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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모일간지에 게재된 분수대의 글은,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재해석해 내는 것으로 보는 이의 사고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해주는 듯하여, 빠지지 않고 읽는다. 어쩜 같은 사건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어 더 쉽고 정확하게 다가갈 수 있어 더없이 즐겨 읽는다.
이어령님의 글은 『디지로그』로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에도 이번의『젊음의 탄생』을 읽을 때에도 이와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각종 학문의 내용과 유명 인사들의 에피소드, 언어의 자연스러운 조화와 해석까지...담고 있어, 책 내용은 차치하고서 정말 대단한 학식을 지닌 작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어쩌면 그가 이 책 한권의 내용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새로운 창조적 지성인은 작가 본인이 그 모델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조금 시들해졌지만, 각 대학에서는 통합논술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주창했고, 그로인한 사교육과 공교육의 파장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학생들에게 부담만 지운다면서 핏대를 세우곤 했던 사람들이 많지만, 역시 통합논술의 중요성과 필요성만큼은 부정하지 못할 것 인줄 안다. 우리의 세계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공간으로 변한지 오래이며, 저자가 지적했듯이 현재의 ‘지구온난화’라는 문제는 CO2의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복잡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하물며 인간의 사회란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주도해 나아갈 젊은이들에게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나의 사고, 하나의 학문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통합적 사고를 통해 해결해야 함을 이 시대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령님의 이 글은 최근 통합논술의 중요성처럼 대학생이 된 젊은이들이 그들 사고를 가두어 두고 있던 좁은 시각을 넓혀, 궁극에는 높이높이 날아가라는 것이다. 높이높이 날기 위해서는 우선 저자가 제시한 9개의 매직카드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읽은 내용 중에 특히나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게 한 매직카드를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카니자 삼각형
대학생이 된 젊은이들은 대학생이 되었으므로 뜨면서 날게 되었다. 뜬다는 것은 억누르던 중력에서 갑자기 가벼워지는 것이고, 난다는 것은 자신의 힘과 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므로... 저자는 이보다 더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높이높이 나는 것이다. 높이높이 나는 것과 카니자 삼각형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했지만, 곧 저자의 주장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팩맨의 유도인자로 인해 생기는 가상공간처럼 대학을 젊은이들의 상상력으로 창조적 지성의 인큐베이터로 만들어 내야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라는 유도인자가 저절로 창조적 지성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니 젊은이들의 지식과 상상력, 꿈을 향해 목숨을 건 바보들, 열정에 몸을 불사르는 미치광이들이 역사를 만들어왔음 강조하며 젊은이들만의 용기가 필요함을 당부하고 있다.
물음느낌표
생각하는 물음표와 행동하는 느낌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매직카드로 젊은이들에게 최초의 펭귄이 되라고 말한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불확실한 세상에 용기를 내걸고 생각하고 행해야 함을 다시 한 번 다짐하게 한다.
개미의 동선
‘노이즈’, ‘잡음’, ‘기생충’의 중요성을 저자는 개미의 동선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진리를 구하기 위해서 젊음은 끊임없이 방황하고 헤매야 함을, 새벽의 아름다움은 대기에 먼지가 섞여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지만, 먹이를 이고 직선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개미처럼 목적 없는 방황과 헤맴이 아닌 진리탐구와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가치에의 추구가 그 선이 되어야 함을 저자는 당부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대학1년부터 취직을 위해 공무원시험, 각종 고시 공부를 종용하는 듯 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젊음은 잠시의 헤맴도 아름다운 시기가 아닌가 말이다.
오리-토끼
최근에 많이 보아온 그림일 것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강요하던 사회에서 이것이나 저것이나의 ‘나나’사회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게 될 사회는 이도 아닌 이것도 저것도의 ‘도도’사회로 나아갈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의 유연성, 다양성이 기반이 되어야함을, 오리-토끼 매직카드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빈칸 메우기
첫 번째 빈칸 메우기에서는 'milk', 'silk'로 대비되는 해양문화와 대륙문화의 차이점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빈칸은 우선 결핍의 상태로 필요를 요구하게 된다. 해양문화로 대비되는 유럽의 척박한 토양을 그 결핍의 상태로 보았으며, 그 필요에 의해 목축업의 성행과 milk의 중요성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대륙문화로 일컬어지는 'silk'는 기름지고 풍요로운 곡물문화로 인한 결핍의 부재로 밀크가 아닌 ‘silk'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다. 고기의 맛을 위해 후추의 필요성이 중요해진 유럽은 후추의 빈칸 메우기를 위해 대항해 시대의 막을 열게 된다. 산업사회까지만 해도 이러한 결핍의 필요 요구에 따라 역사는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는 의식주의 요건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기 때문에 한 차원 높은 빈칸 메우기가 필요해 진 것이다. 두 번째 빈칸 메우기의 순서가 된 것이다. 산업사회를 넘어선 이 사회에서는 ’독재‘, ’독주‘, ’독선‘의 빈칸 메우기는 적합지 않다. 카이사르 이후 난국을 통치하는데 성공한 아우구스투스의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격언처럼 ’독창‘적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 빈칸 채우기는 그럼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있겠다. 두 번째 빈칸 메우기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빈칸 채우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독창성이란 무엇인가. 남과는 다른 자기만의 넘버 원이 아닌 온리 원이 되는 것이다. 물건이나 생명, 마음과 생각에 존재하는 일정한 흐름과 고유한 무늬를 ’결‘이라고 한다면 개개인의 ’결‘을 인정하고 공유하는 세태가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한 빈칸 메우기가 아닌가 싶다. 저자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참으로 독창적인 사람임을 절실히 느끼는 때가 많은데, 우리가 배워야 할 ‘결’임을 잊지 않겠다.
지금까지 8개의 매직카드는 요약해 본다면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후기 정보사회로 변화해 왔고, 앞으로는 더더욱 빠르게 불확실하게 변모해 나아갈 사회를 젊은이들이 이끌어 가기 위해서 때로는 헤맴과 방황이 있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해 나아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목적지에는 진리 탐구, 인간의 존엄성 등과 같은 불멸의 진리가 과정에는 나 자신의 즐거움과 다른 이들의 즐거움,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을 넣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 매직카드에서는 세계화와 지역화로 나타나는 세계 속에서 앞서 나아가는 젊은이가 되기 위해서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이 되라고 당부하고 있다. 아마 이 시대의 화두가 바로 이 글로컬리즘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싶다. 얼마 전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에서 읽은 글귀가 생각난다. “동양도 서양도 신이 만드셨다.” 비단 문명끼리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국가 간, 지역 간, 문화 간의 차이보다는 특별함을 볼 줄 아는, 나아가 세계화에 어울리는 보편적 사고를 지닌 젊은이가 이 시대의 새로운 인간상이 아닐까. 대학생이 된 새내기들이 가까이 두었으면 하고, 곱씹어 읽고 되새기기를 바라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저자의 바람대로 젊은이들이 높이높이 힘껏 비상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