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는 종은 아니었지만,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장학금이었다. 대학 입학할 때부터, 유학하여 박사학위까지 학창 시절 내내 장학금 인생이었고, 그 다음에는 각종 기금에 눈을 부릅 떴다.(지금은 공모전에??) 어쩌랴. 원래 작가는 '후원'('패트로니지')받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오면서 조금 달라졌다고 해도 안 팔리는 작가는 수가 없다. 다른 직업이 있으나, 비인기학과의 시간강사라는 자리 아닌 자리 역시 영원토도록 '장학금'을 필요로 한다. 한동안은 그렇게 학진(연구재단)에 목을 매곤 했다. 이제는 번역 인세 덕분에, 정녕 우아~하게 사는 셈이다.

 

정치와 정치인에 무관심하다고 썼다. 조국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다. 그의  짧은 동영상을 본다. 아, 정말 있는 집에서 곱게 자란 귀족이구나, 싶다. 워낙에 무식하여 디테일은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다 내놓겠다니, 그 '다'가 진짜 '다'는 아니겠지만 대단하구나 싶긴 하다. 소위 '필드'로 가면 부산 유지라고 할 수도 없을 동생의 시아버지를 생각한다면, 어디 커피숍 하나, 패스트푸드점 매장 하나 팔아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 주차장 건물 하나 없애도 비슷할 터. 그럼에도, 있는 놈이 더한다고, 그마저도 지키려고 할 터. 무엇보다도, 담담한 어조와 자태가 참 인상적이다. 

(한편, 이런 논란과,, 조국의 사퇴가 꼭 연결되어 있지 않음을, 유감스럽게도, 덧붙여둔다. 딴 놈들은 더할 듯 -_-;;)

 

그런데....

님아, 왜 자식 얘기는 하지 않나.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으나(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제일 분노스러운 것은 자식 부분이다.

참고 참다가 장학금 부분에서 터져서, 바쁜 와중에(!) 쓴다.  

 

남들과 똑같이 학력고사 쳐서 당당히 서울대 들어와도 장학금이 마냥 기쁜 건 아니다. 왜냐면 내가 가난함을 인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돌려 말하자면, 원래 '장학금'이라는 말 자체가 '공부는 잘 하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성적이, 학점이 올라 장학금의 등급이 높아질 수록 항상 들었던 생각은, 내가 누군가의 시혜를 입는다는 것, 내가 그만큼 가난한 집 학생이라는 점이다. 그것을 불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를 더, 더, 더~~~ 열심히 하는 것이다. 나는 가난해서 이 돈 받는 거 아니야, 나는 니네들보다(이때 '니네들'은 누구??)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받는 거야.

 

장기적으로, 또 큰 그림을 놓고 보면 이런 독기(!)는 인간을 망친다. 인성이 비뚤어진다. 그럼에도, 그 인성이 최대한 덜 비뚤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장학금은 반드시, 조금이라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가야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서와 심리를 다스리는 것은 그 학생의 몫이다. 그 시절의 나처럼 심리 상담이라도 꾸준히 받아라, 그런 혜택을 찾아서 누리는 것도 약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세상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시스템'이라고 할 만한 학교 안에서도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면 사회생활 못한다. 꽤 지난 일이지만 '전두엽' 어쩌고 자살한 인문대생을 보며 그 무렵의 내가 떠올라 통탄했다. '전두엽 색깔'이라도 감사해야지, 그것도 없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수저'를 탓하나! 

 

서울대생들(다른 명문대도 비슷하리라), 요즘 잘 사는 애들 많다고? 그렇기 때문에, 계층의 레벨이 생기고 그 안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소외감은 크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과기고, 특목고 아이들은 자연스레 그들만의 컴퍼니, 소사이어티가 있고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걸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국가의 큰 그림 속에서 차이는 불가피하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줄여갈 생각을 해야지, <악령>의 한 대사대로 '금덩어리에 금가루를 뿌리는 격'(내가 좀 고쳤다^^;;)이다.

 

누군가에게는 1년 생활비(800만원 ㅠㅠ)인 것이 그 학생에게는 겨우 손바닥만한 샤넬 핸드백 값 정도일 것이다 ㅠㅠ

 

정말 있는 놈이 더한다니,

더럽고 치사해서, 이 말이 딱 나오는 가운데,

이것들아, 가난한 자들의 가난까지 빼앗으려 드냐?!

 

 

 

 

 

 

 

 

 

 

 

 

 

 

 

불똥이 엄~한 데로 튀였는데, 간만에 멋진 글을 한 편 읽는다. 나도 몇 구절 가져와서 귀감으로 삼는다. 다른 한편, '글쓰기'는 모든 분야의 기본임을 새삼, 실감한다. 의사도 각종 진단서 쓰려면 글쓰기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하물며 교수가 오죽하랴. 하지만 의외로 기본적인 글쓰기도 안 되는 사람이 많아, 심지어 그 중요성도 몰라, 개탄스럽다.

 

접속사도 별로 없고 힘 있는 단문으로 이루어진 명쾌한 글, 좋다. 사실 관계도 명확하고 소위 '음해'하지 않으면서 감정적 잉여 없이 관련자의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한다. "이것은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훨씬 큰 가치가 있다. 윤리, 배려, 책임성 같은 가치 말이다." 이 말은 나도 이참에 새겨둔다. 나한테 너무 부족한 자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 팔할, 심지어 구할의 장학금으로 살아온,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할(ㅠㅠ) 나로서도, "열심히 공부"라는 진부한 말을 다시 되새긴다.  "스스로 이 분야의 전문성을 증진하여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라는 말도 귀에 쏙 들어온다.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이게 직업의 기본이다. 나도 그 일을, 지금 해야 한다.^^;  지금 나한테 약속한다.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탈고한다, 장편!^^: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글 전문

 

(...)

 내 마음이 불편한 건 다른 데 있다. 이 일이 우리 환경대학원 재학생과 그리고 졸업생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작금의 상황을 목도하며 이들이 느낄 자괴감과 박탈감 때문에 괴롭고 미안하다. 이들에게는 환경대학원이 인생의 전부다. (...)

그런데 누구에게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너무 쉽고 가벼운 곳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이라는 목표 앞에 잠시 쉬어 가는 정거장이다. 자신의 학력 커리어에 빈 기간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일까. (...)

 이것은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훨씬 큰 가치가 있다. 윤리, 배려, 책임성 같은 가치 말이다.

​(...) 

사랑하는 환경대학원 학생들에게 말한다. 이번 일로 자괴감 느낄 필요 없다. 박탈감 가질 필요 없다. 더 당당히 열심히 수업 듣고 공부해서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기 바란다. 우리 교수들도 더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해서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약속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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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9-08-2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학금 얘기에 동의합니다. 성적이 우수하고(적어도 공부할 의욕과 근면성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장학금이 없으면 학업을 지속해갈 수 없는 형편의 학생들이 분명이 있으니까요.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실제 장학금은 성적이 아주 우수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정하게 갔다고 생각해요. 다른 이슈는 차치하고 전 지금의 장학금 수여에 관련한 부문은 잘 이해도 안 가고 그렇게 외부 장학금이 남아돈다면 분명 그 돈의 운용이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푸른괭이 2019-08-24 18:39   좋아요 0 | URL
지금도 형편 어려운 아이들 많고 이른바 상대적 빈곤, 박탈감은 예전보다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외부 장학금, 예전에도 많았어요. 그렇다고 한들 저런 핵금수저 자식이, 더군다나, 저 전공을 계속 공부할 열의도 없는데 받으면 안 되지요 -_-;;
법전원도 장학금 많은데, 제 후배-제자는 아버지가 아예 신청하지 말라고 했다더라고요. 그게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이 가진 최소한의 예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