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동지 추도사

인간으로 태어나 노예로 살던 자의 부끄러움.
그걸 깨우쳐준 전태일. 그분을 열사라고 부르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그 분의 죽음에 책임질 일이 없었고, 자책할 일도 없었고, 무엇보다 함께 했던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냥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때때로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다짐들을 담아 떠올릴 수 있는 바위 같고 산 같은 이름이었습니다.

박창수와 11년, 김주익과 19년, 재규 형님과 15년. 군사독재에 치를 떨며 숨죽여 오르내리던 용두산 공원이 있고, 민주노조 세워보자고 새우깡 안주를 놓고 밤을 새우던 다대포 바다가 있습니다.

밤새 등사기로 밀어낸 유인물을 테이프로 감은 채 정문을 통과해야 했던 안전화가 있고 화이바가 있습니다. 번갈아 가며 면회를 오고가던 감방이 있고, 한진노조 때문에 세배로 늘려야 했던 영도경찰서가 있습니다. 시장 아주머니들이 싸다준 김밥을 최루가스에 비벼먹던 6월 항쟁의 거리가 있고, 멸공의 횃불아래를 부르며 침묵의 공장을 해방의 광장으로 만들어가던 대투쟁이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착하다는 이유로, 너무 말이 없어 깝깝하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재단하며 때때로 미워하기도 했던 애증의 세월들이 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주익씨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그 큰손을 붙잡고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았는데 이제 어디에다 그 얘기들을 다 해야 합니까?

85호 크레인의 달력은 129일의 시작 6월11일에 동그라미가 쳐진 채 멈춰지고, 그 칠흑 같은 밤으로부터 비는 참 그악스럽게도 내렸습니다.

비가 몹시 내리던 어느 늦은 밤, 011-554-1469.
이제 다시는 받을 일도, 걸 일도 없는 전화번호 하나.
저녁은 먹었어요?
예….
비가 많이 와서 어떡해요?
비야 맨 날 오는데요 뭐….
전 그때까지만 해도 용건이 궁금할 따름이었습니다. 용건이 없는 전화는 겉도는 얘기가 몇 마디 더 이어지다 그럼 수고하시라는 잔인한 인사를 그에게 남긴 채 끊어졌습니다.

그 때는 몰랐습니다.
그 황소 같은 사람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곰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막막했을까.
단 한 발짝도 내려설 수 없는, 땅보다는 하늘이 가까운 그 꼭대기가 얼마나 아득했을까. 얼마나 내려오고 싶었을까. 봉다리에 매달아 크레인까지 밥을 끌어올리던 그 밧줄에 목을 걸어야 했던 그 처절한 절망을 이제야 헤아리는 이딴 게 무슨 동지입니까.
죽을 각오로 올라갔으나 그는 살고 싶었던 겁니다. 9월 9일 유서 한 통을 써놓고 기다리고, 10월14일 또 한 통을 서놓고 목이 메이게 간절하게 기다려보고. 단식도 해보고, 삭발도 해보고, 수 십 번 집회도 해보고, 태풍도 혼자 견디고, 추석도 혼자 견디고, 아버지 제사도 혼자 견디고, 이제 더는 올라갈 곳도 없는데,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해볼 것도 없었던 그 처절했을 절망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져 견딜 수가 없습니다. 백만 번을 생각하고 천만 번을 생각해도 아까워서, 사무치게 아까워서 미치겠습니다.

다른 애들 다 가진 힐리스 한 켤레 사들고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애비.
아빠 얼굴을 몇 개나 그려놓고 일자리 구해줄 테니 돌아오라고 했던 10살짜리 딸내미보다, 백만 배 천만 배 더 그 딸내미를 어루만지고 안아보고 싶었을 애비.

129일의 아빠의 부재로도 눈에 띄게 기가 죽었다는 일곱 살 막내가 이제는 영영 아빠 없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았을 애비가, 그 아이들을 그 올망졸망한 새끼들을 기어이 상주로 만드는 세상.

10월17일 그 날 이후 크레인과 눈이 마주칠까봐 하늘을 올려다 볼 수조차 없는 아저씨들. 너나 없이 '미안합니다.' '내가 죄인입니다.' 정작 미안한 건 우리가 아닌데도 그 한마디가 인사가 돼버린 고통의 시간들.

재규 형님도 그랬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때 "형님이 뭔 죄가 있습니까" 그 한마디를 못한 게 또 이렇게 남습니다. 재규 형님은 그렇게라도 지회장을 따라가서 그 한마디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
다. 저들은 유서가 없으니 단순 추락사랍니다.

김주익 지회장이 빤히 내려다보는 4도크에 피로 써내려 간 유서. 얼마나 더 처절한 유서가 있어야 합니까? 바로 그 4도크에 매어있던 배를 새벽에 잠수부까지 동원해서 빼내가고, 배가 출렁이던 자리엔 조합원들의 한숨과 패배감이 넘실거리고, 그 넓은 도크바닥을 종이 삼아 몸 뚱아리를 붓 삼아 써내려 간 얼마나 더 처절한 유서가 필요합니까? 안기부와 한진자본이 죽인 박창수 위원장은 유서가 없어 13년 동안 의문사입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답니다.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되며, 자살로 인해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무현, 문재인, 그들은 민주화 됐습니다. 도둑놈도 살인마도 그들이 집권하는 순간 민주화가 완성되는 거 한 두번 봤습니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누가 지 입으로 내 독재자요 합디까. 누가 내가 도둑놈이요 내가 살인마요 합디까. 도둑놈도 정의사회 구현이요, 도둑놈의 애비들도 위대한 문민의 정부요, 국민의 정부였습니다.

수능시험이 끝났으니 이제 아이들 차례입니다.
집이 강남도 아니고, 수백만원짜리 과외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노동자의 아이들이 어차피 실업자 아니면 비정규직으로나 살아가게 될 아이들이 차례차례 옥상에서 뛰어내릴 차롑니다. 영등포 경찰서장 짝 날까봐 내놓고 말은 못해도, 아이들의 잇따른 죽음엔 전교조의 기획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입들이 한둘이 아닐겁니다.

강남의 집 값이 1주일에 7억이 오르고, 야당이 한 자본에게서만 100억을 받고, 철도에서, 부안에서, 전교조에서 정부가 했던 약속들이 손바닥처럼 뒤집어지고, 어느 것 하나 정상인 게 없고 어느 구석 하나 상식이 통하는 게 없는데도 용케도 정권이 유지되는 그리고 언제나 비슷한 행태가 되풀이되는 유일한 힘.

경상도에선 자본가도 1번 노동자도 1번, 전라도에선 자본가도 2번 농민도 2번. 이 희한한 연대가 유지되는 한 아무리 피터지게 싸워도 세상은 안바뀝니다.

노동자가 죽고, 농민이 죽고, 노점상이 죽고, 장애인이 죽고, 아이들이 죽어도, 그때마다 다시는 울지 말자 수백 번을 맹세해도, 죽어도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죽었으면, 그 아까운 생목숨들을 그만큼 바쳤으면 영남대승론, 호남필승론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필승론이 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제발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자금을 쌓아놓기 위해 빌라 한 채가 통째로 금고가 되는 시대에, 한푼 두푼 모았던 돼지저금통이 아직도 감개무량하십니까? 자본가에게서 나온 검은 돈으로 정권을 사는 대통령이 노동자 편이기를 바라셨습니까? 조중동의 입이 곧 정권의 이데올로기가 되는 체제에서 민주주의를 갈망하셨습니까? 효리에게 알몸을 보여달라는 스포츠신문들을 돈 내고 사보면서 세상이 바뀌길 바라셨습니까? 삼성해복투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도 라이온스를 응원하는 노동자가 있는 한, 울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줄줄이 개죽음을 당해도 현대 호랑이 축구단이 이기는 날 축배를 드는 노동자가 있는 한 우리는 저들의 손바닥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조남호만 나쁜 놈입니까? 김문기만 죽일 놈입니까? 착한 자본가는 없습니다. 남을 위해서는 단 하루도 살아보지 않은 자들만이, 남의 눈에서 쏟아지는 피눈물을 달게 마시는 자만이 자본가가 될 수 있고, 그게 자본주의입니다.

월드컵경기장으로 가는 게 애국이 아니라 효순이 미선이를 위해, 핵폐기장 반대, 파병반대를 위해 촛불을 밝혀드는 게 애국이요, 대∼한민국을 외치는 게 단결이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게 계급적 단결입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것을 생산해낸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영남·호남의 연대가 아니라 농민·여성·이주노동자·장애인·노점상, 그들과의 연대가 진정한 연대입니다.
철도 동지들, 화물연대 동지들, 쓰라린 만큼만 다시 일어섭시다. 한진중공업 동지들, 세원테크 동지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동지들. 우리가 흘린 이 피눈물만큼만, 꼭 그만큼만 다시 갚아 줍시다.

전국에서 오신 수많은 동지들. 그리고 하도 오래 싸워서 이제는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또다시 맨몸으로 이 시린 겨울을 맞설 장기투쟁 사업장 동지들. 작은 노조라서 신문에 한 줄 안나고, 집회 한번 뽄때나게 안되던 수많은 투쟁사업장 동지들.

돈 없고 권력 없는 노동자들이 몸뚱이로 써내려 왔던 피눈물의 역사. 목숨으로 노동해방 횃불을 밝혀왔던 노동자들의 처절한 역사. 그 역사의 승리를 위해 이제는 검은 머리띠말고 노동해방의 붉은 머리띠를 다시 맵시다. 숨쉬는 것조차 죄스럽고, 지금은 죽을 만큼 힘들어도 기필코 살아서 단결 투쟁 노동해방으로 총진군합시다.


김주익 열사는 지난해 10월 17일 한진중공업 투쟁 도중 돌아가신 분입니다. 한진중공업 회사는 작년 3월부터 '인력체질개선'이라며 약 650여명(조합원 138명)의 노동자를 강제사직시켰었고, 지회는 강제사직을 중단하고 원상복구 할 것을 요구하며 투쟁했으나, 회사쪽은 지회 간부 20여명과 조합비에 대해 7억 4천 4백여만원 손배·가압류, 지회장 등 14명 업무방해·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 26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20명을 징계하는 등 탄압으로 일관했습니다. 김주익 열사의 죽음 이후... 한진중공업에서는 손배가압류 소송을 취하했으나...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04-05-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난쏘공을 읽은터라.....
이글이 가슴이 아프군요!!...ㅠ.ㅠ
예전에 저희 시댁이 영도쪽이어서...한진중공업을 자주 바라보곤 했었습니다...
대기업들은....언제쯤 노동자들의 말에 귀기울여 줄까요??..ㅠ.ㅠ
 
고등어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를 읽고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고선 표어로 삼았었다. 그리고... 고등어를 읽은 뒤... 공지영에게 실망했고, 인간에 대한 예의는... 한때 좋아했던 작가에 대한 예의로 읽었다. 결국 착한 여자를 마지막으로... 그녀의 책을 더 이상 사들이지 않게 되었고, 그녀의 책들은 책장 위로 분류되어 먼지만 쌓여갔다.

얼마전 더 이상 읽지 않는 책, 다시 읽지 않을 책을 골라 방출을 하면서, 문득 고등어를 다시 집어들었다. 아는 이에게 줄 책을 싸면서 가방이 무거워 읽던 책을 집에 놔두고 왔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매끄러운 문체를 따라 거침없이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되었고, 난 또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386세대의 일원임을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상기시키며, 역사는 끝났는가 끊임없이 자학하면서, 너희들도 변절했기에 아무도 날 손가락질할 수 없다고 항변하며, 어쨌든 이후 세대에 비해 자기는 정의로운 한때를 살았다고 위안한다.

오늘의 우리가 있기 위해 386세대의 피땀어린 희생과 눈물이 있었음을 알기에 그들을 존경하는 사람으로써, 공지영의 자위가 모독으로 여겨진다. 아니, 그녀의 눈에는 유행따라 흘러가는 90년대 이후 학번으로 비춰지는 게 더 치욕스럽다. 그녀는 진정 기득권자들이 말하듯 세상은 이미 변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더 이상 투쟁의 80년대가 아니라면, 입학 후 첫 등록금투쟁에서 맞아죽은 내 91학번 동기 경대는 어쩌란 말인가. 80년 광주항쟁 진상규명을 위해 최루탄에 콜록대며 담배를 배워야만 했던 봄날이 거짓이란 말인가. 함께 풍물을 치던 수석이가 죽고, 함께 회의를 하던 희정이가 죽은 게 96년이 아니었던가. 통일축전을 준비하다가 수십만의 전경들에 의해 연대에 갖힌 채 이적단체가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고 매도당하며, 전대협동우회마저 '폭도'에게 지지를 보내줄 순 없다 등돌렸을 때 취재나왔던 기자가 불쌍하다고 던져준 초코파이 한쪽을 십여명이 갈라먹으며 하루의 양식으로 삼았던 게 꿈이었던 말인가. 참으로 맛나게도 라면을 끓여주던 준배형의 죽음은 5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의문사로 남아있을 뿐인데, 이제 투쟁은 없다고? 아직 상반기도 안 지난 올해 분신하거나 살해당한 노동자가 몇 명인지 그녀는 과연 헤아리고 있을까?

그녀가 '잃어 버린 사람들, 그러나 빼앗기지 않았던 사람들, 그래서 스스로 잃어 버렸던 사람들, 잃어 버리고도 기뻤던 우리들'의 비망록을 끄적이고 있을 때도 언제나 이기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지금도 싸우고 있음을 그녀가 알아주면 참 좋겠다. 밸없는 나는 그녀가 '지금도 수고하네' 한 마디만 던져주면 엉엉 울며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할텐데...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랑녀 2004-05-2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글 잘 쓰는 그녀가 참 얄미웠습니다. 그녀가 살아온 형태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적당히 잘 풀어먹고 사는 거 같아서...(제가 꼬였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얄미운데도 그녀의 책에는 자꾸만 손이 갑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하고, 적당히 고뇌하는 척하기에도 좋고...
딴소리> 더이상 아름답다고 할 만한 방황은 없다는 건가요, 아니면 이제 더이상은 아름다운 방황을 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제목이 뜻하는 거요. 그때 읽고 나서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우맘 2004-05-29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으로 공지영을 읽은 것이 벌써 오년쯤 되었나? 스무살을 전후해서 참 많이 읽었는데 말이죠.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독서를 하던 저는, 공지영을 비판하는 글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하긴, 그 때는 워낙 베스트셀러 작가에 대한 찬양 일색이기도 했지만요. 읽으면서 매번 울고,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좋은 작가라고만 추앙했는데...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고, 리뷰를 쓰면서 서재지인 중 많은 분들이 공지영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깨닫고 조금 놀랐습니다. 우물밖으로 열심히 기어나가면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인식의 일부분이 님의 리뷰를 읽고 전환되네요. 맞아요, 투쟁은 90년대에도 끝난 게 아닌데 말입니다.^^

밀키웨이 2004-05-3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진우맘님과 비슷한 기분입니다.
전 정말로 공지영에 대해 비판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뭐..서로 살기 바쁜 사람들끼리 이래저래 책비평하는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도 있고
또 그럴 멍석이 깔린 적도 없었기에 그랬겠지요.
또 저처럼 나는 별로던데...하면서도 괜시리 그렇게 이야기했다가 혼자 찐빠맞을까봐 입 다물고 있었던 듯...합니다. 다들 너무너무 좋다고 하시는 그런 분위기에서 말입죠.

하여간 새로운 시각을 접하게 되어 머리가 션~~해지는 기분입니다.
이런 기분 자주자주 맛보게 해주세요 ^^

nemuko 2004-06-0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공지영을 읽으면서 느껴왔던 기분의 변화들을 님이 아주 적절하게 표현해주시네요. 이제는 그렇게 잊혀진 작가가 되는것 같습니다. 님의 글 추천하고 갑니다^^.

반딧불,, 2004-06-1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공감합니다..
왜 제가 그녀를 싫어하는지..딱 잡아 말하지 못했고.
느낌표에서 봉순이언니가 선정되었을 때도 왜 그녀여야 하는가..
차라리...공선옥이나 하성란이라면 이해를 하겠다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싫습니다ㅠ.ㅠ

내가없는 이 안 2004-07-1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지영이란 작가 이야기, 너무 가슴에 와닿아서 몇자 써봅니다. 그런데 말이죠, 전 위악스럽다거나 가식적이란 느낌이 들면서도, 한때 그 길을 걸어온 작가로서 완전히 다른 배반적인 모습으로 두드러지게 살지 않는 것만으로도 애정이 느껴져요. 고등어에서 '난 운전면허증도 못 따고 뭘 했나' 하는 작가의 고백에 어이가 없어하면서도 그럼에도 이문열 같은, 진중권 같은 이의 모습이 아니라 고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어쩌면 그는 묘하게 비껴서 있는지도 모르겠구요... 글쎄, 공지영이란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이를테면 임종석 씨가 임수경 씨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처럼, 고마울 것까진 없어도 그냥 애정은 남아 있네요...

sayonara 2004-08-3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합니다. 저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건데...
막연한 거부감이 무엇때문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키타이프 2004-09-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명쯤은 공지영 사수파가 나올법도 한데, 댓글들이 다들 안티 쪽이네요.
근데 어쩌나, 저도 그런 심정으로 이 글을 보면서 '글치, 글치'라면 동감을 표했는걸요.
고등어를 보는 내내 그 내용들이 그녀의 공치사인것 같아 쳇.쳇 거렸던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지라르 매니아 2010-02-2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딱히 공지영에 대한 안티라기 보다는,
유명세라는 것이 원래, 너무 진지하면 안 되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
베스트 셀러가 지녀야할 적당한 층,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고, 지나치게 진지하지도 않은
그런 감각이 공지영에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호랑녀 님의 지적에도 많이 공감합니다.

꼬리별 2010-02-2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공지영에 대한 비판글을 읽어 본 적이 없다는 분들이 오히려 놀랍네요. 공지영 작가 자신은 대중소설가라고 낙인찍혀서 진지한 문학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문단의 분위기에 매우 상처받았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게 고통스럽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너무 잘 팔리는 것이 작가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저는 공지영작가와 일면식도 없지만 같은 학번으로 같은 세대를 그녀와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그녀의 후일담소설들, 살아가면서 새롭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녀의 한계라면 중산층 출신의 운동권들이 가졌던 존재의 모순이 있다는 거죠. 같은 나이의 공선옥에겐 찾아 볼 수 없는 모순. 그러나 그런 존재의 모순이 오히려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바탕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녀는 무엇보다 솔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진지하며, 열심히 사는 글쟁이입니다.
 

대충형 인간 
 
만약 그저 사람만 좋았지 업무는 대충대충 넘어가거나 일에 열정이 없는 상사를 만나 그 밑에서 얼렁뚱땅 수년을 지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타성에 젖어 그런 분위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그런 직원은 치열하게 일을 배워야 할 시기에 상사를 잘못 만나 대충형 인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의 이런 간부는 사표를 써라>
 
 * 자기가 책임을 져야죠. 결국 모든 것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게 됩니다. 언제인가가 문제가 될 뿐이지요. 지금 달콤하게 지내는 것에 결코 취해선 안됩니다. 나중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게 되거든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weetmagic 2004-05-2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지금 달콤하게 지내는 것에 결코 취해선 안되는데 마음대로 참 안돼요

조선인 2004-05-29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더군다나 지금 내 상관이 "그저 사람만 좋았지 업무는 대충대충 넘어가거나 일에 열정이 없는 상사"랍니다.
심지어 주간업무보고를 쓸 때마다 덧글로 "팀장님, 저 이번주에 내내 놀았는데 다음주에도 놀게 될까요?"라는 말을 4월부터 매주 쓰고 있는데... "일 없으면 놀아야죠."라는 답변만 듣고 있습니다.
 

어제 시어머니께서 오셨다.

아침 6시에 올꺼라곤 상상을 못했길래 있던 찬으로 부실하게 아침을 대접드리고 어딜 갈까 의논하다가

하나로마트 의류창고대세일을 구경한 뒤 찜질방에 가기로 했다.

창고세일은 볼 게 없었지만 하필 입구에 장난감을 배치해 들어가며 하나, 나오며 하나, 마로걸 사야했다.

찜질방은 수지나 일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무료로 헬스시설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점심을 먹은 뒤 탕에 갔는데, 나보다 더 부끄러워하며 연신 수건으로 몸을 가리는 시어머니가 재밌다.

마로는 물장난에 넋이 빠져 40도가 넘는 탕에도 쫒아들어오고 안 가겠다고 우는 걸 달래느라 좀 고생.

문제는 신랑... 전화를 해보니 있는대로 성질을 피우며 난, 집이야 하고 뚝 끊는다.

게다가 시어머니 신발이 없어져 쩔쩔 매다가 도둑이 남기고 간 듯한 다 떨어지는 신발 끌고 집에 오니,

자기는 30분만에 씻고 나와 1시간을 기다리다가 집에 온 지 30분도 넘었다며,

무슨 목욕을 그리 오래 하냐고 신랑이 펄펄 날뛴다.

우리야 마로 때문에 교대로 씻을 수 밖에 없고, 마로도 씻겨야 하니 3배로 시간이 드는 건 당연하지 않나?

하여간 살살 신랑을 달래 어머니 신발을 사러 도로 나왔다.

그놈의 돈이 뭔지 할인마트에서 신발을 사드려 죄스럽기만 한데도 어머니는 희희낙낙.

간단히 장도 봤지만, 신랑이 피곤하다고 집에서 밥차려 먹기 싫단다.

할 수 없이 마트 지하에서 저녁을 때우는데, 마로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파게티에 도전했다.

이런 걸 먹여도 되나 걱정했지만, 먹고 싶어하는걸 말리냐는 시어머니의 손녀 역성에 졌다.

할머니의 든든한 응원에 힘입어 혼자서 스파게티 1인분을 다 먹어치운 딸.


외할머니 몫까지 친할머니께 사랑받기를...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호랑녀 2004-05-2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여도 되요, 조선인님^^
늘 먹는 거 아니고, 가끔 먹는 건데...
(우린 아예 목욕탕에 갈 때마다 몇시에 만나자고 약속하는데, 그 약속 못 지킨 사람은 늘 남편이랍니다)

진/우맘 2004-05-2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로, 너무너무 귀여워요.^^

starrysky 2004-05-2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허허헉, 저 조선인님 아가 사진 처음 보는데 혹시 TV에 나오는 아가인가요? 모델이나 탤런트? 너무너무 이쁩니다아!!!! 예쁜 여자아이만 보면 좋아 죽는 저한테 마로는 코옥 찍혔습니다. 사진 더 마니마니 올려주세요오오!!! (쓰고 보니 왠지 변*스러운..;;; 저 나쁜 사람 아니어요. ㅠㅠ 이쁘고 귀여운 아가한테 껌뻑 죽을 뿐.. 흑, 다시 봐도 진짜 이뿌다)

조선인 2004-05-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앞으론 시어머니와 자주 시간을 보내려고 생각중입니다.
호랑녀님, 울 신랑은 앞으로 여자들이랑 다시는 같이 찜질방 안 간대요.
진/우맘님, 스탈릿님, 귀엽다고 말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실은요,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보다 훨씬 더~ 이쁘답니다. 최소한 엄마, 아빠 눈에는요 ^^

노란장미 2004-06-0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어도 된다..ㅎㅎㅎ
난 요즘 점심때 가끔 해먹는다..요즘 토마토 많이 나오잖어...
간단하게 야채랑 고기 갈은거랑 토마토랑 볶아서 해주면 한그릇 뚝딱이지 뭐...
마로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넘넘 구여워...에궁...
기냥 채성이 어린이집에서 바람도 핀다는데 울끼리 기냥 다시 사둔 맺으까..


조선인 2004-06-0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돈 조옿지~
 

화요일 오전 컴퓨터가 이상하게 느렸다.

알고 보니 agobot 변형바이러스에 당한 것이다.

재빨리 치료했으나, 오후가 되니 또 컴퓨터가 이상하다.

또 바이러스였다.

agobot이 네트워크 바이러스인지라 다른 직원들에게 의심의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마케팅팀에서 1명 더, 경영지원팀 4인 모두에게서 바이러스를 발견해냈다.

하필 담당자가 할아버지 상으로 휴가일 때 바이러스가 창궐하다니...

즉각 모두 랜선을 뽑으라고 엄포를 했지만 다들 귓등으로 들었나보다.

오늘 출근하자마자 바이러스 대란을 선포하고 조모씨와 숙주를 찾아내고,

(숙주는 agobot-norton, windns32.exe, wlansvc.exe 등 각종 바이러스 파일은 물론이고

그 모든 화근인 gt백도어까지 깔려져있었다.)

사내 모든 컴퓨터를 뒤져보니, 죄다 중병이다.

모든 컴퓨터의 바이러스를 색출해낼 때까지 인터넷을 쓰지 말라고 또 다시 엄포했지만,

점검이 끝나자마자 너도 나도 랜선을 꽂아 메일 확인하기에 바쁘다.

네트워크 바이러스라 재감염되기 쉽다고 잔소리를 해댔지만 어디 말을 들어야지.

일단 모든 컴의 점검이 끝난 뒤 나도 랜선을 연결했지만, 그런 작자들 땜시 영 불안하다.

게다가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회사들에서 여기저기 컴퓨터가 이상하다고 전화가 날라오기 시작한다.

도로 랜선을 뽑아야 하나... ㅠ.ㅠ 일단 꽂고 나니 나도 빼기 싫다. ㅠ.ㅠ

.

.

.

우려했던 대로 오후부터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기 시작했다.

재감염 3번째...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호랑녀 2004-05-2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컴도 요즘 좀 이상합니다...
그런데 컴맹이라 그런 거 확인도 못합니다... 그냥 석 달만 잘 버텨주라... 부탁하고 있습니다. 그때 되면 새로 사주겠지 하면서요.

조선인 2004-05-2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조치를 취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파일 날라가서 후회하시기 전에요.
더 무서운 건...
누군가 백도어를 설치하고 님의 사생활을 감시하거나, 신용정보를 빼돌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