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주말인데 드러누워 TV나 보는 사람들이 난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지난 여름부터 수원에서 서울까지 좌석버스를 가장한 입석버스로 출퇴근을 하기 시작하면서

여가를 보내는 내 꼴이 딱 TV뿐이다.

노안이 오기 시작하했다 하여 책과 담을 쌓고, 피곤하다 하여 트래킹도 멀리 하고,

이제는 부모보다 더 바쁜 주말을 보내야 하는 딸 아들도 좋은 핑계가 되었다.


그렇게 주야장천 TV 다시 보기를 하다가 본 드라마 중 하나가 '고백부부'였다.

풋풋한 아가들의 사랑 이야기는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고, 

법정 드라마랑 정치 음모 드라마에 지친 나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일 거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30대 후반의 아줌마 아저씨가 스무 살로 돌아가는 설정인데,

꽃같은 나이 스무 살로 돌아간 장나라가 제일 먼저 하고 제일 많이 한 건

제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거였다. 

드라마 중간 중간 로맨스는 그냥 양념이고, 주제는 그저 엄마, 엄마, 보고 싶은 우리 엄마였다.


아이고, 나도 우리 어머니 보고 싶은데.

다시 스무 살이 되면 나도 어머니랑 노래방도 가고 싶고, 한증막도 가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은데,

어머니가 해준 밥도 먹고 싶고, 하루 종일 어머니 뒤 졸졸 따라다닌 거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시부모랑 밥 먹다가 듣는 부고 말고 어머니랑 제대로 이별도 하고 싶은데.

드라마 속 장나라가 너무 부러워 환장하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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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12-30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백부부 보고 그부분이 참 좋았고,또 그부분 때문에 눈물이 흘러 울적한 기분으로 잠이 쉽게 들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엄마와 무얼할까?
영화 보고,목욕탕 가고,여행 가고,밥도 사먹고,포근하게 안아보고,손도 잡아 보고 싶고.......저도 그러고 싶다는 상상을 하면서 잠들었었어요^^
그래서 저도 기억에 남는 드라마였던 것같아요.

내년에도 건강하시고,활기찬 한 해 되시길 바랄께요^^
 

고모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다 현기증으로 쓰러졌는데 고관절을 다치셨단다. 꼼짝없이 병원에 입원중이라길래 안부 전화를 드렸다. 이 얘기 저 얘기 두런두런 나누는데... 고모가... 고모가... 울 아부지 잘 계시냐고 안부를 묻는다.
울 아부지 돌아가신 게 언젠데... 고모 와카노... 농담처럼 넘기려고 했는데... 고모가 대성통곡을 한다. 왜 연락을 안 했냐며 곡을 하신다.
간신히 달래며 이미 7년 됐다고, 고모가 울 아부지 장례도 왔었고 현충원에 작년에도 왔었다고 말씀 드리니 고모가 우시다 소스라친다. 니 00이 맞자? 니 딸 하나 아들 하나 있자? 니 남편이 0가 맞자? 내가 이걸 다 아는데 내 오빠 돌아가신 건 생각이 안 난다. 내가 와 이러노?
고모가 독한 정형외과 약을 먹고 정신이 없나 보다고, 푹 쉬면서 뼈 붙고 다릿심 생기면 다 기억날 거라고 간신히 간신히 달래 전화를 끊었다. 그게 2시간 전인데 아직도 손에 일이 안 잡힌다. 이를 우야면 좋노... 우야꼬. 고모가... 고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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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2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7-11-2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여든이 넘으셨지만 총총하시던 분이라... 제가 너무 당황스럽고... 사촌언니에게 연락은 했는데... 언니도 놀라고... 경황이 없네요.

만화애니비평 2017-11-2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모님의 말씀이 님을 너무 슬프게 만드는듯..ㅠㅠ..힘내세요

비연 2017-11-2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ㅜ

hnine 2017-11-22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병원에서 드시는 약이나 주사제 영향은 아닐까요? ‘섬망‘이라는 증상이요...
고모님 연세가 연세이시니 만큼 병원 치료 잘 받고 퇴원하셔야 할텐데요.

stella.K 2017-11-2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힘내십시오.
고모님 괜찮으실 겁니다.

승주나무 2017-11-2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학기술이 빛의 속도로 발전해서 고모님의 빛나는 눈빛을 얼른 다시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남일 같지 않네요 ㅠㅠ

조선인 2017-11-2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세가 연세다 보니...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네요. 조만간 휴가내서 고모뵈러 내려가볼 생각입니다. 따스한 말씀 남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2017-12-02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백만 가지쯤 쌓였는데 다른 사람들 귀를 더럽힐까봐 토해내지도 못하겠다. 1시간 30분째 심호흡중인데 계속 부글거린다. 음... 하... 음... 하... 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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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1-21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제 괜챦아지셨어요? 릴랙스 릴랙스...

조선인 2017-11-2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전떡볶이 매운 맛 먹고 어떻게든 해치웠어요. 한밤에 위통으로 고생은 했지만요. ㅎㅎ
 

책을 읽어도 좋고요.
드라마를 봐도 좋아요. 드라마는 IPTV는 모르겠고 디지털케이블-티브로드나 CJ헬로비전, 딜라이브라면 VOD로 있어요.
카모메식당을 좋아한 분이라면 강추입니다.
전 VOD로 먼저 접했는데 하루에 한 편씩 아껴가며 보고, 결국 한 번 더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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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가 달아준 듯한 플라스틱 카네이션을 다신 할머니a가 내 앞에 섰길래 자리를 양보하려 했다. 극구 사양하시길래 좀 무안하지만 다시 앉았다. 그러다 할머니a보다는 좀 젊은 듯한 할머니b가 타시길래 다시 자리 양보를 하려고 일어서는데 할머니a가 내 어깨를 짚으며 못 일어나게 막으시는 거다. 난감했다.
그러다 마침 내 옆자리가 비어 할머니a가 앉게 되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할머니b에게 자리를 양보한 뒤 좀 떨어져 서 있었다. 몇 정거장 뒤 할머니a 옆에 자리가 났는데 이 분이 엎드려 눕다시피하며 그 자리를 사수하면서 나를 부르시는 거다. 민망하게도 결국 그 옆에 앉았는데 이때부터 할머니a의 폭풍 잔소리.

지금 이 나라에 노인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일일이 양보하면 내도록 자리에 못 앉아. 노인들도 힘이 역사급으로 많은 사람이 태반이야. 자기 실속은 자기가 챙기고 살아야지. 등등.

하하. 자리 양보했다고 혼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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