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줌마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지만 빛나의 팔을 붙잡은 손만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 아줌마가 오는 날이면 일감이 절반 이상 줄었다. 하지만 정은이는 아무도 자기를 예뻐해 주지 않는다며 혼자 훌쩍댔고, 진영이는 배탈이 나서 아침을 굶어야 했다. 가람이는 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저씨, 가람이 좀 찾아봐. 날이 추우니까 분명히 건물 안에 있을 거야.”

떡붕어 아저씨를 내보낸 다음 소영이는 아줌마한테 또 한 소리했다.

아줌마가 빛나랑만 놀면 다른 아이들이 얼마나 슬프겠어?”

슬프긴, 뭐가 슬퍼. 내가 뭘 어쩐다고.”

아줌마는 슬그머니 눈을 내리깔며 빛나의 뒤틀린 두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빛나는 입을 벌린 채 웃고 있었다.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아줌마는 손수건으로 빛나의 침을 닦아주고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었다. 사람 말을 거의 못 알아듣는 빛나였지만 아줌마의 손길과 눈짓에는 늘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저렇게 꼭 붙어서 서로 배시시 웃고 있는 아줌마와 빛나는 누가 봐도 닮은꼴이었다. 빛나의 눈 사이가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또 입이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붕어빵이었다. 몸집도 그랬다. 둘 다 어깨가 떡 벌어지고 골반 뼈가 두툼하고 큼직했고 덩치도 남산만 했다. 당직을 하는 날이면 아줌마는 빛나를 꼭 안고 잤다. 아줌마가 빛나를 편애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원장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불가피한 이유에서 그냥 덮어둘 수밖에 없었다.

 

떡붕어 아저씨는 가람이를 관리실 옆쪽에 세워둔 봉고차의 뒷좌석에서 발견했다. 가람이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설 때 마침 퇴근하는 아줌마와 마주쳤다.

추운데 조심해서 가세요.”

아줌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걸음을 뗐다.

 

방안이 훈훈했다. 소영이 주위로 아이들이 살아서 꿈틀대는 조각상처럼 모여 있었다. 소영이는 아이들 앞에서 종이상자를 접고 있었다. 정은이는 소영이 옆에 바싹 붙어 소영이의 볼과 손, 팔에 계속 뽀뽀를 해댔다.

언니, 뽀뽀! 언니, 그 오빠는 언제 또 와?”

그 오빠는 이제 오지 않아. 이 아저씨랑 놀아.”

정은이는 떡붕어 아저씨를 쳐다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못 생겼어. 시커멓고 뚱뚱해.”

그래도 종이상자는 접을 수 있는데, 가르쳐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