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도 좋고요.
드라마를 봐도 좋아요. 드라마는 IPTV는 모르겠고 디지털케이블-티브로드나 CJ헬로비전, 딜라이브라면 VOD로 있어요.
카모메식당을 좋아한 분이라면 강추입니다.
전 VOD로 먼저 접했는데 하루에 한 편씩 아껴가며 보고, 결국 한 번 더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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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가 달아준 듯한 플라스틱 카네이션을 다신 할머니a가 내 앞에 섰길래 자리를 양보하려 했다. 극구 사양하시길래 좀 무안하지만 다시 앉았다. 그러다 할머니a보다는 좀 젊은 듯한 할머니b가 타시길래 다시 자리 양보를 하려고 일어서는데 할머니a가 내 어깨를 짚으며 못 일어나게 막으시는 거다. 난감했다.
그러다 마침 내 옆자리가 비어 할머니a가 앉게 되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할머니b에게 자리를 양보한 뒤 좀 떨어져 서 있었다. 몇 정거장 뒤 할머니a 옆에 자리가 났는데 이 분이 엎드려 눕다시피하며 그 자리를 사수하면서 나를 부르시는 거다. 민망하게도 결국 그 옆에 앉았는데 이때부터 할머니a의 폭풍 잔소리.

지금 이 나라에 노인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일일이 양보하면 내도록 자리에 못 앉아. 노인들도 힘이 역사급으로 많은 사람이 태반이야. 자기 실속은 자기가 챙기고 살아야지. 등등.

하하. 자리 양보했다고 혼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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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봄 회사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그 후 오래오래 참고 있었다.
이번주 월요일 관변행사로 외부에 있는데
희망퇴직 공지사항이 올라왔다는 얘기를 들었고
나는 그 첫번째 신청자가 되었다.
드디어 오늘 퇴직이 확정되어
평소라면 일하는 시간에 까페에 앉아 이 책을 읽노라니
퇴직금을 들고 터키에 가야 하나 싶다가도
아직 고등 초딩인 애들을 생각하면 과욕인 듯 싶다.
고작해야 내 간은 터키를 그리며 영남길을 걸을 듯 싶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이스탄불이나 마카오를 갈 날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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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4-2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조선인님! 2004년부터라니 오래 버티셨네요.
그야말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을 들으실 자격이 되세요.
터키는 터키대로, 영남길은 영남길대로, 의미있겠지요.
(저도 오늘 사의 표명을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술렁술렁합니다. 저야 뭐 겨우 5년 동안 하던 일이긴 하지만 ^^)

비연 2017-04-2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홧팅이에요^^
터키 곧 가실 수 있기를.. 이제까지 열심히 일하셨으니 당분간 누리시길!

hanicare 2017-04-2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벌써 고딩.견디는 하루하루는 참 긴데 뭉텡이로는 휘리릭 넘어가네요.저도 싫어싫어하며 겨우 4개월째인데 휴...참 오래 견디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조선인 2017-04-2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오타에여. 2014년... 이 회사가 12년으로 제일 오래 다닌 회사인데 시원하면서도 좀 서럽네요.
비연님. 감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일단은 실업급여도 신청해야 하고 어째야 하나 싶습니다.
하니케어님 이제는 또 다른 지옥불을 걸어야겠지요. 하아. 참 간단없는 세상살이입니다

2017-08-13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7-08-1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딩임다. ㅎㅎ
 

아들과 삼남길 마지막 구간을 해치우기로 했다. 인덕원역을 벗어나자마자 관악산 둘레길이다. 살짝 이탈하여 청동기 유적을 보러왔는데 헐. 청동기시대에 파마와 성형수술이 있었다니 놀랍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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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단지를 지나느라 그야말로 계속 꽃길이었다. 그러다 문득 야산을 하나 넘었는데 정부과천청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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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관악산을 올라야 하나 살짝 겁먹었는데 다행히 길이 꺾인다.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 향교는 구경 못했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다리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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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는 중이라 개울에 가득 꽃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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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인 줄 알았는데 와 보니 조선시대 관리 객사였단다. 정조대왕이 직접 쓴 편액이라는데 명필 같지는 않다. 조선시대의 과천청사 자리이기도 한데 지금은 과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한 둥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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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재개발이 들어갈 아파트니 조만간 영화 속에만 남을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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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계곡 옆을 지나 그 옛날 마지막 호랑이를 잡았다는 남태령 고개를 넘었다. 드디어 삼남길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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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다음 목표는 영남길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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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7-30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천향교 계곡 8월엔 꼭 가보고 싶은 곳이지요
 

송탄역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1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경기도 삼남길 9코스 진위고을길을 마저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딸 아들도 함께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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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길을 본격적으로 걸어가려는 찰나! 하필 발견한 마로카페.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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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는데 진위고을길은 유독 산이 많다. 지금은 부락산으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흰치고개로 불렸단다.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많아 등산객이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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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이 한산해진다 싶었더니 어느새 새로운 산으로 이어져 있다. 슬쩍 스마트폰으로 피아노곡을 들으며 조용하고 맑은 공기를 즐겼다. 아들은 다람쥐마냥 산길을 저만치 앞서가고 나는 딸과 헛짓놀이를 해가며 슬금슬금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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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최고의 험로 흰치고개길을 마침내 내려오면 원균사당이 나와 다리쉼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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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옆에 묘가 있어 풍광이 이채롭다. 이 곳이 명당인건지 주변 집들이 으리으리하다. 
여기서 진위고을길이 끝나고 소사원길이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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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묘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헉. 딱 하나 있는 음식점이 문은 열려 있는데 사람이 없다. 그 후로는 온통 물류단지라 한참만에야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정말 숨돌릴 새 없이 싹싹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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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종합물류단지를 지나느라 점심을 늦게 먹은 것도 짜증났는데, 그 다음은 대형트럭이 질주하는 평택칠괴산업단지였고, 그 다음 옥관자정은 박정희의 새마을운동 기념비였고, 그 다음은 신촌택지개발예정지구로 온통 공사장. 한 마디로 갈수록 가관이다. 우회로 안내지도는 도저히 알아볼 수도 없어 그냥 버스 타고 평택역으로 향했다. 한참 개발이 진행중인 평택은 유독 삼남길이 끊긴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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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는 굿스테이가 없어 그나마 믿을만한 게 관광호텔이다. 온돌방이 뜨끈뜨끈해 지친 다리를 쉬기 괜찮다. 덕분에 애들이 방바닥에 늘러붙어 저녁도 치킨배달로 떼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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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으로는 미리 사놓은 컵라면과 누릉지와 군계란을 숙소에서 먹었다. 공사구간 투성이인 삼남길을 다시 만나는 대신 아예 안성천에서 올라가는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한가로이 농로를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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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길 여행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참 뜬금없는 위치의 기념비다 싶었는데 삼남가는 길목이라 세웠단다. 여행의 주제와 맞닿은 거 같아 뭔가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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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도로 평택역으로 돌아왔다. 점심은 우족탕과 꼬리곰탕. 첨가물이나 기름기 없는 국물맛에 잡내가 없어 45년 전통을 인정하게 된다. 
원래는 오후시간을 이용해 평택호에 놀러갈까 했는데 엄마 사정상 생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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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딸아이의 중학교 졸업과 고등학교 입학을 기념하는 여행이었다.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각오도 다지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자 싶었는데 막상 진지할 기회는 없었으나 그래서 더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수원에서 인덕원까지 서울 가는 삼남길을 마저 같이 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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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3-10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따님 예쁘기도 하여라.
마로가 숙녀가 되었네요^^

조선인 2017-03-10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네. 하는 짓은 아직 애기지만요

Joule 2017-03-1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저도 이런 올레길 찾아서 걷는 거 디게 좋아하거든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강릉에는 바우길이 있어요. 그런데 공무원들이 일을 너무 허투루하는지 도무지 걷기 적당하지 않은 구간이 자주 끼여 있어서 걷다 보면 투덜투덜 하고 막 그래요 저도 ㅋㅋㅋ.

착하네요 마로도 해람도. 아이들이랑 같이 걸어서 그래도 재미있었겠어요. (조선인 님이랑은 좀 많이 다른데) 저희 언니는 애들 안 끼면 눈에 띄게 무료한 표정 짓고 무의미한 내색을 하도 팍팍 해서 나중에는 제가 같이 안 다니고 싶어지더라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시간이라고 저는 언제나 생각해요.

토토랑 2017-03-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 완전히 아가씨네요. 이쁘기도 하여라..조선인님 글만 봐도 반가와요. 저두 저희 동네 근처 둘레길에 한번 도전해 볼까 봐요

bookJourney 2017-03-2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마로~~ 언니 같은 조선인님!! ^^

조선인 2017-03-2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 삼남길 끝나면 님을 만나기 위해 바우길 걸으러 갈까요
토토랑님 걷는 건 돈은 적게 마음릉 부유한 최고의 여행이에요.
책세상님 히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