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크게 두 개였다. 오른쪽에 비스듬히 서 있는 것이 생활공간이었고 사무실은 정면에 보이는 건물에 있었다. 떡붕어 아저씨와 소영이는 재활원 원장을 만났다.
그 어머니만큼은 아니지만 키가 작고 살이 별로 찌지 않은 중년 남자였다. 얼굴에 구릿빛이 도는 것이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정반대로 중증 장애아들이었고, 그렇기에 대개가 건강 상태도 좋지 못했다. 그들의 이름은 주로 재활원에서 지어준 것이었고 생년월일은 그들이 발견된 날짜였다. 출생지도 그들이 처음 발견된 곳, 가령 ‘X공원 시계탑 근처’, ‘T문화관 입구’ 이런 식이었다.
그들은 엄격하게 짜인 시간표에 따라 정기적으로 출장을 오는 특수교사에게 수업도 받았고 견학을 나가기도 했다. 삼시세끼도 꼬박꼬박 먹었고 하루에 몇 번에 걸쳐 대소변을 봤고 주기적으로 목욕을 했으며 9시면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다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중 어느 것 하나 제 손으로, 제 발로 제대로 하지 못했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보모, 즉 생활재활교사였다. 재활원에는 일감은 늘 넘쳐났고 일손은 늘 부족했다. 그나마 있던 생활재활교사도 수시로 바뀌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더러 오긴 했지만 똥오줌도 잘 못 가리는 한 무더기의 아이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활원을 찾아온 신체 건강한 남성과 용모 단정한 여성은 달가운 존재였다. 떡붕어 아저씨는 자기가 아니라 소영이를 위해서 이력서까지 준비했다. 단절이 무척 심한 이력에 재활원 원장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소영이와 5분 정도 얘기를 나눠 보고 흔쾌히 고용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재활원에서 당직근무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자야 된다는 조건에도 소영이는 얼른 동의했다.
이른 아침이라 바람이 무척 매서웠다. 운동화를 신은 채 내리막길을 타는 소영이의 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30분쯤 뒤 재활원에 도착했을 때는 온 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 시멘트벽이 무척 얇았지만 방 안은 따뜻했다.
소영이는 아이들 아침부터 챙겼다. 벌써 반년이 넘도록 반복돼 온 일이다. 복도 끝, 엘리베이터로 밥상이 올라왔다. 식당 아줌마가 전날 밤 제사 지내고 남은 음식을 가져온 덕분에 아침 식탁이 푸짐했다. 특히 프라이팬에 살짝 데운 부침개와 튀김들, 동그랑땡을 보자 절로 군침을 돌았다. 일단 하나 집어 먹고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다. 진영이는 이 방에 사는 일곱 명의 아이들 중에서 힘들게나마 제 손으로 밥을 떠먹을 수는 축에 들었다. 소영이는 다른 아이들을 붙잡고 차례로 밥을 떠먹였다. 정은이는 밥숟가락이 입 앞에 올 때마다 늘 소영이를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고 아양을 떨었다. 입안에 음식물을 넣은 뒤에는 꼭 한두 마디를 덧붙였다.
“언니, 맛있어, 헤헤.”
“그래도 꼭꼭 씹어 먹어야 해.”
“응, 응, 꼭꼭!”
그 때마다 정은이의 입에서는 음식물이 툭툭 튀어나와 소영이의 뺨에 떨어졌다. 밥을 다 먹고 나면 금방 울상이 됐다. 소영이가 빛나를 껴안고 밥을 먹이기 때문이다.
“언니 미워! 빛나만 예뻐해.”
삐죽거리는 정은이를 달래며 소영이는 빛나의 힘겹게 벌어진 입 사이로 음식물을 집어넣었다. 뒤틀린 안면근육이 움직이는 모양새를 열심히 지켜보았다. 드디어 “어어어”에 가까운 소리가 나왔다. 발버둥을 치거나 몸을 뒤틀지도 않았다. 오늘 식사가 꽤 만족스러웠다는 뜻이다. 열여섯 살이나 된, 아이 아닌 아이를 붙잡고 씨름하다 보니 소영이의 얼굴에서는 땀이 삐질 흘렀다.
그 사이에 튀김과 전유어, 동그랑땡이 거의 다 사라지고 없었다. 화들짝 놀란 소영이는 곧장 진영이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기다란 오징어튀김이 진영이의 이빨에 붙들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소영이는 오징어튀김을 진영이의 이빨 사이에서 잡아 빼기 시작했고, 진영이는 금방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른손으로 동그랑땡 한 옴큼을 집어 입안에다가 무지막지하게 틀어넣었다.
“으악! 빨리 뱉어, 뱉으란 말이야! 또 설사할 거지, 응? 너는 기름하고 밀가루는 안 돼!”
소영이는 소리를 지르며 진영이의 입을 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진영이는 음식물이 삐져나온 채로 앙다문 입을 절대 벌리려고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자 성질을 내며 팔다리를 마구 놀려댔다. 다른 아이들은 신이 났다. 정은이는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대고, 빛나는 방안을 기어 다니고 머리를 벽에다 콩콩 박으며 좋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소영이는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간신히 진영이의 입을 벌렸는데, 그 짧은 순간 진영이가 소영이의 손가락을 깨물어버렸다. 소영이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제 힘으로는 손가락을 빼낼 수 없었던 탓에 소영이는 무조건반사로 긴 다리로 있는 힘껏 진영이의 배를 차버렸다. 진영이는 뒤로 나자빠졌다. 진영이의 커다란 머리가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닿는 소리가 쿵, 하고 울려 퍼졌다. 소영이는 얼른 달려가 진영이를 안아 일으켰다. 진영이는 너무 놀라 울지도 않고 멍한 눈을 굴리다가 입안에 들어있던 몇 개의 동그랑땡을 뱉어내는가 싶더니 반대로 꿀꺽 삼켜버렸다.
“아이, 나 몰라! 이제 어떡해!”
울상이 된 소영이는 얼른 물을 가져왔다. 진영이는 동그랑땡을 삼키듯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입가로 줄줄 흘러내리는 물을 소영이가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한숨 돌리고 나니 가람이가 벽 앞의 철봉에 손이 묶인 채 군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