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4) - 햇살의 맛

 

 

 

 

 

 

간밤의 가을비 덕분일까

아침 햇살이 너무 맛있어

햇살만 먹고 살고 싶어

눈코입 크게 뜨고 손발 쭉 뻗어 

해바라기 되어 해의 품으로

 

태양의 흑점은 놀라워라

꿈틀꿈틀 말미잘 에이리언

뾰족뾰족 흑색 아가리 모양

징그러움도 아름다움이어라

 

아이야 너는 은쟁반에 보름달을 준비해두렴

추석이 오면 소원을 한 옴큼 뿌리자꾸나

공책에는 '가을'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어보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는 처음이라

 

 

 

 

 

시는 처음이라

너무 설레요 부끄러워요 

그래서 써요, 시

 

삶은 처음이라

너무 떨려요 무서워요

그래서 많이 울어요, 여전히

 

중년은 처음이라

더 떨려요, 약 먹어도 떨려요

계속 떨림을 다잡고 살아요 

그래서 자꾸 써요, 시

 

노년은 또 어떨까 궁금하네요

무릎이 귀를 덮는 노파가 되어

시인의 마을 경로당에 가서

신나게 놀고 싶은데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3) - 가을비

 

 

 

 

 

 

찬비가 내린다

바람이 싸하다

 

풀꽃이 가녀린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灌木이 울부짖고 喬木이  포효하고 나도

사시나무 미루나무 떨듯 오돌오돌 떤다 

 

역시, 이건 '가을'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는다

 

소쩍새에 천둥에 무서리에 불면에

이제 곧 국화꽃이 피고야 말리라

 

 

 

*

 

 

서정주 <국화꽃 옆에서>. 역시 가을은 (꽃이라면!) 국화꽃(-과 코스모스)의 계절. 국화 하니 당장 떠오르는 시. 대국보다는 소국이 좋다. 왠지 더 쓸쓸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2) - 사과의 맛

 

 

 

 

 

작고 동그랗고 빨갛다 

연노랑 속살을 베물자

아삭! 귓전이 울리고  

연노랑 즙에 혓바닥이 

촉촉 달콤하게 젖는다  

 

역시, 이건 '가을'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는다

 

이제 곧 저녁이 秋夕 들겠네

이제 곧 가을도 저물겠네

이제 내 가을도 初老 완연해지네

 

사과의 맛 선악의 맛

태초의 맛 낙원의 맛

맛있는 맛 알싸한 맛

 

 

 

*

윤병락, 작은 우주....

 

어제 먹은 사과가 너무 맛있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떤 회의懷疑

 

 

 

 

1

 

곰탕, 꼬리곰탕이라고? 너무 무서워!

아이야, 곰탕은 소뼈와 고기를 푹 곤 탕이란다

그 착한 소를, 더 무서워!

 

 

2

 

곰탕 안에는 왜 곰이 없는가, 왜 뽀얀 국물뿐인가?

어린 나의 독한 懷疑에 주어진 답이란 

총총 썬 초록 대파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