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림열전의 저자와 함께하는 역사기행 - 여주, 영월

장릉에 도착했을 때 아버님의 체력은 완전히 소진되었다.
할 수 없이 한 바퀴 휘이 산책만 하고 무어 하나 제대로 둘러 보지 못 했다.
원래 이날 관풍헌과 자귀루까지 모두 돌아볼 작정이었으나,
어쩔 수 없이 일정을 바꿔 부모님을 댁까지 모셔다 드리고 그곳을 숙소삼아 묵었다.
아쉬운 마음에 아이들 사진 몇 장... 









그러고 보니 조선 시대 왕릉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찾아 보니 생각보다 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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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7-1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열심히 다니실 수 있는 열정에 감탄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090606이라니 그날 하루에 이리도 많은 곳을 다니녔다는 얘기?!? 우와~~~

조선인 2009-07-1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저희 부부가 좀 극성 맞아서 첫번째 일정이었던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에 간 게 9시가 좀 못 됐을 때였어요. 게다가 영월의 명소들은 거의 붙어 있어서 이동거리가 30분 미만이랍니다. ^^
 
사림열전의 저자와 함께하는 역사기행 - 여주, 영월

카르스트 지형 영월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선돌도 빼놓을 수 없다.
선돌을 내려다 보려면 소나기재에 올라야 하는데,
해발에 비해 산이 높아보이는 것은 그만큼 유수가 만들어낸 골이 깊기 때문일 것이다. 





선돌전망대로 가는 길은 참 예쁜 나무계단이다.
'가을로'라는 영화에 이곳이 나왔다는데, 삼풍참사의 기억 때문에 차마 못 보는 영화다. 
아이는 엄마의 양산을 뺏어들고 신나게 앞서간다.



선돌이 깎여진 모습과 높이를 보면 이곳까지 동해 바닷물이 넘실거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등학교 지리시간때 먼 옛날 동해안이 융기하여 태백산맥이 생기고
그리하여 우리나라가 동고서저 지형이 되었다 배운 기억이 어렴풋한데,
새삼 책을 찾아보니 그게 지금으로부터 6천5백만년 전 이야기다. 참 까마득하다. 



욕심으로는 저 아래 흐르는 서강에 배를 띄워 아래에서 선돌을 올려다 보고 싶고,
남애마을 장수의 전설이 어린 자라바위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버님이 눈에 띄게 피곤해 하시기 시작하셨다.
시부모님과 함께 답사가고 싶어했던 옆지기의 효심이
부모님 체력에는 무리라는 걸 깨닫고 옆지기는 울적해 했지만,
손주들이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는 걸 보는 아버님 표정만은 환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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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0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림열전의 저자와 함께하는 역사기행 - 여주, 영월

단종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이번 답사 여행의 핵심이었다.
청령포를 찬찬히 둘러보기 위해 이르지만 그 앞의 리버텔가든에서 점심을 먹었다.
곤드레국밥과 곤드레밥을 반반 나눠 시켰는데,
특히 국밥이 제대로라 애들조차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다 먹었다. (강추!)
단종이 청령포에 들어가기 전 주막에서 곤드레국밥을 대접받았다며
주인아저씨는 자랑스레 유래를 말하지만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배가 오길 기다리며 건너편을 바라 보자니 청령포는 울창한 송림으로 이루어진 섬 같아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서강으로 나뉘어져 있을 뿐 맞은편 강변에 불과하다. 
지도에는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단종 거처 뒤로는 육육봉이라는 암벽산이 막혀 있어
천연의 감옥으로 안성 맞춤이었던 거다. 



서강의 수심은 그다지 깊지 않았는데, 그나마 어제의 비로 물이 불은 축에 속한단다.
태백산맥을 넘는 높새바람의 영향을 받아 영월이 가물다는 걸 실감하겠다. 



딸아이는 생전 처음으로 배를 탄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5분도 채 안되는 거리를 통통배로 건너는데,
이 정도 거리와 수심이라면 옛스럽게 나룻배나 뗏목을 운영하는 게 어떨까 싶었다. 



뱃전에서 발견한 초소 - 딴에는 청령포의 아름다운 천년의 숲과 구색을 맞추려 했나 본데
시멘트벽에 페인트 그림이 영... 요새말로 안습이다.



배에서 내려 건너편을 바라보니 이 정도면 굳이 배가 없어도 도강이 가능하다 싶었다.
단종이 청령포에 유배된 해가 1456년이었고,
그 이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강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고 하니,
당시 영월의 호장 엄흥도는 매일밤마다 강을 건너 단종에게 문안을 드리러 갔다는데,
어쩌면 수이 걸어서 건넜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단종 어가에 들어서기 앞서 한참 동안 어둑한 송림을 산책했다.
빽빽한 소나무 숲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자니 산림청이 천년의 숲으로 지정한 이유가 공감됐다. 



그 중에서도 관음송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수령이 600년이 넘는다 했다.
관음송 중간에는 옆으로 뻗은 가지가 있는데,
단종 유배 시절에는 저 가지가 땅 위에 의자처럼 누워 있어
단종이 그 가지에 앉아 오열하는 소리를 보고 들었다 하여 觀音松이라 한단다. 



한참을 소나무숲에서 노닐다 어가를 들어선 순간 이게 뭐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내문을 보니 '2000년 4월 5일'에 복원한 거란다.
게다가 안내문에는 승정원일지에 따라 기와집으로 복원했다는데,
단종이 머문 '본채'와 궁녀와 관노가 머물던 '사랑채'로 이루어졌단다.
어쩌다 승정원일기가 일지로 둔갑하고 행랑채가 사랑채로 뒤바뀌었는지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이 행랑채는 당시 궁녀의 모습을 재현한 마네킹을 잘 보여주기 위해 유리문짝을 달았다.

 

본채는 정면5칸, 측면3칸의 팔작지붕 기와집인데,
투막집이었는지 기와집이었는지 논란은 둘째치고 뭔가 어색해 보였다.
이유가 뭘까 싶어 나중에 웹 서핑으로 다른 한옥 사진과 비교해 보니
건물규모는 대가집 사랑채 수준인데 기단은 대문채 수준이라 균형이 안 맞아 보였나 보다. 
하긴 건물 2채(59.6평, 12.4평) 복원에 든 예산이 달랑 1억이었다는데,
한옥 건축 비용이 평당 1천만원대인 걸 생각해보면 예산이 너무 졸렬했다 싶다.



<남산리 최씨고가 사랑채 비교> 



<구미 쌍암고택 대문채 비교> 



본채에도 역시 마네킹이 있었다.
우리의 조상은 전신사조(傳神寫照)라 하여 외모가 아니라 그 정신세계를 담아야 한다 했는데,
그 후손들은 외모조차 비슷하지도 않은 서양 마네킹을 세우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절하는 충신의 머리가 단종의 앉은 자리보다 앞으로 튀어나와 등짝으로 절드리는 꼴이요
아무리 단종을 감시하는 역이라 하나 포졸이 문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도 요상하고,
본채에 떡하니 궁녀의 침소가 함께 있는 것도 영 괴이쩍다. 
귀양온 단종을 모시던 궁녀가 여섯이요, 시종이 하나 있었다는데,
어떤 궁녀는 행랑채에 숙소가 있고, 어떤 궁녀는 본채에 숙소가 있었단 말인가?







어가를 복원하지 말고 발굴한 터 그대로 석단과 기와편이나 놔두는 게,
단종어가를 향해 절 드리고 있는 두 소나무의 애가를 살리는 길이 아닌가 싶다. 





어가 옆의 단묘유지비와 금표비는 영조 때 지어졌다.
숙종이 24년(1698년)에 단종과 그 충신의 이름만을 복위시켰다 하면
영조는 2년에 청령포에 금표비를 세워 왕이 계셨던 곳이라며 보호했고,
9년에는 장릉에 비각과 수복실과 정자각을 세웠고,
10년에는 단종태실비를 새로 세우고,
19년에는 단종의 시신을 거둔 엄흥도에게 벼슬을 내리고,
34년에는 엄흥도에게 친히 제문을 내려 사육신과 같이 모시도록 하였으며,
39년에는 어가있던 자리에 친필로 단묘유지비를 세웠다.
영조가 왜 이리 단종복위에 신경을 많이 썼는지 이유가 궁금한데,
아버지 숙종의 업적을 이어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인지,
후궁의 아들로서 단종에게 동병상련을 느낀 것인지,
노론을 견제하고 소론에게 힘을 주기 위한 일환이었는지,
어쩌면 그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 모를 일이다. 





청령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망향탑에 올랐다.
깎아지른듯한 절벽 위에 돌을 쌓으며 단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안내문에는 단종이 아내인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쌓은 것이라 쓰여 있으나,
망향탑의 위치가 너무나 절묘하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지금이야 난간으로 막혀 있지만 그 시절엔 한발만 내디디면 저 세상인 곳이다.
어쩌면 단종은 언제 닥쳐올지 모를 죽음의 예행연습장으로 이곳을 삼았던 게 아닐까. 



망향탑 위로는 길도 이어지지 않는 육육봉이 높다랗게 솟아 있다. 
끊임없는 단종복위운동으로 잠자리가 불편했을 세조가
육지의 섬이나 마찬가지인 청령포를 단종의 거처로 정한 이유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청령포를 떠나기 아쉬워 다시 한 번 소나무숲을 거닐었다.
울창한 송림의 가장자리로 나서면 어린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누가 부러 심은 건지, 저절로 자라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린 초록이 사랑스러워
7월에 다시 올 날을 벌써부터 손 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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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7-09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번 여름휴가를 영월 갈려고 숙소 예약까지 다했다가 취소됐어요. 여기 가보고 싶었는데.... ㅠ.ㅠ

라로 2009-07-09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곳이군요!!!!

조선인 2009-07-09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다음주에 같이 가실래요?
나비님, 청령포는 단종의 역사가 아니더라도 꼭 가봐야 하는 풍광입니다. 소나무숲이 영혼을 맑게 정화시켜줘요.

Arch 2009-07-0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대답 잘 하셔야해요^^

조선인님, 좋으셨겠다. 유적지나 옛 집터를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한다면 좋을텐데... 저 초소는 정말 미안할 지경이네요. 앞으로도 여행 많이 다니셔서 좋은 페이퍼 남겨주셔요.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예요. (이렇게 예쁜 말 쓰니까 왠지 저답지 않아 몸이 배배 꼬여요. 흡)

조선인 2009-07-09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ㅎㅎ 님도 같이 가시려우?

Arch 2009-07-16 09:46   좋아요 0 | URL
하하, 말 잘해야해, 말 잘해야해. ^^
초대해주시면 옥찌들 이끌고 대장 노릇하면서 출두해야죠. 히~

조선인 2009-07-16 21:45   좋아요 0 | URL
아치님, ^^

꿈꾸는섬 2010-08-10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령포 너무 멋져요.^^

조선인 2010-08-11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영월여행, 기대해도 좋으실 겁니다. ^^
 
사림열전의 저자와 함께하는 역사기행 - 여주, 영월

영월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카르스트 지형 중 하나이다.  
영월하면 흔히 동강을 떠올리지만 읍내를 구비 구비 도는 건 서강이요,
서강과 한 줄기로 이어진 창천강이 만들어낸 걸작이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이다.  



별표 한 저 지형을 선암마을 뒷산에서 보면 영락없는 한반도가 된다. 
위성지도 왼쪽 위로 보이는 길을 따라 가다가(네비게이션에도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이 나온다)
표지판 있는 곳에서 내려 300미터 남짓 걸어가면 된다.



마침 전날 비가 많이 내려 온통 황토물이지만 원래는 물이 참 맑은 곳이란다.
저 아랫마을까지 트레킹 코스가 이어져 있는데 마을에 가면 뗏목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들과 부모님만 아니라면 가벼운 등산을 즐길 만 하나,
잘 닦인 등산로가 아니라 '산길'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한반도 지형 외의 자연 풍광은 훌륭하진 않다.
위성 지도로 알 수 있듯이 산 전체가 온통 석회암 채석장인 도덕산 외에도
마을 주변 여기 저기 채석장과 시멘트 공장이 널려 있다.
한 번 놀러간 우리야 알 수 없겠지만 선암 마을 사람들은 그 분진과 소음으로 고생이실 거다. 



한반도 지형과 비교하라고 지도 한 장 세워놓은 걸 소박하다 할지 안스럽다 할지 싶은데,
감입곡류천이니 어쩌니 어려운 말 안 쓰더라도
물에 잘 녹는 석회암 지대를 따라 구비구비 물길이 만들어낸 우리나라를 구경해 보시라
몇 글자 적은 안내판이 있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다운 생각을 해버렸다. 

내려오는 길에 마을 주민이 파는 칡즙을 한 잔 사 마셨는데,
종이컵 한 잔에 천원이 아깝지 않게 시원한 즙을 그득이 따라주시고,
톡 쏘는 진한 맛이 일품인지라 계피향이라도 첨가했냐 넌지시 물었더니
아저씨는 펄쩍 뛰며 어제 오후 직접 캔 칡이고 오로지 칡만 통째로 갈은 거라며 억울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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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07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토물이 꼭 로열 밀크티 같아요. 전 저런 진한 황토물도 좋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7-0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네요 ^^

아.. 조선인님은 송선배님의 짝꿍이시군요 ㅎㅎ
(이 사진을 볼때까지 몰랐다니..이 독특한 이름을 보고도)
마로가 참 많이 컸네요.. 신기하다.
세상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인 2009-07-0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이 날 간간히 안개비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햇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 오히려좋았지요.
휘모리님, 앗, 누구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07-07 10:52   좋아요 0 | URL
아 저는 5년간 나라사랑청년회를 했어요 ^^
(1년반전에 아파서 그만두고 놀고 있습니다 ㅎㅎ)

조선인 2009-07-07 11:27   좋아요 0 | URL
반가와요, 이렇게도 만나지네요. ^^

같은하늘 2009-07-0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진 정말 멋집니다...

그런데 요 위에 보니 아시는 분을 만나신듯...
세상 정말 좁아요... 죄 짓고 살면 안되요...^^

조선인 2009-07-08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사진이 아니라 지형이 장관인 거겠죠. ㅎㅎ

행복희망꿈 2009-07-0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한반도 지형 정말 멋지네요.
정말 우리나라 지도랑 너무 똑같아요.
조선인님의 페이퍼를 보면 참 다양하네요.
저도 즐겨찾기 꾹~ 누르고 갑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요.^^

조선인 2009-07-08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희망꿈님, 제가 원래 좀 잡다구리합니다. *.*
 











 



















 

보탑사는 아름답다.
1996년에 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부처에 대한 믿음이 가장 높았던 고려 시대의 사찰이라 해도 깜박 속을 지경이다.
부처를 모시듯 꽃을 모시고, 꽃을 사랑하듯 부처를 사랑하는 절이다.
이리저리 홀린 듯이 사진을 찍으며 DSLR이 없다는 것에 진심으로 혀를 찼다.
사랑하는 딸아들마저 보탑사를 가리는 장애물로 여겨지고,
옆지기와 내가 무신론자라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5월 1일~5일로 예정되었던 가족여행이 어긋나 없잖아 모난 마음이 있었다.
1일은 딸아이 운동회였고, 그 후 여주 아가씨댁에서 놀다 2일 올라왔더랬다.
달거리에 눈병까지 겹쳐 고단했던 몸으로 3일은 하루 종일 끙끙 앓아 누웠다.
4일은 애써 출근했지만 일이 잘 안 풀려 몸도 마음도 곤두섰다.
옆지기가 5일 하루는 우리끼리 광교산에서 천천히 노닐자 했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5일 아침 급히 진천 아버님댁에 내려 갔다.
시간이 5시가 넘어가도록 김유신 유적지 대신 인연 없는 땅을 보러 다니는 것에
바싹 신경이 곤두서 가닥가닥 끊어질 지경이 되었을 때
평소에는 절 구경을 꺼려하시는 아버님이 뜻밖에도 보탑사를 가자고 하셨다.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어지러웠던 마음의 먼지가 차분히 흩어지는 게 느껴졌고,
나오기 전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부모님의 눈을 피해 적조전 와불에 삼배를 올리니
그제서야 환히 웃는 아이들과 흐뭇해 하시는 부모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눈치 빠른 옆지기는 곰살맞게 말 걸기를 당신 닮은 꽃이 있다며 '눈꽃'을 보여줬다. 

그렇게 황금연휴 5일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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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 2009-06-1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곳 알고갑니다!!

조선인 2009-06-1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강추입니다. 원래 시부모님은 아주아주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절 근처는 얼씬도 안 하시는데 아버님이 워낙 꽃과 나무를 좋아하시는지라 보탑사는 산책하러 자주 가신다 하시는군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들인 정성은 물론 화단마다 수백 가지 꽃에 이름표 달아가며 가꾸는 마음이 경이롭습니다. 농담삼아 하시는 말씀이 스님이 목탁 두드리는 시간보다 호미들고 다니는 시간이 더 많다 할 정도이십니다.

세실 2009-06-16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아름다운 곳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절일듯.
저두 1년에 한번씩은 찾아 갑니다. 불교신자가 아니라 정갈한 절 풍경이랑 꽃구경하러....


조선인 2009-06-1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탑사, 보탑사,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한참을 헤매다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세실님이 야생화 절로 올리신 곳이 보탑사 맞지요?

세실 2009-06-17 13:21   좋아요 0 | URL
호호호 네.
참 예쁘죠. 성당 다니면서도 자주 찾는 유일한 절^*^

무스탕 2009-06-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가 아빠한테 저렇게 안겨있으니 애같아 보여요. ㅎㅎ
(그럼 해람이가 애지 뭐냐구-!! 퍽퍽!!)

보탑사.. 정말 이쁘네요 +_+

kimji 2009-06-1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랑하는 절입니다^^ 저도 무척 좋아라해요. 에.. 결혼전에 데이트 하러 보탑사에 자주 갔었는데 말이지요... ^^
사진 보니, 올 해도 한 번, 더 더워지기 전에 한 번 더 가야겠다는 생각이...
꽃도, 부처도, 아가들도, 다 예쁩니다. 예쁜 눈을 가진 님이 찍으셔서 그러한가^^

조선인 2009-06-17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ㅎㅎ
김지님, 우연히 간 곳이지만 꽃이 절정일 때 방문한 셈이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