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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포스터 ㅣ 작가정신 청소년문학 1
케이 기본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엘렌, 10살 남짓의 여자아이다. 그녀는 당최 어린아이 같은 구석을 찾기 힘들 지경이다.
술만 마셔대는 무능력한 아빠, 병든 몸으로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벅찬 엄마 밑에서
엘렌은 살아남기 위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이집 저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엘렌은 결국
스스로 자신을 양육해줄 새엄마를 찾아가게 되는데…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며 엘렌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한번도 외할머니라 부르지 않고 엄마의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의 가식적인 모습과
아주 잘난 이모들까지 엘렌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가식적이다.
엘렌의 눈에 나도 그렇게 보일까?…
아빠가 죽었을 때 나로서는 울고불고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여 하도 많이 연습해둔 까닭에 나는 그저 아빠가 혹시 내가
생각해두었던 방법들 중 어느 한 가지로 죽은 건 아닌지 오로지 그게 궁금할 따름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그 모든 다양한 사고들과 재난들 중 어느 방식으로 죽었을까?-135p
엘렌에게 가족의 죽음은 그저 유명인의 사망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잠깐 들고 사라지는
안됐다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난한 흑인 친구의 부모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도 흑인에 대한 선입견으로
마음의 벽을 쌓고 있는 엘렌은 새로운 가정을 찾기까지 2년간의 떠돌이 생활 끝에
흑인 친구를 자신과 별 다를 게 없는, 흑인은 그저 피부색이 다를 뿐
병균을 갖고 있다거나 더러운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표지에 한 소녀가 깍지를 끼고 있는 손의 한쪽이 검다.
이것은 엘렌이 이젠 흑인을 더럽고 병균이 가득한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과 손을, 깍지를 낄 수도 있는 친구로 받아드릴 만큼 큰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인 듯 하다.
아픔 속에서 참 많이 성장한 엘렌…
어린 나이게 감당하기 힘든 몸과 마음의 학대를 견디며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는 엘렌…
크리스마스 때 자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며, 외할머니의 학대를 견디며
수 없이 울고 싶었겠지만 울고 나면 약해 질까봐, 무너져 버릴까봐 참고 참는 게 버릇이 되어
울지 않는 아이가 된 엘렌이 언젠가 새엄마의 따뜻한 품속에서 펑펑 울 수 있는 날이 오길,
그 눈물과 함께 유년시절 받았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