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파는 가게…

꿈을 파는 빈티지샵
이사벨 울프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0월

이 책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한참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 느낌을 반이나 전할 수 있을까?
‘꿈을 파는 빈티지 샵’은 그냥 가벼운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절망과 희망, 우정과 사랑, 가족과 친구 그 수많은 관계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삶'에 대한 기록이다.
처음 주인공 피비를 보았을 때 너무 위태로워 보였다.
빈티지 샵을 열고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바쁘게 살아가지만 누군가가 툭 건들면

무너져버릴 것처럼 위험해보였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그녀…
빈티지샵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사연을 안고 있는 물건들과 사람들이 운명처럼 만나
감동적인 기적이 일어난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삶의 희망을 찾아간다.
“빈티지 의상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실로 천을 바느질한 옷 한 벌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과거를 사는 일이니까요”30p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바닥을 짚고 일어서는
그녀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적이었다.
우리 모두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로 삶을 낭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새 어제를, 이미 예전에 지나간 일을 후회하며 내일 후회할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바보 같은 짓을 그만두지 못하는 나에게 이 책은 다시 한번 지금 삶을 살아가라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려주고 있다.

"저는 ‘컵케이크 드레스’라고 불러요. 전 그 옷들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져요."
우리나라에선 드레스는 결혼식에나 한번 입을까 말까 한 옷인데…
드레스에 대한 여자들의 판타지를 마구 자극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에게도 분홍색 컵케이크 드레스가 한번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을 정도니까…
꿈을 파는, 행복을 파는 가게로 놀러오세요~ 

장은진, 그녀에게 완전 반해버린…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앨리스의 생활방식으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추리소설 같이 무척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은진이라는 낮선 작가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리고 이번 신작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를 읽고 다시 한번 반해버렸다.

조금은 별나 보이는 주인공의 여행길을 지켜보면서 슬슬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쩌다 눈 먼 개를 데리고 여행을 시작하게 된 건지,
왜 답장도 없는 편지를 계속 쓰는 건지
책을 읽는 동안 나의 궁금증이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책 마지막엔 마음이 무너지는 것처럼 눈물이 났다.
늘 입버릇처럼 ‘사람은 누구나 혼자야, 까짓 혼자 사는 인생인데…’ 이런 말을 달고 사는 나지만…
주인공 지훈이가 사람으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내가 위로받은 것처럼 마음이 뜨거워졌다.
사람은 역시 혼자서는, 소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가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쏟아지는 감정을 추스르는데 한참이 걸렸다.
희망에 대한 따뜻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한 이야기였다.
눈물이 나지만 슬프지 않은 이야기 아니 행복한 이야기였다.  

“여행의 끝에 와있는 지금의 나, 이젠 세상을 조금이나마 알았을까. 조금은 강해졌을까”253p
물론! 이라며 그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그녀가 들려줄 다음 이야기들이 무척 기대되었다. 

딸을 잃은 엄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백’이 시작된다.

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네 살난 여자아이가 수영장에서 추락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렇게 딸을 잃고 교직을 떠나기로 한 교사는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딸을 잃게 된 사고, 그리고 범인에 대한 충격적인 ‘고백’을 시작한다.

한 가지 사건에 대한 6명의 6가지 이야기…
편지, 독백형식으로 쓰여 있다.
추리소설답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는 책이었다,
처음엔 한 두 장만 읽어볼 작정이었으나
3시간 동안, 심지어 밥을 먹으면서도 읽어야 했다.
아주 혼이 쏙 빠질 것처럼 빠져들었다.

한명 한명의 고백을 들으면서 가해자이지만 피해자이기도 한 그들의 이야기와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전혀 지루할 새 없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미성년자라고 믿기 힘들 만큼 침착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의 모습이나.
살인을 했지만 법적 책임이 없는 소년 A, B
죽은 소녀의 엄마이자 소년 A. B의 담임선생님은
그들이 죄의 무게를 지고 평생을 살아가길 바라는 맘으로 스스로 벌을 주기로 한다.
그때부터 사건은 점점 더 흥미로워지기 시작하는데…

무슨 상, 어디 선정 작 등 화려한 광고가 붙은 책들 중 참 실망스러운 작품들이 많았는데
‘고백’은 서점 대상 수상작이라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책이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무슨 정략결혼?!

인연 만들기 1 - 인연 찾기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절대 미국인과의 결혼은 안 된다는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에

주인공 상은은 1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결혼을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타협을 하고
캐나다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오고…
한국에선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님들끼리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 여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준과 상은…첫 만남부터 삐걱되던 두 사람은 하루아침에 약혼자 되어버렸다.
그 둘은 어른들을 설득한 자신이 없으니 결혼을 포기하게끔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싫어할만한 짓은 골라가면서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적과의 동침이 시작되는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할 어른들이 아니었다.
여준의 부모님, 누나부부, 동생들은 상은과 여준은 엮어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작전들 펼치기 시작한다.

점점 서로에게 빠지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가족들은 답답해한다.
싸우면서 정이 들었는지, 어느새 그들은 서로의 연락을 기다리고 안 보면 보고 싶어지는 관계가 되어간다.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남녀의 모습인데 왜 본인들만 모를까?
여준과 상은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가족들은 약혼 여행을 계획하고,
질투심 유발 작전까지 실행하는데… 그들의 정략결혼은 성사될 수 있을 것인가?

인연 만들기 1편은 상은의 사랑이야기 2편은 상은의 동생 효은의 사랑 이야기다.
둘 가지 책이 연결되는 부분이 없어 따로 읽어도, 순서를 바꿔서 읽어도 상관은 없다.
1편은 여준의 가족들이 합심해 상은을 가족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참 귀엽고 재미있었다. 

용기 있는 여자 효은, 사랑을 피하는 남자 대운

인연 만들기 2 - 운명 사랑하기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다.
로맨스 소설하면 다들 먼저 떠오르는 줄거리가 있을 것이다.
우선 아주 잘 생긴 남자 여자가 등장하고
또 남자는 돈이 아주 많아야 한다!!!!!
데이트 할 때 버스 기다리는 그런 남자는 절대 아니어야 한다.
바람둥이여야 하고
주인공 여자를 만나 다른 사람이 된 듯 한 여자에게 헌신적인,
가끔 너무 헌신적이다 못해 유치할 만큼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남자를
여자 주인공이 구제해 준다는 뭐 그런 뻔한 스토리가 떠오를 것이다.
이 책도 딱 뻔히 보이는 줄거리다.
읽다보면 다음에 무슨 장면이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가고,
내 짐작대로 흘러가는 그런 책인데…
어차피 다 예상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라 작가를 책망할 맘은 전혀 없다.
그렇게 뻔한 내용이지만 이 책 멈출 수가 없다.
가끔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이 유치하고 웃기지만 오랜만에 참 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용기 있는 여자 효은은 차갑고 나쁜 남자 대운을 자신의 남자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운명을 만들기로 한다.
슬픈 사랑으로 아파하다 쓸쓸하다 죽음을 맞이한 엄마로 인해 대운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런 대운에게 다가온 효은에게 정신없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두 남녀의 밀고 당기기가 시작되는데...
만들어진 운명, 그녀가 운명을 만들기로 한 것도 이미 정해진 운명이 아니었을까?
운명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겠나, 서로 사랑한다면 그게 운명인 것이지…
가벼운 사랑이야기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