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듣기 무서운 말이 이 말이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아이는 경련/발작 전에, 혹은 이후에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 말을 해왔다. 뇌전증 환자들마다 전조가 다 다르고, 동일 환자도 그때그때 전조가 다르고 심지어 전조 증상이 전혀 없을 때도 있다고 한다. 아이가 아침에 잠에서 깨면서 처음으로 "엄마, 무서워!"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넘어간 것은 대략 다섯 살때가 아니었나 싶다. 네 살 후반에는 반년 이상 경련이 없어(대신, 폐렴으로 입원했다: 폐렴에 걸리면 원래 폐가 엑스레이상에서 하얗게 찍힌다) 이제 좋아지는 줄 알았다. 그런 시절이었다.

 

이번에 구급차 안에서도 아이는 저 말을 두 번, 연거푸했다. 의식이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증거하는 말이면서도, 혹시 고열이 치솟지나 않을지, 그러면서 2차 발작이 오지나 않을지 걱정되었으나, 다행히 열도, 외상도 없었다. 의료진은 더 좋게 판단, 몇몇 검사 (외상 의심 CT, -정말 터무니없는- 폐렴 의심 엑스레이) 이후 바로 퇴원하라고 했다. 그이후 멍발작이 좀 있었으나 그마저도 싹, 사라졌다. 물론 (틱과 비슷할 법한데) 언제 또 올라올지, 발생할지 모르겠다.

 

- "엄마, 무서워!"

 

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 경련이 시작되면 같이 소리지르고 난리쳤는데, 통상 경련, 발작 중에 의식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건 금물이라고 한다. 오히려 긍정적이고 북돋아주는 말을 하라고 한다. 이건 비단 뇌전증 뿐만 아니라 아픈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기본 태도라고.

 

- 괜찮아 / 잘 이겨내고 있어 / 곧 나을 거야/

 

심지어 이보다 더 좋은 건:

 

- 내일 엄마랑 맛있는 거 먹자 / 뭐뭐하고 놀자

 

등등 현재의 고통스러운 상황보다 곧이어 가능해질 일상의 행복을 상기시키라고도 한다. 물론 실제로는 잘 되지 않는다.

 

- "안 무서워, 엄마가 있는데 뭐가 무서워, 괜찮아!"

 

이렇게 말하는 나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정말 '무서워하는 아해'이다. 얼마나 무서우면 아이도 죽고 나도 죽고 다 죽었으면 싶은 그런 무서움이다. '동반자살'은 물론, '살인 이후 자살'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는데, 그런 심정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자, 이건 비극 버전. 희극 버전은 이렇다.

 

- "아, 엄마 배 아파, 배 아파 죽겠어, 아픈 거 너무 싫어~"(단순 배탈)

- "목 아파, 엉엉, 목이 찢어질 것 같아~ 콜록콜록"(급성 편도선염/ 모세기관지염)

 

*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울렸을 법하다.

"엄마, 나 아파." 

한밤중에 걸려온 아이 전화를 못 받은 그 한 역시 다들 공감할 법하다. 과연 코로나인가 아닌가(음성/양성) 보다 그 바람에, 제대로 된 치료가 제때 진행되지 못한 것이 더 유감스럽다. 열이 41도를 넘었다면 현재 의학이 할 수 있는 온갖 치료를 해도, 즉 급성 패혈증으로 가버리면, 아마 완치는 어려웠을 법하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21세기에 젊은, 어린 호모 사피엔스가 폐렴 때문에 죽다니! 하지만 사실 문제는 폐렴이 아니라, 그것을 유발한 균인데, 이 대목에서도 우리는 분노하다. 자연 앞에서의 무기력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깟 바이러스에, 그깟 세균에! 정말 빌게이츠 말이 맞을지 ㅠㅠ

 

 

 

 

 

 

 

 

 

 

 

 

 

 

 

각종 정치 논리(게다가 총선 전야)와 여러 (지역) 감정, 정보(지식) 부족, 이 시국이 유발한 불안한 정서 등등 엉망인데, 법의학자의 한마디 권고가 그나마 제일 이성적이고 냉철한 것 같다. 내 식으로 풀면, 부검을 통해 바이러스의 기전을 밝혀볼 수 있으리라는, 그로써 앞으로의 연구에 초석을 놓을 수 있으리라는. 그는 이른바 '험지'(시체실)에 출근하는 의사다. 의사라기보다는 의학자인데, 책이 너무 아카데믹하여 심드렁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이야말로 이런 무인칭의 아카데미즘이 필요한 것 같다. 코로나가 음성이라면 뭔가 다른 바-스, 세균이 있었을 것이 명백하고, 개개인의 입장은 다 다르지만(가령 아이가 죽었는데 더 이상 무슨 의미?ㅠㅠ), 학자의 입장은 최대한 객관적이어야 하니 말이다. 지금 다들 너무 흥분해 있다, 나도 그렇다. ㅠㅠ

 

*

 

- "엄마, 나 오늘도 조기돌봄 가도 돼?"

- "엄마 학교 안 가도 되는데, 넌 가고 싶어?"

- "응!"

 

조기돌봄이 이루어지는 교실은 일반 교실의 모습이고, 1, 2학년도 섞여 있어 좀 더 시끌벅적하다. 빨리 오는 3학년생 두셋도 있다. 엄마 입장에서는 불안하지만, 또 미안하지만, 이건 내 생각이고, 아이는 괜찮은 것이다. 나는 저 반의 담임도 마음에 안 들지만(ㅋㅋ) 돌려 생각하면, 아이는 선생님이 좋은, 적어도 싫지 않은 모양이다. 무엇보다도, 학교의 가장 큰 기능은, 저렇게 다양한 선생님(들), 학우들과 의사소통하고 세상에 참 많은 사람이, 관계가, 규칙이 있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지금 그 일을, 아이는, 그래도 기꺼이 하고 있다. 너무 고맙다.

 

목: 복숭아 통조림 물이 옆으로 흘러, 쿠키가 떡이 되어 버렸다. 완전 실패ㅠㅠ

 

금: 오랜만에 귀가한 남편이 오이를 사왔기에 (요리는 힘들고-_-;) 넣어보았다.

 

오늘 학교 준비물. 어제 <이순신>을 가져왔기에 같이 읽고 감상을 정리해보았다. 핵심 파악이 굉장히 엉망이고(문해력이 제로 수준이다) 부분적인 것에(만) 집착한다. "이순신은 감옥에서 계~속 책만 읽고 ~ 내가 죽었다는 것을 말하지 말라고~ 그런데 왜 그랬대?"   

 

 

어제 저녁에는 아이와 수학 2단원을 공부했다. 이게 암초다. 선분, 반직선, 직선까지는 다 뗐다고 할 만한 수준이다. 평가를 봐도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온다. 문제는 각. 직각부터 나오는데, 직각을 잘 못 본다, 못 찾는다. 그 다음, 직각 표시. ㄱ처럼(혹은 뒤집어진 ㄱ) ㄴ처럼 하면 된다고 설명해도 전혀 못한다. 내가 연필로 그려주고 색연필로 덧칠하게 해보면, 그건 따라한다. 문제는 직각 자체를 잘 못 찾는다는 것. 지난 주에도 잘 못했는데, 어제도 차도가 없어 나도 좌절하고, 아이도 좌절해버렸다ㅠㅠ 서로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3단원 나눗셈을 한 장 풀라고 했는데 100프로다! 타고난 재능을, 이렇게,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더욱 한숨이 나왔다. 잠들기 전까지도 그 기분 상태였다. 거의 사색이 되어서 "아니, 이걸 왜 몰라!!!" 헉, ㅠㅠ  "아니, 애가 직각을 못 찾아, 어쩌면 좋아!!!!"

 

 

지금 드는 생각. 아이구, 직각 그거 뭐라고!!!!!

직각삼각형 그거 뭐라고, 도형 그거 뭐라고!!!!!

오래 전, 한 선배가 아내와 통화 중, 아니, 애 건강하면 됐지, 뭐 시계 못 본다고 난리냐^^;

 

마찬가지로, 도저히 못할 것 같은 화상강의가 의외로(!) 재미있어 놀랐다. 강의 촬영(녹화)도 그렇다. 물론 이건 그 나름의 에너지와 시간을 요한다. 또 강의를 찍어야겠다. 온라인상에서 계속 과제를 체크하고 이른바 피드백을 하는 것도 그렇다. 간단히, '-일'(돈도 나오는!)인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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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3-2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 고등학생 얘기는 생각만 해도 저는 자꾸 너무 이입이 되어 너무 속상하고 누군지 모를 대상을 향해 화가 나고 그래서 생각 안 하려고 마음 다잡는 중입니다. 제 딸도 심한 폐렴으로 굉장히 위험한 지경까지 간 적 있어요. 저도 같이 공황 비슷하게 와서 도저히 넘어가는 애 앞에서 통제가 안 되더라고요. 그 학생 엄마의 마음이 자꾸 생각이 되어 너무 괴로워요.

아우, 아이가 경련이 와서 얼마나 마음이 힘드셨을까요. 저도 한번 경험한 적이 있어서. 흑, 애가 아프면 진짜 마음이 쿵 떨어지더라고요.

직각은 그게 처음에는 직관적으로 잘 안 와닿을 것 같은데요. 저는 요새 새로 나온 개념인 그 수 가르기 그게 처음에 이해가 안 되어서 공부했다니까요. 왜 그냥 더하면 되지, 수를 갈라? 이러면서...참, 음수 개념도 애들이 처음에는 잘 못 받아들이더라고요. 좌절의 핵심은 3학년이면 나오면 ˝돌리기˝ 입니다. 도형을 입체적으로 회전시키는 게 저부터도 안 되더라고요. 애한테 들켰어요. ^^;;

푸른괭이 2020-03-20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들은 다들,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그렇지, ‘심-쿵~‘하는 경험들이 있잖아요? 넘 무서워요 ㅠㅠ 그래서 안 보려고 하는데도 자꾸 보게 되더라고요. 의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을 이길 수 없는 건가 싶습니다 ㅠㅠ

우리 아이 보니 수개념은 마치 원래 있는 것처럼 그렇게 있더라고요. 심지어 분수소수, 음수 개념까지 있고요, 그러니까 두 자리 수 곱셈을 벌써 해요. 간단한 나눗셈도 하고요. 그런데 도형은(+ 쌓기 나무, 각종 조이매쓰) 시지각이 완전히 깨졌달까요,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ㅠㅠ 저도 이거 잘 하는 편 아니라서, <플라토>나 조이매쓰는 끙끙 앓는데, 남편 보니 한 몇 초 생각하고 다 맞히더라고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