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돌이 > 봄날의 연두빛 햇볕에 취하다.-첫날 담양, 장성

어렵게 시간을 낸 토요일이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주 5일제이지만 우리집 서방님은 고3담임. 대한민국 고3이 인간이 아니면 고3담임도 같이 인간이 아니다. 진짜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공휴일도 공휴일이 아니고 주5일제도 필요없다. 그래도 나의 닥달의 결과 겨우 이번달 한번만 주5일제를 써먹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아이들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예린이와 해아가 둘다 감기기가 있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어찌 얻은 휴간데....한 7년전 결혼하고 얼마 안돼서 둘이서 차도 없이 여름에 손잡고 땀 뻘뻘 흘려가며 돌아다녔던 담양을 다시 가보기로 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이기에 코스는 여기 저기 바뀌었지만.... 난 항상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레임이 너무 좋다.

문산휴게소에 들러 늦은 아침을 먹었다. 아이들이 생기고 난 이후 휴게소는 더 이상 잠시 쉬어가는 장소가 아니게 되었다. 아이들에겐 또 하나의 놀이터다. 예린이에겐 휴게소에서 먹는 우동을 제일 좋아한다. 엄마 맘엔 밥을 먹여서면 좋겠지만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우동 하나를 시켜서 둘이 나눠주니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는 휴게소 한켠에 마련된 놀이터로 직행. 이래 저래 놀다보니 1시간이 훌쩍 넘는다.






놀이터에서 신난 아이들 - 해아는 처음보는 놀이기구도 무조건 도전합니다. 하지만 겁많은 예린이는 조금만 무서워 보이면 못하죠. 이 미끄럼틀도 해아만 열심히 탔다는...


오후 2시, 5시간만에 담양 대나무 박물관에 도착. 옛날에는 이런 것 없었는데.... 박물관 마당에 들어서자 마자 대나무로 조그만 원두막을 지어놓고 그네 두 개를 아담하게 매어놓았다. 장시간의 여행으로 조금 지쳐있던 아이들의 환호.... 도대체 그네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이러다 언제 박물관 구경을 하나? 그네를 타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당 넓은집에 이런 그네 하나 매달아놓고 살고픈 뚱뚱한 꿈이....




잠시 쉬는 예린이-엄마 피곤해

나중에 나올 때 다시 타자는 약속을 하고 겨우 박물관쪽으로 갔다. 내 기억속의 담양은 진짜 사람 보기 어려운 한적한 동네였는데 지금은 주말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로 벅적거린다. 박물관은 아담한 크기에 조그만 전시실을 3개 갖추었다. 대나무로 만든 옛날 물건들과 요즘의 새로운 디자인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그래도 제일 좋은건 박물관 복도에 전시되어 지나는 사람들이 앉기 좋게 마련된 평상이다. 또 뚱뚱한 꿈이... 마당 넓은 집에 아이들을 위한 대나무 그네, 나와 서방을 위한 대나무 평상 하나(^^).







대나무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 - 특히 중간에 대나무로 만든 꽃병은 환상적이었다.


우리나라껀 아니고 동남아쪽이었던 것 같은데 - 이런 기억력 하곤(쩝~) 어쨌든 좀 엽기적이지 않은가?

박물관을 나와 바깥을 보니 대나무 체험공방 안내 표지판이 있다. 가격이 모두 붙어 있는데 아주 저렴하다. 호기심에 들러봤다. 3분정도의 도우미 아저씨들이 있고 여기 저기서 아이들이 뭔가를 만들고 있다. 모든 어려운 과정의 준비들은 다 되어 있고 그냥 거기에 앉아서 원하는걸 만들면 된다. 팔랑개비랑 부채랑 단소랑 등등..... 우리 집 아이들이 너무 어린지라 다른건 관두고 팔랑개비 두 개를 만들었다. 진짜 간단하다. 그냥 다 내놓은 대나무 구멍에 대나무 막대기를 조금 깎아서 망치로 통통 치고 끼워넣으면된다. 나는 바람개비랑 팔랑개비랑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르다. 완성된 팔랑개비를 들고 한 개당 1,000원 2,000원을 내고 마당에 나와 날려봤다. 잘 안난다. 갑자기 도우미 아저씨가 막 부른다. "아줌마 그렇게 하면 다쳐요. 자 잘보세요." 우와∼ 아이 둘은 정말 신났다. 박물관 한켠에서 막대기 하나로 그리도 행복할 수 있다니.... 나오는 길에 다시 그네 30분..




처음 본 팔랑개비에 잔뜩 신이 난 예린이와 해아, 이 조그만 것 하나로도 충분히 너무나도 행복한 아이들, 얘들은 여행 이틀 내내 팔랑개비를 손에서 놓지 않다.

겨우 박물관을 나오니 배가 고프다. 대나무의 고장이니 당연히 대통밥이다. 이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죽림원'이라는데를 전화를 걸어 물어 물어 찾아갔다. 삐까번쩍한 집은 아니나 식당의 풍취가 장난이 아니다. 건물 주위가 모두 대밭이다. 이 집에서 기르는 대나무로 대통밥을 짓는단다. 대통밥 사이사이로는 백숙용 닭들이 놀고 있고.... 예린이와 해아는 도대체가 배도 안고프다. 닭장안의 병아리를 본다고 정신이 없다. 처음 알았다. 오골계는 병아리도 까맣다는 것을.... 음식은 너무 배가 고파서 사진찍을 생각도 못했다. 대통밥은 진짜 맛있었다. 김치도... 하지만 그 외의 반찬은 뭐 그저 그렇다. 하지만 대나무 향기 그윽한 밥만으로도 충분히 한끼 뚝딱이다.


죽림원의 닭과 병아리, 오골계의 병아리는 어릴때부터 까맣더라


죽림원의 대숲

식당을 나오니 시간이 어중간하다. 담양에 잘데가 마땅치 않아(담양 리조트가 있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다. 하룻밤에 159,000원이라니...그렇다고 그냥 모텔을 가자니 아이들 때문에 좀 그렇고...) 장성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백양사가 20분 거리니 백양사 먼저 보고 그 앞 관광단지에서 적당한 숙소를 찾기로 했다. 백양사는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와보기는 처음이다.

백양사 진입로에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제 막 새순이 돋아 파릇파릇한 아기 단풍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지금의 어린 잎들은 어쩌면 저리도 보드라운지, 저녁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잎들이 나지막하게 노래하는듯하다. 진입로 한편으로는 이 계절에 상상도 못할 만큼의 많은 계곡물이 쌓아놓은 계곡담으로 인해 자연적인 연못을 이루고 있다. 주변으로 산책로도 너무나도 아담하게 꾸며져 있고... 여기가 산사임을 잠시 잊고 어느 곳 공원에 와있는 듯 착각을 하게 한다. 절입구에 도착하자 배경의 학바위와 쌍계루가 연못물에 잠겨 한폭의 수채화가 된다. 흔히 절의 풍경은 수묵화로 연상되지만 이곳의 풍경은 너무나도 풍성한 색채로 인해 수채화의 맑은 기운이 감돈다.


백양사 진입로 - 가을이 되면 빨갛게 물드는 아기단풍나무들이 주종이다.





절에 들어서니 마침 저녁예불시간이다. 생각보다 많은 스님의 저녁예불소리가 낮으면서도 웅장한 음악으로 대웅전 마당을 감싼다. 잠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맘껏 그 소리에 취해본다. 참 오랜만에 듣는 소리다. 답사를 갈 때 항상 부족했던 2%가 채워지는 순간이다. 절은 부처의 공간이자 부처가 되고자 하는 승려들의 수행공간이기도 한 것을....저 장엄한 분위기는 절이 아니라 절을 둘러싼 관계가 만드는 것이란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문득 '불쌍한 불국사'(항상 나만 이래 주장하지만)가 떠오른다.


잠시 실례를 무릅쓰고...

갑자기 예불소리를 듣고 있던 예린이가 저도 절해야 된다고 고집이다. 아이들이 조용히 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특히 해아가) 잠시 대웅전에 들어갔다. 스님들이 모두 나가고 한 분의 스님이 조용히 독경중이다. 예린이는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자 너무나도 다소곳이 부처님께 절을 한다. 아마도 늘 절에 데리고 다니던 할머니의 영향이리라.... 횟수에 상관없이 저 하고 싶은 만큼 실컷 절을 하고, 그 옆에서 해아는 엉겁결에 언니를 몇번 따라 하다가 주변이 신기한지 두리번 거리고.... 예린이가 이제 나가잰다.


엄마보다 더 공손하게 절을 잘한다- 외할머니와의 절 나들이, 그리고 무수히 많은 시집의 제사에서 단련된 예린이의 절

웃기는 예린이. 밥먹을 때는 '두 손 짝'하며 해아에게 기독교식 기도를 시키고 절에 가면 그 예법에 따른 절을 너무도 공손히.... ^^
절을 나서며 만났던 수녀님과 스님이 함께 얘기하며 다정하게 걷는 모습처럼 조금은 서로에게 관대한 종교를 상상해 본다. ^^


규모가 큼에도 전혀 위압적이지 않은 대웅전의 모습

도대체 뭐가 그렇게 궁금한걸까?


사진찍으면 브이자를 그리는 언니를 따라하는 해아 - 하지만 아직 손가락을 제대로못해 늘 자기 나이를 물으면 펴는 세손가락이다. 한구석에 아빠땜에 삐진 예린이

특별히 볼만한 문화재는 없지만 너무나도 기분좋은 절이다. 제법 큰 관광지임에도 번잡함이 느껴지지 않고, 대웅전의 규모가 제법 큼에도 위압적이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아늑한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그런 절이다. 절을 나서니 저녁 어스름이 진다. 아이들은 피곤해 하나씩 아빠와 엄마에게 목마를 태우게 하고.... 근처 가게에서 물어 그나마 좀 깨긋한 숙소를 찾아 들었다.

아이들 목욕을 시키고 재우려니 해아가 많이 안좋다. 오늘 하루가 해아에게는 좀 무리였나보다. 열도 나고 기침도 심해지고 토하기까지.... 약은 먹였으나 밤새도록 기침에 잠을 못이룬다. 내일도 열이 계속나면 집으로 그냥 돌아가야 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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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돌이 > 태안반도 여행 - 둘째날, 안면도

어제 너무 피곤해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니 9시다. 주인집 부부는 출근하고 아이들 둘은 방학이라 캠프가고 손님은 우리 뿐이고.... 우와 죽인다. 이 집 전체가 우리꺼다. 사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이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멋진 집이다. '금빛솔여울에든 가오름'이란 멋진 이름의 이 팬션은 이층은 주인집이고 1층이 4개의 방을 마련해 여행객들을 맞고 있다. 동네 가장 구석 바다 끝에 있어 정말 조용하고 아침에 까치소리와 갈매기소리에 잠을 깬다. 나가면 소나무 향이 온몸을 감싸고 가꾸지 않은 듯 잘 가꾸어 놓은 정원이 정감있다. 서양식 건물과 서양식 테라스형 목조마당, 그러면서도 정원의 가꾼 품새는 한국 정원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네도 있고...(사실 이 그네는 아빠가 더 좋아해서 아침 나절을 아이 둘과 여기서 다 보냈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다 맨발로 집 마당을 뛰어다니고 마당에서 식사하는 호사를 누려본다. 반찬은 미역국에 김치뿐이지만....일단 들어오면 나가기 싫은 집....(에고 너무 멀고 주변에 편의시설 하나도 없는게 단점이지만 그런거야 없으면 어떠랴? 없으면 없는대로....)


금빛솔여울에든가오름 - 헥헥~~~ 외우기도 힘든 이 집 이름이다.


이 집의 입구 - 참 예쁘다.


이 그네가 있어 예린이와 해아는 더 즐거웠다. 나도 우리집에 이런 그네 하나 있었으면....^^


온 집안을 오전 내내 맨발로 뛰어다니며 쿵쾅거리는 아이들 - 가끔은 이런 포즈도 잡아준다.


정원에서의 아침식사 - 반찬은 김치와 미역국뿐이지만 식당은 최고급이다. 내가 언제 이런 호사를 누리겠냐? 마음껏 즐기자.


엄마~~ 감자가 뜨거워~~


언니 몰래 언니가 몇 개먹고 잠시 놔둔 과자를 훔쳐먹는 해아


언니는 당연히 "내꺼 니가 먹었으니까 이거 내꺼할래" 아직 뜯지도 않은 해아의 새과자를 냉큼 집어가고, 해아는 "해아꺼야, 해아꺼야~~" 난리가 났어요.


드디어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며 우는 해아, 하지만 엄마라고 별수 있나? 훔쳐먹은 네가 잘못이지. 이런 싸움의 경우 엄마 아빠는 그냥 내버려 둔다. 그러면 보통 떼쓰다가 안 될 것 같으면 둘이서 알아서 해결한다. 이번에는 떼쓰는 해아가 좀 안됐던지 결국 언니가  해아의 봉지에서 몇개의 과자를 끄집어 내는걸로 양보해줬다. 근데 해아는 기분이 좋아졌으나 지가 알아서 양보해놓고도 그게 몹시 속상했던지 예린이가 울먹 울먹.... 결국은 엄마품에 안겨 말없이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이럴 때 우리 예린이 진짜 불쌍해 보인다.

오후 1시나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안면도 쪽으로 가기로 했다. 안면도는 섬이지만 원래는 섬이 아니었단다. 조선 시대에 서해 지역의 세곡을 운반하기 위해 태안반도의 허리를 잘라서 세곡선이 드나들 물길을 만드는 바람에 섬이 되어버린거지. 그걸 지금 사람들은 다리로 다시 이어놓은 것이다.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이어주는 다리에 도착해보니 규모가 장난 아니다. 그 시절에 이정도 물길을 만들려면 이 지역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사에 동원되었을지....
먼저 방포항에 들러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방포수산 회센터에 들르니 오마니나~~ 회 너무 비싸다. 부산에서 먹던 간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냥 주변 식당에 들어갔는데 메뉴가 끝내준다. 아니 가격이.... 해운대에 직장이 있는 서방 왈 "무슨 놈의 가격이 관광특구보다 더하냐?" 그래도 제일 싼 굴밥을 시켰는데 1인분에 9,000원이다. 이 동네 간 작은 사람 밥 못먹겠다. 게다가 맛도 별로다. 음식솜씨 없는 내가 해도 이보다는 낫겠다. 그 뒤로 쭉 다녀본 결과 이 동네 음식값 장난아니다. 다녀본 중 최고다. 그나마 마지막 날에 태안읍에서 기사식당 가서 먹은 밥이 제일 싸고 제일 맛났다. (고로 음식사진은 없다. 조개구이를 먹을까 했지만 전에 먹어본 결과 애들 데리고 그것도 피곤에 지친 애들 데리고 갈데는 아니었다. 물론 맛은 무지 좋았지만....)
별로 유쾌하지 않게 점심을 먹고 해안도로 따라 쭉 안면도를 돌았다. 여기는 해수욕장이 줄지어 있는데 정말 이름들이 너무 예쁘다. 꽃지 해수욕장이야 잘 알려진곳이지만 그외에도 바람아래, 밧개, 샛별, 파도리 해수욕장 등 한글이름들이 정겹다.
먼저 꽃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그나마 사람들이 좀 많다. 여전히 서해는 서해다. 그래도 밀물때라 좀 해수욕장 같은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동해나 해운대쪽처럼 고운 모래가 아니라서 우리집 애들은 좀 들어가기가 겁나나보다. 그래도 파도가 약하고 잔잔해서 괜찮은데....꽃지 해수욕장에서 할미 할애비 바위쪽으로 바다 사이에 길이 나있기에 거기 바다에 들어가 한시간 정도를 놀았다. 아이들은 양쪽으로 바다가 갈라져 있는게 신기한가보다. (할미 할애비 바위 역시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있는 전설을 비슷하게 간직하고 있다. 신라시대 승언장군이란 사람이 전쟁터에 나가자 그를 기다리던 그 부인이 그대로 바위가 되었다는....)


꽃지 해수욕장의 할미 할애비 바위 - 이곳 너머로 지는 석양이 일품이란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못봤다.


여기서 놀려면 옷부터 갖추고....

다음 안면도 자연휴양림 -들어서자 마자 소나무 향기가 진동을 한다. 이곳의 소나무는 조선시대에는 왕실 건축 전용으로 지정되었던 것들이다. 이런 곳에 오면 나는 그저 돗자리 깔고 누워 책이나 들고 보다가 그대로 낮잠이 들었으면 싶은데... 이놈의 아그들이 나를 허용치 않는다. 어쨌든 그래도 꿋꿋하게 소나무 숲에서 한숨을 돌리고 아이들을 위한 일정, 롯데 오션 캐슬로 갔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에서의 아이들 - 모처럼 예쁜 사진이 하나 나왔군...

이곳에 노천 선셋 스파를 이용하기 위해서.... 사실 난 애들 데리고 다니면서 처음으로 수영장이라는데를 가봤다. 온천도 마찬가지고.... 근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다. 글구 수영복 입는 것도 생각만 할 때는 참 민망할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면 아무도 나 신경안쓰고 나도 아무도 신경안쓴다. 롯데 오션캐슬의 야외 노천 선셋 스파는 꽃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어 꽃지 해수욕장의 일몰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꽤 유명해진 곳인데 평일이고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어서 예약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만 4세 이전까지는 공짜라 어른 두명 요금만 내면 되니 가격도 다른 아쿠아월드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 규모는 크지 않으나 아이들용의 풀장도 있고 어른들을 위한 노천탕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한 때를 보내기에는 괜찮다. 애들은 죽으라고 풀장에서만 놀려고 하고 어른 둘은 온천이 너무 좋고...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번갈아 오가며 놀다.(역시 온천이 더 좋은 걸 보면 나도 나이든게야...) 거의 3시간을 놀고나니 지치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 저기 아프고 쑤시던 곳이 훨씬 낫다. 멀리가기 싫어서 여기 한식당에서 비빔밥과 해물탕을 시켜 밥을 먹었는데 무지하게 비싸다. 비빔밥 15,000원, 해물탕 13,000원 눈 튀어나온다. 근데 맛은 괜찮고 게다가 양이 엄청나다. 미리 알았더라면 해물탕 하나 시키고 공기밥만 따로 시켜도 충분했을텐데.... 애고 돈 아까워....놀때는 그리도 신나더니 밥상에 앉으니 잠오는지 예린이가 밥먹으면서 존다.

노천 선셋 스파의 모습, 우리집 카메라 방수 안돼서 안들고 들어갔다.


또다시 멀고먼 길을 돌아 숙소로 돌아와 애들 재우고 우리는 맥주 한캔씩을 나눴다. 여기까지 와서 애들도 자고 주변 풍경 죽이고, 게다가 조용하기까지... 딱 둘이서 연애하는 기분으로 폼잡기 좋은데 잠와 죽겠다. 폼이고 뭐고 그냥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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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5-07-2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몰랐는데 안면도에 수련이 가득한 못이 있다고 하네요..
승언1저수지 라는데. 승언1리에 가면 저수지가 있는데 거기 수련이 가득하다고 해요
책에서 보긴했는데..
저두 안면도에 그런게 있는지 몰랐는데 조선인님 혹시 가시거덜랑 한번 들려보셔요
 

알라딘 마을지기
아쉽게도 이번 경매껀은 입찰하실 때, 현재의 가격보다 1천원씩만 올리는 규칙에 어긋난 입찰껀이 다수 발생하여, 입찰이 취소되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예정된 세트 경매가 모두 이루어진 후, 다음주 월요일, 즉 7월 25일 동일한 시각 (2~3시)에 재경매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2005-07-20 15:04

얼른 회의를 끝내고 경매에 참여해야 하는데, 안절부절, 좌불안석.

그러나 자리에 와보니 이미 3시하고도 30분이 경과된 후.

에고, 누구에게 얼마로 낙찰되었나 싶어 힘없이 클릭해보는데, 마을지기님이 남긴 댓글.

오늘 경매에 참여했던 분들께는 정말 정말 죄송하지만, 다시 기회가 생겼다.

에루에헤야 어야디야 어절시구 흥이로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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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07-20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허벌레~~ 조선인님, 지금 긴급 연락이 왔는데요. 조선인님 회사 다음주 월요일 2시부터 3시까지 회의가 잡혔답니다... 안타깝습니다. ^^

물만두 2005-07-2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 흐흐흐 납량특집인가요^^

조선인 2005-07-2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서림님, 어떻게 아셨어요. 으아아아아앙 절망중입니다. ㅠ.ㅠ

chika 2005-07-2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쯔쯧,,, 정말 회의예요?

조선인 2005-07-2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 ㅠ.ㅠ

바람돌이 2005-07-21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놈의 회사는 휴가도 안 보내준다면서 무슨 놈의 회의는 그리 많이 한다나요? 내 참! 회의주의자들 치구 잘 되는 것들 없다는데...^^

조선인 2005-07-2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사막의 그림자님,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히이잉.

조선인 2005-07-2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방금 전 결론이 나왔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SAT입니다. ㅠ.ㅠ
 

문근영 모드는 아니지만 엉겁결에 2개나 받으니 무지하게 기쁩니다.

착용컷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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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7-1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는 하나밖에 안 주셨어요!! ㅎㅎ ^^
 

원주 치악산에 한 절이 있어 하루는 불존(佛尊) 수좌(首座)가 법당(法堂) 뒤를 배회하고 있었는데, 큰 구렁이 한 마리가 꿩을 감싸고 있었고, 구렁이와 꿩이 서로를 삼키려 하고 있었다. 아, 이렇듯 서로 물고 버티며 놓지 않는 다툼이 있었는데, 둘이 서로 싸움하는 사이에 어부지리(漁父之利)가 가까이에 있음을 알지 못하였다.


불존 수좌가 지팡이로 구렁이를 풀어 꿩을 구하니, 이날 이경(二更 밤10시경)에 하얀 형상을 한 노인이 와서 전등(剪燈)의 왼쪽에 앉아 쇠붙이가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말하기를, "나는 이내 이 절의 종을 주조하는 화주승(化主僧)이다. 사방에서시주를 모아 자선(慈善)을 베풀고자 이 큰 종을 주조하였으나 종소리가 맑지 못하여 도리어 죄업(罪業)에 대한 응보(應報)를 받았다.
살리고 죽이는 것은 구렁이의 뜻이었고, 지금에는 재앙과 액운이 헤아릴 수 없다. 오늘 다행히 꿩 한 마리를 얻어 점심으로 먹으려 하였다. 그대의 자비로 이와 같이 한번 굶주렸으니 반드시 그대를 대신으로 먹어야겠다. 그대의 뜻은 어떠한가. 만약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나를 위해 종을 쳐서 소리를 내면 이러한 추한 응보를 면할 것이니, 이것 또한 자비이다." 하고 말이 끝나자 홀연히 떠나갔다.


의심스러워 괴상하게 여기는 사이에 앞에 있는 울리지 않던 종이 천천히 하늘 밖으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두운 속에서 한 쌍의 꿩을 보니 부리를 사용하여 종을 울렸다. 한 번은 소리가 크고 한 번은 소리가 작아 큰 소리와 작은 소리가 마디가 있었고 한 번은 암컷의 소리였고 한 번은 수컷의 소리여서 암컷과 수컷의 차례가 있었다. 일종(一宗)이 죽고 일종(一宗)이 살았으니 죽고 사는 것에는 표지(標識)가 있으며 이것이 불문(佛門)에서 예악(禮樂)을 짓는 법이다.


동틀 무렵에 노인이 다시 와서 말하기를, "나는 종이 울리는 힘을 입어 얽어맸던 몸에서 벗어나 승천한다."고 하였다. 해가 솟아 밝아올 무렵에 가서 보니 금구렁이 한 마리가 남쪽 처마 아래에 죽어 있으므로 승(僧)이 죽었을 때의 예와 같이 장사지냈다.


아, 꿩은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목숨을 구해준 승(僧)의 은혜를 보답했고 승(僧)은 꿩의 목숨을 구해 준 것으로 인하여 목숨을 구하는 보답을 받았다. 구렁이는 승(僧)으로 인하여 생명을 아껴 꿩을 살려 주었고, 꿩으로 인하여 쌓였던 억겁(億劫)의 고통을 벗었으니 이것이 일거삼득(一擧三得)이다. 사물은 비록 같지 않았으니 세상에서 뛰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치악(雉樂)으로써 그 산의 이름으로 하고 종을 쳤던 소리로써 온 나라의 사찰에 퍼졌다고 한다. (자웅종기에는 雉岳이 雉樂으로 되어 있음.)


- 해남 대흥사에서 1921년 발간한 「범해선사 문집」중의 '자웅종기(雌雄鐘記)'
- 『원주얼 9호』에서 발췌
 
자료관리부서 : 원주시청 문화체육과   문화재담당  ☏ 033-741-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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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3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5-07-1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꿩이 부리를 사용해서 종을 울렸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네요 부리가 해낸 거군요

水巖 2005-07-1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남 대흥사라니 생각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茶神傳의 초의선사와 소치 허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