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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둘이서 ㅣ 아기 그림책 나비잠
김복태 글 그림 / 보림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아가씨가 둘째를 낳은 직후였다고 기억된다.
큰 조카는 샘이 좀 심한 편이었고, 아가씨는 이를 어려워했다.
그때 큰 조카의 어린이날 선물로 고른 책 중 하나가 바로 <둘이서 둘이서>이다.
(코끼리)
기우뚱기우뚱 통나무 어떻게 옮기나?
둘이서 들면 되잖아. 영차 영차.
(고슴도치)
휘청휘청 긴 바자기로 어떻게 물을 떠먹나?
서로 먹여 주면 되잖아. 꼴깍 꼴깍.
(곰)
끙끙 낑낑, 짧은 팔로 어떻게 등을 닦나?
서로 닦아주면 되잖아. 쓱싹 쓱싹.
...
(다람쥐)
달달달, 추운 겨울 어떻게 지내나?
서로 안아 주면 되잖아. 새근새근 콜콜.
정다운 겨울.
바로 이 책이다 싶어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둘이서 둘이서 정다운 동물들.
<둘이서 둘이서>는 친구의 소중함을 다룬 책일 수도 있고,
한 길을 가는 동료나 부부의 모습을 다룬 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눈엔 꼭 닮은 동물 한 쌍이 형제자매로 보여졌다.
<동생은 정말 귀찮아> <동생은 싫어요> <아! 동생이 없어졌어요> 처럼 싫은 동생이 금새 좋아졌다거나
<내가 동생을 돌볼래요> <난 내동생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동생을 선물받았어요>처럼
큰애가 어른스럽게 동생을 돌보는 입장으로만 그려지는 게 싫었던 나로선,
둘이서 의지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둘이서 둘이서>야말로 조카에게 딱 맞는 책이라 여겼다.
어머니 돌아가신 빈 자리를 주체 못 하고 내가 휘청거릴 때,
옆지기가 나를 잡아주고, 친구들이 손을 내밀어주고, 동료들이 받춰주고, 딸아이가 안아줘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 한 쪽을 메워준 건 나의 형제, 오빠들이었다.
어느새 함께 나이 먹어가는 오빠들은 매일같이 살뜰한 맛은 없지만,
비가 온다고 울적하고 날이 화창하다고 우울해하는 날이면 뜬금없는 전화를 걸어오곤 했다.
처음엔 오빠들이 내 심정을 어찌 알고 챙겨주나 했는데,
생각해보면 오빠들 역시 그 날씨를 못 견뎌 헛헛한 마음에 날 찾았던 거다.
뒤늦게 형제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나로선
이렇게 힘이 되어주는 형제가 생긴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세상의 모든 첫째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하기에 조카에게 이 책을 선물한 이래로 누군가 둘째를 가졌다고 하면 꼭 이 책을 권했고,
마로에게 동생이 생겼음을 알려줄 때 같이 본 책도 <둘이서 둘이서>이다.
부디 따스한 이 그림책처럼, 그리고 이 책을 선물받았던 조카들처럼,
마로와 백호가 서로 도와주고 북돋아주고 안아주는 그런 형제로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