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이옥순 지음 / 책세상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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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나라를 방문한 마더 데레사로 인해 처음 알게된 나라 인도는 그 후로 주욱 꼭 방문해보고 싶은 나라 1순위였고, 올해는 내가 인도 여행을 한 지 딱 10년이 되는 해이다. 첫번째 여행이후 언젠가 다시 방문하리란 다짐으로 10년 이상 내 지갑에 들어있는 50루피 지폐의 힘 때문인지 요즘 들어 부쩍 인도 관련 책들이 다시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제 막 읽은 책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는 지금까지 읽어왔던 인도 관련 책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즉, 우리 나라 사람들에 의해 쓰인 인도 관련 책들이 주로 인도의 묘한 매력에 취한 여행기 또는 인도에서의 명상 체험기 같은 성향이 강했다면 이 책은 인도의 수 많은 다른 모습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여주려 한다. 저자가 말하듯 저자의 주관적인 시각이 반영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신화, 역사, 사회상 등의 여러 면을 고루 보여주려 한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내가 이 책에서 새로 발견한 것은...

- 마하트마 간디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 네루 일가와 인도의 정치사

- 갠지스 강의 효능 (성욕을 억제하는 데도 그만이라네요. ^^;;)

막연한 지식이 세밀함을 얻는 부분은...

- 힌두교의 관련 사실들 (카스트 제도 포함)

별 네개를 준 것은 글이 아주 쉽게 또는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는다는 점 때문이지만, 다루는 내용은 인도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그리고 풍부한 사진 자료도 이 책의 큰 매력..^^

 

해적의 목발//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지만 그건 카레를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인 듯... 메뉴판에도 curry라는 메뉴가 분명 존재한다. ^^

삶은 달걀 두 개만 달랑 들어있는 달걀 카레는 달걀을 으깨어 밥에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었고 그래서 제일 많이 먹었었다. 뭄바이 근처 엘리펀트 섬의 야외 식당에서도 달걀 카레를 시켜서 밥을 막 먹으려는데 뒤쪽에서 갑자기 쑤욱 팔을 뻗어 달걀 하나를 집어들고 튄 원숭이 땜에 놀래서 눈만 땡그라니 뜨고 있는 나를 위해 달걀을 새로 갖다 준 식당 주인 아저씨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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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7-0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지인중 해외배낭여행을 갔다왔던 분이 2분 계시는데, 가장 매력적인 곳이 바로 "인도"와 "터기" 이 두나라예요. 그후 제 꿈이 바로 이 두곳을 가보는 거랍니다. 언젠가 제 꿈이 이뤄질까요?

해적오리 2007-07-02 21:41   좋아요 0 | URL
꿈을 꾸시면 이뤄질거라 생각해요. 전 북부 인도만 있어봐서 남부 인도도 가보고 싶답니다. 음...인도 가시게 되면 타고르가 세운 대학이 있는 산티니케탄 가보세요. 캘커타에서 멀지도 않구 정말 한적한 마을이랍니다. ^^
글코 저도 터키 꼭 가보고 싶어요~~~

비로그인 2007-07-0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 내가 좋아하는 '카레' 글자를 보는 순간, 위액이 분비되어 버렸지만.
(윽..배고파..) 책은 너무 먹고 싶은 내용일 것 같은. (웃음)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나중에 먹을랍니다.

해적오리 2007-07-02 21:42   좋아요 0 | URL
꼭꼭 씹어드세요. ^^
이미지가 귀여워요~ 글코 보니 카레에다 난 찍어서 먹고잡네요.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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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하지만 읽고 나니 '이루어지지 못한 여섯 가지 사랑 이야기' 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루어진, 적어도 내 눈에 이루어진 사랑은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정말 다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어떤 인연을 만들어가고, 사랑하고,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것이 점점 신비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작가는 이 점을 깊게 파고 들어간다. 즉, 이 책에서 제시되는 이야기들은 사랑하지만 서로의 다름 때문에, 서로가 처한 조건의 다름으로 인해서 관계가 지속될 수 없는 좌절한 사랑의 모습들을 여러가지 생물이나 사물에 빗대어 묘사하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무거운, 개개인이 결국은 각자일 수 밖에 없는 인간 조건을 그리고 있지만, 이야기에서 그리는 상황에 맞는 특성을 지닌 사물이나 인간 이외의 생물을 선정하여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솜씨는 계속해서 글을 읽는 재미를 주고 연달아 감탄하게 한다. 이런게 소설이구나라고 말이다.

"내가 감아 안아야 할 그 아름다움의 이름은 사랑이야. 내가 너의 사랑을 잡을 수 있을까? 나는 혼자 그 높은 곳까지 오르고 싶지 않아. 홀로 상승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우리 담쟁이덩굴은 이기적이지 않아. 그래서 너와 함께 높이 오르고 싶어! 너는 나를 잡고, 나는 너를 안고 우리 함께 사랑에 기대어 높이 오르자. 저 위를 봐. 푸근한 웃음을 짓고 있는 구름들이 아름답지 않니? 너와 함께 저 구름을 껴안고 싶어."
(p. 85-86, 감아야할 그 아름다움의 이름 - 담쟁이덩굴의 사랑의 열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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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8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줄어드는 아이 -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10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강은교 옮김, 에드워드 고리 그림 / 두레아이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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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바나나의 책이 떠오른 이유는?
아마도 몸은 마음이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기억하였다가 슬그머니 내비쳐 아직 그것들이 흔적을 지우지 않고 우리 안에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마음의 신비스런 거울이라는 점이 거듭 생각났기 때문일거다

어른이  지금도 어떤 상황에 이르면 유난히 몸이 먼저 반응을 하는 때가 있다특별히 당황하거나 난처해하거나 마음이 답답해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없는 긴장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감싸거나 한없이 작아지는 듯한, 안으로 존재가 쑤욱 빨려 드는 듯한 느낌이 때가 그런 때이다. 이럴 나는 이상 어른이 아니라 어릴 불특정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아이가 되어버린다. 어디에도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답답함 때문에, 그로 인한 외로움으로 인해 내가 작아 보이던  시점의 아이가 되어버린다.   

트리혼이 처하는 상황을 따라가면서 트리혼의 답답함은 나의 답답함이 되어버렸다. 트리혼이 자신이 작아지고 있다는 문제를 얘기할 누구도 트리혼의 눈을 바로 보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가장 일차적인 소통의 대상이 되는 부모들조차도 자신들의 말만 하고,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온통 정신을 쏟을 , 트리혼을 한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다. 아마도 부모들의 이런 태도는 계속되어왔을 것이고 그래서 트리혼이 작아지는 문제를 가지게 되었으리라. 트리혼은 계속해서 친구에게, 학교 버스를 운전하는 아저씨에게, 선생님들에게 자신이 작아진다는 얘기를 하지만, 바보 취급을 당하거나, 문제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응답을 들을 , 그로 인해 점점 작아져간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트리혼의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 되기보다는 그와 관련된 자신들의 입장이나 그의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만이 중요할 뿐이다. 누구도 트리혼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트리혼 혼자 문제를 해결하지만, 그건 다른 문제를 야기할 뿐이었다. 그리고 트리혼은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 너무나 슬픈 결심을 한다. 

이건…… 아무한테도 얘기 않는 낫겠어라고 꼬마는 생각했어요.
내가 아무 소리 않으면 아무도 그걸 알아채지 못할 거야.’

아이들에게 부모가 얼마나 존재로 다가오는지 알기에 트리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모들의 양육태도를 생각해보게 되지만, 이야기는 트리혼이 처한 상황을 빌어 우리가 타인과 소통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하고 있는 같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정작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의 말을 얼마나 제대로 듣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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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1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적오리 2007-04-1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제가 감사하지요. 전 리뷰 잘 안쓰는 편인데 가끔 써서 그런지 힘들어서 잘 안써지더라구요. 이 책은 읽을 수록 맛이 나는 책인것 같아요. ^^
 
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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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좋은 추억일 수 도 있고 가슴아픈 상처일 수도 있다.

기억이란

우리발에 족쇄를 채워 우리를 과거에 붙잡아 매기도 하지만 앞으로 진전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기억이란

절대적인 것 같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바라본다면 상대적인 것일 수 도 있다. 

 

하늘이 회색빛을 띠고 가라앉은 겨울 같은 봄날에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직 끝을 늘어뜨리고 있는 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동시에

다가올 봄은 지금까지와의 삶과 조금은 달라질 것임을 예고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구원이란

정화된 기억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케 된다.

 

네버랜드가

어느 곳을 말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마도 오사무, 미쓰히로, 요시쿠니, 간지 이 네 명의 소년이 함께 마음을 나누며 머무는 곳이리라.

이들이 내 마음에도 뿌리내리길

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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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7-03-0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닉네임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해적파시오나리아님, 리뷰가 한 편의 시 같아요. 님의 리뷰를 읽으며
주저리주저리 제가 몹시 수다스럽다는 걸 깨달았어요 ㅎㅎ

해적오리 2007-03-0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히히..
실은 길디긴 글은, 주저리주저리 제 일기장에 써댔답니다. ^^
원낙 많은 생각이 나게하는 책이라서요.
글코 제 닉넴은 까칠한 가족에 나오는 파시오나리아를 따온거랍니다.~

히피드림~ 2007-03-0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칠한 가족이 뭐여요?
만화? 동화? ;;;;
갈켜주세요^^;;

2007-03-04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짱꿀라 2007-03-05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리쿠의 작품이 꽤 괜찮다는 평이 나오고 있네요. 북데일리에서 나온 서평과 물만두님, 해적님 서평까지 읽으니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인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해적오리 2007-03-05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  죠반니노 과레스키가 쓴 책입니다.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쓴 건데요.. 세상엔이런 가족도 있구나 싶어요. 생각할 거리가 많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

속삭이신님// 제가 언니가 되나요? ??

산타님// 온다 리쿠 책은 많이는 안 읽어봤지만 그래도 읽은 건 다 만족스러워요. 정말 이야기꾼이다 싶은 작가에요. ^^


비로그인 2007-03-0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 리쿠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 만 읽었어요.
근데 너무 좋아하는 책이 되어버렸죠. 다른 책들도 봐야할텐데..^^

해적오리 2007-03-0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그 책 안 읽었는데... 평이 좋아서, 그리고 네버랜드 다 읽고 나니 문득 그 책을 읽어야 겠단 생각이 들더군요..온다리쿠 책은 굽이치는 강가에서도 좋구, 밤의 피크닉도 좋아요. ^^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 박완서 묵상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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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써댈 글이 서평에 속할 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나 주관적인 자기 고백이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초등학교 5학년 때 정식으로 세례를 받고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엄마의 영향으로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성서 이야기를 들어왔고 도판이 화려한 여러 종류의 성서 혹은 성서 관련 책들을 보면서 자라왔다. 성당에 정식으로 다니게 되었을 때도 내가 와야할 곳을 이제야 찾아왔다는 느낌이 다소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학교에서와 같이 성당에서도 나는 모범생이었다. 적어도 이십대 중반까지는...

그러다가 서서히 고개를 쳐드는 의문을 교묘히 피하고, 나름 합리화해가거나, 아주 가끔 은 마주 대하기를 십년정도 해오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나의 마음은 극과 극의 미움과 애정이 교차하기도 하고 지금과 같은 어떠한 감정조차도 없는 다소 무관심의 상태에 이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서평단을 모집하는 페이퍼를 보면서 서슴치 않고 신청한 것도, 그리고 책이 도착하기까지 가슴 설레며 기다린 것도 아마 이러한 마음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조금은 분명한 쪽으로 마음을 굳히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보다 더 정확하게는 좋은 쪽으로 마음의 가닥을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이란 제목에 크게 좌우되었던 것이다.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이라 말할 수 있는 작가의 묵상과 체험이 나에게도 그대로 느껴지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고대하면서 읽기 시작했건만 처음부터 글이 느껴지지를 않는다. 분명 눈으로는 보고 있고 머리로는 읽고 있지만 마음에서는 연신 팽팽 튕겨 나가는 것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래서 조금 두었다 읽어야지 하면서 다음날 다시 조금 읽다가 하기를 반복하다보니 빨리 서평을 올려야지 하는 조바심은 조바심대로 압박을 가해오면서 답답해질 뿐이었다.

어쨌든 책을 다 읽고 난 이 시점에서 서평을 조금이라도 써보겠단 마음을 먹은 건, 좀 무리스럽더라도 신앙인으로서의 작가 보다는 생활인으로서의 작가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면서 읽으려 한 노력의 댓가(?)라고 할 수 있다.

그저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자신의 연약함, 자연의 신비를 마주할 때의 경외감, 소소한 일상에서의 마음의 흐름은 일정 수준에서 많이 공감이 되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진솔하면서도 연륜이 느껴지는 성찰의 문장들이 나로 하여금 내 삶을 좀 더 진지하게 마주하라고 격려를 해주는 것 같았다.

다소 미약한 서평을 끝내는 글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라 할 수 있는 아래의 단락이다.

"그러나 저는 끝내 아무런 신비체험도 못한 채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재수까지 하고도 세례를 안 받는다는 건 어쩐지 창피한 것도 같고 유난을 떠는 것도 같아서였습니다....(중략)...더위보다 더욱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같이 세례를 받는 교우들은 거의 다 감격에 겨워 눈물이 그렁하지 않으면 흐느껴 울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은 다 부르심을 받았는데 저만 소외된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영혼이 기쁨에 차 눈물을 흘리는 동안 저는 다만 날씨가 좀 덥다는 육체적 고통에만 신경이 쓰여서 아무것도 못 느끼고 있었다는 건 부끄럽고도 한심한 노릇이었습니다.

그때 주님은 왜 저를 부르시지 않으셨을까? 오랫동안 원망도 하고 의심도 해본 끝에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주님은 뜨거운 사람만 부르시는 게 아니라 차가운 사람도 부르신다는 것을, 똑똑하고 말귀 잘 알아듣는 사람만 부르시는 게 아니라 미욱하고 아둔한 사람도 부르신다는 것을, 다만 부르시는 방법이 다른 뿐이라는 것을...(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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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2-1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앙은, 자기 체험인게지. 어느날 죽음의 문턱에서 신을 느끼고 수녀원에 들어간 선배는 그 순간이 체험인것이었고 내게는 힘들어 죽겠는 순간에 마음의 평화를 건네준 하느님의 손길이 체험인것인게고....
너에게도 그런때가 있지 않을까? 어쩌면 앞으로 더 강하게 체험하게 되는 순간이 올수도 있을것이고.
그 신앙체험이 아직 없다고 네게 신앙이 없다고 한다거나 지금의 무미건조한 신앙생활이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말은 하지 않았음 한다.
내가 말은 참... 영적으로 성숙한(?) 신앙인인척 하지만 속 내용물은 아니라는 거, 넌 잘 알잖냐.

성경을 읽으면 그속에서 '나의 하느님'을 본다. 각자가 다 다른 모습의 하느님을 바라보는거지. 그건 '나의 하느님'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거나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일게야. 다만 내가 젤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심판하시는 하느님'이나 '두려움을 주시는 하느님'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는게지.
내가 왜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교리교사를 하는 줄 아냐? 난 아이들이 커가면서 좀 더 하느님을 가깝게 느끼고, 그게 아니라면 좀 더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주일날 쉬고픈 내 마음보다 아주 쬐끔 더 크기 때문이지.
물론 내가 아이들을 잘 이끌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아니야. 나보다 훌륭한 교리교사는 훨씬 더 많겠지. 근데.. 정성,은 하늘을 감동시킨다고 하지 않냐. ㅋㅋ
내가 하늘을 감동시킬만한 정성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교리를 했던 녀석들 중 하나만이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면 성공한거 아니겠냐고.

어쨌거나 너와는 달리 나는 '천주교'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먼저 바라보며 접근했었던 것 같아. 고등학생때 견진교리 받으면서 신부님께 '면죄부'는 나쁜거 아니냐고 질문했는데 그때 그 신부님은 나의 용기있는 질문(!)을 무시하셨더랬지. (ㅡ,.ㅡ)
천지창조신화의 헛점에 대한 논리적인 물음같은 걸 툭 던져넣는 오라비의 말 한마디도 그랬고, 집에서 성경보다는 아담과 하와의 에덴동산은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의 우주선 중앙시스템 장치이고 ...어쩌구 하는 책들을 먼저 접했지.
성경공부도 한울에서 나온 '해방공동체'라는 책으로 처음 했었고. (그 책이 상당히 사회구조적인 해방,의 관점에서 쓰였던거라...아직도 그 영향이 가장 큰거 같아)
너하고 나는 아주 많이 다른 신앙생활의 체험을 한게 맞는거 같지?
(신앙체험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체험이다. 차이점? 너가 알앙 이해해부러)

아무튼 (댓글로 쓴건디 글이 막 길어져부렀다. 위에 쓴 글이 안보이니 뭐라 써댔는지도 모르겠는 상태지. 으윽~!)
결론은... 어느 누구도 '신앙'이 있다, 없다 라는 말을 할수는 없는 거 아닐까, 라는 거.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거. 내가 사이비 신자라서 좀 더 강력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神을 찾으려면 전례생활안에서 찾는 것이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세상 안에서 꼼지락거려야 하는 것이고, 알라딘 마을이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되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돌려놓기 위해 알라딘에 머물면서 꿈틀대야 하는 것이고. 흐~ 비유가 어째...;;;;;;;;;;;

** 글이 하도 길어져부난 이쯤에서 관둬사켜. 이거 페이퍼로도 퍼가든가 해사주. 뭐랜 헛소리해신디싸~! ㅡㅡ;;;;;;;;;;;;;;;;

해적오리 2007-02-19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경허믄 가져강 좀더 마무리를 잘 해서 내 서재에 페퍼로 남겨줘. 카테고리 하나는 열려있으니까..
오늘 수목원 가서 걸으면서 뭐가 문제인지 생각을 해보는데..물론 머리 아프게 그거 생각하자고 간 건 아닌데 그냥 툭하니 생각이 떠오르더라고. .. 나도 정확하게 뭐가 문제지는 모르겠고;;; 뭔가가 명확치 않은데 께림칙하고.. 암튼 그래. 일단은 기도보다는 내 생각이라도 정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하루에 잠깐이라도 일기쓰면서 정리하는 시간 가질려고 하는데... 암튼 이 댓글 보난 잘도 감동스러운게. 근데 내가 아마도 교리교사를 안한건 언니같은 사명감도 없었고 그 당시 나는 하느님을 무서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언뜻 드네. 아이들에게 좋으신 분이라고 하는 것은 내 안에서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짱꿀라 2007-02-2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관적인 서평이어도 잘 읽고 갑니다. 속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요.

해적오리 2007-02-2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감사합니다. ^^

2007-03-05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적오리 2007-03-0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네~ ^^
리뷰가 좋다니 제가 감사드립니다.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