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밀졸라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에밀 졸라의 글은 '나는 고발한다' 외에는 읽은 적이 없는 줄 알았는데, '목로주점'도 읽었던 걸 뒤늦게 깨달았다. 세 작품의 주제가 너무 판이하지만 저변의 공통점은 이 작가가 프랑스를 진심 사랑한다는 것이라 느낀다. 혼자라면 안 읽었을 책이나 막상 좋았다. 딸에게 읽으라고 강권중.
















2. 천선란 "노랜드"

도서관에서 우연히 골랐을 수도 있었겠지만, 찾아 읽지는 않았을 듯. 그러나 덕분에 생각이 참 많아졌고, 뒤늦게 수십번은 족히 봤던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을 찾아볼 생각도 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소설도 영화만큼 명작.















3. 양귀자 "희망"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드라마나 영화로 많이 제작되었기에 편견을 가지고 꾸준히 멀리 했던 작가. 생각보다 사회성이 짙어 대학 시절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유튜브에 올라온 옛 드라마 '희망'도 다시 보고, 고인이 되신 이낙훈 선생 모습도 보고, 뽕짝아줌마 신신애의 젊음에 감탄도 해 보고.















4. 합체

청소년 소설? 안 읽는다. 청소년 연극? 보러갈 리가. 근데 그 2개를 내가 다 했다. 심지어 연극 '합체'는 꼭 보라고 지방에 쫓아가서라도 보라고 온 사방에 광고를 냈더랬다. 원작이 좋은 것 이상으로 무장애 연극의 완성도가 높아 감동했다. 연출가, 배우, 수화통역가, 모두 만만세다. 


결론? 올 한 해 나의 시간이 뜻밖에 참 풍성했다. 하지 않았을 선택을 만날 때마다 초입은 늘 긴장이었지만, 모임을 할 때면 늘 할 말이 많았다. 회사에서도, 사적으로도 꽤 힘든 2022년이었는데, 지원사업이 내 숨통이 되어 주었다. 가끔 우리 딸은 나보고 잡학박사라며 알고 보면 환생 N번째? 실없는 농담을 하는데, 요새는 자신 있게 딸을 구박한다. 책을 읽어. 100권의 책을 읽으면 100권의 환생 체험이 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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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20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 권의 책을 읽으면 100 번의 환생 체험!!ㅋㅋㅋ
전 100 번의 환생을 한 것 같진 않은데요 읽고 난 그 순간만큼은 환생한 것 기분을 느낀 것 같아 조금 공감되긴 합니다.
저는 한 40 번 정도의 환생 체험을 했???^^
올 해 풍성한 시간을 보내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조선인 2022-10-20 21:31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 같이 환생체험을 하던 시간이 그리워집니다. ^^

바람돌이 2022-10-20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100권의 환생체험에 확 꽂혔습니다. ㅎㅎ지난번에 말씀하신 독서모임인가봐요. 책들이 다양하네요. 독서모임은 다양한 책들을 읽을 수 있어 좋을거 같네요.
청소년 소설은 이제 안 읽는데 합체는 좋다고요? 작가를 보니 박지리 작가네요. 우리집 둘째가 이 작가님 좋아해요. 너무 빨리 돌아가셔서 안타까움이 더하는 작가네요.

조선인 2022-10-20 21:32   좋아요 1 | URL
박지리 작가 진짜 멋진데? 알아보니 이미 졸했다 하여 정말 충격먹었어요. 진짜 아까운 작가에요

mini74 2022-10-20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2회차가 아니고 인생100회차인가요 ㅎㅎ 따님 귀여워요 *^^*

조선인 2022-10-20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면은 슬픈 이야기입니다. 우리 애들이 책을 안 읽어요. 너무 슬퍼요
 
학생댁 유씨씨 경기문학 1
김종광 지음 / 테오리아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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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목적 없이 도서관 서가를 뒤적이다 학생댁 유씨씨라는 제목과 손가락 한 마디도 안 되는 얇은 두께가 마음에 들어 골랐다. 그러니 내 손가락을 탓할 수 밖에.

2016년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과 선정 소설이라는데, 그해 3월에 선정했고, 출간월이 11월이다. 10월에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12월에 탄핵이 된 걸 생각하면, 미처 출간을 취소할 겨를도 명분도 부족하긴 했을 거다.

그러나 2022년에 '처녀 이장 탄생기'라는 노골적인 박근혜 찬양 소설을 읽는 나로선, 어찌 이런 소설이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나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그가 썼다는 다른 책들을 그 전에 읽은 적이 없는데 - 하긴 '군대 이야기'나 '첫경험' '죽음의 한일전' 이런 제목의 책을 내가 그전에 골랐을 거 같지 않다 -, '숨어버린 사람들(세월호 추모문학 12인 공동소설집)'에 실린 단편은 읽어보고 싶다. 그가 '처녀 이장 탄생기'라는 소설을 쓴 걸 후회하는 흔적을 찾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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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홍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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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골랐다.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은 동네 사람과 교류할 줄 모름에도 불구하고 스쳐지나가는 미성년자에게 한 없이 오지랖떠는 나를 정당화해주는 말이다. 난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 키보다 더 커지기 전에는 부모 손 놓고 길 걷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며 키웠던 사람이었고, 부모들이 길에서 애들 손을 잡고 있지 않으면 뚫어져라 지켜보는 사람이며, 전화통화를 하거나 지인과 수다를 떨다가 순식간에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 대신 아이 뒤를 대신 쫓아가 되찾아준 적이 3번 있다는 걸 못내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휴대폰 보며 길을 건너는 학생들에게 위험하다 경고하고, 담배피는 학생들에게 걱정 한 마디 건네고, 무단투기하는 학생에게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주워서 건네주는 그런 아줌마다. 그런 내가 제목에 기대했던 거와 소설은 결이 달랐다.


방현희.

공랭식이 뭔지 모르겠고, 포르쉐를 꿈꿔 본 적 없다. 우와 이 작가 자동차 덕후인 건가? 무의식적으로 남성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여성작가라고 하니, 생뚱맞은 친구 여자들 이야기가 더 당황스러워졌다.


정지아.

존재의 증명.

온갖 브랜드의 소비가 나를 증명할 수 있다니, 주인공은 지갑도 시간도 부유한 사람이었나 보다.

또한 작가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단편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어 열심히 검색해 보았다.


정찬.

4월 26일 강경대 열사 맞아 죽다.

4월 29일 박승희 열사 분신

5월 1일  김영균 열사 분신

5월 3일  천세용 열사 분신

5월 4일  박창수 열사 고문으로 죽다.

5월 8일  김기설 열사 분신

5월 10일 윤용하 열사 분신

5월 18일 이정순 열사 분신

5월 18일 김철수 열사 분신

5월 22일 정상순 열사 분신

5월 25일 김귀정 열사 최루탄과 지랄탄에 질식하여 죽다.

대학 1학년의 봄 강경대 열사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지만, 거꾸로 쓰는 한국현대사 책을 믿지 못했던 난 도서관에서 다른 현대사 책들을 이것저것 뒤적거렸고, 5월 18일 강경대 열사 노제 때 처음으로 데모를 나갔고, 이정순 열사의 분신을 목격했다. 그 날이 내 20대를 바꾼 날이다. 5월 25일에는 을지로 인쇄골목에서 곤봉으로 처맞다가, 머리채를 잡힌 채 질질 땅바닥에 끌려가다가, 여학생 하나를 더 잡겠다고 전경이 곤봉을 휘두르며 욕심을 내는 사이에 어찌 어찌 혼자만 도망을 치다가, 골목 사이로 숨으려고 머뭇거리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학생이 여기 있다간 죽는다는 고함에 같이 손 붙잡고 동국대까지 뛰어 들어갔다가, 숨도 못 쉬고 켁켁 토하다가, 내가 도망친 그 골목에서 김귀정 열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난 백병원 영안실을 지킬 사수대 모집한다는 소리를 뒤로 하며 집에 갔다가, 다음날 밤새 백병원이 침탈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날 처음으로 화염병을 만들었다.

그런 기억들이 가득 올라와 읽는 내내 참 힘들었는데, MZ 세대들은 그 윗세대 작가들이 주제가 다 비슷비슷해서 재미 없다는 말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안. 우리들은 아무리 토하고 또 토해도 아직 토할 게 남아 있어서 그래.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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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다는 말보다는 웃긴 물리학이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유머코드가 딱 내 취향이다. 혹은 낭만 물리학이라는 제목도 그럴싸하다. 후테르만스는 ˝별이 빛나는 이유를 바로 어제 알았어요˝라는 역대급 고백으로 결혼에 성공하고, 칼 세이건은 우리를 별의 직계후손이라 칭해준다.
소프트웨어의 문제점을 껐다 켜기로 해결하고, 코 들이대고 냄새 맡기로 화학분석법을 시도하고, 가모프와 후테르만스의 계산실수, 안개상자로 얻어걸린 입자의 발견, 힉스보손이 왜 신의 입자로 불리게 되었는지 유래, 회의 수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팀 등을 생각하면 어나더 레벨 천재라고 여겼던 물리학자들이 시트콤 빅뱅이론에 나오는 너드마냥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19세기만 해도 인간은 결코 원자를 볼 수 없을 거라 했는데 오늘날의 물리학자들은 힉스입자의 존재까지 실험으로 증명했고 중력파도 찾아냈으며 LIGO도 만들고 있다.

19세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주 시작의 신비를 풀고자 한 물리학자들의 노력을 재미있게, 낭만적으로, 인간적으로, 쉽게 해설해준 작가의 재주에 경의를 표한다. 작가가 실험물리학자다 보니 물리이론을 쉽게 풀어쓰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이론물리학자의 반증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열심히 공부했을 거라는 게 능히 상상된다. 

또한 이를 맛깔스럽게 번역하며, 본인의 전문지식을 뽐낸 역자에게도 감사 드린다. (역자의 유머감각도 최고다. 야릇한 쿼크만 형용사라며 투덜거릴 때 정말 빵 터졌다. 게다가 영어를 남발하지 않고 다 한국어로 번역해내려 한 노력도 감사하고, 슈퍼필드를 초장이라고 번역하지 않은 것도 고맙다. ㅋㅋ) 

이 두 사람의 노력 덕분에 1장부터 7장까지 읽을 때 고등학교때 물리수업과 지구과학 수업의 기억이 제법 되살아나는 기적이 발생했다. 8장에서 10장까지는 딸아이 물리 교과서를 슬쩍 읽어보고 뭔가 새로운 게 많이 추가했군 감탄했던 내용이 해설되어 있다. 11장 이후는 최근 과학기사나 다큐에서 다뤄지는 21세기 물리학의 현주소이다. 특히 12장에서는 드디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사과파이를 만들기 위한 표준모형이 다뤄진다. (작가는 368쪽에 이 그림을 삽입하면서 드디어 여기까지 썼어!!!라며 신나했을 거 같다. 사실 나도 신났다. 내가 여기가지 무사히 읽다니!!!)
아직도 물리학자들에게 파동함수의 붕괴와 파동 입자 이중성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는데 물리학자인 외삼촌이 왜 신을 믿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이 책을 통해 물리와 외삼촌과 부쩍 친해진 느낌이 들었더랬다. 문과도 키득대며 읽을 수 있는 과학책으로 강추!

유일하게 마음에 걸린 점. 프랑스인의 프랑스어 사랑에 대한 비꼼이 혹시 대영주의 시각은 아닐까 살짝 걱정.

여성주의 뱀꼬리.
1.아인슈타인의 첫번째 아내 밀레바는 아인슈타인과 동거하며 그의 뒷바라지를 하다 졸업도 제때 못하고 임신으로 재시험도 못봤다.
2. 에미 뇌터라는 과학자를 지금이나마 알게 되어 기쁘다
3. 우젠슝은 중국인이고 여자라는 이유로 노벨상에 배제된 게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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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의 과학 - 왜 모든 생명체의 크기는 서로 다를까?
존 타일러 보너 지음, 김소정 옮김 / 이끌리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5개의 법칙으로 요약된다. (자세한 수식은 책을 보시길)


1. 종의 힘은 종의 무게에 비례한다: 개미의 힘<인간의 힘<코끼리의 힘

생존을 위해 힘이 센 것이 유리하므로 진화의 자연선택론은 크기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된 경향이 있다.


2. 종의 표면적은 종의 무게에 비례한다: 개미의 표면적<인간의 표면적<코끼리의 표면적

표면적이 넓다는 것은 외부 자연환경의 영향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고, 크기를 키운 생물은 항온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3. 복잡성은 무게에 비례한다: 개미의 복잡성 < 코끼리의 복잡성 < 인간의 복잡성

2번 법칙에 의거하여 진화의 과정에서 세포의 분업이 발생하고, 이는 장기의 세분화와 뇌의 복잡성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1,2번을 좀 더 중요한 전략으로 삼느냐, 3번을 중요한 전략으로 삼느냐, 특히 어떠한 세포의 복잡도를 높이는가 등에 따라 진화의 방향은 다양하게 갈라지는데, 인간은 뇌의 발전에 더 투자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인간은 이미 코끼리의 크기를 따라잡는 게 불가능했던 것일 수 있다.


4. 개체수는 무게에 반비례한다: 코끼리의 개체수 < 인간의 개체수 <개미의 개체수

무게가 커질수록 섭취해야 하는 자원이 늘어나므로 자연히 더 많은 활동 반경을 장악하게 되고, 거주지의 면적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자연스레 개체수는 일정한 값에 수렴하게 된다. 또한 크기가 커질수록 성장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자연스레 한 세대 내에서 번식할 수 있는 숫자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5. 물질대사 속도는 무게에 비례한다: 개미의 물질대사 < 인간의 물질대사 < 코끼리의 물질대사

먹는 양도 많고 표면적도 넓은데 물질대사의 속도가 빠르다면 해당 생물은 생명 유지 효용성은 극악에 치닫게 될 것이다. 따라서 크기가 큰 생물일수록 소화도 느리고, 심장 뛰는 속도도 느리며, 체온의 변화도 느리게 발생하여 생존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뭐 이 정도가 내가 이해한 건데, 크기의 과학이라는 주제로 진화론의 자연선택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과 수많은 도표와 삽화로 쉽게 해설해준다는 점에서 아주 추천하고 싶다. 걸리버 여행기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예로 들어 재치있게 풀어준 것도 고맙고.


뱀꼬리)

예전 회사 동료와 회식을 하던 중 키가 매우 큰 직원과 진화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대개의 한국인들은 농경에 최적화하고 사계절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키가 작은 방향의 진화를 선택한 거 같다는 얘기를 하자, 그럼 자기는 미개한 거냐며 버럭버럭 화를 냈다. 진화=발전이 아니라 적응이라는 것을 설명하려고 시도했으나, 벌떡 일어나 다른 테이블로 가버리는 바람에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지금은 나도, 그 사람도 다 다른 회사에 다니는 마당이지만 이 책을 권하면, 거 보라고, 내가 더 뛰어난 거라고 이해하지 않을까 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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