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그해 여름, 우리는 현실에서 도망친 망명자이자 스스로에게서 도망친 난민이었다. 41p
끝나지 않는 공포영화 같은 삶을 살아가던 리틀비,
공포를 병처럼 앓고 있었고 그 공포에서 벗어날 곳이 없던 어린 소녀 리틀비는
난민이 되어 영국으로 오게 되었고 2년 전 피난길에 우연히 만났던
세라라는 영국인을 찾아가게 되는데… 
 

항상, 언제나 목을 조여 오는 공포
살기위해 목숨을 걸고 도망쳤고, 난민수용소에서 언제나 자살을 생각하며 살아왔던 2 년간의 삶을 살아낸 리틀비
난 감히 그녀가 겪어야했던 고통을 상상 할 수조차 없었다.
그녀의 고통을 보는 내내 그냥 안타까운 마음만 들뿐,
책을 읽는 내내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관객의 심정 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속 달아날 순 없다고… 언젠가는 너도 돌아서서 네 인생에 정면으로 맞서야 해” 354p
남편의 자살로 죄책감과 상실감에 길을 잃어버린 세라
죽음의 공포에 항상 시달리는 리틀비
살기위해 어떻게든 상처를 치유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한번이라도 상처와 맞서는 용기가 필요할 것 일 텐데…
그녀들이 그런 일을 낼 수 있을지…
삶에 지칠 땐 희망을 품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있는데
과연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내 심장을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난 생각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 마음만은 죽자 않고 살아남았어. 더 이상 달아날 필요가 없는 마음.
세상 돈 전부를 합친 것 보다 소중한 나의 마음. 그 마음의 고향은 바로 인간이야, 410p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 할 수 있는 평화와 자유를 갈망했던 리틀비
몸의 자유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소중한 마음만큼을 지켜낸
그녀가 대견스러웠다.
좀 더 성숙한 여인이 되었을 때 과연 리틀 비. 아니 우도는 어떤 눈빛을 가진 여자가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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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자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가을은 외부로 열린 눈이 닫히고 내면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는 시기라는 글귀를 본적이 있다.
가을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자꾸 초조해지고, 삶에 대한 불안이 문뜩 문뜩 숨이 막힐 정도로 덮치고는 하는 이 가을에
가을여자를 읽게 되었는데 난 다시 오정희, 그녀의 섬세한 문체에 반해버렸다.
내가 미쳐 알아차리지도 못 한 체 지나쳐가는 감정들…
그 감정들을 하나하나 다 풀어낸 기록장 같은 책이었다.
‘가을 여자’ 단편 소설 속 사람들은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여자, 남자들이다.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삶의 허무함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주부
한 집에 같이 사는 가족이지만 커버린 아이들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아버지의 모습 등
나는 아직 마흔이라는 나이가 멀게 만 느껴지는 나이지만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쩜 내 얘기 같기도 했고
우리 엄마도, 우리 아빠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주 서정적이기만 한, 잔잔하기만 한 책이라 오해하진 마시길…
오정희에게 이런 면이? 싶을 만큼 아주 재미있고 반전이 있는 이야기도 제법 많다.
지 새끼 남에 집에 맡겨놓고 봉사활동 다니는 어이없는 엄마 얘기 등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한바탕 웃게 만드는 얘기들이 많다.
다양한 분위기의 단편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단지 일회성으로 주어지는 우리네 생일진대 어떤 형태의, 누구의 삶인들 특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96p
가끔은 모두 다 같이 한번뿐인 삶인데, 어쩜 이렇게 까지 시시한 삶을 살아야 하는 건지
한탄스러울 때가 있었고 앞으로 많을 것 같은데
이 글이 참 위안이 되었다.
누구의 삶이든 특별하다는 그녀의 말이
이 가을 찬 바람이 휑하니 부는 내 마음을 토닥여주는 엄마의 손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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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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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 이노는 저녁이면 차를 몰고 나가 나이트클럽을 활보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 당시 일본에서는 평범한 학생의 모습이었다니…
사양길로 들어선 사진관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데릴사위로 들어와 사진관을 함께 운영하는 아버지
방탕한 고등학생인 이노…
일본 소설은 가볍다는 편견, 이 책을 읽고 나면 일본소설이라고
다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지나가버린 시간, 떠나간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가득 담겨있다.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가을에 이 책을 만났다는 게 정말 행운이다 싶을 만큼 감동적이게 읽었다.

‘할아버지의 유골은 할머니와 삼촌이 기다리는 이구라의 작은 절에 안치되었다.
납골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찍은 후, 어머니는 재빨리 새 필름을 끼워 넣은
라이카(할아버지가 아끼던 카메라)를 납골함 옆에 놓았다.
아버지. 다녀오세요.
라이카의 초점은 무한대 표시에 맞춰져 있었다.’ 59p

치매 증세가 심해져가던 할아버지는 하나뿐인 손자의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마지막으로 찍어준 뒤 숨을 거둔다.
손자가 태어나고 자라온 소중한 기억들을 사진으로 남겨주신 할아버지…
그가 마지막으로 찍은 손자의 졸업 사진,
그 사진을 바라보던 이노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듯하다.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신대로 평생 거짓말을 하지 않을게요. 제 키 이상의 허세는 부리지 않을게요. 입이 찢어져도 불평하지 않을게요.’ 259p
그런 할아버지가 있던 이노가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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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니
펄 벅 지음, 이지오 옮김 / 길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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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로 팔려온 피오니라는 아름다운 소녀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입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지낸 주인집 아들 데이빗을 사랑하게 된 것이지요.
유대인 집안의 장남인 데이빗은 우연히 만나게 된 쿠에일란 이라는 소녀를 사랑하게 되고…
피오니와 데이빗의 엇갈린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중국에 사는 유대인 가정의 일대기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유대인들의 사상과 역사들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유대인으로써 전통과 혈통을 이어야한다는 의무감에 큰 부담을 느끼는 데이빗과
데이빗의 교육을 담당하는 랍비를 통해 유대인들의 뿌리 깊은 선민사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여호와만이 유일한 신이라고 주장하는 랍비와
자신들만이 신의 자손이라고 선언하는 자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중국 상인 사이에서 데이빗의 갈등은 커지기만 합니다.
유대인으로써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유대인들이 미움 받는 이유는 스스로를 분리시키기 때문이다.
과거를 잊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 할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될지는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는 조언을 듣고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유대인들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허락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피오니는
사랑하는 데이빗을 위해 비구니가 되기로 결심하고…
평생 단 한번뿐인 피오니의 사랑이 가슴 뭉클한 소설입니다.
삶이 불행하다는 걸 이해하지 전까진 행복해질 수 없다는 늙은 하인의 말이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과 잘 어울립니다.
피오니…그녀는 행복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삶의 불행을 겪어 나갑니다.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잔잔한 사랑이야기 한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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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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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레는 이 ‘보트’란 작품으로 아주 대단한 주목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많은 상을 받고 수많은 언론에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명예를 가져다 준 ‘보트’
무엇이 그렇게 독자들을 열광 시킨 것일까?

7가지 단편으로 이뤄진 ‘보트’는 전체적으로 어둡다.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너무나 담담한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건조하다 못해 손만 대면 가루가 되어버릴 낙엽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카르타헤나’였다.
자신이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14살 소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쯤은 알고 있다는 그 소년은 돈을 받고 살인을 하고 있었다.
넉 달 만에 14명을 죽였다.
빈민가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짐작이 되긴 하지만
죄의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미 세상의 바닥을, 절망의 끝을 맛본 사람의 눈빛을 가진
아이의 모습이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슬펐던 작품이었다.

작가의 자전적 단편인 듯한 첫 번째 이야기는 변호사에서 소설가로 살아가는
한 남자와 아버지로 시작한다.
불치병에 걸린 엄마를 둔 가족의 이야기
어릴 때 헤어진 딸을 만나러 가는 암에 걸린 아빠의 이야기 등등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 나라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들은
어둡고 슬프지만, 작가의 목소리에선 습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코끝이 찡해 진나거나,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담담한 문체의 탓도 있겠지만…책과 나의 교감의 문제도 있었다.
이 책의 무엇이 그렇게 큰 벽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그것조차 확실치 않다.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책을 다 읽긴 했지만 한 장도 제대로 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꼭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책으로 분류해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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