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8월의 어느 아침, 제임스 티론의 여름 별장의거실.
- P11

애드먼드 : 발작적인 공포에 사로잡혀 눈을 뜨고 몸을 웅크린다. 자신과 필사적인 싸움을 벌인다. 관절염으로 뒤틀리고 울퉁불퉁해진 긴 손가락들이 그녀의허락도 없이 자체의 끈질긴 활력으로 의자 팔걸이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 P57

메리 :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차분한 음성으로) 왜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과거는 바로 현재예요. 안그래요?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는 그게 아니라고하면서 애써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걸용납하지 않죠. (계속한다.) 다 내 탓이에요.  - P101

에드먼드 : 그래요. 지금쯤 엉망이 되셨을 텐데 그런 어머니를 보는 건 정말 끔찍해요. (고통에 차서) 제일참기 힘든 건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 벽에 둘러싸여 있는 거예요. 짙은 안개 속에 숨어 그곳에서헤맨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고의적으로요. 그게 사람을 죽이죠! 고의적으로 그런다는건,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서 우리한테서 벗어나,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잊으려는 거죠! 그러니까 마치, 우리를 사랑하지만 동시에증오하는 것처럼요!
- P171

(슬픈 꿈에 젖어 앞을 응시한다. 티론은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꿈틀한다. 에드먼드와 제이미는미동도 않고 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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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자면 그는 현실에서 잠들고, 꿈속에선 잠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누군가 그가 텅 빈 탁자 앞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거리를 걷고있는 것을 보았다면, 틀림없이 그를 몽유병자이든가 아니면귀신 들린 사람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 P255

그러다. 우둔하다는 건 아름다운 아내에겐 특별한 매력이 된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많은 남편들이 자기 마누라가 바보인데도 흡족해하면서 그것이 세파에 닳지 않은 순수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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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도 없는 매력을 타고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느끼는 내마음을 오빠가 안다면 놀랄 거라고요.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은 여인의 마음은 때로는 채울 수가 없어요.
- P19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내가 잘못하는 거죠. 난 항상잘못하고 있어요! 하나의 신조를 믿는 것처럼 항상 사랑에자신을 매어두는 것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에요. 어떤 특정한 음식이나 음료수를 항상 좋아하겠다고 서약하는 것만큼바보스러운 거예요!"
- P54

내 행복은 천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 여기 지상을 향해 있소."
- P80

"사람들이 자기들 식으로 살기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사악하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걸 참을 수가 없어요! 이런 식의 편견이 가장 훌륭한 의도를 가졌던 사람을무모한 인간으로 만들고 실제 부도덕한 사람이 되게 한다.
니까요!"
- P193

감정에 의하여 한쪽으로 뒤집힐 수 있는 원칙은 같은 재난에 의하여 다른 쪽으로도 무너질 수 있다.  - P290

그러나 어느 날 저녁 우연히 아라벨라가 주드에게투덜거리는 투로 잔소리를 하다가 드디어는 구두 한 짝을그의 머리에 던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거기서 그는 두 사람이 진짜 결혼을 했으며 그들 사이의 관계에는 하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339

"목걸이에 걸린 십자가에 대고 무릎을 꿇고 목이 쉴 때까지 맹세를 하라지요. 사실이 아닐 테니까요!" 아라벨라가 말했다. "그 여자는 그의 품을 떠난 다음에 평화를 찾지 못했어요. 지금 저 사람처럼 되기 전에는 절대로 평화를 못 찾아요!"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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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마을을 떠나고 있었다. 모두가 섭섭해하는 눈치였다. 크레스쿰의 방앗간 주인이 그가 가는 도시까지 물건을 실어 갈 수 있도록 작은 흰색 포장마차와 말을 빌려주었다.  - P21

자연의 논리는 그가 좋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끔찍했다. 한 부류를 위한 자비심이 다른 부류에게는 잔인함이라는 사실이 그가 생각하는 조화의 개념을 역겹게 만들었다.  - P36

지금까지 늘 가까이 있었지만 전혀 그 존재를 생각하지 않았던 감상적 관심의 새 진로가 열린 기쁨에 자신을 잃어가던 것이다.  - P77

내밀한 관계까지 이르게 되면 그가 한 말을 지키고 결과를책임지는 것이 시골 사람들의 관행이었다. 그는 자신을 위안하기 위하여 아라벨라에 대한 허구의 사실을 만들고 그것을 믿었다. 아라벨라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실체가 아니라 그녀에 관한 그의 생각이라고 그는 이따금씩 짤막하게 중얼거리기도 했다.
- P104


날씨가 잔뜩 찌푸리고, 침울하고 조용한 오후였다. 이런날에는 평범하고 실질적인 사람에게는 종교가 하나의 필요성이 되었으며, 감상적이고 시간이 많은 유한 계급에게는 사치가 되었다.  - P165

사실이 증명을 하잖아요! 그들의 철학은 남녀의 관계가 동물적 면에 근거하고 있어야 인정해요. 욕정이 부차적인 역할을 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강렬한 사랑은 그들의 견해 속에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 있잖아요…… 뭐더라… 비너스 유리너스를 인정하지 않아요."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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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없는 불행)
케른텐‘에서 발행되는 신문 《폭스차이퉁 일요일 자 부고란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 P9

경악의 순간들은 언제나 아주 잠깐이고, 그 잠깐이란 시간은 경악의 순간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현실의 감정들이치미는 순간이며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다시 모른체해버릴 순간들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있게 되면, 마치 지금 막 그에게 불손하게 굴기나 한 것처럼 이내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 P11

왜냐하면 전쟁은 모든 상황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고(클라우제비츠) 그전 같으면 당연하게 여겼을 법한 일상에서벌어졌던 일들을 긴장감 도는 우연한 일로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P25

하나의 유형에 들어감으로써 개인은 부끄럽게 여겨졌던 외로움과 고독감으로부터 벗어났고 스스로를 망각했으며 비록 잠깐이긴 하지만 때때로 당당하고 떳떳한 존재가 되었다. - P36

정치가들은 다른 세계에 살았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질든을 해도 그들은 대답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뿐이었다. 〈아무튼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선 누구도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치에 관련된 것뿐이었다. 다른 것은 혼자 힘으로 해결하거나 신(神)에게 맡겨야 했다. 어떤 정치가가 정말 누군가에게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면 그 사람은 이내 움츠러들 것이다.
그건 아첨에 지나지 않는 것일 테니까.
- P61

그러고 나면 그 생각은, 허공 속을 걷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깨닫게 된 만화 영화의 인물처럼 땅위로 추락해 버린다.
나중에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해 훨씬 더 자세히 쓰게 될것이다.
- P87

(아이 이야기)
그 청년이 생각한 미래의 삶은 아이와 함께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지는 상상들로는 말없는 공동 생활, 잠깐 동안 나누는 시선 교환, 쪼그리고 앉은 모습, 들쭉날쭉한 가르마, 먼 곳에서 또는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는행복한 일체감이 떠오르곤 했다.  - P91

그것은 비현실적이었다. 비현실이란 상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는 광기와 구별되지않는 야만이었다. 활기를 잃은 남자는 더 이상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고 불안감이 그의 의지를 더욱 빼앗아갔다.
- P121

그리고 나중에라도, 이미 씌어진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 아이의 모든 이야기에 언제나 부합될 어떤 시인의 문장을 깊이 생각한다. 바로 〈칸틸레네 —— 사랑과 모든 열정적인 행복이 충만하길〉라는 문장을,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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