는거 잘 알겠어요.
제가 나비님께 격려 말씀 드리고 토닥토닥 어깨 두드려 드려야 하는데 저만 징징거리고 있어요;
아아.. 크리스마스는 최악이었어요. 급체에 위경련까지 와서 이브날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밥 반공기 끓여 먹고 버텼다지요.
근데도 배가 안고파요 ^^;;; 속이 제대로 뒤집혔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려니 걔도 힘드나봐요. 밥 달라고를 안해요. ㅎㅎㅎ 지금은 많이 괜찮아 졌어요.
새해엔 꼭 나비님을 뵐테야요!! 것두 대따 빨리요!!

프레이야 2012-12-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빚을 준비 지금부터^^ 정성이의 유머는 차원이 높아요. ㅎㅎㅎ

무스탕 2012-12-26 20:04   좋아요 0 | URL
정말 곱게 복을 빚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ㅎㅎㅎ
정성이는 차원 높은 유머가 아니고 뭣 모르고 일단 던지고 보는 무대뽀 정신의 결과물이죠.
어쩔땐 정말 제 자식이지만 부끄러워요;;;

마노아 2012-12-2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빚을 준비를 해야겠어요. 무스탕님 건강 꼭꼭 챙겨요. 안 그래도 말랐는데 그렇게 축나서 어째요..ㅜ.ㅜ
시어머니가 참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무스탕님은 더 좋은 시어머니가 되실 거예요. 아직 한참 남은 이야기겠지만요.^^

2012-12-23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2-12-26 20:06   좋아요 0 | URL
건강하라는 당부를 무시하고 대따 힘든 클스마스를 보냈다지요ㅠㅠ
다섯끼 굶으니 몸무게 2키로 우습게 빠지더군요 ^^; 오늘 점심부터 죽을 먹기 시작했으니 곧 회복될거라 생각해요.
울 시어머니는 참 좋은 분이세요. 전 죽었다 깨어나도 울 시어머니만큼 며느리들한테 못해줄거에요. 전 나중에 며느리들한테 반찬 얻어먹을 궁리를 벌써부터 하는 예비 시엄니에요.ㅋㅋㅋ

2012-12-26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12-2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귀에서 풋하고 웃어버렸어요...
역시나 유쾌한 글을 주시는 무스탕 언니~~~ ^^

올해 너무 바쁘시고 힘드셨네요, 아휴휴.
건강 꼬옥 챙기시고, 즐거운 일 가득한 연말되셔요, 메리 크리스마스.

무스탕 2012-12-26 20:19   좋아요 0 | URL
정성이의 한 마디에 저랑 신랑은 할 말을 잃었었지요. ㅎㅎ

제가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능력이 없는 인간인지라
조금만 바빠지니 알라딘 여러 님들을 둘러볼 정신적 여유가 없었어요.
(이게 핑계라는거 잘 아시겠지만 그냥 알고도 넘어가 주세요)
내년엔 부디 올해보다 조금의 여유가 더 생기길 바라고 달여우님도 고운 한 해 맞이하세요~ :D

꿈꾸는섬 2013-01-0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완전 바쁜 생활하고 계시는군요~ 새해 복은 많이 빚도록 할게요. 무스탕님은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랄게요.^^

무스탕 2013-01-10 20:54   좋아요 0 | URL
제가 부족해서 한번에 몇가지씩 못해서 그렇지요, 뭐.. ㅠㅠ
글구, 자까 잊어먹어요. 내가 뭐 하려 했는데.. -_-a 가 안전 입버릇이에요 ㅠㅠ
잘 지내고 계시죠? 현준이랑 현수도 잘 지내고 있죠? ^^

세실 2013-01-1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바쁜 거예요?
그 날씬한 몸에서 빠질 살이 어디 있다고....
전 요즘 살과의 전쟁 하고 있습니다. ㅋ

무스탕 2013-01-13 22:10   좋아요 0 | URL
하하하~~~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됐을때를 10으로 잡는다면 요즘은 7~8정도로 바빠요.
다음주부터 일이 시작되니까 이번주까지는 준비단계였지요. 호시절 다 갔어.. ㅠㅠ
살은.. 음.. 뭐 지들이 탕이가 싫다고 가버린걸 어쩌요. 놔 줘야지.. 흐흐..
전쟁에서 기필코 승자가 되길 바라요 :)


2013-01-14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7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3-01-17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의 일년이 후다닥 보이네요~~
힘드시겠지만 일하시는 무스탕님이 부럽고,
자상하신 시어머님이 계셔서 또 부러워요~~^^

무스탕 2013-01-17 20:34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이렇게 오랜만에 인사 나누네요 ^^;
올해도 작년보다 나을거 없는 1년이 될것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죠. 그러려구요.
저도 저희 시어머니께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제가 복이 많으거죠. ㅎㅎ
 
투표 독려 이벤트(수정)

 

 

 

12시간의 동면을 마치고 늦은 아침겸 점심을 먹고 투표하러 갔지요.

 

그리고 찍었지요.

 

뭘?

 

18대 대통령을,

 

그리고 마노아님께 제출할 인증사진을 ^^

 

 

투표소 건물엔 입구가 두 개다.

들어갈때 보니 출구조사 조사원들이 서 있길래 오, 울 동네서도 이런걸 하네. 싶었다.

여지껏 몇 번의 투표를 해도 출구조사는 이번이 처음.

고민할 것도 없이 투표를 잽싸게 마치고 신랑이랑 나란히 나오면서

출구조사 요원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데 조사원들이 뭐라뭐라 설명을 하면서

내게가 아닌 신랑한테 종이를 내민다

뭔가 기준이 있어서 나오는 모든 사람에게 조사를 하는게 아니었던게다.

이런.. 그래도 수고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빼 먹을순 없지.

신랑은 종이를 건네받고 적어서 건네줬다.

 

자. 이렇게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왔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38초 후면 출구조사가 발표됩니다.

 

나도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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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2-12-2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오랜만에 보는 무스탕님 얼굴이에요! 제대로 된 인증샷 찍어주셨네요. 반갑고 고마워요. 무스탕님도 원하시는 책과 주소3종세트 알려주세용~

순오기 2012-12-2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일 시작하고 5킬로 빠진 사진이군요.^^
아마도 짐작컨대, 성격대로(?) 똑 부러진 인증샷이라 생각되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