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만화가(덧붙여 방송인) 기안84, 얼마전 김봉곤 사건 등을 보니 '검열'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과거에는 (공)권력의 산물이었던 것이 지금은 대중 개개인의 전유물이 되었다. 그들은 단순히 발언, 의견 표명을 넘어서 거의 '생떼'(?) 수준의 발악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행히,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을 막는, 비판하는 기제도 작동하긴 한다. 아무튼 이런 식으면, 도대체 뭘 쓰란(그리란/말하란) 말인가.  

 

요즘은 대중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 검사에 변호사에 판사다. 조금만 비위에 거슬리면 고발하고, 그 사실의 진위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의증'만 있어도 또 한쪽에서 변호하고 심지어 판단, 심판한다. 이미 사형선고가 내려지고 심지어 집행까지 이루어진다. 자기에게 안 맞으면 만화 컷도, 대사 하나도, 소설 문장 하나도, 방송 출연도 모조리 하지 말아야 한다. 과연, 신 검열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스탈린 시대보다 더한 것 같다 -_-;; 창작도 밀실에서 혼자 속닥속닥해야 하게 생겼다.

 

 

 

 

 

 

 

 

 

 

 

 

 

 

 

기안84를 잘 모르는데, 워낙 장안에 화제가 되어 그의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이런 만화도 있는 것이고, 이걸 좋아하는 사람은 보면 된다. 안 좋아하면 안 보면 된다. 최근 문제가 된 그 장면은, 몇몇 댓글대로, 키조개를 돌로 치는 장면이 왜 성적인 암시로만 해석어야 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만화 속 여주인공의 이러저러한 측면이 또 왜 비난의 대상이어야 하는가. 만화든 소설이든 이런 놈, 저런 놈 다 나오는 것이고, 그것을 두고 왈가왈부할 건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소위 '불륜녀'가 주인공인 <보바리 부인>, <채털리 부인의 사랑>, <안나 카레니나> 등은 모조리 '분서갱유'의 대상이다. <롤리타>는 말할 것도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승옥의 대표 단편선도 소위 '여혐' 쩐다, 정말 너무 불편할 정도다. 이청준의 수작도 다 그렇다. 하지만 그 당시의 모럴이 있는 것이다, 그걸 고려해해야 한다.시대를 떠나서, 소설이나 만화, 영화에는 원래 온갖 인간들이 다 나온다.  

 

페미니즘, 여혐, 성인지 감수성 등을 (근거 아닌!) 근거로 너무 많은 가능성을 우리가 억누르고 있지나 않은지, 코로나와 물난리로 인해(또 무슨 난리가 날지!) 완전히 망한 (것처럼 보이는) 2020년, 가뜩이나 위축된 우리의 삶을 더 쪼그라게 들게 하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보았으면 한다. 오래 전, 제목도 기억 안 나는 이문열의 몇몇 소설이 이쪽 저쪽 도마 위에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마음에 안 들면 비판하라. 이문열 소설을 꽤 좋아했지만(어디 가서 이런 말 하면 칼 맞던 시절이다!^^;), 비난하는 쪽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문열이 절필해야 했던가, 책을 내지 말아야 했던가, 출판사가 리콜을 했던가. 그 시절보다 지금이 더 숭악, 흉악한 것 같다.  겸사겸사 지금은 이문열이 뭘 쓰든 아무도 관심 없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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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한 '남대생'의 글 중 어릴 때부터 '곧추 서다', '곧추 세우다'라는 말을 보면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라는 내용이 있었다. 남자는 사람이 아닌가. 요즘 우리는 왜 이토록 혹독한 남녀 이분법에, 대결구도에 시달려야 하는가. 한편, 여자들이여, 그동안 그렇게 서러웠던가, 그렇게 억울했던가. 지금 당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그토록 많은 좌절을 맛보고 있는가. 여자-사람으로서 내가 그런 것을 별로 못 느끼고 있어서 그런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여자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각종 성폭력이 남자에게는 너무 쉽게 행해지는 것이 '역차별'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다시금, 남자는 성적 수치심(빡치심, 이라던가) 못 느끼는 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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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화투 그림 사건, 사법부의 "사법 자제 원칙"이라는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미술계를 잘 모르지만, 여러 얘기를 읽어보면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김영하 소설이 많이 팔리면 증쇄, 중쇄하면 된다. 그림은? 원본은 하나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수요가 많아지면? 어떤 다른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가장 예로 많이 드는 앤디 워홀처럼 공장식 생산이 가능할 법하다. 문학은? 알렉산드르 뒤마 역시 권력이 생겼을 때는^^; 그런 식으로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익스피어는 어떨까? 비슷했으리라 여겨진다. 너무나 많이, 너무나 잘 쓰기도 했거니와 당시 희곡은 고정된 문학 텍스트라기보다는 공연 대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종 저작권은 수작업한 조수들이 아니라 '콘셉트'를 내놓고 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셰-어(=감독^^;)에게 가는 게 맞을 법하다.

 

간단히, 예술에는 예술만의 원칙이 있다. 아주 큰 문제가 있지 않는 한(물론 문제의 '크기'를 가늠하는 데 해석과 판단의, 고로 논란의 여지가 있겠다!) 여기에 법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것, 겸소하고도 올바른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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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기안84를 알게 된 건 (나는 TV도 없고 웹툰도 안 본다) 그가 adhd를 앓고(?) 있다는(가 있다는, 이라고 써야 하나) 기사 때문이었다. 동영상을 쭉 보니 신체 조절력, 감각처리 등도 일반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고 대중 앞에 설 때 그가 보이는 일련의 태도에서 사회 인지와 상황 인지, 대처 능력 같은 것이 조금 부족하고 적어도 인지 불균형이 조금 심각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adhd를 비롯한, 발달상의, 또한 정서와 행동상의 문제를 갖고 있는 (나의, 우리의) 아이가 잘 성장하여 자기 일을 해나가는 이상적인인 예로 보이기도 한다. 이번 일은 역설적으로, 기안84의 만화가 얼마나 인기를 누리는지 보여준 셈이기도 하다. 실제 독자는 초등생이 많다던데 사실인지.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창작을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솔직히, 대중에게 저 정도로 씹힘을 당하면 소위 멘탈 갑인 사람도(이 역시 환상일진대)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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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 자리로 늘었다. 연휴에 어디 가까운 곳에 물놀이라도 가볼까 하는 계획을 깔끔하게 접었다. 모두모두 힘내자. 2020년, 참, 처음 경험하는 해이다. 얼마나 더 놀라운 해가 앞으로 또 있을지. 무섭 -_-; 오늘도 맛있는 거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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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8-2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치게 착한 사람들이 지옥을 조금씩 만들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전 김봉곤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출판사와 독자들에 의해 이름 자체가 사라지는 걸 보니 화가 나더군요..

푸른괭이 2020-08-24 09:23   좋아요 1 | URL
‘착한‘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오히려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기안84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