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후회 

 

 

 

 

꿈에서

너무나 달라진 고향집을 찾아 헤매다 길을 잃고

휴대폰을 잃고 전화 거는 방법을 잃고 심지어 아이도 잃었다

 

내가 이런 꿈을 꾸려고 다시 잤나

이런 식의 연속 잃음을 겪으려고 무려 한 시간이 넘도록 자고 있었나

 

 

 

 

*

 

 

시인 신해욱의 소설 <해몽전파사>를 샀다. 사는 김에 시집 <무족영원>도 샀다. 나도 잠이라면 워낙 많이 자서 꿈도 많이 꾸는데, 시인-소설가가 무슨 얘기를 해놓았을지 궁금하다. 시집 처음 나왔을 때 '무족영원'은 제목이 특이하여 검색해보고 너무 징그러워서 ㅠㅠ 안 샀던 것인데, 이번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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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위로

 

 

 

버스를 놓쳤어

이젠 비까지 오겠어

빗물에 미끄러지겠군

 

최악이라고?

아직은 최악이 아니야

더 기다려봐

 

오늘 바닥을 쳤어

천만에, 지하도 있는걸

B1인 줄 알았는데 B3야  

 

 

 

*

 

비정상회담

https://www.youtube.com/watch?v=h_8l8W-qQ6c&t=792s

프랑스인들이란 정말^^; 일본식도 마음에 든다. 난또까나르. 어떻게든 되겠지.

 

아는변호사(아변) : 내가 무너져 내리던 날

https://www.youtube.com/watch?v=sa9DylSt0iI

여기가 제일 (밑)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가 -_-;;

 

*

 

 

도중에 직원이 바뀌어서, 아쉽게도 ㅠㅠ 분위기도 바뀌었다. 장미가 없어서 저 짙은 보라색의 리시안셔스를 샀다. 한 대에 저렇게 각기 다른 색 꽃이.  지난 겨울에서 봄, 참 좋았다. 꽂집 드나는 재미가. '고터'에서 사온다고 한다.

 

지난 3월, 비오는 날, 낙성대 어디에서 당첨된 도시 텃밭, 농부증 받아들고 학교 뚫고 집으로, 텃밭으로 가던 길. 그때는 그게 최악인 줄 알았는데, 지난 봄에 비하면 그때는 천국이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고 살아야지. 무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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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보다 낯설고 먼

 

 

 

 

오늘 아침은 오소리감투와 염통이었다

샘통이다, 아침으로 이런 걸 먹다니

 

이 또한 지나가서 우주보다 낯설고 먼

그런 시공간이 되리라, 지나갈 것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

동물스럽게 자라는 식물의 성장을 막을 수 없고

세상에서 제일 오래 사는 직업은 성직자라지

나는야 관악구 비구니, 알코올에 전 소설을 쓰며

교회든 절이든 아무 데나 가리라 

 

오늘 점심은 커피 한 잔과 크루와상, 우아하지

오늘 저녁은 꿈틀꿈틀 큼직한 낙지, 징그럽지

팔팔 끓는 물에 데쳐서 잘근잘근 씹어줄 테다

 

오늘의 삼시세끼, 이 또한 지나가서

오, 주여, 우주보다 낯설고 먼

그런 시공간이 되게 하소서!

 

 

*

 

 

 

 

 

5월에서 6월로 힘들게 와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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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1-06-1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이쁘네요. 부디 건강하게 쑥쑥 자라기를...

푸른괭이 2021-06-17 10:42   좋아요 0 | URL
저도 너무 쫄아서요 ㅠㅠ 아프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5월도 반고비

 

 

 

 

어느덧 5월도 반고비

지난 겨울의 그 장미는 질나쁜 장수와 불미스러운 불멸을 누리며  

신록 속에, 녹음 속에 멍하니 어리숙하게 엉거주춤 섞여 있다

세상은 장미에 찔레꽃에 수국에 온통 꽃 잔치

 

할머니, 그런데 엄마는 언제 와요?

 

달콤한 초당 옥수수를 먹으며

달콤 쌉싸름한 인생 맛을 곱씹는다

초당 옥수수는 잇새에 너무 잘 껴

늙어가는 치아에는 적합하지 않아

 

5월도 어느덧 반고비 길에 접어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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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문장

 

 

 

 

 

아이가 펄펄 끓는 동안에도 강낭콩은 쑥쑥 자랐다

태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레 떠오르고   

소싯적 떡잎은 세상 미련 없다는 듯 쪼그라들고

본잎은 살판 난 듯 푸르러지고 꽃이라도 피울 기세다

 

중세 사람들이 가장 자살을 많이 한 시각은 자정 이후 새벽이라고 한다

 

책상 앞에 구겨지듯 앉는 아이를 보며 강낭콩 줄기를 움켜쥐고

뿌리째 뽑으려다가, 더한 천벌 받을까 무서워 마음을 고쳐 먹은

지금은 정오 

 

물끄러미

정오의 문장이 쓰였고 나는

이제 막 의욕을 가질 참이다

 

 

 

 

 

 

 

 

 

 

 

 

 

 

 

 

 

 

 

물끄러미 / 자정의 문장을 썼다. //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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