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야(2)

 

 

 

 

藥발이 떨어지자

너의 새 인생이 환영임을 알겠다

부서진 부리는 다시 돋지 않아

거룩한 자해, 굶어 죽거나 썩어 죽겠지

 

히말라야 산맥을 빙빙 돌며

솔개야

살점을 뜯어먹어라

내장을 파먹어라

 

비요비요 소리개 떴다

鳥葬을 끝내야지

비요비요 병아리 감춰라

鳥葬 속에 묻혀라 너도 

 

너의 맹장을 먹고 싶어

솔개야

맹장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藥발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

우리 인간의 나약하고 악덕한 마음

솔개의 똥집이라도 먹고 싶은 마음

차라리 지푸라기가 낫겠다, 솔개야

 

 

 

 

*

 

... 나약하고 악덕하고...: 도스-키, <카라마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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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야(1)

 

 

 

藥발이 돌면 

솔개야

헌 부리를 찧어라

히말라야 산맥 높은 바위에

헌 부리 부서지고 살점이 뭉개지도록

핏물 속에서 새 부리가 돋도록

 

藥발이 남은 동안

새 부리로 헌 발톱을 뽑아라

하나둘셋, 또 다시 하나둘셋

헌 깃털을 물어 뜯어라

솔개야

핏물 속에서 새 깃털이 돋도록

 

새 인생 헌 인생 될 때까지

솔개야 

藥발 떨어지기 전까지 

마음껏 날려라, 그 깃털을 

마음껏 모아라, 그 발톱을

마음껏 놀려라, 그 부리를  

 

 

 

*

 

그저께 밤에 남편이 <솔개의 눈물(선택)> 얘기를 해주었다. 두 번을 산다는 거다, 간단히. 그렇게 해서 한 70년.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지만 너무 재미있어 계속 생각하다가, 헉, 역시나 말이 안 된다는 증거를(?) 찾았다. 나의 남편이 멍청한 사람 아닌데^^; 무엇보다도 어마어마한 현실주의자에 낚시 좋아하고 동물 생태에는 꽤 지식이 있는데, 하, 너도 늙었구나. 사람이 마흔이 넘고 자신도, 아이도, 또 부모도 아프고 (혹은 예비적으로!) 아플 것이니 약해지는 모양이다.

 

낡고 썩고 문드러진 우리의 신체 기관들, 장기들을 저렇게 다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6개월 고생하고 30년쯤 더 살 수 있다면. 지금 힘든 수술과 독한 치료를 견디는 분들의 마음이 다 그러리라. 당장 이 고통을 없앨 수 있다면, 더하여, 이 고통 감내하고 6개월, 1년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목숨이란 과연 이토록 모진 것인지.  

 

엄하게, 맥락없이 찾아본 사육신. 오래 전 성삼문, 박팽년을 시조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들은 거열형을 당했고(흑ㅠㅠ) 그 부인과 딸들은 한명회, 신숙주 등(맞나?)의 집에 노비로 준 모양이다. 거룩한 명분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감수한 그들이야 그렇다 쳐도(나이가 생각보다 젊었다 ㅠㅠ) 그 처자들은 무엇이냐. 그들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더 이상의 기록은 없나? 그런 상황에서도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걸 보면(오래 전 정신대-위안부 보면서도 생각했지만), 참 목숨이란, 과연 이토록 모진 것인지. 마찬가지로, 단종의 부인. 정순 왕후라고 해서 얼핏 영조 부인을 떠올렸는데, 단종의 비 역시 이런 이름. 그녀는 그 수모 속에서도 자신의 기대 수명을 다 살다간 모양이다. 결국, 살아 남는 것이 이기는 것, 이던가.

 

 

 

 

 

 

 

 

 

 

 

 

 

 

 

- 놀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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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맛

 

 

 

 

파브르는 곤충을 좋아했대

너무 좋아해서 자주 먹었대

자주 먹어서 오래 살았대

1823-1915 아흔살도 넘게

 

나도 원 없이 오래 살고 싶어

흑염소 가물치 지렁이 달팽이

뱀 장어 붕어 잉어 자라 지네 닭발 

(중략) 배즙 호박즙 양배추즙 

선인장을 나열해보았어

 

달팽이의 맛이 제일 궁금해

아마 무지 착한 맛일 것 같아

원 없이 착한 맛  

파브르도 달팽이 맛이 궁금했까마는

달팽이는 곤충이 아니랍니다 

 

그러게,

나는 차라리 뒷모습을 보인 프로필 사진이 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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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껍질의 맛

 

 

 

나는야 배추흰나비 애벌레

첫 식사는 막 뚫고 나온 알

옥수수 모양 알껍질을 먹어 

내 몸 빛깔은 어여쁜 연노랑

 

배춧잎 갉아 먹으며 초록색이 되었네

원 없이 기고 원 없이 먹고 허물을 벗었네 

4령 애벌레를 번데기를 어른벌레를 꿈꾸었네

그러다 갑자기 요절했네 

 

그게

배춧잎에 발린 농약 때문이었어

이런 낭패가

원 없이 맛있었는데 

 

그러게,

나는 정면을 보지 않는 프로필 사진이 참 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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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앉아 하루키를

 

 

 

 

 

변기에 앉아 하루키를 읽었다 1993년부터

자취방을 뒹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루키한테서는 애액과 발기가 넘쳐났다

 

비디오 방에 틀어박혀 김밥을 먹었다

은박지를 벗기며 아비정전을 보았다 

발 없는 새 맘보춤을 따라했다 1996년까지

중경삼림을 동사서독을 타락천사를

홍콩영화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이성복을 기형도를 읽었다 1997년 이후에도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질투는 나의 힘 다시, 정든 유곽에서

화양연화를 보았다 이제는 2020년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 <그날>)

질투는 나의 힘 /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빈집>)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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