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조세 부담률은 OECD 평균 25%보다 낮은 20.1%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이 많다는 인식의 원인은 사회적 그물망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하기 때문일 것이고, 탈세하는 00들에 비해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이 상대적으로 더 털리고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일 것이다.


GDP 대비 국가의 재정 규모,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작은 정부다. 한국은 저조세 국가인 미국과 영국처럼 복지를 거의 시장에 맡기는 앵글로색슨형 자유경쟁 자본주의 국가와 비슷하다. 김미경은 한국을 전형적인 감세 국가, 즉 공적 지출은 많지만 조세 수준은 낮은 국가로 분류한다. 우선 국가의 재정 규모도 ‘작은 정부‘, ‘작은 국가‘에 속하다. <표8>에서 경제 총량인 GDP 대비 한국의 일반 정부General Government (중앙 정부, 지방 정부는 물론 건강보험 지출액 같은 비영리공공기관 지출까지 포함한 개념) 지출 규모는 2020년 기준 33.9퍼센트로 OECD 평균(40.8퍼센트)보다 약 7퍼센트포인트 낮고,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 다음으로 낮았다. 한국은 칠레, 콜롬비아, 리투아니아 등 후발국, 그리고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과 유사한 전형적인 ‘작은 정부‘를 가진 나라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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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온원 - 일 잘하는 팀장의 대화력
백종화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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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은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한다는 얘기다. 부정적인 느낌을 사라지게 하는 건 영어 단어로 바꾸는 게 아니라 면담자의 자세이고, 이를 다루는 책은 이미 있었다. 굳이 영단어로 바꿔치고 새로운 이야기인 양 재포장하는 게 우습다. 나도 IT업계 종사자이지만 원온원 미팅하자고 할 때마다 실소가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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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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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아는 것은 없으면서 과학을 동경한다. 독서모임에서 누군가는 이 책이 장르를 정의할 수 없는 뒤죽박죽 책이라 했지만, 내가 읽은 바 대로라면 이 책은 내가 꿈꾸는 과학서 그 자체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걸출한 분류학자에 대해 중고등학교 어느 때인가 배운 적이 있다. 고등학교 국민윤리에서인지, 대학교 철학과 사회 수업에서인지 우생학 논쟁을 다뤘을 때도 분명 그의 이름이 언급되었었다. 하지만 그 둘의 기억은 조각난 채 각기 다른 서랍 속에 잠들어 있었고, 이 책을 통해서야 간신히 퍼즐 맞추기가 가능했다. 책을 반 정도 읽을 때까지도 난 데이비드 스타를 새로 만난 과학계 스타로 점찍고 있었고, 그의 편집증적인 분류학 몰두에 존경심을 표하고 있었다.


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학문이다. 아무런 노동이나 수고 없이도 습득할 수 있으며, 정신에 우울함이 스며들지 못하게 해주니 말이다

데이비드 스타는 나의 무지를 꾸짖으며, 동물분류학의 세계로, 과학 속으로 내 손을 잡아 끌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다윈의 뒤를 이어 진화의 선물을 전달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진화가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은 "우리는 실제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진화는 우월성을 장담하지 않으며,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진화는 환경에 대한 적응의 선물이며, 종의 다양성을 보존해주는 생명체의 신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우생학자들은, 어쩌면 오늘날의 무지한 인간들도 진화의 의미를 깨우치지 못 하고 있다.


한 종에서 돌연변이와 특이한 존재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그 종이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노출되도록 만들어 위험을 초래한다.

장애인들의 목숨 건 이동권 투쟁을 휠레반이라며 욕하는 무지한 자들이 바라는 세상은 얼마나 편협하고 취약한가. 유모차를 끄는 가족과, 지팡이 짚는 노인들이 사라진 나라에서 그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마침내 데이비드 스타에 대한 고발이 낱낱이 이루어졌을 때 나는 또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그의 학력에, 번지르르한 수상 경력에 휩쓸렸던 나 역시 한 없이 비과학적 인간인 것이다.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이제 더 이상 데이비드 스타를 위대한 과학자로 평하지 말자. 그는 비과학적 인간으로 인류의 과학사와 진보에 해를 끼친 존재이다. 여지껏 그를 떠받들도록 방치한 보수적 학계와 사회는 다 같이 반성해야 하며, 어두운 지배자들은 물리쳐야 할 존재이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전기라고 착각하도록 나를 완벽히 속여준 작가에게 너무 감사하다. 오랜만에 기승전결이 완벽한 책을 읽게 되어 행복하다. 후기마저 완벽하다. 스탠퍼드대학과 인디애너대학에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름이 붙은 건물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기쁘다. 난 변화와 진보를 만든 책을 뒤늦게나마 읽은 영광을 누린 것이다.


<뱀꼬리>

작가가 추천했는데, 왜 우리나라 출판사들은 아직도 윤계숙씨의 책을 번역 안 하고 있는 거죠?

Naming Nature가 속히 번역되길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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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린다는 데 하늘에 뜨는 달인가 아니면 세월 속에 흐르는 달인가 알지 못하겠다.
달리는 말 또한 야백과 토하처럼 발로 달리는 말인지, 입과 입으로 전해지는 말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내가 느낀 건, 작가를 둘러싼 온갖 허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 김훈의 문체와 문장과 글을 좋아한다는 게 참으로 망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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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6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요. 아 진짜 저는 김훈작가의 그 꼰대성 너무 싫어서 안좋아하고싶은데 문장이..... 에휴..... 근데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맘이 인가더라고요. ㅎㅎ

조선인 2023-01-09 09:01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와 좋다는 아니지만... 와 이렇게도 기깔나게 쓸 수 있구나 한 단어, 한 문장, 한 대목마다 감탄했어요. 정말 애증의 작가입니다.
 

이광수 주연의 <살인자의 쇼핑목록> 드라마가 재밌었다. 연출이 누구고 각본이 누군가 슬쩍 검색할 정도로. 한지완 작가는 <원티드>와 <오늘의 탐정>이라는 전작을 가졌고 특히 오늘의 탐정이 좋았던 나는 역시... 이러며 지나쳤다. 뒤늦게 원작이 있다는 걸 알고 책을 보니 달랑 25쪽짜리 단편이 8부작 드라마가 된 것이니 한지완 작가 정말 대단하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왕 빌린 김에 나머지 단편도 슥슥 읽어보니 강지영 작가 글빨도 장난 아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용서]는 따스한 끝이 좋았고, [러닝패밀리]와 [어느날 개들이]와 [각시]는 섬찟한 끝이 좋았다. [덤덤한 식사]는 제목 만큼이나 덤덤한 끝이 좋았다. 한 마디로? 짧은 단편에 기승전 클라이막스 결말까지 바이킹 태울 줄 아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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