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위인전 비교
위인전을 뭘 살까 궁리한 건 자그마치 2년 전부터다.(그러고보면 내 봄점퍼 하나 사자고 궁리한 건 4년쯤 됐나 보다. -.-;;). 이것도 직업병이지 싶다만, 2007년 3월부터 유치원 입학 기념으로 위인전을 찾아 보기 시작하다가, 2007년 6월에 1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후 DB만 업데이트하다가, 2009년 2월 8살 마로 생일이야말로 적기 구축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다행인 것은 장고 끝의 악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별 영웅들>이라는 C의 유치찬란한 제목만은 정말 요즘말로 안습이지만, E는 맥아더 때문에 제외되고, G는 이승만 때문에 제외되고, H와 I는 공자가 없어 제외되고, N은 석가모니가 없어 제외되었다.
남은 목록 B, C, D, F, J, K, L, M중에서 다시 재검토해보니, 마호메드가 있는 건 달랑 C와 M뿐이고, 콜롬버스가 없는 건 달랑 C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M에는 있는데 C에 없어 아쉬운 위인은 다윈, 뒤낭, 라이트형제, 마르코폴로, 모짜르트, 셰익스피어, 소크라테스, 스티븐 호킹, 아문센, 안데르센, 와트, 이사도라 던컨, 찰리 채플린, 페스탈로찌, 펠레, 퓰리처 등 많긴 많았지만, C에는 있는데 M에는 없는 이태영, 최승희, 최용신, 허난설헌, 황희, 난센, 달라이 라마, 멘추, 미야자키 하야오, 아멜리아 에어하트, 엘리너 루스벨트, 잔다르크, 코코 샤넬, 펄벅, 페트라 켈리가 이를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다른 분도 눈치챘겠지만 C는 여성 위인의 비중이 대단히 높고, M은 과학자와 예술가 비중이 돋보이는 편인데, 딸랑구 엄마로서 <지구별 영웅들>에 기울었단 말씀.
물론 <지구별 영웅들>의 위인 구성이 전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D와 M에도 들어있는 대처도 이게 뭐냐 싶었지만, 위인전 중 유일하게 진시황이 들어있는 건 정말 경악스러웠다.
그러나 최종 결정을 위해 오프라인에서 확인해본 결과 '학문과 종교를 알고 싶을 때' 테마로서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다룬 것을 알고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또 전체적으로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가장 중요한 건 마로의 반응일 터. 미술학원에는 위인전이 있는데 집에는 위인전이 없다고 강짜를 부릴 때 사서 그럴까? 마로는 배송온 직후부터 매일같이 위인전만 파고 들었고, 결과 보름만에 전권을 모두 독파하는 기염을 보였고, 지금은 두번째로 읽고 있는 중이다.
마로가 좋아하는 위인들은 주로 신사임당, 나이팅게일, 아멜리아 에어하트, 엘리너 루스벨트, 코코샤넬 등 여자 위인인지라 C를 선택한 게 옳았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아예 유치원 때 사줄 걸 싶기도 하지만, 마침 위인전에 관심있을 때 사준 거니 효과는 더 좋을 거라 위안해 본다. 결론? 똘똘한 여자아이라면 유치원 입학선물로 강추. 초등학교 고학년이 보기엔 조금 유치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