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떡붕어 아저씨와 꼬마 소영이
떡붕어 아저씨의 손에서는 톱밥 썩는 냄새가 났다. 낚시 바늘에 미끼를 꿰느라 손을 꼼지락대자 냄새는 더 심해졌다. 톱밥더미에서 건져 올린 지렁이의 움직임도 맹렬해졌다. 미끼들의 몸이 찢기고 터지고 뚫리며 흘러나온 체액이 고스란히 그의 손에 스며들었다. 그 손으로 그는 수시로 코를 파고 귀를 긁었다. 땀구멍에서 솟아나는 피지와 땀을 닦아내기도 했다. 가끔은 땀이 줄줄 흐르는 등짝을 문지르기도 했다. 오후가 되면 떡붕어 아저씨의 몸 전체에서 톱밥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냄새를 뒤집어 쓴 채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강가에 앉아 있었다. 그의 체취도 자연이 만든 풍경화 속에 속절없이 묻혀버렸다.
떡붕어 아저씨 앞으로 넓은 강물이 흐르고 맞은편에는 깎아지른 듯 가파른 절벽이 서 있었다. 간간히 강 위쪽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군인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떡붕어 아저씨의 시선은 저 멀리 낚싯대의 끝 어디에 던져져 있었다. 강물의 흐름을 읽어내고 있는 것일까.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소나무들의 움직임을 완상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무들의 꼭대기까지 내려앉은 구름을 좇는 것일까. 간혹 산들바람이 일어 톱밥 썩는 냄새가 강의 수면 위로 퍼졌다. 그 진동이 유달리 심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의 손이 움찔했다. 또 절대로 표정이 바뀌지 않는 무뚝뚝한 얼굴 한복판에서 눈만은 유달리 번득였다. 요 며칠 째 잡히는 건 꺽지나 동자개는커녕 피라미밖에 없지만 말이다. 오늘은 간밤에 내린 비 때문에 강물이 불어 그나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럴수록 떡붕어 아저씨는 더 집요하게 미끼통을 헤적였다. 톱밥 썩는 냄새 때문에 강가가 온통 후텁지근하고 야릇한 냄새의 도가니로 바뀌는 것 같았다.
꼬마 소영이는 구덩이 오막살이에 사는 일곱 살짜리 아이였다. 지금까지 머리를 제대로 감아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소영이의 머리카락 숲에는 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서캐들이 구석구석 진을 쳤다. 비누칠을 해 본 적이 없는 얼굴에는 뽀얗고 건조한 마른버짐이 야들야들한 박꽃처럼 피어났다. 옷은 늘 소영이의 몸보다 훨씬 컸고 그나마도 다 남자애들 옷이었다. 구덩이 오막살이 아이들이 대부분 남자애들이었기 때문이다. 여름이라 소영이는 슬리퍼를 끌고 다녔다. 슬리퍼도 배추집 아들 것을 물려받아 몹시 낡은데다가 몹시 컸다. 옷도, 신발도 너무 큰 탓에 소영이의 몸집과 얼굴은 더 작아보였다. 검정 고무줄로 질끈 묶어 올린 긴 머리카락이 촐랑거릴 때면 꼭 새카맣고 작은 얼굴에 커다란 두 눈만 동동 뛰노는 것 같았다.
밥을 먹고 나면 소영이는 구덩이 오막살이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가 언제인가 걸음마를 멈춘 순간부터 늘 혼자였다. 그래도 심심한 줄을, 아니 ‘심심’이란 말을 잘 몰랐다. 구덩이 오막살이 근처에는 크고 작은 산이 많았다. 비탈진 곳에 계단식 논이 층층이 이어졌다. 군데군데 척박한 밭이 펼쳐졌다. 그 사이사이로 계곡과 시냇물이 흘렀다. 그래도 소영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는 강가였다.
햇볕이 장애물 없이 곧바로 내리쬐었고 얕은 강물에서는 다슬기도 딸 수 있었다. 돌을 덮은 물이끼 위에는 딱딱하고 갸름한 점처럼 다슬기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었다. 물이 깊어야, 또 흐려야 다슬기가 많았다. 물론 소영이는 깊은 곳까지 들어가진 못했다. 움직임도 서툴러 많이 따지도 못했다. 그래도 다슬기 할매에게는 적잖은 보탬이 됐다. 다슬기에 싫증이 나면 사람 구경을 했다. 구덩이 오막살이 근처에서는 보기 힘든, 도회지 사람들이 강가에는 무척 많았다. 그 때문에도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밝고 넓고 즐거운 놀이터였다.
*
늦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날 낯선 사람이 강가에 나타났다. 척 보기에도 여느 도회지 사람과는 달랐다. 옷차림이 세련되지도, 피부색이 뽀얗지도 않았다. 이렇다 할 동행도 없었고 윤이 반짝반짝 나는 승용차도 없었다. 두툼하고 무거운 천 가방 두 개, 낡은 미끼통, 그리고 낚싯대가 전부였다. 다른 물건들이 다 낡아빠지고 빛이 바랬는데 오직 낚싯대만은 날카로운 광택이 나고 반들반들했다. 한편, 그 주인은 소영이 눈에는 그야말로 거인, 톱밥 썩는 냄새가 나는 시커먼 거인이었다. 몸통은 장독만큼이나 두툼하고 투박했으며 어깨는 떡 벌어지고 배까지 푸짐했다. 저 멀리 강의 끝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는 거인의 모습은 나지막한 담장 같기도 했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소영이는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우아, 거인이 나타났다!”
하지만 거인은 소영이의 외침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번 더 소리를 질렀지만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 그것이 소영이의 호기심을 더 자극했다. 소영이는 매일매일 거인을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그의 등은 더 커지고 몸의 색깔은 더 검어졌다. 간혹 그 담장이 꿈틀대고 사부작댈 때도 있었다. 그 진동에 자갈들이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소란한 틈을 타서 소영이는 그의 옆으로 바투 다가설 용기를 냈다. 이제 옆얼굴이 보였다. 몸통 못지않게 시커먼 구릿빛 얼굴은 짙은 눈썹과 텁수룩한 수염으로 뒤덮여 있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뭉툭한 딸기코 속의 새카만 코털이 파르르 움직였다.
“우아, 담벼락이 살아있다!”
소영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그가 큰 소리로 기침을 했다. 굵은 침방울이 튕기면서 그의 얼굴이 괴물처럼 일그러졌다. 지레 겁을 먹은 소영이는 줄행랑을 쳤다.
며칠 뒤에도 소영이는 강가에 와 있었다. 떡붕어 아저씨도 여전히 강가를 지키고 있었고, 소영이는 백열등 주위의 하루살이처럼 그 곁을 맴돌았다. 석상처럼 굳은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너무 무뚝뚝해서 삼엄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무섭지도, 이상하지도 않았다. 커다란 몸뚱어리가 재채기를 하며 들썩일 때는 마냥 웃음이 나왔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다 쪄죽을 판인데 몸에는 두툼한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 얼굴과 팔다리에서 땀이 시냇물처럼 흘러내렸다.
“아저씨 바보! 더울 때는 옷을 벗어야지!”
순간, 소영이는 그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말을 걸지도 말고, 행여나 저쪽에서 말을 걸어와도 모르는 척할 것! 외지 사람들이 이곳을 자주 드나들게 되자 할머니가 늘 되뇌던 말이었다. 하지만 호기심이 불안을 눌렀다. 게다가 오랫동안 봐 왔으니 ‘아는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아저씨,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석상은 역시나 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정말 바보인 모양이었다. 그러자 그가 한층 더 가깝게 여겨졌다. 소영이는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강을 앞에 두고 바보 둘이 나란히 앉아 있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강 맞은편에 우뚝 솟은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소영이에게 그것은 이 세상의 끝이었다. 그 끝을 향해 열심히 돌을 던졌다. 하지만 돌은 늘 그랬듯 세상 끝에 닿지 못하고 바로 코앞의 강물에 첨벙 빠졌다.
갑자기 지금껏 꿈쩍도 않던 석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떡붕어 아저씨는 미끼통을 목에 걸고 낚싯대를 매만지더니 천천히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무릎이 물에 잠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라왔다. 그럼에도 황소걸음은 계속 됐다. 급기야 그의 몸의 절반이 흐르는 강물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으악! 사람 살려!”
소영이는 벌떡 일어나 사방팔방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다슬기 할매가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듣고서 몸을 폈다. 얼굴로 내리쬐는 햇빛이 곤혹스러운지 손 가리개를 하고서 힘겹게 이쪽을 바라보곤 혼잣말처럼 웅얼거렸다.
“문디 가시나, 낚시 하는 거 처음 봤나? 오두방정하곤, 참. 저거는 앞으로 커서 뭐가 될꼬.”
다슬기 할매는 얼마간 몸을 그대로 펴고 있었다. 삭정이처럼 앙상한 몸은 서 있을 때도 거의 직각에 가깝게 구부러져 있었다. 그랬기에 다시 등을 굽히며 기울어지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보였다. 다슬기 할매는 다슬기 채를 수면 위로 가져가, 투명한 플라스틱에 눈을 바싹 갖다 댔다. 한 손으론 열심히 다슬기를 따서 채에 담았다.
꼬마 소영이는 다슬기 할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몸짓과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억양만은 포착할 수 있었다. 정말로, 강 한가운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떡붕어 아저씨는 강가에 있을 때보다 더 평화로워 보였다. 햇빛이 그의 몸을 길게, 그리고 깊숙이 가르며 강물 속으로 침잠했다. 강물은 또 그 햇살을 다소곳이 받아들였다. 간혹 햇살보다 더 가는 낚싯줄이 강물의 출렁임보다 더 섬세한 흐름을 타며 아슬아슬하게 진동했다. 그의 시선은 특별히 어떤 것을 응시하지 않은 채 허공중에 부유했다. 소영이는 강 너머 깎아지른 절벽, 세상의 끝을 응시하다가 돌멩이 하나를 집어 힘껏 던졌다. 돌멩이는 세상의 끝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하나 더 던져보았다. 그 역시 얼마 가지 못했지만, 대신 떡붕어 아저씨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그렇게 잠깐,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소영이 쪽을 바라보았다. 소영이의 맑은 두 눈이 저 멀리, 떡붕어 아저씨의 흐리멍덩한 눈과 어렴풋이 마주쳤다.
그때 앙상하고 딱딱한 손이 매섭게 소영이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놈의 문디 가시나, 그래 돌을 던지면 물고기들이 깜짝 놀라서 도망을 안 가겠나? 사람은 마음을 곱게 써야 되는 법이다. 얼른 집에 가자!”
“우아, 할머니! 다슬기 진짜 많이 잡았다! 어라, 이건 나뭇가지잖아?”
소영이는 볼멘소리를 하며 나뭇가지를 집어냈다. 돌조각도 보였다.
“소영이 할머니는 다리가 썩었고 다슬기 할매는 눈이 썩었어, 헤헤.”
“아이고, 문디 가시나 말하는 거 하곤.”
“할매는 못 하는 거 없잖아? 그런데 왜 우리 할머니 다리 못 고쳐 줘?”
“그나마 내가 손을 봐줘서 숨이라도 쉬고 있는 기다, 알겠나?”
“아? 그런 거였구나….”
소영이는 어느새 떡붕어 아저씨를 잊고 다슬기 채를 품에 안았다. 새카맣고 굵직한 다슬기들이 뾰족한 더듬이를 세웠다. 채 바깥으로 기어 나가려고 무던히 애쓰는 중이었다.
“귀여워, 헤헤. 먹음직스럽기도 하고.”
“바로 끓여주마.”
“우리 할머니는?”
“이놈의 가시나, 국 끓이는데 니 국 내 국이 어딨노? 너거 할머니도 와서 먹으면 되지.”
“아참! 할매는 이거 팔아서 먹고 살잖아? 내가 잡은 것도 가져가. 어라, 이 녀석이 어딜 갔지?”
소영이는 바지주머니 속에 넣어둔 다슬기를 찾았지만 영 보이지 않았다.
“아이고 요놈의 가시나야, 시끄럽긴, 참! 문디 코에서 마늘을 빼먹고 문디 똥구멍에서 콩나물을 빼먹지, 니 겉은 병신 가시나한테 돈을 받겠나, 엉?”
소영이는 다슬기 할매의 왁살스러운 말이 듣기 좋았다. 이 동네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할매뿐이었다. 할매의 말투가 괴상한 건 백년, 이백년, 아니 천년을 깊은 산골에 살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산이 알아서 변해갔다. 처음에는 밭이 되고 논이 됐다. 그 이후 산은 점점 더 평평해졌다. 어떤 곳에는 높은 집들과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버스와 자전거가 오가더니 자동차도 등장했다. 급기야 공장이 들어섰다. 고무신 공장이라고 했다. 그 주변으로 소영이의 집과 같은 구덩이 오막살이가 생겨났다. 사람들의 말투는 점점 바뀌어갔다. 하지만 다슬기 할매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래 쪼만해서 언제 크겠노? 시집을 보낼 수가 있나, 식모살이를 보낼 수가 있나, 학교를 보낼 수가 있나…. 니는 아무데도 못 보낸다. 하긴 크면 더 문제지. 너거 할매가 이 바보를 두고 우째 눈을 감겠노….”
“눈 감는 게 뭐 힘들어? 요렇게!”
소영이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바람에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다슬기 채가 흔들거렸다. 마침 다슬기 채의 벽을 거의 다 타고 올랐던 다슬기 한 마리가 땅바닥으로 톡 떨어졌다.
“이놈의 새끼, 니는 땅에서 사느니 끓는 물에서 죽는 게 낫다!”
다슬기 할매는 잽싸게 다슬기를 집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