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과학을 너무 싫어하고 어려워했다. 특히, 물리와 화학. 그나마 생물과 지구과학은 괜찮았지만, 후자 역시 너무, 너무 어려웠다. 물리와 화학은 실험실이 너무 싫었다. 실험도구는, 아마 깨질까봐, 무서웠고, 그에 앞서 실험실에 들어서기가 싫었다. 그 싸늘한 분위기. 실험도구는 실제로도 한 번 깬 적이 있다. 온도계였던 것 같은데, 그게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 나고 새빨간 액이 흘렀다. 그게 중학교? 고등학교? 아무튼 과학과 인연이 나빴다.

 

 

 

 

 

 

 

 

 

 

 

 

 

 

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 명실상부한 <과학> 교과서가 생겼다. <실험관찰>은 말하자면 쓰는 책이다. 이 답을 쓰려면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데, 솔직히 내용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다. 이럴 때 엄마용(!!!) 지도서는 우공비. 다행히, 아이는 <과학>을 싫어하지 않는다. 어제, 등교 수업일에는 지구에 대해 배워 왔다. 뭘? 잘 모르겠지만-_-;; 적어도 막 배송된 지구의를 돌려보고 나라를 찾는 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오늘은 원격 수업일인데, 링크된 동영상을 보며 내가 무척 감동했다. 아!

 

 

 

 

 

 

 

 

 

 

 

 

 

 

 

 

유리 가가린은 러시아 사람이지만 이름이 예뻐서 참 다행이다. 성도 세 글자에 우리 말 어감이 나쁘지 않다. 그는 달 주변을 돌기만 했지, 착륙은 못했다. 그다음, 아폴로 11호가 달에 간 것이 1969년이다.(그랬음을 다시 상기한다.) 그와 버즈 올드린(토이 스토리에 나오는^^;), 그 다음, 오늘 아이의 수업 영상을 보면서 (다시) 알게 되었다, 마이클 콜린스. 달의 뒤 편으로 간 사람.

 

아폴로 계획에서 사령선 조종사가 가장 주목받는 역할은 아니지만, 아폴로 계획의 99%를 함께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지구와 무선 통신마저 끊어진 칠흑 같은 우주에서 지구에서는 볼 수 없고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달의 뒤편 홀로 달의 뒤편을 비행한 마이클 콜린스.

“나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는 신과 나만이 안다. 온전히 홀로 있는 이 순간이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다. 지금 이 느낌이 좋다.”

[네이버 지식백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 <달의 뒤편으로 간 남자> (EBS 어린이 지식e, EBS 지식채널ⓔ 제작팀, 서선정, 민재회, 김잔디, 박은애)

 

좀 가져와 봤다. 그리고, 지구에 사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에 앞서. ".... 지금 이 느낌이 좋다." 우리에게 그런 '좋은 느낌'을 주는 일, 그런 일을 해야 한다. 요즘 천문학 강좌도 쉬는(?) 시간에 조금씩 듣는데, 참 재미있다. 아마 밥벌이와 무관해서겠지만^^; 나이 탓도 있을 법하다.

 

 - 별에서 온 그대(우리), 별로 돌아가리라.

 

달에는 대기도, 공기도, 물도 없다. 그래서 생명이 살기 적합하지 않다. 달의 구멍 같은 것은 왜 생겼을까. 아이가 이런 것에 대해 흥미를 좀 갖고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엄마 대신 공부를 더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잠깐! --

 

역시나 이것은 엄마의 욕심이고, -- 너는 너 대로 "지금 이 느낌이 좋다"라고 할 만한 그런 인생을 살아다오, 아프지 말고.

 

- 엄마, 나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해!^^; 

 

- "온전히 홀로 있는 이 순간이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다. 지금 이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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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약하지만, 또 느리지만 그래도 자라고 있다. 국어사전 사용법을 배우고 자석의 원리를 알고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의 발달, 고장의 개념을 알아가고 두자리수 곱셈을 하고 분수와 소수까지 넘본다. 둘이 같이 낑낑대며 5.6kg짜리 수박을 집까지 들고 오기도 했다.

 

 

 

나는 키가 148cm이다. 작년 학교 신체 검사에서 아이의 키는 126cm였는데 지난 1년 사이 130cm를 넘긴 건 확실하다. 즉, 우리의 키 차이는 20cm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런 그림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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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읽은 건 어릴 때 범우사판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누구나, 언제나 사랑하는 책. '어린 왕자'와 비슷한 발음 '어린 환(!)자'에서 소설적, 동화적 발상을 전개한 글을 읽었다.

 

- "친구 하나만 그려줘."

 

여기는 암병동, 혹은 희귀병 환자들이 있는 곳. 그런 부탁을 했던 아이는 어려서부터(거의 선천적) 아파서 여태껏 한 번도 학교를 가 본 적이 없다. 친구가 갖고 싶다. '나'는 이런저런 그림을 그려주지만 아이는 불만이다. 귀찮아진^^; '나'는 그냥 학교 하나를 그려준다. 니 친구는 이 안에 있어~. 그 아이는 물론 곧 하늘나라로 간다. <어린 왕자>와 거의 똑같은 진행이다. 패러디문학의 한 단면. 패러디문학도 감동을 줄 수 있다, 라고 메모해본다.

 

*

 

아이가 자신의 발달 상태, 질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계속 얘기를 해준다. 하지만 그게 또 아이에게는 무척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 같아, 참 슬프다. 과연 열성이든 비열성이든 경련, 발작은 미리 알고 대처할 수는 없는가, 그런 가능성이 조금도 없는가, 흑. 또 아프면 어쩔 거야!!ㅠㅠ

 

- 안 아플 자신 있어요! 경끼 안 할 자신 있다니까, 부산 가자, 엄마! 이모 집에도 가고~ 이모가 초대했으니까~

- 연휴에 빨리 KTX 예약해! (....)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손을 꼭 씻고 마스크를 하고 그러면 괜찮아~

 

아이와 계속 실랑이 중이다. 지난 반년 정도 나도 포비아(!)가 생겨버렸다.  코로나까지 겹쳐 숨죽이고 사는 와중에....

 

흑, 1948년생인 아빠에게 '너'가 왔다. '고도'는 이런 식으로(도) 찾아온다. 작년에 건강검진할 때만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지금 갑자기 왔다. 온다, 온다, 온다고 하면서 계속 안 오던 고도는 이런 식으로, 자기 마음대로 어느 날 갑자기 올 수(도) 있음을, 우리는 또 명심해야 한다. 흥, 그건 고도 마음이야! 그렇게 우리의 '행복한 날들'(해피 데이스)과 '놀이/승부/유희'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미처 작별인사 할 틈도 없이 휙~ 보내야 할 수도. 그래서 나는, 그래도 사고사나 그에 준하는 죽음(심장마비, 뇌출혈이나 뇌경색 등 한순간에 가는 것)보다는 암이나 그에 준하는 중증 질환이 낫지 않나 생각해본다. 전에도 한 번 썼더랬다.

 

 

 

 

 

 

 

 

 

 

 

 

 

 

 

이미 증상이 나온 것인지라 최소 3기일 거라고 예상했다. 말로만 듣던 S상결장암(대장암 중 구불결장암) 3기 b단계(?)라고 한다. 얘기 들은 것이 지난 주 화요일, 수술이 목요일이었다. 퇴원은 내일로 잡혔다. '눈 먼 놈이 효도한다'라는 옛말에 딱(!) 맞게, 똘똘한 딸들은 바빠서 아무것도 못하고 띵돌한데다가 뇌종양 수술 회복 중인 아들이 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이런 정황, 역시나 희극적인가. 수술 이후에는 항암 일정이 있다. 아, 이제는 암이 일상이 되는 건가. '고도', '너'란 녀석, 이런 거였어, 흑.

 

*

 

4월 20일, 아이의 온라인 개학이 무척 걱정되었다. 장학사의 저지로(이렇게 높은 선까지?^^), 특수교육대상자인 우리 아이에게 올해(도) 할당된 보조교사를 따로 쓸 수 없어, 그냥 아이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도 컴퓨터실 선생님(원격수업도우미)의 도움으로, 어제까지는 무사히 지나갔다. '무사히'라 함은 학교 컴실에서 진도를 100% 완료하고, 챙겨간 교과서의 절반 이상을 활용(수학은 문제 다 풀어옴)하고 왔다. 영어공책에 알파벳도 두어줄 써왔다. 아마 가방 챙기는 건 선생님이 도와주신 듯하다. 돌봄에서 점심 (안-_-;) 먹고 1시 귀가, 내가 이른바 숙제-과제를 봐준다. 다른 부모들 생각도 비슷할 것 같은데, 온라인 개학도 썩 나쁘지 않다! 전에도 썼지만, 이럴 거면, 차라리 3월 중순쯤에 해도 됐을 법하다. 하지만 아니라도 또 상관 없다. 역시나, <고도...>는 오묘한 텍스트다.

 

- 이러나저러나 다 좋다!

 

*

 

 

 

 

아이와 함께 하는 이 모든 순간이 '고도-너'가 오면 휙~ 사라져버린다고 생각하니, 죽든 말든 아무 상관 없고 그 덕분에 "너무 안심이 되고 우스운", 그렇게 여겨지는 순간이 꼭 오면 좋겠다, 하! 하지만 나는 여전히 덜 '숙성'된 건가, 공모전에 낸 소설이 본심에는 올라가면 좋겠고 어째저째 정규직 교수가 되면 좋겠고 하는, 그런 알갱들이 있다. 계속 철렁, 철렁, 하다 보면서 이 역시 곧 체념하겠지. -

 

- 이러나저러나 다 좋아, 좋다는 걸 몰라서 안 좋은 거야.

 

키릴로프가 이렇게 말했을 때 그것은 광증의 일환이었다. 그럴 밖에. 스물여덟살의 뇌전증을 앓는 청년이다, 키릴로프는. <고도...>는 다르다. 말마나따나 세상 태평해 보이는 '늙은이'다. 모든 '늙은이'가 다 그런 건, 물론, 결코(!)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늙은 자만이 저런 위안을 주는 태평함을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극악한 암이라도 괜찮아, 교모세포종도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라도 괜찮아, 그냥 자는 잠에 가도 좋아, 엎어져서 가도 좋아~ 그러나, 다음과 같은, 20대 악성 뇌종양 환자의 말에서는, 아무래도, 어떻게 웃음을 찾겠느냐는 말이다, 하...   

 

- 늙는 게 너무 부러워요, 아줌마나 할머니가. 내가 저렇게까지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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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가 개학을 못한 채 사실상 꼬박 한 달을 보냈다. 두번째 개학 연기가 공고되었을 때 학교 앱으로 담임선생님의 공식 문자가 왔다. 다른 건 못해도 해당 사이트 해당 학급(<온라인 학습방>에 들어가서 진도 빼는 일은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꾸준히 해왔다.  "강** 선생님께서 숙제 내주신 거라 꼭 해야 해~" 아이 반 학생이 스무명 남짓 될 텐데 참여 학생은 고작 7명. 만약 4월 6일에 예정된 개학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리고 '온-오프' 수업을 병행한다고 할지라도 그 참여율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초등 저학년 성적은 엄마 성적,,, 이라는 명언이 있듯^^; 회원 가입부터 청취, 시청, 그 성취도 평가 등이 모조리~ 엄마 몫이다.

 

한마디로 할짓이 아님 ㅠㅠ

 

뒤늦게 시작한 우리 아이, 일주일 안팎으로 진도율 1위 석권, 여기서 또 드러나는 건 아이의 성격이 아니라 엄마 성격 -_-;; 아니나 다를까, 어제인가는 팝업창이 뜬다. 애초 의도와 달리, 이 순위가 스트레스로 작용, 이제부터 없앤다고. 굿! 성적, 등수 스트레스 제일 많이 받는 학생이 원래 일등이다. 또 말마따나, '내가 공부 제일 잘 하는데, (이 독서실에서) 제일 공부 많이 한다'라고 ㅋㅋ

 

공부는 모름지기, 최대한 구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라,교과서를 일순위로 삼는다. 어제 국어 3단원 뗐다. 수학도 거의 3단원. 사회와 과학이 고달프다. 특히 사회! 교과서를 왜 이리 지루하게 만들었나 ㅠㅠ 차라리 과학은 동영상을 볼 때도 흥미를 갖는다. "엄마, 수평아리와 암평아리는 어떻게 구분해?" 사회는 정말 울면서 본다. 내가 봐도 너무 지루하다.(사회 교과 담당 교육학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임 ㅠㅠ) 덧붙여, 문제는 단순히 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떼는 것이다. 그래서 시험, 평가, 검사가 중요한데 뭘로 할 거냐. 수학은 꾸준히 문제집을 푼다. 잘하고 있다. 돌봄에서도 한다.

 

 

 

 

 

 

 

 

 

 

 

 

 

사회와 과학은 학습지까지는 엄두도 못 내고, 한자는 돌봄에서 (띄엄띄엄-_-;;) 하고 국어가 참 문제다. <우공비>를 휘리릭,까지는 아니더라도 곰처럼 우직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이면 좋겠지만, 당장 교과서 떼기도 힘들다. <기탄 국어>가 몹시 좋지만, 교과서 진도에 맞추어야 해서 일단 접어두고(아예 책장에 꽂아두고) 대신 <훈민정음>을 폈다. 이 책이 교과서 진도에 딱 맞게 편집되어 있고 어휘력, 맞춤법, 원고지 쓰기 등이 잘 되어 있어 '훈련용'으로 딱 좋다. 너무 힘들면 답안지를 봐도 된다고 '타협'했다. 대신, 그 경우에는 받아쓰기나 함께 소리내어 읽기를 통해 보충 학습을 한다.

 

 

 

 

 

 

 

 

 

 

 

 

 

 

그렇다. 답안지를 베껴도 좋다 - 라고 했더니, 어제는 급기야 이런 일이 터졌다.

 

 

세상에, 높임말로 바꾸는 이 쉬운(!) 문제를, 다른 곳에서는 다 풀었는데, 다음 단원 문제의 답으로 베껴쓴 것이다. 아하, 님아! 나 같으면 차라리 우직하게 문제를 풀고 답을 쓰겠소 ㅠㅠ 이 책 처음 시작할 때  원고지 쓰기가 100점이어서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베껴썼던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베껴라도 쓰면 공부가 되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방법인 듯하다. 그러게 차선책, 차악, 이라는 말이 있다.  

 

*

 

이른바 과학의 중요 분과 중 하나가 생물이다. 생물학, 생태학만큼 현장학습이 중요한 게 없을 터. 날씨가 풀리자 학교에도, 거리에도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인다. 아이의 작업치료 없는 날 아이랑 뒷산에 올라가봤다.

 

 

 

 

 

 

나는 쳐다보기도 징그러운 개구리알, 도룡뇽 알을 아이는 한 번 만져보기도 했다.(원래 만지면 안 됨!!!) 귀가한 다음에는 그 느낌을 글로 써보게 했다. 문단쓰기! 중심문장 + 뒷받침 문장. 오랜만에 새로웠다.

 

*

 

그다음, 제일 중요한 도시락. 얼마나 더 싸야 하나 ㅠㅠ 혹시 개학을 해도 급식이 힘들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단체 급식이 시작되는 순간, 사실상 끝이다.

 

월: 삼겹살만 싹 골라 먹고 밥알과 양배추만 교묘하게 남겨옴.

 

화: 견과류까지 '모자' 벗겨 초콜렛도 다 먹고 옴. 역시나, 닭고기 싹 먹고 하얀 밥알을 교묘하게 남겨옴.

 

수: "엄마 애들이 다 부러워했어~ 오리 훈제랑 그 안에 들어간 피망이랑~"

꼭 이런 날은 사진이 없소 ㅋㅋㅋ

 

목: 남편의 요리가 월/화가 지나면 바닥나서, 내가 한 것이다. 요리라고 할 것이 없음에도 (역시나 동물성 음식만!) 싹 발라먹어준 아이가 고맙다. 간식으로 참외를 넣어봤는데, 날이 더워서 혹시상할까봐 계속 찜찜했다.

 

금: 소세지야채볶음에 밥을 비벼서 줬는데 또 어떻게 발라먹고 올지. 쇠고기 삶은 것도 세 점. 간식으로 망고와 토스트(빵집) 말고 하리보 젤리를 색깔별로 세 개 넣어봤다. 친구 하나가 딸기 샌드를 싸왔다고 하기에 땅콩샌드 두 개를 넣어봤다. 

 

*

 

끝으로, 나의 모교가 뉴스에 나왔기에 가져와 본다. 입학한 학교는 아니나 2년 반이나 다녔고 졸업한 학교^^;라서 각별하다. 나는 총 네 개의 초등학교를 다녔다.

 

 

https://www.yna.co.kr/view/PYH20200325173200051

 

 정녕, 너희야말로 학교의 봄이다!!! 봄을 맞이하고 싶다.

텅 빈 강의실에 혼자 앉아 노트북 화면, 사각형 속에 동동 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 아니라, 실물을 보고 싶다. ZOOM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덧붙여, 오늘은 100프로 소설만 쓰려고(고치려고) 했는데, 역시 노동의 총량은 정해져 있음을 절감한다.  ZOOM으로 하든 대면해서 하든 강의는 힘든, 또한 보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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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똑같으리라. 이럴 줄은 몰랐다! 초중고 개학 1주일, 대학 개강 2주일 연기라고 할 때만 해도 조금만 버티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그림으로 봐서는 이번 달은 물론 이번 학기 자체가 파행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생긴다.  3월, 학교와 강의실과 아이들이 그립다! 일상, 진부함, 버낼리티, 루틴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한편, 학부모로서 이 역시 거의 파탄 수준이다. 돌봄을 신청한 **명 중 절반만 등교, 그나마도 한 명씩 결석하면 돌봄도 헐렁한 수준이다. 주말에 아이가 아파서(넘어져서 경련하고 응급실 가고 CT 찍고 한바탕 난리였는데, 넘어짐과 경련(발작) 사이의 전후 관계를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지금 현재 가장 큰, 불안과 고통의 원인이다) 월요일엔 쉬고(즉, 외상이나 열도 없었고) 화요일부터 보내고 있다. 10시쯤 가서 1시에 온다. 도시락 싸기 싫어서 12시에 오라고 했는데, 아이가 도시락을 싸달란다. 지난 일주일의 기록이다.

 

화:

준비가 안 됐던 터라 급하게 식빵 하나 굽고 베이컨, 오이, 치즈, 냉장실에 보관된 소고기 스튜.

빵, 베이컨, 치즈만 먹고 왔다.

 

수:

쏘야볶음(당근, 아빠표), 사과, 껍질콩. 하얀 밥만 그대로 남겨왔다.

 

목:

전날 밤 볶음밥 재료를 만들어 두었다가 아침에 볶아주었다. 아, 좋아, 클리어! 하지만 딸기를 고스란히 남겨왔다. 기대한 마카롱도 절반만 먹음.

 

금:

아침 사진이 없어서, 이런 사진만^^;

"야, *** 도시락 좀 봐, 주먹밥도 있고 사과도 있고 빵도 있다~"

 

그 사이 돌봄 선생님이 바뀌어 적응기이도 하다. 2년이나 돌봐주신 분이 가셔서 아이도 서운해하는 눈치다. "엄마 금** 선생님은 머리가 요렇게 길고~ 그리워~" 그래도 어느덧 새 선생님과도 잘 지내는 것 같다. 3-1학기 수학 예습을 시켜주시는 듯하다.

 

 

*

 

돌봄 관련 댓글을 보면, 1) 굉장히 바쁜 맞벌이 부부 2) 육아에 게으른 '맘충' 류의 부모가 이 긴급 돌봄을 이용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 난 뭐지? 아무튼 그만큼, 아주 급한 일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어디에 보내면 '방임/학대'라고들 한다. 나도 나름의 알리바이가 없는 건 아니다. 첫 사진의 도스토-키, <악령>이 그것. 개강을 해야 하는데 못해서 번역 개역 작업을 다했다.  2, 30분 정도 바깥 산책도 시도하지만, 그밖에는 계속 집에만 있는 일상의 연속이다. 없던 병도 생길 만한 상황이다. '바깥은 여름'이 아니라 '바깥은 봄'.

 

 

아이와 산수유 나무 겨울눈도 체크하고(최근 아이가 상태가 안 좋아 며칠 못 갔다) 사모예드(맞나?) 안부도 챙긴다.

 

 

 

*

 

시절이 하수상하니 올똥말똥하여라,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어째 이 모든 것이 연극(MASK! 가면극!)처럼 여겨진다.

정녕 코로나 서사는 어떻게 쓰일지.

 

 

 

울타리 사이 작은 점 같은 것이 교장샘이다. 학생이 없는 학교의 선생이란! 이만큼 특이한 정체성도 없다. 대학도 지금 그 꼬락서니가, 그 형국이 되게 생겼다. 그립다, 가면(마스크!) 없이 시끌벅적한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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