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왔다. 성 주변에는 여느 해와 다름없이 유리벽이 쳐졌다. 마녀는 하루가 다르게 배가 부풀어갔다. 배꼽 주변으로 털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뽀얀 솜털 같은 것도 아니고 새카맣고 윤기마저 나는 그야말로 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털 밭을 가르며 배가 터졌다. 선홍빛의 피가 솟구쳤다. 시골의사가 누렁소를 타고 기어왔다. 그 뒤를 따라 젊은 도시의사가 나타났다. 간호사도 함께였다.

팔자요, 팔자. 그쪽 잘못이 아니라, 그러니까 저어기. 뱃속에 들었던 그 녀석의 팔자가 그랬던 게야.”

시골의사의 말은 인정과 이해를 듬뿍 담고 있었다. 하지만 마녀는 점점 더 미쳐 날뛰었다. 그 순간만은 정녕 귀신에 홀린 마녀 같았다.

 

그 모든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도시의사가 나섰다.

사산이 무슨 큰일이라고.”

그는 간호사에게 눈짓을 했다. 간호사는 곧 마녀의 팔에 주사를 놓았다. 하지만 마녀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문지기는 줄곧 문 칸에 말없이 서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시골의사는 안절부절못하고 수술대 주위를 맴돌았다. 그 다음엔 몸을 숙이는가 싶더니 아예 땅바닥에 엎드려 네 발로 기기 시작했다. 이건 정녕 가망 없는 환자였다. 어떤 농담도, 웃음도 허락되지 않는 절망적인 사례였다. 시골의사는 자신의 무능함과 자연의 폭력을 탓했다. 소영이는 사색이 되어 발을 동동 굴렀다.

사람이 히스테리 때문에 죽는 법은 없습니다.”

이런 말을 최후통첩처럼 날리고 도시의사는 깔끔하게 떠나버렸다. 그가 떠난 뒤에도 시골의사는 여전히 방바닥을 기고 있었다. 이제는 두 다리와 두 팔에 힘이 빠져 거의 엎어지다시피 했다. 문밖에서 보다 못한 개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개는 킁킁대더니 그의 바지자락을 물고 누렁소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시골의사는 안간힘을 쓰며 누렁소가 끄는 달구지로 기어 올라갔다.

 

젊은 도시의사의 말은 정확했다. 마녀의 히스테리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됐지만 목숨을 앗아가진 않았다. 이후 몇날며칠 동안 그녀는 의식을 잃는 행운을 누렸다. 그녀의 살갗이 벌겋게 부어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가려움증이 수시로 그녀를 괴롭혔다. 무의식 상태에서도 그녀는 손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박박 긁어댔다. 문지기는 그녀의 손을 묶어버렸다. 가려움증을 해소할 길 없는 그녀는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상태에서 심하게 몸부림을 쳤다. 팔뚝과 무릎, 머리통 등 서로 교통할 수 있는 곳들이 만나 곳곳에 상처를 만들어냈다. 하는 수 없이 문지기는 마녀의 손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또 다시 몸을 구석구석 긁어댔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할 길은 이것밖에 없는 양 수시로 손톱을 세웠다. 문지기는 주기적으로 마녀의 손톱을 깎아주었다. 그 일이 반복되는 동안 마녀의 몸을 덮었던 불그죽죽한 붓기가 빠졌고 살갗의 껍질이 하얀 막처럼 벗겨졌다. 허물을 벗는 작업은 오래 지속되었다. 문지기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마녀의 몸을 닦아주었다.

 

마녀의 미망은 한파가 꺾일 무렵에 끝났다. 풍선처럼 부풀었던 배는 병을 앓는 동안 조금씩 가라앉았다. 하지만 뱃가죽 위에는 쭈글쭈글한 주름이 생겼고 얼굴도, 몸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허망했다. 10, 아니 20년을 세월을 한꺼번에 먹은 듯, 마녀는 폭삭 늙어버렸다. 중력의 법칙이 가혹하게 적용된 탓에 살가죽은 축축 늘어졌고 모든 지방들은 핵을 향해 모여 들었다. 그제야 비로소 그녀는 문지기와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문지기를 보며, 혹은 그의 시선을 피하는 척하며 야릇하게 배시시 웃는 일도 있었다. 물론 한 번 생긴 주름은 사라지지 않았고 새 살은, 최소한 탐스러운 새 살은 영원히 돋아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이 얘기가 시작되기 전, 언젠가 한 시절엔 분명히 존재했을 화사한 봄날로 회귀하는 것 같았다.

 

*

 

봄이 왔다. 날씨가 풀리면서 연못 위의 얼음이 물로 바뀌고 땅이 녹록해지고 몰랑해졌다. 성벽의 틈새, 이끼를 뚫고 처음 보는 싹들이 돋아났다. 그때마다 눈에 거의 뜨이지 않게 조금씩 균열이 생겨났다. 싹들은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 성채의 틈을 뚫어갔다. 푸른 연못 가두리에 부들, 개구리밥, 마름, 줄풀이 진풍경을 이루었다. 성을 에워싼 산에는 진달래가 진분홍색을 뿜어내며 봄을 축하했다. 성을 처음 본 아름이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랐다.

 

우아, 진짜 성이다! 움직이는 성이다! 진짜 신기해!”

?”

흔들흔들하면서 조금씩 밑으로 내려가잖아?”

설마! 성이 어떻게 움직이니?”

소영이는 그야말로 어린아이를 다루듯 아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야, 정말 움직이는 걸. 성에 붙은 풀도 움직이잖아, 그치, 오빠?”

, 정말 움직이는 것 같아.”

은학이는 아름이의 말에 반대했다가는 또 봉변을 당할 것 같아 얼른 찬성을 해주었다.

둘 다 눈이 뼜나봐, 정말. 다들 이제 집에 가!”

언니, 뭐야? 우리도 성 안에 들어갈래!”

성이 움직인다며? 움직이는 성 안엘 어떻게 들어가니? 어서 집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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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교실에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새벽부터 불려 나와 수업을 하느라 힘들었던 탓에, 낮잠을 자며 쉬는 시간을 때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아이들은 곧바로 교장의 호출을 받았다. 담임교사 역시 호된 꾸중을 들어야 했다. 도무지 이 교장은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학교 안을 순찰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야말로 이 위대한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세련된 시민이요 국민을 위해 무조건 봉사하는 공무원이요 덧붙여 아이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희생하는 뛰어난 교육자이자 타의 모범이 되는 귀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교장이 속편한 자기기만에 빠져 시대착오적인, 정말 촌스러운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을 때 특수교사가 중병에 걸렸다. 도르래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교실은 무척이나 황량했다. 병가를 낸 특수교사의 자리는 특수보조교사가 지켰다. 드디어 그녀가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녀는 코바늘뜨기, 대바늘뜨기에 이어 퀼트에 푹 빠져들었다. 교장은 그것을 근무태만이라 꾸중하며 연일 징계를 내리겠다고 협박했다. 보조교사는 억울했다. 특수교사가 없기 때문에 보조할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윗사람에게 하소연하는 것은 비굴하고 누추한 일이었다. 그녀는 차라리 혼자 속으로 억울함을 삭히면서 더 큰 사랑과 희생을 베풂으로써 교장을 감화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명예욕에 눈이 먼, 불운한 가정생활로 인해 괴로워하는 불쌍한 교장에게 하느님의 크나큰 사랑을 보여주자. 그러고는 저 괄괄한 교장 부인을 위해 벽걸이, 가방, 냄비 받침, 주방용 장갑 등을 만들어 갖다 바치기도 했다. 그것이 효과가 있어, 교장 부인은 교장을 갈구는 수위를 약화시켰다. 사실, 출근해서 식사 때를 제외하곤 절대 교실 밖을 나가지 않는 그녀의 무던함과 묵묵히 퀼트에 몰입하는 뚝심은 높이 사줘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특수반은 여교사들의 사랑방이 됐고, 다들 여기 모여 너나할 것 없이 퀼트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반에 인턴교사가 배정되었다. 교장은 인턴교사를 감시하기 위해 아주 작정을 하고서 수시로 특수반을 찾았다. 그리고 항상 그녀의 근무태만을 꾸짖었다. 서른을 목전에 둔 인턴교사는 정말 억울했다. 일을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할 일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라고 이런 깍두기 인생이 달가울 리 없었다. 결국 그녀는 완곡하나마 자기 처지를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는 셋밖에, 아니 둘밖에 안 되는데 선생님은 둘이나 되고.”

그럴수록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힘써야지!”

슬슬 노처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 그녀는 목구멍 너머로 히스테리가 밀려오는 것을 꾹꾹 집어 삼켰다.

하다못해 일지라도 쓰면 될 거 아니요?”

물론 일지를 써야지요. 하지만 도대체 무슨 얘기를 써야 될지.”

여기서 교장도 숨이 턱 막혀왔다. 퀼트 감을 옆에 둔 채, 다소곳이, 하지만 오만하게 서 있는 보조교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보다시피 우리 인턴교사가 모르는 게 많으니, 잘 지도하도록.”

 

보조교사는 정말로 성심성의껏 인턴교사를 지도했다. 보다 효율적으로 퀼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전부 인턴교사 차지가 됐다. 물론 아이들은 정반대로, 자기들 쪽에서 이 불쌍한 왕따선생님을 거두어 준다고 생각했다. 숙제도 해왔다.

 

, 아름이가 먼저 읽어볼래?”

소영이 언니가 읽으면 안 될까?”

?”

소영이 언니가 나보다 더 잘 읽으니까.”

그러자 인턴교사는 소영이를 보며 고개를 까딱했다.

제목은 요일!”

요일? 그래, 이제 작문해온 걸 읽어봐.”

어제는 화요일입니다.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내일은 목요일입니다. 일주일은 무엇일까요?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이지요.”

? 그게 다야?”

인턴교사가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요일이 더 없는 걸 그럼 어떡해?”

, 이제 아름이?”

에이, 나 글자 못 쓰는 거 알잖아? 그래서 내가 소영이 언니한테 불러준 거야, 헤헤.”

인턴교사는 오늘의 일지를 요일이라는 작문으로 채웠다. 방학 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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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의 기둥과 지붕이 새카맣게 타버렸다. 교장은 아침 조례로는 모자라 특수반 아이들과 담당 교사들을 교장실로 따로 불렀다. 아름이는 여기저기 반창고를 붙이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나타났다.

윤은학! 너는 최고참 학생으로서, 민주주의학습단지의 건설 요원으로서 후학들을, 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는 못할망정 불장난이나 주동해서 쓰겠나?”

은학이는 스스로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듯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선 그건 불장난이 아니라 소꿉장난이었다, 소꿉장난을 하려면 불을 붙여야했다, 이것도 놀이의 일종이다, 아이들은 놀면서 크는 거다, 등의 말이 열심히 쓰였다.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아 왔건만, 도대체 지금껏 여기서 뭘 배운 거냐? 소꿉놀이는 또 뭐냐?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거늘 도대체 정신을 어디 두고 사는 거냐?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 정신을 북돋운다는 말은 함께 잘 놀라는 뜻이 아니야!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건 또 무슨 뜻이냐? 그건 학생으로서 학업에 전념하라는 뜻이야, 알겠나? 스무 살을 넘긴 청년이 이 모양 이 꼴이니 어떻게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겠나, ?”

 

그때 갑자기 아름이가 교장선생님의 말을 가로막으며 끼어들었다.

할아버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 은학이 오빠는 민주주의 학습단지에서 벽돌 놀이 하는 거 좋아한단 말이야. 하지만 모래 장난을 더 좋아해, 그치, 오빠?”

아니, 이런 꼴통이!”

꼴통? 꼴통이 뭐야? 할아버지도 꼴통이야? 꼴통, 꼴통, 꼴통, 꼬끼오, 꼬리, 꼴뚜기, 꼴통, 꼴통, 꼴통.”

아름이는 숫제 노래를 부르며 제자리에서 발을 꼼지락대더니 점점 더 발을 대담하게 뻗었다. 그러고는 책상 위의 꽃병을 들었다 내리고 거기에 꽂힌 장미꽃을 장검처럼 휘두르며 교장실 안을 성큼성큼 걸어 다녔다. 기어코 교장이 고함을 질렀다.

, 지금 어른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

옆이 있던 담임교사가 이미 창턱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한 아이를 잡아왔다. 아름이는 신경질을 부렸다.

에이! 뭐야, 왜 귀찮게 해? 오빠, 나 목마 태워줘! 언니랑 만두 먹으러 가자, ?”

하지만 오빠언니는 벌벌 떨고 있고 쭈그렁바가지 할아버지는 자기를 노려보고 있었다.

할아버지 나한테 원수 졌어? 왜 그렇게 째려봐?”

허어,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아니, 도대체 이런.(여기서 교장은 또 다시 꼴통이란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적시에 자제력을 발휘했다.) 되먹지 못한 녀석이 어떻게,”

에이, 시끄러워! 할아버지 입 좀 닫아!”

?! 이런 꼴통!”

악에 받힌 교장은 저도 모르게 아이보다 더 못한 아이가 되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아름이의 조그만 머리통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말았다. 아름이는 죽어라고 비명을 질렀다.

 

왜 때려! 할아버지가 뭔데 나를 때리고 지랄이야! 에이, 이 대머리야! 할아버지는 병신 쪼다야!”

아름이는 눈 깜짝할 새에 책상 위로 올라가 할아버지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귀 언저리에 애처롭게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잡아 뜯기 시작했다. 교장은 그 간의 교직 생활 동안 처음 당하는 이 수난에 넋이 나갔다. 무엇보다도 머리카락의 수난에 분기탱천했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아름이를 뜯어내려고 용을 썼다. 그럴수록 아름이는 더 찰싹 달라붙어 머리카락을 온통 다 뽑아버릴 기세였다.

아이고, 아야, 아야, 아이고, 이 놈! 나 죽네!”

 

마지막 말에 다들 얼음망치에서 풀린 듯 부산을 떨었다. 어른들의 손아귀에 붙잡힌 아름이의 몸은 허공중에서 버둥거렸지만, 양손은 여전히 교장의 머리카락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그때 소영이가 책상 위로 기어 올라가 예의 그 토끼 이빨로 아름이의 양손을 힘껏 깨물었다. 아름이는 저도 모르게 교장의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은학이가 아름이를 온 몸으로 움켜쥐다시피 껴안았다.

오빠 뭐야? 왜 말려? 나한테 죽어볼 테야?”

아름이는 씩씩댔다. 머리카락이 손에 와 닿는 감촉에 재미를 느꼈는지, 은학이의 품 안에서 폴짝 뛰어올라 대뜸 은학이의 머리카락부터 잡아당겼다. 머리카락이 짧고 굵었기 때문에 바싹 붙어야 했다. 은학이는 아픈 걸 참아가면서, 아름이의 편의를 위해 일부러 몸을 숙여 주었다. 그러고는 이제 막 고삐를 단 불쌍한 송아지처럼 어린 깡패에게 질질 끌려 다녔다. 어찌나 아픈지 눈물마저 찔끔 나왔다. 결국 교사들이 달려들어 아름이를 떼 내지 않으면 안 됐다.

 

충격을 받은 교장은 모두 다 돌려보내고 혼자 교장실에 틀어박혔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점검하는 것이었다. 길고 푸석푸석한,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왼쪽 귀를 덮고 있었다. 최소한 열 가닥은 빠진 것이 분명했다. 믿거나 말거나, 교장은 책상에 엎드려, 소리 죽여 가며 엉엉 울었다. 한참 울고 난 교장은 원한에 사무친 전사가 됐다.

 

*

 

우물이 폐쇄됐다. 나아가 교장은 일련의 조치를 더 강구했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가상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수반에 있던 성냥, 그 성냥의 존재근거였던 낡은 난로와 장작이 모조리 사라졌다. 불쏘시개 구실을 하던 착화탄도 같은 운명이 됐다. 때문에 날씨가 선선해졌음에도 특수반 아이들은 더 이상 난로 구경을 못하게 됐다. 감자, 고구마, 말린 떡가래, 군밤 등도 모두 추억의 음식이 됐다. 이제 추운 겨울을 맡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시간제로 부실하게 나오는 스팀뿐이었다. 실내에서도 아이들의 옷차림은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고 행동도 굼떴다. 그만큼 활기도 잃어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각종 도구를 갖고 방종하게 놀다가 무슨 사고가 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위험의 소지가 있는 물건(그러니까 모든 물건!)을 교실 밖에서 갖고 있는 것을 금지했다. 고무줄과 공깃돌도 한 순간에 흉기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소지가 금지되었다. 도구가 없어도 아이들은 거칠게 놀 수 있고 그로 인해 서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적어도 그런 성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노는 것 자체가 금지되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밖에 나가지 못하고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지우개 따먹기나 실 엮기, 쌀밥 보리밥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놀이에 흥미를 붙이기 위해 각자 물건들을 하나씩 내걸었다. 교장은 또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다. 머리띠를 두르고서 학업에 열중해도 뭣할 때 사행성을 조장하는 오락을 일삼는 것은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모든 놀이가 당장에 금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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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파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오구작작 떠들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떡붕어 아저씨는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았다. 물체 주머니를 빙빙 돌리는 아이, 걸으면서 조그만 고무공을 위로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는 아이, 등 뒤로 양손을 돌려 책가방을 밑에서 툭툭 치는 아이, 괜히 뜀박질을 하며 걷는 아이, 친구와 끝말잇기를 하며 고심하는 아이 등. 그들은 하나 같이 참 작았다. 저렇게 작은 것들도 사람이구나, 싶을 만큼 작았다. 그들 사이로 소영이가 우뚝 솟아 있었다. 진즉에 중학생이 됐어야 할 소영이는 꼭 교생실습을 나온 어린대학생처럼 보였다. 떡붕어 아저씨는 소영이가 아이들 무리에서 벗어나 이쪽으로 좀 더 가까이 올 때까지 담장 옆에 서서 기다렸다. 고개를 반쯤 숙인 소영이는 무슨 생각에 골몰해 있는지, 떡붕어 아저씨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 곁을 지나쳤다. 그는 보폭을 조절하며 천천히 소영이의 뒤를 따라갔다.

 

소영아!”

그는 몇 발짝을 달려가 소영이를 뒤에서 껴안았다. 소영이는 흠칫 놀랐다. 그러곤 곧 당혹스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 둘 다 그 동안에도 몇 번은 있었을 포옹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잠깐이지만 소영이는 이 생경한 느낌의 암호를 풀어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해독 불가능한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처럼 아찔하기만 했다.

아저씨, 나한테 아기 만들려고 그러지?”

?”

선녀와 나무꾼이잖아! 내가 호시탐탐 떠날 궁리를 한다는 거 아저씨도 눈치 챈 거지? 나 잡아 두려고 껴안은 거 아니야? 그런데 아저씨, 빨리 왔구나, 생각보다는.”

은학이랑 아름이는?”

둘이 사귀는 걸.”

태형이는 요즘 뭐해?”

걔는 이제 중학생이잖아? 어라, 물고기는 하나도 안 잡아왔어? 뭐야?!”

소영이는 떡붕어 아저씨에게 달려들어 배며 등을 마구 때렸다.

그만 좀 해! 대신 금괴를 사왔단 말이야!”

이제는 업어주기에도 민망할 만큼 훌쩍 자란 아이, 그건 이미 숙녀였다.

 

성으로 돌아온 떡붕어 아저씨는 더운 물에 목욕을 한 뒤 완전히 뻗어버렸다. 숙면에서 깨어났을 때 떡붕어 아저씨는 마음이 무척 편했다. 이것이 내 집이구나, 이것이 내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에 일상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아침부터 그는 분주했다. 벽이 뚫리고 금고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출장에서 마련해온 금괴를 금고에 쌓았다. 소영이의 칠칠치 못한 손이 놓쳐버린 먼지와 때를 모조리 처리하느라 꼬박 하루가 갔다. 욕실 바닥에 검은 실지렁이처럼 퍼져 있는 머리카락도 긁어모았다. 검고 길고 가늘고, 오래 전에 몸에서 떨어져 나왔음에도 여전히 윤기가 흐르는 수백, 수천 올의 머리카락들. 그것이 그에게는 소영이가 성장했음을, 하지만 앞으로 더 성장해갈 것임을 말해주었다.

청소를 하다 말고 그는 욕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하고 성글었다. 원래 반 곱슬머리였는데, 이제는 곱슬곱슬 말린 것도, 구불구불 흘러내리는 것도 아니고 축축 처진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는 약간 외로웠다.

 

*

 

우물이 있는 학교의 나무들이 슬슬 가을을 타기 시작했다. 특수반 아이들은 우물 옆에 앉아 소꿉놀이를 했다. 소영이는 특수반 교실의 서랍 안에 보관된 성냥을 슬쩍 들고 나왔다. 은학이는 학교 건물 뒤에다 열심히 나뭇가지와 낙엽을 긁어모았다. 아름이는 은학이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자기 몸만큼 긴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커다란 황소를 모는 계집애처럼 은학이의 다리와 궁둥이를 쿡쿡 찔러대는 것이 무척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음식 재료가 준비되자 아이들은 모래밭 위에 돌멩이를 둥그렇게 쌓고 그 한가운데에 불쏘시개를 넣었다. 아름이는 계속 앞뒤, 좌우를 오가며 조잘댔다.

엄마, 아빠, 밥 줘, !”

조금만 기다려봐.”

은학이는 양동이를 우물 밑으로 떨어뜨려 물을 길었다. 도르래가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나뭇가지와 낙엽 앞에 쪼그려 앉은 소영이는 성냥불을 켜보려고 했다. 특수교사의 손놀림을 떠올리며 따라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불은 붙지 않고 소나무에서 송충이만 자꾸 툭툭 떨어졌다. 그때마다 아름이는 비명인지 환호성인지 하여간 소리를 지르며 송충이를 덥석 잡았다.

에잇, 그러면 안 돼, 아름아.”

은학이가 만류하자 아름이는 우글거리는 송충이를 은학이에게 획 던졌다. 등 무늬가 하나 같이 알록달록한 송충이들 때문에 은학이 얼굴이 졸지에 괴물이 됐다. 은학이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흔들어댔다. 송충이 우수수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중 한 마리는 곧장 소영이 발치에서 꿈틀댔지만 소영이는 여전히 성냥갑에 줄을 긋고 있었다. 어찌나 그어댔는지 성냥개비의 붉은인이 거의 다 닳아버렸다. 멀쩡한 성냥개비가 몇 개째 그냥 반 동강이 나버렸다. 아름이는 소영이의 손놀림을 호기심과 질투어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장보고 명동>에도 없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우아, 언니는 별 걸 다 한다.”

아름이는 아이들 주위를 부산스럽게 오갔고, 급기야 우물 벽에 손을 집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소영이의 손끝에 쥐어진 성냥에서 불이 확 타올랐다. 아름이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 불이다! 불이야!”

 

당황한 소영이는 저도 모르게 불붙은 성냥을 앞으로 던져버렸다. 나뭇가지와 낙엽이 삽시간에 확 타올랐다. 겁을 집어먹은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우왕좌왕했다. 우물 벽을 타던 아름이는 발을 헛디뎌 땅바닥으로 쾅 떨어졌다. 은학이는 얼른 아름이를 부둥켜 세우며 달랬지만, 은학이의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은 피투성이가 된 태형이의 얼굴이었다. 아름이의 엉덩이와 무릎에 묻은 흙이 전부 핏빛으로 보였다. 바로 옆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 은학이의 불안을 더 부채질했다.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불길은 잘 여문 불쏘시개를 태우며 우물 쪽으로 기어가 벽을 타기 시작했다. 한 남자 교사가 분수의 수도꼭지에 호수를 연결해 불을 끄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불구경에, 물 구경에 신이 났다. 아름이는 몸 어디가 욱신거리고 살갗이 따가운 것도 잊고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또 엉덩이를 문지르며 불구덩이 주위를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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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돌은 갈비찜 옆에 다소곳이 찌그러져 있는 붕장어 구이만 연거푸 먹었다. 갈비찜 양념과는 달리 이 고추장 양념은 너무 싱거웠다. 하는 수없이 갈비찜 양념에 붕장어 조각을 찍어 먹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손뼉을 탁 쳤다.

그래, 그래, 장어가 남자한테는 그렇게 좋단다. 그나저나 장가는 안 갈 거냐?”

장가를 가려면 직장이 있어야지! 다시 나와라.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야 되는 법이야.”

아버지가 언성을 높이자 밤돌도 대꾸를 했다.

거기도 사람 많아요. 최근에는 아파트도 많이 짓고,”

이놈이! 사람 사는 데라고 다 같은 게 아니야!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여기가 무슨 서울이에요? 서울에 비하면 완전히 시골이지.”

밤돌은 불퉁하게 내뱉었지만 금세 기가 팍 죽었다. 그가 주먹을 살짝만 휘둘러도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고꾸라질 것 같은 노인이건만, 성장기에 세뇌된 권위의 힘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잔말 말고 어서 들어와! 이 아비 말을 업신여겼다간 좋은 꼴 못 본다. 네놈이 어느 구석에 박혀 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다 알면서도, 그저 기다려줬을 따름이야.”

 

아버지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순진한 환자를 꼬드겨 오며 굳어진 습관과 아들 앞에선 억지로라도, 거짓으로라도 위풍당당해야 한다는 해묵은 의무감이 다시 고개를 쳐든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이것이 금방 효력을 발휘했다. 밤돌은 자신의 은신처를 들킬까봐, 지금껏 누려온 자유를 빼앗길까봐 부들부들 떨었다. 성 안에서 혼자 놀고 있을 소영이도 떠올랐다. 이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아니, 만에 하나 대면의 순간이 온다면 딸이라기엔 너무 크고 마누라라기엔 너무 어린 이 아이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보나마나 아버지는 혼자 음흉한 상상을 하며 다짜고짜 걔랑 잤냐?”라는 질문부터 할 것이다. 우물대며 대답을 회피하거나 어떻게 감히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냐며 역정이라도 내면 당장에 일장 훈계가 시작될 것이다. “요 녀석 봐라, 잤구나!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사내자식은 모름지기 혀끝과 고추 끝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야!” 운운하면서 말이다.

 

밥상이 나가자 술상이 나왔다. 일을 할 때는 그래도 좀 자제했던 술버릇이 은퇴 이후 기고만장하게 절정을 맞은 것이다. 밤돌은 술상을 앞에 두고 아버지의 술주정을 들어야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아버지, 아무리 임플란트를 했어도 술을 이렇게 드시면 이빨이,”

이놈이! 술이 아까워서 그러냐? 아님 이빨 걱정을 하는 거냐? 아이고, 잘난 놈! 땡전 한 푼 안 보태 준 주제에! (여기서 아버지는 잠깐 휴지부를 두고서 생각에 잠기는 척 했다.) 술 참다가 화병으로 죽느니 술 먹고 술병으로 죽는 게 수천 배는 낫다, .”

아버지는 술기운이 돌아 점점 혀가 꼬이고 몸이 허물어졌다.

 

밤돌은 해방의 순간을 꿈꾸었다.

아버지가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더니 마루 한 구석으로 나갔다. 그리곤 앉은뱅이책상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밤돌은 어리둥절했다. 곧 독경이 시작됐다. 꼬인 혀로 읊어대는 염불에서는 술 냄새와 퇴폐의 냄새가 풀풀 풍겨져 나왔다. 밤돌은 아버지를 내버려두고 술상을 치웠다. 그러곤 안방으로 갔다. 웬일인지 문이 꼭 닫힌 상태였다. 밤돌은 조용히 노크를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허벅지를 세운 채 벽에 걸린 십자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혼잣말처럼 기도소리가 흘러나왔다. 밤돌은 황망해하며 다락방으로 갔다.

 

다락방은 그가 성장기와 청춘을 보낸 곳이었다. 10여년을 방치했건만 꼭 어제 떠났다가 온 것처럼 깨끗했다. 이부자리도 깔려 있었다. 그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몸에 닿는 이불의 감촉이 영 생경했고 방 안 공기도  낯설었다. 그럼에도 누가 업어 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에 빠졌다.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다락방의 창문 위로까지 뻗은 나뭇가지에서 새들이 요란스레 울어댔다. 밤돌은 깜짝 놀라 후다닥 일어났다. 저도 모르게 자명종부터 찾았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이렇게 늦잠을 자다니 낭패였다.

으악!”

밤돌은 소영이처럼 비명을 지르며 마루로 뛰어 내려갔다. 이 시각엔 이곳에 없어야 할 아버지가 보였다. 그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팔을 사십오도 각도로 꺾어 목탁까지 쳤다. 제법 그림이 나오는 것이 은퇴 후 줄곧 이 일만 한 모양이었다. 불경 소리가 열린 현관문을 타고 마당으로까지 퍼져갔다. 밤돌은 안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왜 안 깨우고,”

밤돌은 곧장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방안 한 구석에서 찬송가가 흘러나온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행여 남편의 독경과 염불을 방해할까봐, 늙은 아내는 방구석에 콕 처박혀 카세트 스피커에 귀를 바싹 댄 채 찬송가를 듣고 있었다. 입술을 달싹이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성령이 임했는지 그녀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

 

밤돌은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서 얼른 집을 나왔다. 그 모습이 꼭, 가늘게 뜬 실눈으로 힐끔 본, 도망치는 시골의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곧 다시 되돌아갔다. 그러고는 가방 속에서 금괴 하나를 꺼내, 안방의 십자가 밑에 살짝 놔두곤 다시 나왔다. 동네를 완전히 빠져나왔을 때 밤돌은 떡붕어 아저씨가 됐다. 세상의 모든 아침이 한꺼번에 찾아온 것에 당황할 겨를도 없이.

 

*

 

산뜻한 가을날, 아침 햇볕이 내리쬐는 선착장은 아늑했다. 아직도 제법 쌀쌀한 바닷바람도 짭조름하니 맛깔스러웠다. 파도가 살짝 일긴 해도 배가 못 뜰 정도는 아니었다. 배 시간에 대기 위해 그는 얼마간 선착장 주위를 배회했다. 마침내 배에 올랐다. 출항하기가 무섭게 굵은 빗방울이 조그만 선창을 때렸다. 바다로 나왔을 때는 기어코 배가 조금씩 울렁이기 시작했다. 떡붕어 아저씨의 몸은 금방 배의 흐름에 반응했다. 익숙하지만 불쾌한 느낌이었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헛구역질에 토악질을 해댔고 뒤쪽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떡붕어 아저씨도 냉큼 그리로 달려갔다. 다행히 아직은 그의 큰 몸을 뉘일 공간이 남아 있었다. 그는 배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파도와 배의 움직임에 따라 뱃속이 기이하게 울렁댔고 눈앞이 몽롱해지면서 곧 노래졌다. 의식도 가물가물해지며 사지에 힘이 쭉 풀렸다. 그는 눈을 감았다.

드디어 섬이었다. 그는 선착장을 빠져나가 곧장 택시를 잡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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