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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일 속의 우주 - 한 천문학자의 사계절 산책기 ㅣ 자연과 인간 14
쳇 레이모 지음, 김혜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겪게는 되는 다반사나 좀 더 한차원을 넘어서 사고를 고찰하거나 대상을 관찰할 경우 거시적 즉 매크로적인 사고에 익숙해 있다. 특히 우주라는 담론적인 개념에선 그 방대함과 거대함에 자칫 기가 눌릴 수 밖에 없다. 인류가 고안한 아니 정의한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빛의 속도로 우주의 범위를 표현하고 가장 우리와 가까이 있다고 추론되는 은하 역시 우리의 상식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숫자들의 향연속에서 그저 멍해질 뿐이다. 이런면에서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 세상의 진정한 미스터리는 보이지 않는게 아니라 보이는 것이다"라는 말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매크로적인 그리고 그 크기의 정량화를 가늠할 수 없는 세계를 과연 우리는 볼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역으로 생각해서 우주-->우리은하-->태양계-->지구라는 크기의 절대화를 축소하여 마이크로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볼때 비로소 현학적인 대상으로 가늠자의 범위내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마이크로적인 범위 즉 우리가 쉽게 보고 넘기는 대상들을 우리는 많이들 외면하고 있다.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볼 필요성이 없어서 넘어가는 것인지 몰라도 다름아닌 바로 우리 발길에 닿고 손길로 느낄 수 있는 미시적인 대상에 대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 또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쳇 레이모의 <1마일속의 우주>는 물리학자겸 천문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일터로 대략 1.6km를 걸어서 출퇴근 하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마을, 숲, 돌덩이, 개울, 들판, 초원등을 통해서 우주의 삼라만상을 보여주는 과학에세이이다. 저자 자신이 37년간 걸었던 길은 신대륙의 발견과 이주 그리고 산업혁명이라는 대격변을 통해서 급속한 산업화과정속에서 세계 어느 곳이나 겪어던 곳중에 하나이다. 산업화는 그동안 우리가 알았던지 무지했던지 간에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에 모든 생명체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때 보다 풍요롭고 호화스러운 생활을 영위했단 물론 이러한 풍요의 잣대는 인류이외의 생명종에게 동의를 구할순 없을지라도 농업혁명이후 인류사의 흐름속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보내는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비단 타종의 희생이 있었고 의도 되었던 그렇지 않던 간에 그것 또한 사실임에는 분명한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오랜시간 걸었던 길을 통해서 이러한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그리고 마이크로적인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산업혁명의 대명사격인 에임스 삽공장의 흥망성쇠와 그로 인한 주변 자연 환경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인류가 자연에게 가했던 행위 그리고 반대급부로 자연이 인류에게 되돌려줬던 현상에 대해서 제3자적 관점에서 무덤덤하게 말하고 있다. 급격한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등을 비롯한 환경파괴에 대해서 마치 환경보호를 주창하는 전도사적인 견지에서 설파하는 형식이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를 기술하고 있다.
지금같은 추세로 가면 머지않는 장래에 환경파괴로 인한 엄청난 댓가를 치룰것이라는 대재앙을 여기저기서 예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저자는 나름대로 이 책에서 자연의 위대한 힘을 확인 시켜준다. 한때 황무지화된 들판과 초원 그리고 개울과 숲에서 인간의 약간의 노력(부작위을 포함해서)만으로도 자연은 그 자정능력과 회복능력에서 탁월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사례를 대표적 사례로 보아서 그동안 환경파괴에 앞장선 인류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차피 인류와 자연과 우주라는 존재는 같이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중에서 인간인 우리에게 선택의 폭이 다소 넓고 다양하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인류가 수렵, 채집생활을 포기한 오래전 부터 자연에 대한 인공적 변경과 우월의식은 가졌던 것이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의식은 버리지 못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인류와 자연의 대립관계가 아닌 상호유기적관계를 인식하고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자신이 오래동안 걸어왔던 길주변의 아주 작은 세계를 통해서 재확인 하고 그 생명력의 기적에 다시금 감탄한다. 그동안 너무 거시적 시각에서 접급했던 인류와 자연과의 공생관계의 방법을 작은 숲과 개울에서 찾은 것이다. 저자와 같이 걷는 길은 주변에 햇살을 머금고 있는 숲과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 그리고 무질서하게 펼쳐져 있는 초원에는 자연 나름대로의 규칙과 생명의 기적이 숨어있는 것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미스터리의 해법이 바로 우리 발아래에 놓여있다. 대우주의 거대한 생명이 바로 1마일속으로 고스란히 다가온 것이다.
밤하늘의 시인이라는 별칭처럼 저자는 책을 읽는 동안 참 편안하게 독자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이나 새로운 현상이나 사실을 추구하는 지식전달이 아닌 우리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아주 작은 곳에서 그리고 보지 않을려고 했던 현상들에서 저자는 자연과 인류의 공생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바로 우리와 함께 숨을 쉬고 있는 공간이 다름 아닌 우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