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본다(4) - 스피노자 렌즈 

 

 

 

 

 

나무도 죽나요?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의문문이 문제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 말의 저작권은 스피노자에게 있는 것으로 안다

안경 박사이기도 한 나무 박사에게 물어보고 싶다 

스피노자 박사님, 요즘 제가 나무에 꽂혔는데요

혹시, 나무는 멸망하지 않나요?

나무든 지구든 멸망하든 말든 나는 나대로, 이런 뜻인가요?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스피노자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고

나는 스피노자 렌즈에 흐린 눈알을 띄우고 한 권의 책을 읽겠다

 

나무는 나무대로, 지구는 지구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각자 자기 자리에서 his own mode 자기 방식대로

 

 

*

 

오래 전 대학(원)시절 지금의 대학동에 <스피노자 안경점>(??)인가 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그곳 사장님을 통해서 스피노자가 안경을 만든 걸 알게 되었다.

/  his own mode  - 밀, <자유론>(by 유시민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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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알고 싶다(3) - 어떤 실존에 대한 두 견해

 

 

 

 

 

같은 식물이라도 초본식물과 달리 목본식물인

나무는 한 두해, 여러 해만에 죽지는 않는다고 한다

움직여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동물과 달리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니 에너지 소모가 적다고

여러 기관이 한꺼번에 생기는 고등동물과 달리

자라면서 필요한 부분이 차례로 생긴다고

병균의 침입에 뛰어난 자생력으로 대처한다고

그렇게 죽을 때까지 꾸준히 영원히 자란다고

따라서 정해진 수명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사실상 같은 나무 얘기인데 사뭇 다른 관점도 있다

 

나무는 이식되면 굉장히 심한 스트스를 받기 때문에 

태어난 그곳에 계속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자리에서

밑으로는 물과 양분을 빨고 위로는 햇빛을 얻기 위해 

근처 식물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한 번 지면 영원히 끝, 패자 부활은 없다고

오래 살기 때문에 오래 고통 받아야 하고 

병든 생살이 도려지는 아픔도 감수해야 한다고

몸의 끝 가지 눈嫩의 생장점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고

따라서 굉장히 위험한 생존 방식일 수 있다고 한다

 

내 결론인즉

나무로 사는 것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만

인간으로 사는 것 역시 굉장히 위험한 생존 방식일 수 있다

 

 

*

 

1번 이경준 교수

https://blog.naver.com/y9chung/90102768611

 

2번 박필선 교수

https://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30/20140330025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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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시집 한 권

 

 

 

 

 

 

때아닌 가을비가 을씨년스럽다

축축한 강의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온풍이 불고

내 굵직한 종아리 옆 가다란 석영관이 빨갛다

몸과 마음이 따뜻하고 푸근해져 흥부 박이 연거푸 터진다

 

대박은 너무 황송하고 중박 소박, 심지어 쪽박도 좋아요

어차피 안동 고기국수 한 그릇 얻어 먹는 호사는 누릴 테니까요

 

시집은 평생 딱 한 권이면 되나 봐요

 

나머지 생애는 아프리카에서 커피나무를 가꿔도 돼요 

낙엽 쓸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하기만 해도 돼요

 

죽기 전에 시집을 한 권 내고 싶네요

 

 

 

*

 

 

 

 

이렇게 조그만 놈인 줄 몰랐지만 ㅠㅠ 그래서 첫날 보고서 너무 놀랐지만 그 사이 난방도 시작되고 너무 따뜻해서 부자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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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알고 싶다(2) - 도깨비 빤스

 

 

 

 

 

나무 Tree Arbre Baum 낱말의 느낌도 좋지만

미루나무 버드나무 이름도 참 예쁜 나무를 생각하며 

어떤 예쁨도 없는 '도깨비 빤스'를 덩달아 생각한다 

 

식물성 나무는 동물성 도깨비 빤스보다, 도깨비보다 오래 산다

그 나무는 머리에 뿔 난 초록 산도깨비를 봐도 도망가지 않는다

2천년, 3천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으니 물어보고 싶다

 

자이언트 세콰이어 나무야,

그렇게 오래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

아마 <레옹> 속 식물처럼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꼬치꼬치 캐묻지도 않을 것이다

나도 그래서 나무가 좋다

호랑이 가죽 도깨비 빤스도 덩달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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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알고 싶다(1) - 한국인의 나무

 

 

 

 

 

 

화성에서 한국인의 밥상을 거룩하게 받아들고

융릉과 건릉 빽빽한 나무를 향해 묻는다 너희는

언제적 나무냐 사도세자 나무냐 혜경궁 홍씨 나무냐

 

나무를 보며 정조대왕을, 세종대왕을, 조선 왕조를 생각한다

도야지 국수를 보며 소수림왕을, 광개토대왕을 생각하던 백석을 생각한다

나무와 생각 속을 초록색 보라색 부전나비들이 사브작 헤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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