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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하고 나하고 - 아기그림책, 정서 ㅣ 둥둥아기그림책 11
유문조 기획, 유승하 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회사 동료의 결혼식에 빠졌더랬다.
가려고 하면 못 갔을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은 다 갔을테니 나 하나 빠졌다고 티가 나랴 싶었다.
그런데 그날 오전 방송사고가 터졌고, 다들 경황없는 마음에 안 갔단다.
회사 사람으로는 부장님 두 분 잠시 얼굴을 비추시고, 절친한 동기 한 명 참석한 게 다였다니,
과장하면 참으로 기함할 일이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신혼여행 갔다온 동료에게 사과를 했더니,
속마음이야 모르겠지만 착하디 착한 그는 괜찮다며 해맑게 웃어줬고,
선물을 고르라는 내 성화에 슬그머니 4개월이라는 비밀도 털어놨다.
그의 청대로 아기책을 선물하기로 하고,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아 결제하기를 누르는데,
"확인해주세요_이전에 구매하셨던 상품들입니다"라고 안내문이 떴다.
보리 아기그림책이야 개정판이 나온 터라 구매내역이 없는데도 목록이 제법 길었던 건
전적으로 '아빠하고 나하고' 때문이었다.
알라딘에서 산 것만 5번이고, 이번이 6번째 주문.
지인의 마누라가 임신했다거나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혹은 돌선물이나 백일선물로 이 책을 1등으로 골랐으니,
오프라인에서 산 것까지 합하면 이 책 판매지수의 공신으로 자부할 만하다고
혼자 실없는 웃음을 빙긋거리며 결제를 마쳤다.
'아빠하고 나하고'를 선물할 때마다 내가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다른 책은 몰라도 이 책은 꼭 아빠가 읽어주셔야 해요. 마누라에게 미루지 마세요.
책만 읽어주는 게 아니라 리액션도 팍팍 해주셔야 하구요,
책에 나온 대로 아이랑 몸놀이도 많이 해주셔야 해요."
가까운 지인이라면 가끔 불심검문(?)도 한다.
"아이에게 읽어주고 있어요? 아이가 이제 아빠 소리 잘 해요?"
처음엔 좀 시큰둥하게 이 책을 받았던 사람도 이런 질문 받으면 아줌마급 수다가 터진다.
"우리 애가 말이야, 맨날 이 책 들고와서 목마태워 달라고 하고 둥기둥기 해달라고 하고..."
"얼마전엔 이 책을 읽어주는데 갑자기 아빠 아빠 하면서 뽀뽀를 해주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 애는 엄마보다 절 더 좋아해요. 어쩌구 저쩌구"
아빠들의 팔불출 자랑은 이어지고 그럼 나는 흐뭇해져서 잘난 척을 하곤 한다.
"애들은 아빠랑 몸놀이를 많이 해야 정서발달도 되고 몸도 튼튼해진데요.
제가 이 책 선물한 게 다 이유가 있다니깐요. 호호호"
사랑해마지 않는 책에 대해 리뷰를 쓴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뒤늦게 쓰는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