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달아준 듯한 플라스틱 카네이션을 다신 할머니a가 내 앞에 섰길래 자리를 양보하려 했다. 극구 사양하시길래 좀 무안하지만 다시 앉았다. 그러다 할머니a보다는 좀 젊은 듯한 할머니b가 타시길래 다시 자리 양보를 하려고 일어서는데 할머니a가 내 어깨를 짚으며 못 일어나게 막으시는 거다. 난감했다.
그러다 마침 내 옆자리가 비어 할머니a가 앉게 되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할머니b에게 자리를 양보한 뒤 좀 떨어져 서 있었다. 몇 정거장 뒤 할머니a 옆에 자리가 났는데 이 분이 엎드려 눕다시피하며 그 자리를 사수하면서 나를 부르시는 거다. 민망하게도 결국 그 옆에 앉았는데 이때부터 할머니a의 폭풍 잔소리.

지금 이 나라에 노인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일일이 양보하면 내도록 자리에 못 앉아. 노인들도 힘이 역사급으로 많은 사람이 태반이야. 자기 실속은 자기가 챙기고 살아야지. 등등.

하하. 자리 양보했다고 혼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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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봄 회사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그 후 오래오래 참고 있었다.
이번주 월요일 관변행사로 외부에 있는데
희망퇴직 공지사항이 올라왔다는 얘기를 들었고
나는 그 첫번째 신청자가 되었다.
드디어 오늘 퇴직이 확정되어
평소라면 일하는 시간에 까페에 앉아 이 책을 읽노라니
퇴직금을 들고 터키에 가야 하나 싶다가도
아직 고등 초딩인 애들을 생각하면 과욕인 듯 싶다.
고작해야 내 간은 터키를 그리며 영남길을 걸을 듯 싶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이스탄불이나 마카오를 갈 날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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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4-2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조선인님! 2004년부터라니 오래 버티셨네요.
그야말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을 들으실 자격이 되세요.
터키는 터키대로, 영남길은 영남길대로, 의미있겠지요.
(저도 오늘 사의 표명을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술렁술렁합니다. 저야 뭐 겨우 5년 동안 하던 일이긴 하지만 ^^)

비연 2017-04-2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홧팅이에요^^
터키 곧 가실 수 있기를.. 이제까지 열심히 일하셨으니 당분간 누리시길!

hanicare 2017-04-2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벌써 고딩.견디는 하루하루는 참 긴데 뭉텡이로는 휘리릭 넘어가네요.저도 싫어싫어하며 겨우 4개월째인데 휴...참 오래 견디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조선인 2017-04-2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오타에여. 2014년... 이 회사가 12년으로 제일 오래 다닌 회사인데 시원하면서도 좀 서럽네요.
비연님. 감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일단은 실업급여도 신청해야 하고 어째야 하나 싶습니다.
하니케어님 이제는 또 다른 지옥불을 걸어야겠지요. 하아. 참 간단없는 세상살이입니다

2017-08-13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7-08-1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딩임다. ㅎㅎ
 

아들과 삼남길 마지막 구간을 해치우기로 했다. 인덕원역을 벗어나자마자 관악산 둘레길이다. 살짝 이탈하여 청동기 유적을 보러왔는데 헐. 청동기시대에 파마와 성형수술이 있었다니 놀랍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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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단지를 지나느라 그야말로 계속 꽃길이었다. 그러다 문득 야산을 하나 넘었는데 정부과천청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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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관악산을 올라야 하나 살짝 겁먹었는데 다행히 길이 꺾인다.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 향교는 구경 못했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다리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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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는 중이라 개울에 가득 꽃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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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인 줄 알았는데 와 보니 조선시대 관리 객사였단다. 정조대왕이 직접 쓴 편액이라는데 명필 같지는 않다. 조선시대의 과천청사 자리이기도 한데 지금은 과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한 둥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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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재개발이 들어갈 아파트니 조만간 영화 속에만 남을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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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계곡 옆을 지나 그 옛날 마지막 호랑이를 잡았다는 남태령 고개를 넘었다. 드디어 삼남길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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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다음 목표는 영남길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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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17-07-30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천향교 계곡 8월엔 꼭 가보고 싶은 곳이지요
 

송탄역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1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경기도 삼남길 9코스 진위고을길을 마저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딸 아들도 함께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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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길을 본격적으로 걸어가려는 찰나! 하필 발견한 마로카페.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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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는데 진위고을길은 유독 산이 많다. 지금은 부락산으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흰치고개로 불렸단다.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많아 등산객이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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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이 한산해진다 싶었더니 어느새 새로운 산으로 이어져 있다. 슬쩍 스마트폰으로 피아노곡을 들으며 조용하고 맑은 공기를 즐겼다. 아들은 다람쥐마냥 산길을 저만치 앞서가고 나는 딸과 헛짓놀이를 해가며 슬금슬금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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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최고의 험로 흰치고개길을 마침내 내려오면 원균사당이 나와 다리쉼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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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옆에 묘가 있어 풍광이 이채롭다. 이 곳이 명당인건지 주변 집들이 으리으리하다. 
여기서 진위고을길이 끝나고 소사원길이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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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묘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헉. 딱 하나 있는 음식점이 문은 열려 있는데 사람이 없다. 그 후로는 온통 물류단지라 한참만에야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정말 숨돌릴 새 없이 싹싹 먹어치웠다.
2017년 02월 25일위치보기 〉
평택종합물류단지를 지나느라 점심을 늦게 먹은 것도 짜증났는데, 그 다음은 대형트럭이 질주하는 평택칠괴산업단지였고, 그 다음 옥관자정은 박정희의 새마을운동 기념비였고, 그 다음은 신촌택지개발예정지구로 온통 공사장. 한 마디로 갈수록 가관이다. 우회로 안내지도는 도저히 알아볼 수도 없어 그냥 버스 타고 평택역으로 향했다. 한참 개발이 진행중인 평택은 유독 삼남길이 끊긴 곳이 많다.
2017년 02월 25일위치보기 〉
평택시는 굿스테이가 없어 그나마 믿을만한 게 관광호텔이다. 온돌방이 뜨끈뜨끈해 지친 다리를 쉬기 괜찮다. 덕분에 애들이 방바닥에 늘러붙어 저녁도 치킨배달로 떼워버렸다.
2017년 02월 25일위치보기 〉
아침으로는 미리 사놓은 컵라면과 누릉지와 군계란을 숙소에서 먹었다. 공사구간 투성이인 삼남길을 다시 만나는 대신 아예 안성천에서 올라가는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한가로이 농로를 걸을 수 있었다.
2017년 02월 26일위치보기 〉
삼남길 여행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참 뜬금없는 위치의 기념비다 싶었는데 삼남가는 길목이라 세웠단다. 여행의 주제와 맞닿은 거 같아 뭔가 뿌듯하다.
2017년 02월 26일위치보기 〉
버스를 타고 도로 평택역으로 돌아왔다. 점심은 우족탕과 꼬리곰탕. 첨가물이나 기름기 없는 국물맛에 잡내가 없어 45년 전통을 인정하게 된다. 
원래는 오후시간을 이용해 평택호에 놀러갈까 했는데 엄마 사정상 생략하기로 했다.
2017년 02월 26일위치보기 〉

에필로그
딸아이의 중학교 졸업과 고등학교 입학을 기념하는 여행이었다.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각오도 다지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자 싶었는데 막상 진지할 기회는 없었으나 그래서 더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수원에서 인덕원까지 서울 가는 삼남길을 마저 같이 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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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3-10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따님 예쁘기도 하여라.
마로가 숙녀가 되었네요^^

조선인 2017-03-10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네. 하는 짓은 아직 애기지만요

Joule 2017-03-1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저도 이런 올레길 찾아서 걷는 거 디게 좋아하거든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강릉에는 바우길이 있어요. 그런데 공무원들이 일을 너무 허투루하는지 도무지 걷기 적당하지 않은 구간이 자주 끼여 있어서 걷다 보면 투덜투덜 하고 막 그래요 저도 ㅋㅋㅋ.

착하네요 마로도 해람도. 아이들이랑 같이 걸어서 그래도 재미있었겠어요. (조선인 님이랑은 좀 많이 다른데) 저희 언니는 애들 안 끼면 눈에 띄게 무료한 표정 짓고 무의미한 내색을 하도 팍팍 해서 나중에는 제가 같이 안 다니고 싶어지더라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시간이라고 저는 언제나 생각해요.

토토랑 2017-03-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 완전히 아가씨네요. 이쁘기도 하여라..조선인님 글만 봐도 반가와요. 저두 저희 동네 근처 둘레길에 한번 도전해 볼까 봐요

bookJourney 2017-03-2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마로~~ 언니 같은 조선인님!! ^^

조선인 2017-03-2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 삼남길 끝나면 님을 만나기 위해 바우길 걸으러 갈까요
토토랑님 걷는 건 돈은 적게 마음릉 부유한 최고의 여행이에요.
책세상님 히히 고맙습니다
 

삼남길 중복들길 구간 걷기 시작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어제 비가 내리긴 했지만 범람수준이 아니라 서호천변 걷기는 무탈하다. 중보교를 지나면 포장도로가 끊겨 진짜 옛길 기분이 난다. 그래도 곳곳에 삼남길 표식이 있어 안심이다.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수원천 위를 가로지른 수인선 협궤열차 옛 철길이 쓸쓸하다.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수인선을 지나 중보들공원까지는 찻길과 겹치는 곳이 있어 주의를 해야 한다. 서호공원에서 여기까지 약 1시간 거리라 다리쉼하기 좋다. 우리나라 최초의 농협인 고색농업협동조합을 기념해 자그만 향토전시관이 있어 볼거리도 된다.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공원을 지나면 서호천과 만난 황구지천변을 걷게 된다. 무척이나 한적한데 수원비행장의 철조망이 옛길이 아님을 증명한다. 
비행장을 지나면 공사구간으로 막혀 농로로 빙 돌아가야 한다. 한때 벌말이라 불린 평야지대를 걸어보는 거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이 다리를 기점으로 중복들길이 끝나고 화성효행길이 시작한다.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이기도 하다. 황구지천 공사중이라 지금은 별로지만 내년이 되면 근사한 산책로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왕실 사찰의 풍모를 보여주는 홍살문과 삼문. 그런데 주지스님의 사실혼을 비난하는 방송이 들려 당황했다. 게다가 주지스님이 합의한 태안3지구 개발시 정조대왕의 초장지가 훼손된다는 현수막도 주렁주렁이다.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이번 여행의 목적중 하나인 김홍도의 탱화. 푸른 눈의 탱화 작가 브라이언 베리 선생님의 부고를 놓친 안타까움을 내려놓고 간다.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정조대왕, 효의왕후의 위패가 역사라면 수많은 명패와 사진과 공양미는 오늘의 슬픔이다. 그 공존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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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사에서 만년제까지는 나름 시내라 식사를 해결하기 좋은데 삼남길 표식이 눈에 안 띄는 문제가 있다. 미리 삼남길앱을 깔아둔 게 다행이다. 두촌집 블루존아파트 남수원현대아파트 안녕초등학교를 길라잡이로 삼으면 된다.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만년제 앞의 솟대가 경기도 삼남길 팜플렛 표지다.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만석제에서 시작한 소하천을 따라 걸으면 된다. 찻길을 건널 때는 길가 타이어 가게의 작품이 이정표가 되어준다. 
그러다 갑자기 넓어진 황구지천과 다시 만났다. 가장 인적없는 가을풍경을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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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독산성길 시작이다. 오산시의 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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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입구 표시도 없이 느닷없이 산길이 시작했다. 그런데 나무에 삼남길 표식을 그린 건 영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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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사 이후 딱히 쉴 데가 없었던 터라 보적사에서 약수도 마시고 적당히 쉬었다. 산신전이 있는 삼성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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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대는 공사중이라 아쉬운대로 방공호 위에서 한 장. 사진을 찍어보니 더 실감이 난다. 이 평야지대에 딱 독산 하나 볼록 솟아 있다. 한성까지 먼 길 떠난 사람들이 굳이 너른 들 놔두고 산을 올랐을 거 같지 않다. 삼남길 복원사업의 농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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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없어 슬픈 독산성 남문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독산성을 오르는 정식 산문. 앞에 가는 청년도 삼남길을 걷는 듯 하다. 1박2일동안 유일하게 만난 길벗이지만 독산성 오를 때부터 내내 저만치 거리를 계속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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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어린이천문대에서 고인돌공원까지는 여계산행이다. 애기바위는 장수가 나올 바위라 하여 임진왜란때 일본군이 톱질을 했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서 쉬느라 길벗과는 끝내 인사없이 헤어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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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개돌이 모두 흙에 묻혀 있는데도 그냥 바위와 고인돌을 구별해낸 고고학자들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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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시 20분. 도보여행자 유의사항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오늘의 종착지로 삼는다.
2016년 10월 29일위치보기 〉
숙소를 찾다가 오산역까지 와버렸다. 천변의 호텔을 가장한 모텔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전철옆이라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밥 먹으러 돌아다니기도 귀찮아 편의점에서 사온 김밥과 라면으로 숙소에서 저녁과 아침을 해결하는 대신 욕조에 몸을 푹 담가 피로를 해결했다. 
이튿날 오산천에서 오나리길을 다시 시작했다. 강아지풀도 이리 모아놓으니 멋지다.
2016년 10월 30일위치보기 〉
도장 찍으러 온 김에 전망대를 올랐다. 어제 걸은 길과 오늘 걸을 길을 짚어본다. 
에코리움이 있는 맑음터공원은 난지도처럼 쓰레기매립장이었다. 지금은 오나리길의 종착역이자 진위고을길의 시작이다.
2016년 10월 30일위치보기 〉
진위고을길은 유독 삼남길 스티커 훼손이 많아 여러 번 표식을 찾아 헤맸는데 진위2일반산업단지 공사구간까지 막아선다. 도로 옆 풀길로 돌아갈 수는 있다.
2016년 10월 30일위치보기 〉
가곡리에서 봉남리로 내려오면 처음보는 이정표 방향이 반대다. 가곡리에서 한참을 헤맨 터라 영 곱게 보이지 않는다. 
티브로드 기남방송 영업전단이 있는 걸 보니 오산시에서 어느새 평택으로 넘어왔나 보다. 
초대부통령 이시영 집안이 난 곳이라는 가곡리는 평범한 농촌마을인데 고개 하나 건넌 봉남리는 집들이 하나같이 별장촌 수준이다. 번듯한 집들을 보니 관아며 향교가 있어 조선시대부터 번창한 동네였다는 게 실감이 났고 마을 이름에 봉황 봉자가 있는 것도 수긍이 갔다.
2016년 10월 30일위치보기 〉
여지껏 내가 본 향교 중 풍광 좋기는 으뜸인 듯 하다. 다만 맑음터공원부터 진위향교까지는 산업단지가 태반이고 가곡리부터는 농로 아니면 무덤옆길이라 볼 것도 쉴 곳도 공중화장실도 없다. 위태롭게 논두렁을 걷다가 발을 헛디뎌 퇴비더미에 무릎까지 빠지는 건 원치않은 덤이었다. 친절한 동네주민 덕분에 옷입은 채 물로 씻긴 했지만 똥냄새는 수습불가다. ㅠㅠ 
마침 두 사이를 잇는 마을버스 6-1 노선이 있으니 건너뛰는 것을 강추한다. 쭈욱 못 쉬었던 터라 향교 들마루에서 미리 사온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해결하며 푸욱 쉬었다.
2016년 10월 30일위치보기 〉
천이라기 보다는 강에 가까운 진위천을 건너보니 진위향교의 풍수지리가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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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을 시키는 삼남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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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금계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주인에게 얘기해야겠다 싶어 들어가보니 부부화가의 집 겸 갤러리였다. 일부러 풀어놓은 거라는 설명에 머쓱했지만 덕분에 갤러리 구경을 하게 되었다. 남편은 서양화가 이태용씨요 부인은 동양화가 김은숙씨라는데 전시된 작품은 주로 정크아트라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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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리으리한 한옥이 있길래 뭐지 싶어 가보니 전주이씨 재실이다. 역시나 싶다. 여기서부터 부락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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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이 명당인가 보다. 으리으리한 집안의 어마어마한 묘가 많다 싶더니 단양우씨 안정공파의 종조당도 있다. 
부락산자락중 소백치에 해당하는 높지 않은 등산로지만 어제부터의 피로를 고려해 곳곳의 의자를 만날 때마다 쉬엄쉬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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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갑자기 저녁 약속이 생겼단다. 큰길로 나온 김에 안타깝지만 삼남길을 종료한다. 공식 쉼터인줄 알았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어쨌든 마침 택시회사 옆이라 옷도 살 겸 지하철도 탈 겸 송탄국제시장으로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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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리 퇴비사건으로 인해 똥내나는 바지며 양말이며 신발이며 아깝지만 죄다 버리고 새로 사입었다. ㅠㅠ 
어쨌든 이왕 송탄에 온 김에 미스진버거. 스페셜B로 4개를 포장했는데 가격이 엄청 올랐다. @.@ 
그래도 여행의 마지막으로 나쁘지 않다. 팜플렛에 찍은 도장을 뿌듯이 여기며 이제는 드디어 지하철을 타련다.
2016년 10월 30일위치보기 〉

에필로그
교통사고 후유증이 있는 왼쪽 무릎과 오른쪽 골반을 걱정했는데 아예 파스를 붙이고 출발해서 그런지 잘 버텨줬다. 엉뚱한 복병은 왼쪽 허리. 왼쪽 무릎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허리로 부담이 갔나보다. 그래도 이틀간 35km를 넘게 걸었는데 이만하면 무탈한 편인 듯 하다. 다음에는 충청남도 구간에 도전해볼까나. 
그나저나 이틀을 걸었는데 1시간도 안 되어 집이니 문명이 좋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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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11-01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오랜만이에요. 반갑네요.
삼남길 걷기 멋지네요.^^

조선인 2016-11-0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안녕하세요. 혼자만의 여행이라 좋았어요. 히히

bookJourney 2016-11-0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조선인님!! 삼남길 여행 즐거우셨겠어요~ (부러움 반, 존경스러움 반~ ^^)

조선인 2016-11-08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발톱 하나는 까맣게 죽었어요. 그래도 좋았다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