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아줌마가 부산을 떨어댄 것은 제사 때문이었다. 선글라스 아저씨는 딸만 줄줄이 다섯 있는 집에 막내이자 유일한 아들이었다. 아줌마는 조기를 갈고리에 꿰어 마당으로 가져갔다. 담장 옆으로 빨랫줄이 쳐져 있었다. 거기에 조기를 너는 일은 키가 큰 소영이가 했다. 그동안 아줌마는 튀김옷을 준비하고 동그랑땡과 부침개 반죽을 했다. 두 사람은 하루 종일 튀김 냄비와 프라이팬 앞에서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두부도 반듯하게 썰어 다 구웠다. 간단히 요기를 한 뒤에 아줌마는 돼지고기 덩어리를 삶았다. 국물이 끓자 거품을 한 번 걷어내고 불을 낮추었다. 핏물을 머금은 고깃덩어리가 수육으로 바뀌는 동안에는 나물을 볶았다. 고춧가루는 물론 마늘도 없이 국간장과 소금, 참기름으로만 맛을 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탕국도 끓였다. 선글라스 아줌마의 탕국에는 많은 것이 들어갔다. 우선 국거리용 쇠고기, 북어, 대합, 말린 보리새우를 넣어 국물을 우려냈다. 그다음에는 잘 손질해서 썰어둔 표고버섯, 구운두부, 우뭇가사리를 넣고 팔팔 끓였다. 그 사이에 문어도 한 마리 데쳤다. 계란도 삶아 톱니 모양을 넣어 반으로 갈랐다.

 

그런 다음 선글라스 아줌마는 소영이는 함께 마당으로 나갔다. 순간, 그들은 흉측한 장면을 목격했다. 담장 바로 옆, 빨래 줄에 일렬로 매달려 있던 조기를 길 고양이들이 신나게 뜯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망할 놈의 괭이 새끼들이!”

아줌마의 호통에 고양이들은 담장에서 마당 쪽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바람에 조기 두어 마리가 땅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아줌마는 성질을 내며 고양이들에게로 덤벼들었다. 하지만 날렵한 도둑고양이들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순식간에 누리가 뛰어나왔다. 누리는 고양이를 물어다 자기 집에 넣고, 선글라스 아줌마는 잡힌 고양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 앞을 지켰다. 소영이는 조기들을 주우며 이 장면을 구경했다. 상황이 종료되고 보니 총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잡혔고, 간만에 목돈을 써서 마련한 조기 중 고작 다섯 마리만 멀쩡했다. 선글라스 아줌마는 분을 삭이지 못해 누리 주위를 맴돌았다. 주인의 분함이 누리에게도 전이되어 누리는 으르렁거리며 세 마리의 고양이를 고문했다. 아줌마는 이 집의 가장 큰 보물 중 하나인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와 누리와 고양이를 찍기 시작했다.

이모, 사진 찍는 거야?”

아니, 동영상.”

그게 뭐야?”

영화 같은 거 있어.”

어라, 그래서 어쩌려고?”

어쩌긴, 인터넷에 올려 만천하에 고발해야지!”

그 동안에도 누리의 응징은 계속됐다. 그 무시시한 이빨을 드러내놓고 고양이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상대가 현저히 힘이 약한 것을 본능적으로 고려하여 이빨로 깨물지는 않고 그냥 앞발로 몸을 툭툭 치기만 했다. 고양이는 누웠다 엎어졌다 뒤집어졌다를 반복하며 죽는 소리를 내더니, 다람쥐 통에 들어가 수십 바퀴를 돈 어린아이처럼 아주 기절해버렸다.

 

그때 떡붕어 아저씨와 선글라스 아저씨가 나타났다. 그 뒤로 고만고만하게 늙은 남녀들이 들어왔다. 선글라스 아줌마는 그제야 생각이 난 듯 조기를 프라이팬 위에 얹었다. 등이 굽은 할머니 하나가 목을 확 꺾어 올리며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지금까지 그것도 안 해놓고 뭘 한 거냐!”

괄괄한 선글라스 아줌마였지만 자기보다 절반은 족히 더 작은 성 싶은 손위시누이 앞에서는 누리 앞의 도둑고양이 같은 모양새가 됐다.

다음날 아침, 문 앞에는 제수 음식이 담긴 커다란 양푼이 놓여 있었다. 소영이는 그것을 힐끔 쳐다보곤 출근길을 재촉했다. 떡붕어 아저씨와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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