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강의 소설은 늘 한 걸음 떨어져 읽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문장씩은 나를 매혹하는데 주책맞게도 그건 대개 제목이다.
굳이 이 책에서 한 문장을 더 찾는다면... ˝모두들 나에게 분위기를 바꿔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애인을 바꾸게 되는군.˝ 이라는 자조와 자부심이 섞인 듯한 문장. 어쩜 여기에 자부심이 있다고 느끼는 건 연애와는 백만 광년 떨어진 아줌마의 자격지심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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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설픈 완벽주의자였다. 늘 시간에 쫓겼고 나의 성과는 보잘 것 없었다. 목표를 위해 때로는 식사를, 때로는 잠을 포기하며 살았다. 그 와중에 결벽증도 있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내 시간 관념은 달라졌다. 게으름을 위한 찬양을 아이를 통해 배웠다. 더 이상 깔끔을 떨지 않게 되었다. 난 느슨해졌고, 뚱뚱해졌고, 잠보가 되었다.
나의 변화에 남편은 좀 불만을 가졌지만-특히 청소나 정리정돈- 내게 여유가 생기면서 남편과의 신경전은 줄어들었고, 싸워도 보다 쉽게 화해를 하게 되었다. 가끔 이 변화로 인해 아이들을 너무 태평한 성격으로 키우는 게 아닌가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호승심이나 성취욕을 아예 몰라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평화롭고 행복하다. 이게 애들의 자산이 될 거라고 믿고 싶다.
나나 애들이나 시간의 가난에 벗어나기 위해 Not bad is perfect라는 격언을 챙기며, 이 책에서 용기를 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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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찬란한 그들
우지혜 지음 / 다향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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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전환으로 중고서점에서 로맨스소설을 사재기 했는데 우연찮게 한 작가의 연작소설 2권을 샀음을 뒤늦게 알았다. 앙트레로 시작할까요의 정제이와 이 소설의 고은석은 친구 사이. 당차고 능력있는 닮은 꼴 여주인공이 꽤 마음에 든다. 쓸데없이 노골적으로 야한 묘사만 남발하지 않는 점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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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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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대학때 읽었으면 진짜 열광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은 젊음을 빼앗겨 감성조차 빼앗기겠네`라는 심정이랄까. 한 편 한 편 맛깔스럽게 읽으면서도, 머리로는 비주얼이 굉장하구나 생각하면서도, 영화도 봐야겠는걸 계획을 세우면서도, 마음의 폭풍 고저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책이 문제가 아니라 내 메마름 탓. 그러니 다른 분들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이 책을 읽기를. 부디 눈부신 시각과 촉각과 후각과 미각의 향연을 좀 더 생생하게 느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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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08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생각날 때마다 읽으면 기분이 묘해요. 여주인공의 뜨거운 마음에 몰입되고 그래요. 조선인님의 말씀처럼 이 책은 한창 사랑해야 할 젊은 시기에 읽어야 합니다.

hanicare 2015-06-09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책도 제 철이 있어요.
저 또한 지금 읽으면 도저히 스며들지 않는 책들이 꽤 되네요.
씁쓸하고 쓸쓸합니다...

저는 이미 반환점을 돈 나이라고 생각해요.
생생한 것이 생생할 때 맘껏 읽어둔 것이 약간의 위로랄까.
늙어 입맛 둔해진 때 산해진미가 뭐 의미가 있겠나 싶습니다.

역설적인 게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돈이 많을 땐 시간이 없고
체력이 좋을 땐 돈이 없고 ㅎㅎㅎ 돈이 있을 땐 이미 늙었고.

반딧불,, 2015-06-20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늙어버린 스스로에게 많이 놀랍니다 ㅎㅎ
매일.매순간. 감흥이 없어요.

조선인 2015-06-2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늙었다는 말은 심해요. ㅎㅎ
 

기특한 큰애

오늘 아침 적반하장인 남편에게 짜증이 나 있었는데, 회사 동료가 보내준 카톡에 빵 터졌다. 그러게. 자기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양반이 기특하게 돈은 벌어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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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05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버지도 가끔 가입한 보험을 몰라서 어머니한테 꾸중 듣습니다. ㅎㅎㅎ

조선인 2015-06-05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사연은 남편이 기차타고 출장가는 사람에게 보험증권을 출력해달라면서 본인이 가입한 보험이 어디인지도 몰랐다는 사연이지요.

토토랑 2015-06-1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두 이 글 보구, 남편한테 섭섭한 마음 풀고 있었는데. 조선인님도 그러셨다니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