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즉 월요일 날씨 때문에 아이를 돌봄에 보내기 힘들 것 같아, 어제, 즉 일요일에(도) 스터디카페에 갔다. 2시간 반 정도 머물렀다. 음, 거짓말 좀 보태고 공부만 했다. 그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캬^^; 아이 엄마의 정체성을 갖지 못했다면 결코 몰랐을 열락이기도 하다.

 

그 사이, 카운터로 다가선 젊은, 청춘 남녀를 본다. 마스크를 꼈으나 바싹 붙어 서 있고 조심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몰래^^; 맞잡은 두 손이 보인다. 우리에게 그런 사랑의 느낌이란, 돌이켜보면, 얼마나 드물게 찾아오는 것이던가.

 

"두 분 사귀세요?" "예!"

아주 오래 전, 내가 삼십대 초중반이던 시절 <러명작> 강의실,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법학부 여학생-남학생이 항상 중간 정도 위치 책상에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었다. 한 날은 너무 까불어서^^ 내가 수업 도중에 말을 걸었던 것 같다.(생각해보니 나도 아직은 '번식기^^'여서 그런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 당당한 대답이 너무 귀엽고 청신했다. 그런 것으로 기억된다.

세월은 흘러흘러... 둘 다 지방 학생이었는지 학교 근처에서 제법 자주 마주쳤다. "선생님, 우리 헤어졌어요."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나를 보고 반가워하는 눈치였다.(앗, 생각해보니 스터디카페에서 나오는 길었을 수도.) 내 눈에 그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아이도 아니고, 조금은 외로워 보였는데, 그 역시 성장의 표식이었으리라.

또 세월이 흘러흘러, 이번에는 남학생을 커피숍에서 만났다. "아, ***는 검사됐어요." 그 동글동글 귀여운 여학생이 검사라니, 헉. "걔는 원래 검사하고 싶어 했어요." 내가 쉰 살을 바라보니 그들 역시 마흔이 멀지 않았으리라. 아니 벌써 넘었으려나.

 

먹어라, 자라라, 번식하라.

 

(유시민이 요약한^^;) 유전자의 명령을 거역하기는 힘들다. 어느 시점에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는다. 요즘은, 그러나, 다른 식의 가능성도 많고 흔히 말하는 '가족'의 양상도 다양하다. <카모메 식당>의 세 여자도 가족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의 생산^^ 방식도 다르다. 아동학대가 거의 연일 문제인데, '입양'이 핵심이 아니고 '학대'가 문제다. 동성애자인 엘튼 존처럼, 방송인 사유*처럼 출산해서 키우든 잘 키우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사유*의 말대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 아이 낳고 둘이 같이 키우는 것이 제일 좋긴 하리라. 그걸 누가 모르나. 그런 것이 여의치 않을 때, 우리는 결코 필요 이상으로(!!!) 불행해지거나 초라해질 필요가 없다. 정말이지, 인생이 너무 짧은 것이다.

 

아이의 사회 교과서 중 마음에 드는 대목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조손 가정, 입양 가정, 이혼 가정, 재혼 가정 등. 엄마가 없다고 해서 (딱히) 더 불행한 건 아니에요. / 아침을 먹는 방식은 다 달라요. 오늘 아침은 토스트다. 바쁘니 그냥 갑시다 등.

 

*

 

 

부고를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인물인데(너무 무식??) 너무 매력적이어서 자꾸 찾아보게 됐다. 남편이 사진 작가니까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온 것 같은 느낌도. 대략 20대에 만난 한 남자-여자와 저렇게 많은 아이들을 낳고(때론 여기에다 한 두 명 입양까지 하고) 저렇게 가정을 이루는 삶. 정말이지 한 편의 전원시 같은 장면인데, 그 주인공조차 '질병'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리라. 물론, 무슨 질병인지는 모르지만, 몸의 질병이든 마음의 질병이든 다 아픈 것이고, 두 영역이 굉장히 유기적으로 얽혀 있지 않은가.

 

*

 

2020년 힘든 해였는데 2021년 (남편의) 비교적 가까운 친구-동료의 와병 소식으로 시작한다. 정말이지 이 모든 일을 관장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상정한다면, 우리는 모두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미친 **!!! 과연 누가 살고 누가 죽어야 하는가. 이런 물음을 인간으로 하여금 해결하도록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절대적인 초월자를 상정하는 것도 같다. 그리고, 다시금, 그 신의 뜻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참으로 너무 슬픈 일이다. 건강할 때 많이 먹고, 무엇보다도 '일상'(!)을 유지하자. 그런데...

 

일요일에 나갔다 온 탓인지 오랜만에 또 구토와 복통에 시달렸다. 다행히, 이렇게 24시간도 안 돼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구두장이 마틴>을 옮기고 있다. 원제는 "사랑이 있는 곳이 하느님(신)도 있다." 톨-이는 아주 자주 참아줄 수 없는 도덕군자지만(네 * 굵다 ㅠㅠ) 정말이지 소설가, 이 경우엔 작가로서의 그 어마어마한 이타주의(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와 왕성한 필력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 역시, 가족의 힘!^_^ 겸사겸사, 번역이란 정말 힘들구나 ㅠㅠ 민화라고 무시할 게 아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 건 똑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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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01-1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족혈통 패션모델...이름이 가물거리는 그 여성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네요^^

푸른괭이 2021-01-18 16:10   좋아요 0 | URL
스텔라 테넌트^^; 스코틀랜드 귀족 가문이던데, 제 짐작에는 나이도 꽤 되고 뭔가 중증 질환에 걸리지 않았나 싶네요. 의외로 많더라고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