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니언 사이언스 강석기의 과학카페 7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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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즌 일곱번째 이야기 <컴패니언 사이언스>입니다. <사이언스 칵테일>이나 <과학의 위안>같은 전작들로 이미 입소문을 탄 저자이기도 하지요. 과학이라는 소재는 얼마간 많은 독자들에게 있어 어딘가 학술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왜인지 소매를 걷어붙이고 학습해야만 하는 숙제처럼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그런 지점에서 저자가 선취해 온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소개드릴 책도 그렇고 과학이라는 소재를, 풍성한 사례와 호기심이 이는 테마를 바탕으로 글을 직조해나간달까요. 컴패니언 사이언스의 서문은 프랜시스 크릭의 어구가 맡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과학의 영역 밖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경솔한 행동이다."




2. 

  그렇습니다. 과학혁명 이후로 어떠한 학제도 과학과의 교집합을 피해갈 수가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지요. 설득력을 얻는 방법으로 가장 손쉬운 것도 과학적 사료에 기대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비단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과학이란 학문의 이해는 교양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컴패니언 사이언스>는 제 몫을 다해낼 겁니다. 우선 어딘가 회사를 떠올리는 분들도 계셨겠지만 의도는 이렇습니다. companion은 동반자라는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미우나 고우나 우리와 평생 동반자로 함께 걸어갈 과학 입문서라는 겁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과학의 분파 중에서도 일반 대중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할 것들을 테마로 잡고 있어요. 예컨대, 1파트는 '반려동물의 과학', 2파타는 '핫이슈'같은 식입니다.



3.

  책의 구성을 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파트와 함께 총 아홉 파트로 구성되는데요. 점차 그 내용이 심화되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그러니까 다섯번째 파트는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다루고 있고 심지어 일곱번째 파트는 천문학과 물리학, 마지막은 생명과학으로 끝납니다. 벌써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다소 묵직하게 느껴지는 소재임에도 저자는 풍성한 사례들로 위기를 극복합니다. 그러니까 '한석봉 모친이 초롱불을 끄고 떡을 썬 까닭은?' 혹은, '후쿠시마의 수산물 수입은 괜찮은 것일까?' 같은 질문들로 흥미를 돋운 다음에 사료를 바탕으로 글을 전개해나가는 식이지요. 또한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대한 내용도 컴팩트하게 소개하는 둥, 시의성을 잃지 않는 면모도 보입니다. 저자의 문장들이야 이미 충분히 인정을 받은 부분이고 얼마간 과학교양서로서는 추천드리지 않을 수 없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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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피네간의 경야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어문학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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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 엄청난 두께가 보이실 겁니다. 예, 오늘 소개드릴 책은 '읽을 수 없는 책'으로 입소문이 난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입니다. 정확히는 어문학사에서 3월에 출간된 <복원된 피네간의 경야>. 제임스 조이스에 관해서는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계신 김종건 교수님이 편역을 맡았고요. 이 책의 경우, 1220여 페이지에 이르는데 그 중 절반인 600여페이지가 주석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2.

  서두에 읽을 수 없는 책이라고 작품을 소개드렸는데요. 그러니까 애초에 난해한 작품으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도전을 하게 되었는데 이건 어쩌면 서사보다는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책으로 느껴집니다. 다음으로 말씀드려야 될 것이 '복원된'이라는 수식인데요. 우선 어문학사의 첫 완역본인 이 책의 경우제임스 조이스의 초고본, 노트, 교정쇄 등의 텍스트를 재확인하고 철저히 회복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2014년에 오류가 개정되어 복원이 되었고, 그것을 편역자가 전작의 오역과 오류 및 오철어를 수정하고 다시 어문학사에서 펴낸 작품인 것이지요. 


3.

  제임스 조이스는 애초에 수수께끼와 퀴즈를 담았다고 얘기했다고 하지요. 그리고 수많은 대학 교수들이 그 뜻하는 바를 찾고 논의를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 그런 면에서는 니체가 보이기도 하는군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들을 할 수밖에 없는 책이라 얼마간 포스트모던한 텍스트라는 식의 설명밖에 하지 못하는 제가 슬퍼집니다. 다만, 역자가 수많은 세월로 적립해 온 많은 사료들을 주석과 해설로 곳곳에 첨부하고 있고 이런 부분에서 퀴즈를 풀듯이, 텍스트라는 숲을 한올한올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있는 독자분들께는 상당히 보람찬 독서가 될 것입니다. 언젠가 시간과 한껏 겨루어야 할 때 단 한권의 책을 가지고 갈 수 있다면 이 책으로 수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달까요. 사실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었을 텐데 흔쾌히 인생을 바쳐 작업을 해낸 김종건 교수님과 어문학사의 아집에 속 깊은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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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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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토 겐타로의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입니다. 접하기 어려운 소재인데요. 저자는 우선 유기합성화학을 전공했고, 제약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요. 이미 <의약품 크라이시스>라는 전작으로 저널리스트 상을 받기도 했고요. 그런 면에서 약과 독에 대한 일종의 교양서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저자라고 하겠습니다.



2.

  제 경우도 관련전공을 수료했기 때문에 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테마이기도 해요. 다만 제가 흥미가 있을 뿐, 흥미를 주는 소재들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누가 카나바닌이랄지, 퀴닌이랄지, 그런 분자들과 그 구조를 궁금해하겠어요. 그런데 저자는 이것들을 가정법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만약 마젤란이 비타민C를 알았다면? 만약 양귀비에서 생산되는 알칼로이드 분자가 탄소 하나가 없다면? 


3.

  책은 이러한 화두를 흥미롭게 던지고, 그것에 대해 유려하게 대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숭이와 곤충도 약을 쓴다는 학술적인 사실을 서프라이즈처럼 풀어낸다던지, 슈베르트같은 작곡가가 수은을 약으로 알고 중독이 될 지경이 된 사례랄지, 그런 것들을 충실하게 수집하고 소개하고 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적확한 통계와 학술자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몇몇 지점에서는 밀도 높은 문장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10가지 약이라는 구심력을 일종의 장력으로 이용해 책을 시종 흥미롭고 구체적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즉, 비타민C, 모르핀, 아스피린, 페니실린 등등의 10가지 약을 큰 주제로, 그리고 각 주제별로 몇가지 장을 덧붙여 세계싸의 몇몇 가지들을 골라잡아 서술하고 있는 수려한 저작입니다. 비단 약이나 유기화학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양입문서로 많은 분들께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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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숲을 보다 - 리처드 포티의 생태 관찰 기록
리처드 포티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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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처드 포티의 <나무에서 숲을 보다>입니다. 두께와 주제에 비해 굉장히 귀여운 구석이 있는 책입니다. 그러니까 저자는 고생물학자로서, 평생 박물관에서 일해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2011년 그림다이크 숲을 구입하게 되면서 그 숲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된 책이에요. 그 애정과 기쁨이 활자 너머로 진하게 느껴져서 독자 입장에서는 역시 귀엽다는 생각을 안하기도 어렵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든 아이처럼, 경쾌함이 문장 너머로 느껴지는걸요.


2.

  책의 구성을 볼까요. 시작은 4월입니다. 그러니까 4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본인의 숲을 탐사하면서 수집하고, 채집하고, 기록하고, 감상을 쓴 특이한 장르의 책이에요. 그렇다고 백과사전식 책은 아니면서, 또 에세이라기엔 숲이라는 확실한 구심력이 또 있으므로 분류가 어렵죠. 다만 얼마간 제 입장에서는 저자가 삼엽충같은 고생물을 연구한 학자이다보니 숲을 이루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어떤 부분에선 조금 주변을 맴도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상당히 다양한 학명과 분류체계가 등장하고 있는데 저자 입장에서는 이것들을 저자만큼 감상하기는 어려운 것이므로…. 예컨대 좀새풀이라던가, 숲개밀이라던가, 사진이 첨부되지 않은 것들을 활자로만 감상하기에는 조금 현학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진에 첨부한 것처럼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해 부록 식으로 사진자료를 책은 준비해두고 있어요. 이것과 곁들여 책을 횡단하며 글을 읽어나가면 숲을 직접 것는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부록은 두꺼운 컬러 용지로 되어 있으므로 자연을 아끼는 분들에겐 상당한 귀감이 될 거예요. 또한, 숲과 자연에 관한 사료가 필요한 분들에 있어서도 귀한 교양이 될 책이 될 것입니다. 숲과 산과 생태계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들에게, 혹은 그러한 환경생태계에 관한 자료들이 필요한 분들께 특히 권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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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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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문득 깨닫곤 합니다. 이 저자의 책은 앞으로 믿고 읽을 수 있겠구나. 오늘 소개드릴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의 저자' 플로리안 아이그너'가 제게 그랬습니다. 저자의 첫번째 작품이기도 한데요. 성공이나 성취의 이면에 있는 우연과의 상관관계를 다룬 탁월한 책입니다.


2.

  좋은 책은 역시 프롤로그부터 다른 것 같아요. 저자는 양자물리학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인데 글이 너무 좋습니다. 사례와 비유들이 책 곳곳에 풍성한데요. 역시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구성에 있어서도 탁월한 부분이 있는데 가장 궁금한 부분을 서두에 배치하고 있는 게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1장의 화두는 이렇습니다. "성공은 다 운이다?"


3.

  저자는 그러니까 상당한 설득력을 갖추고 이 질문에 대해, "그런 편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와중의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원천인 오비탈 확률 이론이랄지, 통계학의 대표적인 오류등을 유쾌하게 횡단하며 많은 것들을 성찰하고 있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따분한 과학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저는 올해 들어서 가장 많은 위로를 받은 책이기도 한데요. 그러니까 우리의 성공은 (혹은 우리의 실패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운이 나빠서라고 얘기해주는 최초의 책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책을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다닐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줍잖은 위로보다는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사료를 바탕으로 우리들의 실패를 보다듬어주는 책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호쾌한 문장들과 이력으로부터 비롯되는 저자의 밀도 높은 통찰이 특히 강점인 책이에요. 유일한 단점은 표지가 예쁘지 않다, 정도랄까

  더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하는 자기계발서에서 위로를 얻을 수 없는 고매한 영혼을 가진 독자분들께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아주 깊은 곳에 자리잡은 패배감을 따뜻하게 위무해 줄 책임에 분명하고 동시에 상당히 재밌는 문투로 과학일반을 설명하는 교양서로서도 훌륭합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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