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갑작스레 읽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 이끌려 책을 주문했다. 수능시험을 위해 토막글을 접했던 기억 때문일까 하는데 조금 생각을 전해주는 소설류가 필요하다고 느껴졌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이 그러한 생각을 하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주문한 책이 내 손에 들어왔고 주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잘 읽히다가도 멈추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책이 되어서인지 며칠째 손에 잡고 있어야 했다. 왜일까. 이런 책을 좋은 책이라 부르는 이유는...하는 생각을 예전에 가졌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는 어렴풋하게 알 듯도 하다. 소설이 전하는 이야기는 비단 소록도만의 이야기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다. 나병 혹은 문둥병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 병을 앓은 자들은 천형이라고 한다는 무서운 병.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그런 병. 오늘날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그런 병에 걸린 사람들이 자의에 의해 타의에 의해 찾는 섬. 그런 곳이 배경이다 보니 소설의 분위기는 사뭇 무거울 수밖에 없겠다. 어느 날 이 섬에 조백헌이라는 새로운 원장이 도착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전에도 여러 원장들이 지나갔던 섬에 새 원장이 도착했다 한들 그리 큰일이 난 것은 아니었을게다. 허나 섬사람들의 동태는 지나치리만큼 냉정하다. 쌀쌀맞게 군다는 것이 아니라 관심의 촉수를 숨긴 의뭉함을 가졌다고나 할까.




새롭게 부임한 원장은 새로운 섬 건설을 위해 일을 추진하고자 한다. 섬과 섬을 연결하여 새로운 땅, 새로운 낙원을 만들자고 하는 구상이 그것인데, 이상욱 보건과장의 반대로 갈등을 겪는다. 물론 호응조차 없는 섬사람 모두와의 갈등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지만. 아무튼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에 맞지 않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의 행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상욱 과장의 근심과 걱정 속에 그리고 이상하면서도 특별함을 지닌 마을의 등장인물들의 과거를 알게 된다면 조금은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소설의 제목이 당신들의 천국이듯이 소록도 사람들이 새로운 낙원 건설에 있어 주체가 아닌 조력자 정도에 그치는 현실을 꼬집어 비판하고 있다. 좋은 취지의 일이지만 자발적 의사가 없이 추진될 경우의 과정 속에 내포한 비대칭적 시선이랄까하는 미묘한 갈등도 포함된 이야기다. 동상이니 하는 옛 기억을 자주 들추어내는 것으로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맺음의 갈등을 담기도 하고 탈출사건을 통해 환자와 인간 사이에서의 개인적인 갈등을 담아내기도 한다. 나환자들의 천국이니 낙원이니 하는 말들로 결국에는 환자들을 격리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에 대한 폭로를 담고 있기도 해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곳곳에 남겨둔다.




맨 처음 밝혔듯이 이 소설은 비단 소록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 속 크고 작은 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이 해묵은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방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소설을 읽고 직접 알아가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목적으로 두어도 좋을 것 같다.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머니를 돌보며>를 리뷰해주세요.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이글을 쓴 저자 또한 노인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시기에 놓여있었다. 뿐만 아니라 녹내장이라는 시련에 부딪혔을 즈음이었고,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장이 좋지 않아 어머니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어머니의 병은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저자의 말대로 이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처럼 막을 수 있는 삶의 고난이 아니었으며 결정이었기 보다는 반사작용이었을 것이다. 더 이상 젊지 않은 자식들이 부모의 보호자 역할을 떠맡게 되는 과정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말이다.




시작도 좋지 않았지만 과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은 저자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정신을 갉아먹어버린다. 환각이라든지 망상이라는 단어들의 어감에서 어렴풋하게 짐작할 뿐이지만 매일 매 순간을 견뎌내야 하는 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어머니의 집에서 노인요양원으로 그 긴 시간을 보내며 저자는 자신이 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 했노라고 고백한다. 자신의 눈이 좋지 않음을 알았다고는 하나 그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체념과 실망뿐이었다. 딸인 자신조차도 힘든 일을 강요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잘못된 판단과 지연되는 치료와 시간은 어머니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독립국가처럼 제영역의 주권을 주장하는 의사들, 세심한 배려를 잊은 듯 한 그들의 행태 그리고 노인요양원이라는 체제의 취약성 등은 약한 이들을 더욱 약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지켜보는 가족들 또한 선택의 여지없음이라는 이유아래 묵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인한 고통을 침착한 어조로 풀어내는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이 그러했으므로 치매환자를 더 나은 상황으로 개선한다거나 치매환자를 돌보는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저 담담히 아니 절망과 분노를 억제하며 세세하게 현실을 담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허나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이전의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저자가 깨달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혼자라는 불안에 빠져 불행하지 않도록 있어주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거의 7년이라는 세월을 치매가 있는 어머니와 보내면서, 나는 어머니가 지진이 난 폐허더미 아래 갇혀 있다고 느꼈다. 어머니의 이성, 호기심, 유머 그리고 정신은 파괴되어 버린 뇌의 잔해 밑에서 천천히 숨죽어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생명의 기미가 보이는지 귀를 기울이면서 그 폐허더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뿐이었다. … 무엇보다도 나는 어머니가 그 폐허더미 밑에 버려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민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온화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것은 아주 기이한 이야기라고 책 속의 주인공은 말하고 있다. 영웅처럼 칭송받는 그였지만, 이전의 과거의 일이 그를 옭아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대목이다. 자신의 이러한 평가에 대해 괴로움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결국 그 모든 고민을 낯선이에게 토로하고 그는 이를 엮어 책으로 만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엮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구도를 가지고 있다라는 말이다. 그렇게 커다란 사건이나 사고가 없는 잔잔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원래 그런 것이다. 인간의 고민의 원천은 결국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루를 지내는 우리에게도 끊임없는 생각이 우물물처럼 솟아오르듯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내면의 고민과 번뇌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듯 한 느낌이 가득 차 있는... 낯선 이에게 고백을 하고 마는 주인공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스물다섯에는 장교가 되는 호프밀러이다. 일상의 평온함 속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는 측은지심 즉 연민의 감정에 충실했기에 이러한 과거를 겪게 된다. 악의라고는 전혀 없는 그런 행동으로 말미암은 결과는 충격적이지만 결코 이해하지 못할 그런 수준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선의의 거짓을 고하기도 하는 일상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케케스팔바라는 부잣집에 놀러갔다가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춤출 것을 청하다가 일은 시작된다. 부들부들 떨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소녀에게서 좌절의 빛을 본 순간 그녀가 장애를 가진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고 만다. 그녀에게 주었을 상처 및 모욕감 그로인해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견뎌 내야하는 그런 작은 불안 등이 그를 그녀에게로 이끌었다. 사죄를 하고 다시 인정받고 싶다는 기분에 이끌려 저택을 드나들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시기부터 호프밀러는 이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병자가 있는 그것도 상당히 마음의 상처가 깊은 히스테릭한 환자가 있는 집에 호프밀러의 등장은 빛과 같았고 그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따스해지는 눈빛과 다정스러움 등. 이를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함이나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점점 더 증폭되기 마련이어서 그들에게 희망을 전도하는 일이 의무감을 주기도 했다. 에디트의 상황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고 그로인해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순수한 믿음이 호프밀러를 잠식해갔다. 그리고 케케스팔바의 힘없고 지친 뒷모습에 대한 연민이 콘도르의 정직한 말들을 왜곡시켜 전달하는 행동으로 옮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에디트와 케케스팔바는 이를 통해 닫혀있던 희망의 문을 열어젖히며 호프밀러에게 좀 더 솔직히 자신을 드러내고 만다. 이것은 현실성을 가졌기 때문에 비극적이다.




빛처럼 등장한 호프밀러. 그를 바라보는 에디트의 심정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매일처럼 부딪히는 건강한 젊은 남성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호프밀러가 빈번히 케케스팔바 저택을 드나드는 일에 비한다면 훨씬 더 정상적인 일에 가깝다. 문제는 호프밀러의 고뇌였는데 사랑하지도 않은 여인의 집착을 묘사한 부분을 본다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질 정도로 인간심리를 세세하게 분석해 낸다.




자신을 버려서라도 사랑을 하고 말겠다는 불구의 여인과 그녀를 온전히 거부할 수 없는 호프밀러. 그녀를 버려서는 안된다는 연민의 감정과 여인을 거부함으로써 다가올 결과에 대한 죄책감 사이에서 감정의 추를 조정하지 못한다. 책의 절반 이상이 호프밀러의 이 상황을 추적했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불편한 순간이 빼곡히 적혀 있다. 그를 비난할 수도 에디트를 욕할 수도 없는 것은 그의 의도가 순수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만한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은 오해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그의 잘못을 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일을 오랜 시간 돌이켜 생각해 온 호프밀러의 자책감을 줄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충분한 연민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순간의 측은지심으로 인한 연민의 감정은 모두 쓸데없는 일이란 말인가 하는 고민도 해볼 수 있겠다. 결국 츠바이크가 말하는 사랑이란 이러한 연민의 감정까지도 책임질 줄 아는 것이란 말인가. 답은 그렇다고 보인다. 책의 마지막 훗날 콘도르를 피해 달아나는 호프밀러의 묘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의 연민은 나처럼 치명적으로 우유부단하지도 않았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힘이 있었다. 그런 그가 나를 심판할 수 있는 그가, 내가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그가 옆에 앉아있었다. … 몸이 떨리기 시작한 나는 어둠속에서 들키지 않기 위해 재빨리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 그러나 그 이후로 나는, 양심이 알고 있는 한 그 어떤 죄도 결코 망각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p.434】




【젠장, 당신은 연민으로 상대를 바보로 만든 엄청난 책임이 있어요. 성인이라면 어떤 일에 끼어들기 전에 생각을 해야 되고 어느 정도까지 관여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남의 감정을 마구 휘젓지 말아야 한다고요. 인정하세요. 당신은 아주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동기에서 이 선량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그가 용감하게 또는 소심하게 행동했는지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결과가가 되었으며 무엇을 이루었는냐 입니다.




연민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연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으로, 남의 불행을 보고 느낀 괴로운 충격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려는 조급한 마음입니다. 이것은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 남의 고통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자기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려는 본능적인 욕망일뿐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연민이기도 합니다만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입니다. 이 연민은 인내하며 참으면서 자기의 힘이 한계에 부딪힐 때까지, 아니 그 이상까지 견디기로 결심하는 것. 그것이 자기의 임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악의 비참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갈 수 있을 때에만 지치지 않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을 때에만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까지 희생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p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노키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6
카를로 콜로디 지음, 김양미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 추억은 그것이 향기였든 독특한 몸짓이나 동작이었든 순간 돌이켜 보면 무엇이든지 아련하다. 이미 자라버린 몸처럼 유년의 기억이 날아 가버린 듯 하지만 문득 그런 느낌이 들 때면 놀라고는 만다. 내게 동화는 그런 유의 기억이었다.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워 읽었던 책들. 물론 당시에는 그림이 한 가득이요 글이야 한 두 줄 남짓한 것이었지만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날아들 던 기억이 있다. 인어공주며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공주시리즈에 밀려 그 관심이 덜하기는 했지만 거짓말을 하다가는 코가 길어져 버릴 것이요 착한 아이처럼 지낸다면 인간아이가 될 것이라는 교훈을 가르쳐준 피노키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 피노키오를 다시 만났다. 익숙하기도 하지만 낯설기도 하다는 사실이 새롭다. 이렇게 긴 이야기 였던가? 고양이와 여우가 등장했던가?하는 물음이 계속되었지만 이내 잊혀지고 새로 읽는 동화가 재미있다. 어린 아이에게 들려주듯 한 문장은 조금 간지럽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곳곳의 아름다운 그림은 매혹적이다. 어른들의 책만 주로 읽다보니 사실적인 그림이나 사진에 익숙해졌던지 몽환적인 그림들에 금세 매료되고 만다. 아마도 인디고 책을 사 모으는 이유 중 하나이지 싶다.




굳이 이야기를 적어 두지는 않겠다. 이미 모두 알고 있기에 그렇다기 보다는 동화란 생각하며 읽는 맛이 제 맛이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평이한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삶의 진리는 동화의 힘이리라. 동화를 읽어야 한다고 믿는 그 어린 시절에 깨달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좋은 것은 눈에 쉬이 보이지 않는 습성이 있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 철이 드는 것처럼 지금의 심정이 그렇다. 이런 좋은 뜻을 가졌었다니...동화만 읽어도 인생의 반은 통달할 수 있었던 것을 왜 그땐 그리 못했는지 하는 안타까움이 들기야 하지만 그래도 좋다. 동화는 꼭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도 때론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이제는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좋은 동화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 고려왕조실록 -하
한국인물사연구원 지음 / 타오름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권 마지막 왕이었던 예종이 안팎으로 힘을 다했지만 고려는 그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부의 적으로 그리고 후일에는 안과 밖의 적들에 의해 그러했다. 고려를 처음 위기에 몰리게 한 이들은 문벌귀족이었다. 고려의 여느 왕보다 유명한 이가 이자겸이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종의 장인으로 왕을 능멸하고 국사를 좌지우지 하려했던 그는 이러한 문벌귀족의 대표 격인 인물이었다. 이러한 때이니만큼 왕권은 약할 수밖에 없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이자겸은 결국 제거되었지만 약화된 왕권은 다시 세우기가 어려운 것인지 또 다른 파란이 몰려온다. 서경천도 운동이 그것인데 국내적으로는 지역싸움이 국외적으로는 자주적 혹은 사대적 외교정책과도 맞물린다. 알다시피 실패한 운동의 결과는 개경파의 득세로 막을 내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러한 때였다. 인종의 시대에도 이랬지만 그의 아들 의종 시기에는 더욱 심란한 상황이 되었으니 이는 전대의 왕권약화가 그 원인이리라. 문벌귀족의 득세는 결국 한 세력의 권력집중을 보이고 그 외 세력에 대한 무시와 차별을 가져온다. 다만 불만 세력이 병권을 쥐고 있을 때에는 반란이 여지가 많음을 몇 차례의 역사적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이때에도 마찬가지여서 무신들은 문신들을 몰아내고 왕을 가두는 등 권력을 거머쥐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때부터 우리는 생경한 왕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사에서는 무신집권기의 권력자들의 변천만이 나올 정도로 왕들의 입지는 약한 것이었다. 의종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왕을 세우고 제거하는 것도 무신들이었으니 왕의 존재가 얼마나 보잘 것 없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명종, 신종이 그러했고 강종이 그랬다. 고종 때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최씨의 무인정권이 몰락하기는 하였지만 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몽고의 침입 때문이다. 안의 적들을 밖의 적들이 처단한 것이니 이들의 간섭이 얼마나 심할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때로 몽고의 지배를 온전히 받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삼고는 하지만 직접지배와 마찬가지로 고려의 원 간섭기가 얼마나 힘든 것이었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원의 세력을 등에 업고 왕을 또 다시 기만하는 세력이 권력을 잡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총렬왕, 충선왕, 충숙왕, 충혜왕, 충목왕, 충정왕 등의 시호만 보아도 짚이는 것이 있으리라.




세월이 흐름에 따라 원의 국력이 약화되었으므로 고려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이때에 왕위에 오른 인물은 또한 반원적 성향이 뚜렷한 인물이기도 하였으며 개혁적인 인물이기도 한 공민왕이다. 반원을 내세우며 개혁에 착수한 공민왕은 변발, 호복의 철폐를 시작으로 정동행성, 쌍성총관부 등을 폐지하여 자주적인 국권회복에 노력을 기울인다. 물론 권문세족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더욱이 어려운 점은 외적들이었다. 원명교체기에 큰 세력으로 성장한 홍건적이나 왜구의 침입은 국가를 더 피폐하게 만들었다. 신돈이라는 카드를 내밀어보기도 하였으나 지나치게 급진적인 개혁이 아직은 무리수 였던 듯 싶다. 왕비의 죽음 이후 기이한 행위들을 보이는 공민왕의 기록은 영화 쌍화점의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다. 호위무사격이었던 홍륜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어떤 학자는 영민하고 총명했던 공민왕의 이러한 기록이 조선왕조의 창건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음이라고 하였지만 말이다.




이러한 시각은 우왕에 있어 더욱 뚜렷하다. 이성계 세력에 의해 폐위 당했기에 고려사의 세가에도 오르지 못했고 기록도 인신공격의 성격을 지닐 정도다. 그의 아버지가 신돈이었다는 설로 일축하고 마는 것이 그것이다. 역사의 기록 또한 승자의 기록인 것을 입증하는 임금이 바로 우왕일 것이다. 폐위된 우왕의 아들 창왕을 왕위에 앉힌 것은 그렇기 때문에 이치에 맞지 않다. 공민왕의 후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폐위되었다는데 그의 아들이 왕이 되다니.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으로 권력을 잡았지만 처음부터 임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정당성의 문제라든지 민심 문제 등 이씨가 임금이 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창왕이 일 년 만에 죽고 잠시 공양왕을 왕위에 올리기도 하였지만 마지막은 이씨왕조의 창건이었다. 이성계 혼자만의 욕심이었다면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허나 고려의 운은 이미 시간을 달리하고 있었다. 왕씨의 고려는 국가의 위기를 헤쳐 나갈 만한 힘이 없었다는 데에 가장 큰 원인이 있었으리라. 그렇게 고려가 막을 내리자 조선이라는 새 왕조의 날이 밝았다.




이 책은 고려 전반의 역사를 담은 책이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고려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미 지적했듯이 뜻도 이유도 모르고 재미없어 보이는 국사에 대한 이미지도 개선 될 것이라는 생각도 보탠다. 문벌귀족들의 발호로 시작하여 무신정권 그리고 몽고의 간섭기 까지 어려운 시기였을 테지만, 그 대응에 있어 미흡했던 점들은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대의를 저버린 당대의 지배층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책 두 권으로 고려사를 한 눈에 알았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세부적인 고려의 역사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책읽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