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처6첩의 이야기가 아무리 꿈속의 방탕함이라 하나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홉 구름의 환몽 구조가 파리의 연인의 원형이라는 생각이 잠깐의 즐거움을 줄 뿐.
지난 토요일 헤세와 그림전에 갔더랬다. 기대보다 실전시품목이 조금 아쉬웠지만 미디어아트로는 거의 모든 작품이 망라되어 있으니 어찌 보면 더 장점일 수도 있겠다.무엇보다 남는 건 그의 마지막 시.잎도 없이 껍질도 없이벌거숭이로 빛이 바랜 채너무 긴 생명과 너무 긴 죽음에 지쳐버렸네.`꺾어진 가지` 중에서
사강의 소설은 늘 한 걸음 떨어져 읽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문장씩은 나를 매혹하는데 주책맞게도 그건 대개 제목이다.굳이 이 책에서 한 문장을 더 찾는다면... ˝모두들 나에게 분위기를 바꿔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애인을 바꾸게 되는군.˝ 이라는 자조와 자부심이 섞인 듯한 문장. 어쩜 여기에 자부심이 있다고 느끼는 건 연애와는 백만 광년 떨어진 아줌마의 자격지심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