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년 런던에 페스트가 창궐하여 캠브릿지 대학이 문을 닫았다. 휴교. 아이작 뉴턴은 시골로 내려와 2년 동안 엄마와(만) 살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책을 썼다. 우리가 흔히 '프린키피아'라고 부르는 책이다. 그렇단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숭고하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말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녕 지적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나도, 너도, 뉴턴이 아니다. 더불어 내가 쓰는 책은 저토록 아름답고 지적인 책도 아니다.

 

다음 주, 개강이다. 여전히 석기 시대, 기껏해야 청동기-철기 시대에 살고 있는 내가 동영상 강의를 촬영해보았다. 이삼일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어째어째 찍었다. 파일을 만든 다음에는 ETL에 올리는 방법을 터득하느라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이럴 때 우리가 흔해 해온 농담, 너 아이큐 두 자리냐?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모두 다 너무 '올드-패션드', 썰렁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른바 '비대면' 강의 기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하여 화상강의(ZOOM)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강의 영상이야 집이든 커피숍이든 어떻게 적당히 해결한다고 해도, 강의라면 그래도 강의실을 가야 하지 않겠나. 개방은 해준다고 한다. 아이들은 안 오나? 혹시 와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쫓아내야 하나? 마스크 끼고 앉아 있으라고 해야 하나? 아니, 그럴 거면 차라리 강의실에 직접 수업하는 게 낫지 않나?  물음표만 많아진다. 우리 모두 미치는 중, 왜냐면 -

 

불안하고 우울하다.

 

 이른바 휴교(!) 시기가 길어지니 모두 우울 모드다. 개강(개학)한다고 하니, 불안 모드로 급 전환 중이다. 나는 괜찮다. 또, 대학은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초중고(유치원, 어린이집)이다. 초중교는 교과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 3학년만 되어도 수셈이 복잡해지고 곱셈에 이어 나눗셈, 소수 분수까지를 1학기에 마쳐야 한다. 단위법도 그렇다. 시간 계산과 길이 계산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진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 이걸 집에서??

 

학교는 학습을 하는 곳, 배우는 곳이다.배움의 대상은 단순히 교과 과정만이 아니다. 생활지도, 선생님과의 관계, 또래들과의 관계 - 그 배움은 오로지, 학교에서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초등학생일 수록 더 그렇다. 인강, 온라인 운운하는 분들께 이 부분을 꼭 강조하고 싶다. 1주째 아이와 교과서를 붙잡고 진도를 빼고 (새) 담임선생님이 공지로 링크해준 사이트에서 짧은 동영상 강의를 듣게는 하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 가르침은 그 무엇, 누구에 의해서도 대체될 수 없다. 반드시, 학교에서 선생님께 친구들과 함께 배워야한다. 이런 식의 온라인, 엄마(과외 샘) 가르침 등은 부수적인 것이다. 선생님의 스타일도 다 다르실 텐데, 그걸 배우는 것이야말로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학습'이기도 하다. 초등은 안 되고 중고등은 된다? 이것도 참 문제다. 모든 교과 과정이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학을 더 연기할 바에는 차라리 휴교령을! 이건 옳은가. 

 

과연, 이것이냐 저것이냐.

 

 

 

 

 

 

 

 

 

 

 

 

 

 

 

64. “이것이냐 저것이냐 황홀한 연설 -

결혼을 하라. 그러면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지 말라. 그래도 역시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든 않든 간에,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일을 보고 웃어라. 그러면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일을 보고 울라. 그래도 역시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 /대 자신의 목을 매달라. 그러면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그대 자신의 목을 매달지 말라. 그래도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그대 자신의 목을 매달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그대는 그대 자신의 목을 매달거나 매달지 않거나 할 것이지만, 어느 쪽을 택해도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1권, 64-65)

 

나는 처음에는 무조건 개학 지지였던 쪽인데, 막상 1주일 뒤에 개학한다니 무척 무서워진다. 그 이유는, 여러 네티즌들이 쓰는 것과 똑같다.  이대로 개학하면 소위 확진자는 반드시 나온다. 그럼 학교 문닫나? 그게 말이 안 된다. 독감이나 수족구 돈다고 해서 학교(어린이집) 문닫지 않는다. 아픈 아이는 집에서 이삼일, 때론 더 길게 쉬고 또 나온다. 물론, 독감이 한 번 돌면 최소 한 번에 서너명은 되는 걸로 안다. 생각하면1,  20프로 정도인데,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이런 감염 질환에 대해서 모두 '폐-'로 대처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다들 이렇게 불안해 하는 이유는?

 

치료제가 없다...고 한다.

다들 대증요법을 너무 무시하는 건 아닌지. 독감도 타미플루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독하게 걸린 독감이라도, 굳이 타미플루 안 써도 이삼일 안에 열 떨어지고 대략 일주일 안팎으로 고생하면 낫는다. 폐렴이라서 위험? 폐포 손상? 그건 아주 극악한 경우다. 모든 폐렴 바이러스가 다 폐렴으로 발현되지도 않거니와(우리 아이의 경우 지난 10월 8일의 열성 경련은 마이코 플라즈마 폐렴균에 의한 것이었는데, 폐렴 증세가 1도 없었다!)  증상에 따라 항생제, 해열제 등을 골고루 쓰면 큰불은 끌 수 있다. 이후에는 여러 완치자들 말대로 감기 치료를 받는 셈이다. 우리 시, 우리 구, 심지어 우리 동의 확진자들 동선을 보니, 이거, 뭐야, 완전 헐렁한(!) 균이다! 사람이 목이 따갑고 열이 나는데 돌아다닐 수 있는 병이라면, 그건 그리 큰 건 아닌 거다. 물론 나 같은 약골은 골로 갈 테지만, 그건 내 사정이지 바이러스 사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에 관한 한, 한없는 불안이 생긴다. 만약 개학하지 않으면? 돌봄을 연장해야 하고 계속 도시락을 싸야 한다. 그건 괜찮지만, 이런 우울의 일상을 계속 견뎌야 한다. 우울? 우울에도 적응된다. 막상 휴교령이 내려진다니, 뉴턴 급은 안 되고, 그냥 김연경/이** 급의 성취를 내면 되는 것이다.  "엄마, 나 3학년 가고 싶어~"   

 

이렇게 계속 페스트 창궐기 시골에 갇힌 청년처럼 우울할 것이냐,

아니면, 균이 득실거리는 시내-학교 한가운데에 아이를 던져둔 엄마로서 불안할 것이냐.

 

결정은 정치/행정하는 양반들이 해줄 터, 나는 따르기만 하면 된다! 사람으로 태어나 정말 못 할 일이 1) 의사 2) 정치가인 것 같다^^; 난 내 직업이 참 좋다. 너무 잘 해야/써야 한다는 강박만 버리면 - 힘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어! 

 

 

월 

 

 

 

 

 

 

도시락, 너무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더 잘 할 수 있다. 도시락 속 빵은 응당 빵집에서 사와 냉동고에 넣어둔 것이다. 닭가슴살 볶음의 닭도 인스턴트(밀봉 포장)이다. 유부초밥 안의 밥은 간이 거의 안 되어 있다. 마지막 오징어 볶음 밥은, 요즘 물오징어를 구하기 힘들어서, 오징채를 물에 불려서 사용했다. 마지막, 과일을 계속 사과를 넣어주었더니 금요일에는 안 먹고 왔다. 다음주에는 통조림 파인애플이나 복숭아를 사용해볼까 한다. 칼질을 너무 못해서 거의 모든 식재료의 크기가 크다. 월요일 볶음밥 재료는 남편이 만든 것이라, 제대로 잘게 썰렸다. 그러면 뭐하나, 하~나도 안 먹고 와서 쌤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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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3-1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고민이에요. 초등 아이의 교육 문제. 또 걸린다면? 이런 거 저런 거 상상하다 보면 인생은 고뇌구나, 같은 무의미한 결론 나오고. 제가 하는 생각과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라고 갑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의사결정‘이 제일 싫고 자신 없어서 정치가 및 경영가들의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이렇게 결정해도 저렇게 결정해도 항상 부정적인 만약의 경우만 상상되고요. 그런 면에서 영국 총리의 어차피 지금 휴교하면 절정기에 못한다,고. 쎈 척하는 대신 만약의 부정적인 경우를 주로 연설하는 그 무심한 담대함에 깜짝 놀랐답니다.

도시락, 너무 훌륭합니다.

푸른괭이 2020-03-14 18:37   좋아요 0 | URL
도시락, 직접 안 드셔서 그렇습니다 ㅎㅎㅎ

아이 유치원 시절 생각해보면, 다 돌고 돌잖아요? 누가 옮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절반씩 결석했던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좀 담대하게 생각해도 될 법한데, 이건 이론이고^^; 막상 바이러스 들어오고 열 끓고 경련하고 뭐 상상만 해도 죽고 싶습니다 -_-;;

남의 결정 씹는 건 쉽죠, 그 결정 내려야 하는 윗분들은 정말 힘드실 듯요. 뭐 그 일 하라고 그 자리에 있지만^^;

rei16 2020-03-1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괭이님, 카페에서 늘 글 읽고 있었는데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네요. 개학이 자꾸 미뤄지니 심난합니다...즐겨찾기하며 읽고 있습니다. 코로나 빨리 잠잠해지기를...ㅠㅠ

푸른괭이 2020-03-18 17:2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ㅠㅠ 오늘 긴급돌봄 우리 아이가 1등 등교더라고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