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너와 함께한 첫날밤

밤잠을 설쳤다 꿈이 없었다 

밤에도 먹고 싸는 존재였지

너란 녀석은

 

세상에 제일 어려운 건 띄워쓰기 글짓기

못지않게 어려운 건 나머지 있는 나눗셈 

그리고 물질의 성질과 자석의 원리 등등

딱 싫은 건 고장의 유래와 문화유산 등등

 

너와 함께하는 몇날밤

잠은 같이 자지만 꿈은 항상 달라

네 꿈의 초대장은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꿈밖에서 그러나, 나를 기다리는 건

원효대사 해골물이롤세

엄마, 나도 핸드폰 사줘, 응? 

친구들은 다 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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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보고 싶다

 

 

 

 

 

노래는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나만 혼자 이렇게 늙고 병들어 운다

그 동안 고생했어, 잘 가라

나의 아픈 췌장

 

2005년 여름밤 홍천강에서 바람이 분다, 에

참붕어, 동자개, 피라미 모두 풀어주었어요

은혜는 안 갚아도 된단다

물고기들아 

 

먼저 간 딸아이가 좋아하던 노래, 오늘은

용기를 내어 한번, 아니 한 번 들어봅니다

사랑한다, 우리 딸,

보고 싶다

 

바람이 분다 -

살고 싶다

 

 

 

*

 

- 이소라, <바람이 분다> 동영상 밑에 댓글들을 토대로. 

-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한번: 시험 삼아 한번, 우선 해보는 거 

한 번: 한 번 두 번 세 번 셀 때

 

 

 

바람이 불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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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 써요

 

 

 

 

 

 

오늘처럼 부슬비가 내리면

동물원 김광석이 생각나요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시를 끄적이고 싶어져요 

 

부슬비도 비실비실 쓰러지고

초가을 하늘에 쓰인 시들도

한 자 한 자 흘러내리고 말지요

온 거리가 語로 어지러워요 

 

그래서

저, 시 써요

오늘도 

 

 

 

 

*

 

 

 

비에 젖은 축축한 학교. 어째 3월보다 사람이 훨씬 많다. 이건 이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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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 지나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입 돌아간다는 처서가 지났음에도  

어젯밤 창틀에 모기 한 마리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 본다 

내 다리 네 다리에 침을 꽂고야 말겠다는 

당돌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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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0-08-2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스럽고 다정한 시이네요.

푸른괭이 2020-08-29 10:28   좋아요 1 | URL
아,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어젯밤에 아이가 한 말을 옮겨 적어 보았습니다^^; 모기가 눈 뜨고서 자기를 째려본다고 하더라고요 ㅋㅋ

박균호 2020-08-2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보니 귀여운 시이기도 하네요.. 아이들의 시선이란 정말 깜찍하고 기발해요.
 

 

 

처서處暑

 

 

 

 

 

모기가 내 다리 네 다리에 침을 꽂고

그뿐, 입이 비뚤어져 피를 빨지 못해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모기는 입이 비뚤어져 제 구실을 못해

 

더위가 머물 곳을 잃고 방황한다

슬슬 추위에 처소를 내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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