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나아가 문장, 나아가 문단, 나아가 텍스트... 끝이 없다. 아무튼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어 못 하면서 영어(그밖에 다른 외국어) 잘 할 수 없고, 다른 방향으로, 사회, 도덕, 과학 등을 잘할 수 없다. 수학 역시 문장제와 서술형이 많아 국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이를 보면 신기하게도, 수포자가 아니라 국포자가 될 태세다. 아직, 수학이 쉬워서 그럴 거다. 과연, 정말 쉬운가? 할 줄 아는 아이한테는 쉽다, 모르는 아이한테는 너무나 어려운 것이 수학이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수업, 돌봄에서 저 수학과 한자를 한다. "혹시 큐브수학 실력하는 친구도 있어?" "아니, 다 개념 해." 그러다가 생각났는지 한 마디 덧붙인다. "어, 한 친구가 실력인가 그거 가져왔는데, 너~무 고생을 해서 다시 개념해." 만약 아이가 '개념'이 확실히 잡혔다면 어떤 부모라도 다음 단계로 올리고 싶을 것이다. 우리가 선행학습이나 영재교육을 비난하면 안 되는 이유^^;

 

우리 아이는 그저 저 정도만 해도 고마운 수준, 집에서는 <만점왕>을 풀린다. 국어 학습지는 이번 학기에 처음 해보는데, 교과서 내용과 200프로 똑같다. 엄마들이 교과서를 등한시(?)하는 이유를 알겠다. 나도 이번학기부터는 비슷한데, 교과서는 뭐했나 체크 정도만 하고 문제지를 풀도록 유도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아이가 수학과 수익 교과서를 휘리릭~ 거의 껌이야, 수준으로 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정말이지

 

너는 지적 장애가 맞느냐? ^^;

 

이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이 참에 조국 교수를 한 번 더 옹호하면, 그는 아빠임에도 굉장히 아이의 교육과 대학 진학, 진로 등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서 놀랐다. 아시다시피,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을 핵심요소로 꼽는다. 그는 내 주변의 어떤 아빠들보다 부지런했던 것 같다. 비난이 아니라 칭찬 받아야 할 대목.(아이러니가 아니다!) 그리고 "제 딸이 영어를 잘해서..." 이 역시,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터. 그러면, 자식이 무슨 범죄자도 아닌데, 자식의 단점을 꼬집어야 하나. 과연 명언이라고 할 법하다. 금수저인 걸 어쩌라고? 금수저는 다 보수해야 하나? 강남좌파는 다 돌 맞아야 하냐? 그걸 비난하는 기자(-놈들)의 천박함이 더 마음 아프다. 저쪽 당도, 가족 증인이라니, 도무지 정신이 있는 것인지 -_-;;

 

여기서, 좀 옆길로 새서, 사르트르를 떠올린다. 오래 전 강의실, 김윤식 선생님의 말씀을 최대한 복기하면,그는 최소한 무척 솔직하게, 정의롭게 살고자 했던 지식인이다, 그 노력만큼은 진정성을 갖고 있는 것, 굉장히 유의미한 것이다. 그가 부르주아인 것은, 그런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다. 마치 톨스토이의 도덕(=선행)에의 강박처럼 말이다.

 

 

 

 

 

 

 

 

 

 

 

 

 

 

 

 

다시 아이.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쪽은 굳이 닥달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국어. 읽어야 하고 써야 하는데 다 싫어한다. 국어문제집 풀라고 하면 수학을 펴서 2단원까지 다 풀어버린다. 그럼 책이라도 읽으라고 ㅠ 이것도 싫어해서 큰일이다. 내 아들이 맞느냐 -_-;; 그래도 돌봄에서는 책을 읽고 독서록을 무사히(ㅠ) 다 써 왔고 무슨 책을 읽었나 쭉 보니 이런 것이 눈에 뜨인다.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인지라 쭉 사서 보는데, 아, 잘 쓴다! 거참. 이야기, 라는 것이 뭔지. 같은 얘기를 해도 잘 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고. 읽어보면 참 평범한 이야기엔 너무 잘 읽히고(입담, 이라고 해야겠다) 캐릭터가 무척 생생하다. <콩이네....>는 인물들 이름부터 압권이다. 생쥐 콩이, 두더지 빽, 두꺼비 떡두, 개구리 씨니(씨니컬함), 청솔모 깡꾼(껄렁한 걸로 오해됨) 등. 문제는 아이가 이 인물들을 쭉 따라가면서 장편동화를 이해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것 ㅠㅠ 이런 띵돌이 독자를 위해 챕터가 나누어져 있다. 마지막, 수상한 옆집은 개미인 것으로 밝혀진다. 하루에 한 챕터씩 읽는 것도 고달프다. 치료실 다녀오면 바쁘기도 해서, 안 되면 두 세쪽이라도 읽게 하고 이해도를(?) 확인한다. 솔직히 이것도 귀찮은 것이당 -_-;; 아이로 하여금 공부를 하도록 유도하는 엄마들, 참 대단하다.^^;;

 

 

 

 

 

 

 

 

 

 

 

 

 

자기 전에는 시를 한 편씩 읽으라고 한다. 정말 넘나 싫어한다. 그게 싫어서, 오죽하면 차라리 동화책을 읽을 정도다. 왜지? 아마 강제, 가 싫은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완급을 조절하기가 우리도 그렇지만 참 힘들고,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것이 많은 아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그럼 안 읽혀? 절대 안 된다! 누구라도, 심지어 읽고 쓰는 것이 직업인 나도, 읽고 쓰는 건 싫고 힘든 일이다.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그 수준에 맞는 훈련(!)과 학습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죄송하지만, 너는 계속 읽고 써야겠어.

왜냐면,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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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19-09-0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싫어하면 시키지 마세요.독서를 숙제처럼 시키면 아이는 영영 책읽기가 싫어진다고
예스24, 김하나의 측면돌파에서 문유석 판사가 쓴 쾌락독서 팟캐스트 진행하면서 말하더라구요.
하지마라 하면 하고 싶어지잖아요. ㅎㅎ

푸른괭이 2019-09-06 19:0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분들도 밖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셔도 자기 자식한테는 안 그럴 겁니다
10번에 1번 정도는 그냥 읽지 말라고 하시겠죠,
본인들도 그럴 테고요^^;;
 

 

이 글을 '아이-방'에다 쓰는 이유는, 이 말을 한 사람이, 사패, 소패라기보다는 이수정 프로파일러-교수의 암시적 언급대로, 지능이 좀 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적/자폐 장애에 대한 편견 중 1) 지능이 낮아서 자의식이 없다(자기가 못하는 줄, 머리 나쁜 줄 모른다) 2) 자기 세계에 빠져 있어 공감을 전혀 못한다(상처받지 않는다) 3) 머리가 나빠서 혹은 특이해서 나쁜 짓 못한다 - 등이 있다. 이건 많은 경우 불식되어 마땅한 편견이다. 특히 3번. 어금니 아빠도 그 예이다.

 

우리 아이를 보면서 항상 걱정하는 것이 3번이다.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아주 조심스럽지만(분명히 단서를 단다!), 학교 폭력의 상당한 퍼센트가 지능 전반의 문제(경계, 평균하)나 심각한 인지적 불균형을 동반한 아이들일 경우일 수 있다. 후자도(-가) 굉장히 무서운데, 인지 불균형은 많은 경우 정서 문제를 동반한다. ADHD와 유관하고, 폭력성, 불안, 분노, 우울 등이 같이 온다. 주의집중력을 높이려고 약을 먹다 보면 불안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 또 약이 첨가된다. 슬프지만 어쩌랴. 더 큰놈을 잡기 위해 작은놈(들)을 희생하는 것이다. 고열에 항생제 처방은 불가피, 항생제 먹으면 배탈 나니 위장약이나 정장제를 같이 주는 것과 같다.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모든 행위가 아주 즉흥적인 감정과 행동의 뒤범벅 같다. 저 새끼 꼴 보기 싫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죽인다, 그 다음이 골치다, 처리한다, 버린다, 숨는다, 들킬 것 같다, 가서 이실직고 한다, 그래도 싫다, 밉다, 분하다, 억울하다. 이 새끼, 다음에 또 그러면 너 또 죽어! 이런 말에는, 이른바 반성적 사고와 발언을 할 줄 아는 호모 사피엔스다움이 전혀 없다. 대신, 인간-동물의 극히 일차원적 사고와 발언만 있다. (고유정과는 정반대다! 그녀는 거의 미스티피케이션, 가면 쓰기와 연기 하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내가 쓴 대로다. 삼십대 후반이라지만 열살은 족히 더 먹어 보이는 외모, 요즘은 천명관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인생 역정과 그런 어투,  '백 투 더 '과거''! 

 

 

 

 

 

 

 

 

 

 

 

 

 

 

 

옛날에 우리 교실에 함께 있던 그 많은 '모지리'들은 어떻게 됐을까. 요즘은 (암 환자처럼) 자폐도, 특수교육대상자도 많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그들 수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관심과 혜택이 많아졌다고 봐야 한다. 세기말, 체호프의 말대로 '질병-환자' 수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진단하는 의사의 수가 많아졌다고. 

 

어제 <주민센터>에서 연락, 나의 소득 수준 높아져서 보건복지부 바우처 사용 못 한다는 행복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제기랄. 재활치료비 혜택을 못 받는다면(지금껏 한달에 14만원을 긁을 수 있었다), 장애 등록한 건 무슨 의미?? 우리 아이가 일반적이지 않음을 엄마가 인정하고 또 예상되는 각종 불미스러운 일(학폭 포함)에 대해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다. 이 모든 장치는 사실상, 내 아이의 '다름'에 맞는 대처를 하도록 엄마를 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도 애가 못 됐는지는 않잖아..." 외할머니의 조심스러운 말을 다시 상기한다. 주변에서 그런 아이들을 많이 봤을 터이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리라. 소위 머리 모자라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못된 것'이다. 그 '못됨'은 어디서 오는가. 엄마를 싫어하고 엄마에게 등 돌리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사춘기로 갈수록, 특히 남아일 수록. 진단명은 ADHD라고 하지만, 혹은 병원을 안 가 그런 진단명 조차 없지만.

 

*

 

잠든 아이를 보며 자주 드는, 하는 생각.

 - 얘는 그래도 나를(우리를)  좋아하잖아...^^; 

엄마는 항상 너한테 사랑 받고 싶다!

어제 꿈에서도 뽀로로를 받다고 한다,

생양파를(-도) 먹어봤다고 한다,

엄마는 계속 너의 꿈 얘기를, 학교 얘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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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방학이 코딱지만큼 남아서(오호 통재라! ㅠㅠ) 아이의 2학년 2학기를 앞두고 다시금 사교육에 대해 고민해본다. 더 넓게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육아-교육 전반에 대한 고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난 번 글에도 썼지만, 나는, 또 내 주변의 많은 가난뱅이-'개룡'은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 조금 위의 선배들은 전두환 때 입시를 쳐서 심지어 과외 금지 세대다. 허용해도 똑같았을 터, 어차피 못 받았을 학생들이다. 과외나 학원 같은 사교육 없이, 대놓고 말하자, 어떻게 서울대 갔나.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의 어느 글에 이 문제가 잘 얘기된다. 심지어 두 꼭지나 됐던 것 같다. 아주 공감하며 읽었다. 나야 지방 여고에, 서울대라고 해도 법대도 아닌, 점수 낮은 인문대(더욱이 비인기학과^^;) 출신이라 법대(=서울대, 전국) 수석(공동수석이었다고^^; 다른 분-학생은 현직 로스쿨 교수)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지만, 아무튼 딱 저런 식으로 공부했다. 학교 - 집,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 문제지, 학습지는 모두 선생님들(특히 영수) 제공, 제일 좋은 교과서는 문자 그대로 교과서, 무조건 반복과 학습이다. 달달 외우다 보면 어느 날 도가 트여서 어지간한 문제는 풀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래도 내 머리의 한계가 있어, 커트라인 더 높은 학과는 못 갔을 거다. 재수 안 했는데, 아마 서울대 영문과/국문과 정도는 간신히(?) 붙지 않았을까 한다. 93년,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인데, 당시 노문과는 영문과 다음의 높은 커트라인인을 자랑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문유석 판사도 쓰고 있지만,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교육 금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똥멍청이 같은 소리다. 이미 우리는 너무 다른 시공간을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부모가 자기 깜냥껏 자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데, 그걸 막는 건 헌법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럼 일단 받아들이고 주변을 보자.

 

서울이라고 하지만 후진(^^;;) 동네 살고 있는데, 이곳 역시 학구열이 만만치 않다. 아이를 발달이 늦어 놀이학교에 보냈다. 병설유치원으로 옮기지 못한 건, 1)내가 게을러서 2)아이의 발달이 정상에 이르지 못해서 등 다양하다. 놀이학교와 나란히 영어유치원이 있다. 전자의 인기는 좀 줄어드는 것 같고, 엄마들 역시 6-7세가 되면 초등 입학 때문에 유치원으로 많이 옮긴다. 영유든, 일유든. 일유, 즉 일반 유치원 중에서는 사설 유치원 병설 유치원이 있다. 일 하지 않는 엄마라면 일유를 보내면서 여러 사교육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라, 벌써 나온다, 이 사교육^^; 방문교사가 오는 경우, 음미체 학원 가는 경우 다양하다. 

 

초등. 정규 수업만 하면 4교시(약 1시), 5교시(약 2시)쯤 끝난다. 방과후 하나 해도 여기에 1시간 덧붙이면 된다. 이후의 시간, 뭘 하나? 워킹맘이라면 돌봄도 보내겠지만, 전업맘도 똑같다, 학원 보낸다. 집에서 놀면 뭐하나. 차라리 학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각종 기능(음미체)도 배워라. 혹시 이 쪽을 전공으로 해주려고 해도 재능은 어릴 때 발견, 발굴되어야 하니까. 영어 학원을 계속 다니는 아이도 있다. 초등 2-3. 학원은 계속 가되 학원의 종류가 바뀐다. 음미체에서 학습쪽이다. 국어(논술), 수학(사고력), 영어가 압도적이다. <튼*영어>를 비롯, 국어, 수학 심지어 패키지로  방문교사 시스템도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와서 아이의 진도를 체크한다.(-고 한다.)

 

자, 이거 왜 하는가. 음, 내 생각에 가장 큰 이유는....

 

엄마가 귀찮아서다..ㅠ.ㅠ^^;;

 

 

 

 

 

 

 

 

 

 

 

 

 

 

아이한테 요 정도 문제지를 풀리는데, 채점하기가 귀찮다. 아주 귀찮다. 내숭 떨지 않고 썼지만 나는 공부를 잘 했고 지금도 인간의 여러 활동 중 공부를 그나마 제일 좋아하고 잘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아주 죽을 맛이다! 수준이 점점 높아져서, 답안지를 안 보면 나도 아리송한 문제가 많다. 수학은 풀이과정 쓰기가 많은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워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어렵다. 국어는 더 하다. 각종 범주, 분류 등에 대한 설명 역시 그대로 써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도 공부를 해야 한다. 적어도, 아이가 읽는 지문과 문제와 선택지(다섯개나 ㅠㅠ) 다 읽고 답을 체크해야 한다. 나도 틀린다. 답안을 본다. 아, 너무 귀찮다 ㅠㅠ 차라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_-;;

 

날도 더운데 이렇게 성가신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아이에게 짜증을 낸다. 아이가 맞힌 다섯 문제는 안 보고 틀린 한 문제(보통은 더 많다!)에 집중해서 아이를 야단친다. 실은, 야단 맞을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나, 엄마인데, 고생하는 아이가 다 뒤집어쓴다. 이런 경우, 학원/과외를 하면?? 돈을 내는 대신, 학원/과외 선생이 다 해준다. 쌩유~ 대신 엄마는 이들을 관리(?)하면 된다. 내 돈 쓰면서 사람 관리하는 건 쉬운가. 소위 강남 열성맘들에게 한 점 아이러니 없는 찬사와 박수를!^^;;  

 

나의 경우,

아직은 내가 해보려고 한다. 학습지 푸는 건 오히려 쉽다.  독서와 작문이 제일 큰 문제다.

 

무릇 진정한 읽기는 쓰기를 통해 완성되거니와(by 보르헤스^^;;), 문자 그대로 쓰지는 않아도 제대로 읽었는지는,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질의응답을 통해서만 확인된다. 이 고급한 작업을 나는,  남들이 보면, 정말 잘 할 수 있는 엄마이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아이와 양질의 대화를 얼마만큼이나 나누느냔 말이다! 그게 쉽지 않아, 논술 교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일반 아이들도 일단은 개인 논술(독해), 그다음 네다섯명 소그룹 논술로 가는 모양이다. 우리 아이는 아마 그룹 논술은 못 가거나 가더라도 한참 뒤에야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작문. 아이가 죽도록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삼일에 한번씩은 꼭 시킨다. 작문을 하면, 즉 일기나 독후감(혹은 뽀로로 시청 후기)을 쓰면 국어 문제집 풀이를 건너뛴다. "원래 글쓰는 게 제일 힘든 거야, 그래서 다른 건 안 해도 돼~"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글을 쓰려면, 가령 일기를 쓰려면, 오늘 있었던 일을 되새김질 해야하고(기억력) 말로 써야 하고(언어 능력, 한글쓰기, 즉 받아쓰기, 띄워쓰기, 문장 부호, 심지어 운필력 등) 구성과 체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날짜, 제목, 있었던 일 - 사실, 자신의 생각과 느낌 등 정리.)

 

 

 

 

 

 

 

 

 

 

 

 

 

 

 

이렇게 썼지만 원칙대로 막 잘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런 책이 팔리는 모양이다. 나도 읽고 싶다. 언젠가도 썼지만, 굳이 특정 책을 고집할 필요는/가 없다. 아이가 잡는 책, 아무거나 먼저 읽게, 가까워지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해의 넓이와 깊이는 다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처럼 수준이 높지 않은 경우에는 끊어서 읽도록 한다. 두꺼운 책은 심지어 두 세 쪽만 읽어도 된다. 그 이야기나 대상에 흥미가 없을 경우에는 훑어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장기적으로, 정독과 통독은 둘 다 꼭 필요한 것이다. 정독으로 가기 위해, 정독할 텍스트를 고르기 위해서라도 통독, 속독은 필요하다.

 

다시 사교육.

아직은... 나도 할 수 있다,

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의 머리통이 (속도는 늦지만) 계속 커질 때, 이 책읽기 역시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과외 안 시킨다고 장담 못하겠다. 어쩌면 우리 아이의 경우, 특수교육학(초등/중등/고등, 다 있다)을 전공하는 대학생을 초빙(!)해야 할 수도 있다. 돈도 더 들 것이다. 치료실의 인지학습치료사보다 이쪽이 나을 것이다. 특수반이 있는 초등/중등으로 가서 특수교육을 받는다고 해도(현재는 일반 교육을 받지만),,, 이렇게 과외를 시키지 않을 수 없을 터.

 

결론이즉, 사교육에 의존하는 첫 번째 이유, 공교육 이후 혹은 바깥의 예습, 복습을 다른 양육자가 해줄 수 없어서, 혹은 해주기 싫어서,이다. 아이가 자율적으로? 앗, 좋지.

 

소녀 김연경은 그런 모범생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 정리하고 숙제부터 하고 콩나물 다듬고 쌀 앉혀 놓고 그런 다음 노는 모범생.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그렇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내 아이는 아직도 엄마가 "알림장! 수저! 영어책!" 언성을 높여야 어기적어기적, 가방 정리를 하는 슈퍼 띵돌이, 제곱근 띵돌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의 발달을 놓고 본다면, 가령 9세 중 50프로는 아이큐 두 자리에, 어떻든 아이는 아이다. 모든 아이는 다 놀기를 좋아한다, 공부는 싫다^^;

 

사교육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게 핵심인데,

 

빨리빨리

더 빨리, 더 빨리

최고로 빨리

 

방학을 맞이하여 아이 학교도 공사 중인데, 그 문구에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공사를 마무리"라는 어구가 들어 있다. '안전'보다 '빨리'가 더 문제인 나라, 우리 나라다. 다른 나라는?? 사람 사는 데 비슷하긴 할 거다. 하지만, 우리 나라 같은 곳은 참 없다! 이웃나라 일본이 비슷하긴 할 거다. 하지만, 가령 내가 3년을 살았던 러시아의 경우, 정말 미치고 환장한다. 그곳은 모든 것이 '빨리'를 엿 먹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세월아 네월아 오월아~ 그럼에도 러시아는, 굳이 강조할 것도 없이, 대단한 문화선진국이다.

 

엄마로서 나 역시 '더 빨리'에 매여 있다. 나야말로 그렇다. 아이가 장애등급까지 있음에도 단원평가 시험지를 가져오면 묻는다. "백점 받은 친구도 있어? 재**이는(짝지) 몇 점이야?" 요컨대, 아이의 95점보다 더 중요한 건 등수이다. 상대평가! 65점 받아왔을 때도 똑같다. "혜**이는 몇 점이야? 너보다 못 한 친구도 있어?" 이렇게 물어보는 나의 옹졸함에서,,, "통시 치고 냄새 안 나는 데 없다고 안 카더나!" 라는 엄마의 심드렁한 한마디를 떠올린다. 65점을 받아도 딱히 좌절도 안 하고 반대로 95점을 받아도 딱히 뿌듯한 줄도 모르고, 이건 뭐냐. "원래 남자애들은 (남들 점수는 고사하고) 지 점수에도 아무 관심 없어, 빨리 놀려고~" 남편의 말이 정답. 하지만 이런 황금시대가 언제까지 갈 거냐.

 

그래서 다시 사교육.

나는 '거북이' 카페를 다니지만, 상위 1% 영재 카페도 왕년의 자갈치 시장 수준으로 북적댄다. 실제 그들이 모두 영재/수재? 이건 불가능하다. 왜냐면 말그대로 이건 퍼센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워너비-영재(엄마들)가 많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인생이라는 전체 그림을 놓고 보면 이 영(수)재성은, 하나의 토대일 뿐인데(아, 물론 토대가 중요하지!) 부모 입장에서는 그럴 수록 아이의 가능성을 더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주고 싶을 것이다. 아주 속되지만,  애 키우는 엄마로서 무척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엄마는 범재, 즉 평민, 민간인인데 아이는 머리통이 수재, 영재다. 어쩌랴? 사교육밖에 답이 없다. 저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이니 산파술이니 모두, 선생의 기능과 역할에 큰 비중을 둔다. 엄마는 못 해주니, 이 미래의 천재를, 돈을 붙여 선생한테 맡길 밖에. 학교 선생은 내 아이만을 위해줄 수 없으니 당연히 학원으로.

 

그리하여,

오마나, 대치동에는 초등 학원이 정말 있구나 ㅠㅠ

나는 아이의 발달이 늦어 이제야 알게(검색하게) 된 것이고,

그 동네(혹은 언저리) 살거나 아이의 발달이 정상, 혹은 그 이상인 경우 엄마들은 벌써 이리로 갔을 것이다. 아이를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지표가 바로 선행학습이다. 이것도 경주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 race. 경주에서의 등수, 그 격차가 곧 '인종'을 결정한다, 헐. 쓰고 보니 정말 그렇다. racism의 노예들! 골품제도의 노예들! 우리 모두 잘해야 6두품인데 감히 성골, 진골에 끼려고! '성'이 아니라 '뼈'를 갈아야(갈아치워야) 할 판이다.

 

"얘는 2학년 문제 풀어요!"

작년 말쯤, 같이 그룹 체육 하는 남자아이의 엄마가 자랑한 말이다. 그 엄마는 그 아이 학교의 교사다. 아이는 지적 3급이다. 그 엄마가 허세 부리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니다. 또한 지적 3급도 학습이 된다는 건, 물론, 나도 안다. 문제는, 현장에 있는 사람일 수록(초등교사) 더더욱 선행학습에 목매는 이 현실이다.  정녕, 목매자, 목매달자꾸나, 목이 메인다 ㅠㅠ 초등 저학년(심지어 발달지체)이 이럴진대 중고교는? 지난 번 통화한 선배 역시. "이제 많이 따라 왔어, (중3인데) 고등학교 문제 풀어." 헐. "대학은 가야지, 안 가면 이상하게(들) 생각하니까." 화자의 비범함을, 소위 인문학적 소양을 익히 알기에, 더더욱 아빠로서 그의 '범속함'(banality!)에 감동한다!^^;;

 

*

 

다시 시간을 뒤로 돌려 고교 시절.

공부하다 모르는 문제는 어떻게 했지? 다음 날 담당 선생님한테 여쭤 봤던 것 같다. 국어도 애매한 건 그랬던 듯한데, 큰 체구의 국어 선생님, 눈을 꿈벅꿈벅하더니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와라"라고. 그러곤 교무실 가서 큰 사전을 같이 찾아본 기억이 있다. 무슨 문제였지? 아마 '일반적'과 '보편적', 이 어휘의 차이던가, 그런 것이었던 듯하다.(나는 집에 이런 국어사전도 없었다, 넘 가난했네, 정말 ㅠㅠ) 쭉 읽으신 다음 "이렇다고 돼 있네, 알겠제?"라고. 고3 원서 쓸 때는 따로 불러서 한 말씀해주셨다. "그 척박한 러시아 문학, 우리 나라에서 알아주는 사람도 없을 거고, 그거 니가 하겠나? 차라리 국문과 가면 니 소설도 쓸 수 있고..." '워딩'은 다 잊었으나 그때의 분위기, 고마움 등은 생생하다. 그런 선생님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굳이 학원을 왜...ㅠ.ㅠ 혹은 학원 안/못 가고 학교에, 학교 선생님들한테 목매는 나 같은 학생 때문에 더더욱, 선생님들도 가르칠 맛이 나지 않았겠나.

 

왜냐면, 내가 선생이 되어 보니....

선생은 '먼저' 가고 있다 뿐이지, 결코 더 잘/많이, 의 개념은 아니다. '후생가외'라는 말이 정답이다. 공부 많이 하고 질문하는 학생이 무섭고 고맙다. 이런 자극에 무뎌질까봐, 선생으로선, 그게 참 무섭다. 지금도 조금씩 무뎌지는 것이 느껴져서 말이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 바로 옆에 어느덧 나랑 키 차이가 20센티미터 밖에 나지 않는 아이가 있다. "나는 그저, 내 아들이 내 선생이다, 생각하고 살아요~" 그 엄마도 선생이다. 아홉살 아이, 네가 나의 선생이다, 에효.

 

그 다음, 아이에게는

제발 좀 쉴 자유를, 멍때릴 자유를!

 

 

 

 

 

 

 

 

 

 

 

 

 

 

 

작년 봄, 오후 풍경, 집에 가는 길.

 

- "알림장 가져왔어?"

- "응, 내가 딱 챙겼어!"

- "그럼 학습장은?"

눈을 꿈벅꿈벅, 생각하다가 의구심에 차서 엄마를 올려다 보며

- "엄마, 학습장도 가져와야 해?"

- "아이구, 내가 너 땜에 도 닦는다, 아주!"

옆에 지나간 아줌마-할머니가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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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9-08-14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을 키우며 진정한 나를(부정적인 의미에서) 알아가는 중입니다. 자꾸 저도 나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게 되고 애를 잡게 되네요. 자식 교육에서만큼 인간의 비교의식, 질투가 드러나는 부분도 없는 것 같아요. 너무 공감가는 글이에요.

푸른괭이 2019-08-14 20:29   좋아요 0 | URL
하위 그룹에서는 그 안에서 또 경쟁해요 ㅋㅋ 우리 아이반도 약간 학습부진(제가 보기엔 경계, 평균하 그룹) 아이 엄마들은 자기 아이한테, 우리 아이는 몇 점 받았는지, 구구단은 외우는지 물어봐요 ㅋㅋ
심지어 특수 아동들 그룹 수업에서도 그 안에 서열(?!)이 있어요.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더라고요 ㅋㅋ
위에 문유석 판사도, 결국에는 아이를 대치동 학원으로 실어나르게 되더라고 솔직히 썼더라고요. 우아하려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어제 오랜만에 한 선배와 긴 통화를 했다. 수다. 간만에 한 시간 이상 떨어본 수다에, 또한 내가 이런 수다를 떨 상대-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여러 모로 비슷한 처지여서겠지만,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더 그런 듯하다. 선배는 남자-아빠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면 육아에 꽤 관심을 갖는 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간중간 언급된 아이(들) 교육 문제에서 놀라운 대목은 사교육이다. 우리는 모두 사교육 없이 명문대에 들어왔고 그렇게 저렇게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며(너무 전투적인 표현?) 살아왔다. 그 선배는,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 시절 사교육의 최전선에 있었던 양반이다. 나도 살짝 끼여, 그가 운영하던 논술학원에 한타임인가 강의를 하러 간 적도 있다. 삼십대 초반, <카라마조프>도 나오기 전, 한마디로 거지(!) 같이 살던 때의 일이다. 서울대 강의 두 개 하면 월수가 84만원(?), 방세가 세금 포함 28만원이던 시절이다. 흠, 이렇게 쓰고 보니 나는 지금 용이 되었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적어도 아직은, 아이들을 왜 학원에 보내는지 정말 모르겠다 ㅠㅠ

 

태권도, 피아노, 미술 등 예체능 쪽은 그나마 이해가 된다. 기술적인 부분이고 학교나 가정에서 채워주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학습(국어-논술-독해, 수학, 영어, 심지어 다른 과목까지!)이라면 학교에서, 가령 2학년의 경우 4-5교시까지(5교시 하면 1시 4, 50분쯤 마침) 공부하고 집에서 하면 되지 않느냔 말이다. 

 

물론 우리 아이는 장애 수준의 발달지체 때문에 재활치료실을 다닌다. 하지만 그마저도 학교를 잘 다니기 때문에(그렇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많이 접었고, 현재는 주 3-4회 정도다. 방문학습지 쪽도 전혀 하지 않는다. 돌봄과 영어방과후 하고 귀가하면 대략 3시, 간식 먹고, 집에서 학습지 좀 풀고 책 좀 읽고 노트북으로 동영상(TV가 없다) 좀 보고 하면 저녁 시간. 비슷한 활동 좀 하면 9시 전후, 잘 시간이다.

 

저렇게 학원을 다니면 잠은 언제 자나. "학교에서 자는 거지"(웃음). 헐, 님아ㅠ.ㅠ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학원을 많이 간다. 조금 낮은 반에 넣더라도 아이의 장단점을 고려해 태권도, 수학, 수영, 음미술 등에 보낸다. 치료실에서 보면 따라 가는 아이도 있고 나오는 아이도 있고 그런 것 같은데, 우리 아이는 아직 시도하지 않았다. 피아노학원을 보내고 싶은, 더 정확히, 같이 다니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여유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대치동은 근처도 가기 싫다는, 어지간한 고교 교사보다도 입시와 뭐와 등등에 대해 빠삭(!)하지만 그것을 염오(!)하는 그가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음, 실은, 여느 부모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함정, 이라고 해도 되겠다. "우리 아이(들)는 별로(아무것도) 안 해." 다들 이렇게 말하는데 들어보면, 학원 두 세개는 기본이다. 별로 안한다는 것은, 더 많이 하는 부모 대비, 별로이다. 학원 안 보내요, 하지만 방문 교사가 거의 매일 오는 경우도 있다. 혹은, 말은 잘 하지 않지만 '안' 보내는 것이 아니라 '못' 보내는 것이거나.

 

문제는...

 

나의 가없는 소심함이다. 잉?!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가 끊임없이 든다. 엄마로서 아이를 너무 방치하는 건 아닌지, 남들 다 하는데(^^;;) 나는 무슨 용가리 통뼈라 아무것도 안 하는지, 아이가 발달까지 느리니 프뢰벨이든, 오르다든 방문교사도 부르고, 튼튼영어도 하고 뭐도 하고... 이렇게 쓰고 나니 정녕, 한 시절 우리가 경멸해마지 않던 리얼극성맘이 된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사실 '맹모'의 다른 이름이 바로 이것일 터. '아이 성적은 엄마하기 나름'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력 말이다. 

 

 

 

 

 

 

 

 

 

 

 

 

 

(아이는 방학 때 우공비로 국어와 수학을 복습 중이다. 본문 말고 뒤에 붙은 단원평가를 주로 푼다. 한데, 개인적으론 <우공비>보다 <만점왕>이 좋다. 책이 무게가 조금 더 가볍고 크기가 살짝 작다. 혹은 낮아서 책꽂이에 잘 꽂힌다. 학습지 만드는 사람은 이 점도 조금 염두에 두면 좋겠다. 엄마의 개인적인 취향 탓에 아마 우리 아이는 2학기에도 <만점왕>으로 복습을 할 터이다.)

 

고민해도 답은 없고,

아이가 옆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동안

공부하기 싫어 수다를 떨어보았다.

아이는 엄마가 일하는 줄 알 텐데, 쬐금 뜨끔하다.

뜨끔한 마음에 <악령> 파일을 열어놓고 몇 자 고쳤다.

 

덧붙여, 우리 아이는 '선행'은 고사하고 지난 학기 복습 중인데, 사실 나는 '예습' 정도라면 모를까 이 '선행'을 왜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이 '선행'이라는 것을 평생,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글도 모르고 초등 들어갔고 영어 알파벳도 모르고 중학교 들어갔다. 고등학교 입학하니, 많은 친구들이 <성문기본>(심지어 <종합>), <수학정석기본>(심지어 <실력>)까지 뗐거나 적어도 일정 부분 보고 온 상태였다. 이게 말이 되는지. 그런데 왜 이런 일이 계속되고 지금은 심지어 더 심해지는지. 저 선배 말론, 어지간한 똘똘이들은 초등 2-3학년에 6학년 과정을 배운다고. 아니 그럼 6학년 가서는 뭐해요, 중고등 과정?? 그렇게 '월반'하여 명문대 온 아이들이라면 천재 수준으로 똑똑해야 할 텐데, 강의실의 친구들은 왜 중치-수재 밖에??  정녕 선행을 왜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답 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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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2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의 독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한정돼 있다. 무엇을,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좀 더 어릴 때는 그림책이 대다수고 그 그림책은 거의 모두 이야기(동화) 책에 가깝다. 그런데 그림이 줄어들고 글밥이 많아질수록 사실 가장 읽기 어려운 것이 동화책(소설)이기도 하다. 참 아이러니다! 기본적인 내용(줄거리) 파악, 주제 파악, 나아가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 정리(상상력, 창의력!) 등. 학년이 올라갈 수록 책의 종류도 세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나는 초등 저학년 무렵에 독서를 거의 하지 못해, 책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비교도 잘 안 되지만, 아무튼 요즘은 소위 만화가 곳곳에 활용되는 듯하다.

 

 

 

 

 

 

 

 

 

 

 

 

돌봄에서 한자를 꾸준히 배우고 있어서인지 속담, 사자성어(고사성어)에 관심이 적지 않다. 이런 책읽기도 단순 암기로는 안 된다. 맥락과 상황을 이해해야만 온전히 알 수 있고 또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능력, 즉 독해력 향상을 위해서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령기에는 정녕 피해갈 수 없는 것, 바로 학습지, 참고서다. 아이 책상 위에 <우공비>를 보더니 남편 왈: "와 진짜 공부하기 싫겠다! 옛날에 동아전과인가? 엄마가 그거 사다 놨을 때 막 울었어, 너무 두꺼워서." 하지만 이런 훈련 없이는 어떤 책도 읽을 수 없다. 수학도 세트로 묶었는데, 우리를 항상 힘들게 한(^^;;) 이 과목은, 사실 단순히 수 개념, 수셈(가감승제) 외에 논리적이고 복합적인 사고를 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분류하기, 도량형, 도형(기하학) 등 갈 길이 구만리, 태산이다, 흑.

 

 

 

 

 

 

 

 

 

 

 

 

 

 

 

과학서 역시도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긴 하다. 그럼에도 확실히 정보(!) 위주의 책은 또한 암기, 즉 반복을 통한 학습이 필수다. 물론 암기(단기 기억)에 앞서는 것은 기본적인 이해이긴 하다.  

 

 

 

 

 

 

 

 

 

 

 

 

 

 

"오늘 ***가 보리아기그림책 가져 와서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 이렇게 아기들이 보는 책 다음에는 가져오지 마세요, 수준에 맞는 책 읽으세요~ 오늘은 봐주겠지만 다음에는 안 돼요~ 그러셨어." 우리 아이도 이 책 좋아하는데, 읽는 수준이 조금씩 높아진다. 아직 동식물도감으로 갈 수준은 되지 않아(한 페이지 읽기도 힘들다!) 여기에 머물러 있는 것도 있다. 여하튼 안 보는 것보다는 낫다.

 

*

 

대체로 요즘 아이들은 책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학교 안의 도서관에 비치된 책만 해도 적지 않다. 초등 6년, 사실 1-2학년과 5-6학년의 차이는 어마어마한데, 그 책들이 다 한 도서관에 있다. 그러니 더더욱 어떤 책을 어떤 식으로 읽어야할지가 문제다. 어릴 때는, 부모 잘 만나(^^;;) 많은 책을 접하고 그래서 상식이 많은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나이 들고 나니 더 그랬다. 가만히 보면 제대로 정독, 완독한 책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두루두루 많은 지식을 갖춘 친구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릴 때 많은 책을 두루두루 읽은 아이들이 아니었나 싶다. 훗날에는, 하루 종일 책 한자 읽지 않는 삶을 살더라도(남편처럼^^;) 그것이 자양분이 된다. 훗날 책을 안 읽는 놈일 수록 어린 시절의 독서가, 그것만이 자양분이다. 

 

책이 전혀 없는 곳에서 태어났고 성장기에도 내 근처에는 책이 별로 없었다. 대략 초등 5, 6학년부터 동네서점을 다니며 책을 읽기 시작한 것 같다. 이후 항상 책에 목 말라 했고, 돈을 벌 수 있게 되자 책을 무척 많이 샀다. 책-물건에 대한 탐닉의 시작이다. 그러길 2-30년. 이제는 읽을 책과 못/안 읽을 책을 선별하고, 그저 욕심만 앞서는 책은 절대 사지 않고 이미 읽은/훑은 책을 버리고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조만간 아이의 여덟번째 생일이 된다. 아이와 나는 서른 여섯 살 차이가 난다. 36. 이 숫자가 무섭다! 아이와 내가 평생 가져갈 차이의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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