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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월요일 - 참을 수 없는 속마음으로 가득한 본심 작렬 워킹 걸 스토리
시바타 요시키 지음, 박수현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다보면 간혹 매료되어 주인공이 되어버린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허나 이 책은 그런 착각이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들어맞았다. 이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직장인들의 생활이 다람쥐 쳇바퀴 구르듯 매일이 같은 날처럼 느껴지는 것 같지만, 돋보기로 확대해 들여다보면 나름의 고민과 사소한 행복이 나날을 지탱해 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주인공 네네의 일상에도 간혹 특별한 사건이 대부분은 소소한 일상의 지루함이 자리한다. 더불어 순간의 소중함도 깃들어 있다.
그리 예쁘지 않은 얼굴, 원칙을 중요시해 뻗댄다라는 평가를 받는 네네. 낙하산 입사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메우기도 해 매사에 조심할 만큼 남의 평가에 민감하기도 한 그녀는, 평범한 경리부 직원이다. 지나치게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그녀의 일과는 월요일부터 고민의 시작이다. 회사 동료와의 가벼운 실갱이가 회사 생활의 활력을 잃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머릿속 생각들, 마음속 말들을 하소연하는 네네를 보고 있노라면 나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든다. 이럴 때엔 으레 불평이 쏟아지기 마련으로 네네의 상대는 골드미스 사촌 언니다. 월요일부터 하소연을 듣게 된 언니의 일침이 나를 뜨끔하게 만들고 말았다.
『지금 일이 재미없다든가 하는 충고할 것도 없는 불평은 하지 마. 그렇게 쉽게 회사를 관들 수 없다는 건 알아. … 불만이 있는데 그만둘 수는 없고, 그래서 불평이 나온다, 그것 자체는 어쩔 수 없어. 하지만 그런 건 동료들과 술 한 잔 하면서 불평하라고, 나를 불러내서 그런 비 건설적인 푸념을 늘어낸들 술맛만 떨어질 뿐이니까 p.26』
이런...냉소적인 사람을 보았나 해 보았자다. 나의 고민은 고민을 털어낸 후에 상대방이 네네의 사촌언니처럼 생각할까봐, 혹은 사소한 마찰 정도도 부드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생각할까 우려되는 것이다. 결국 고민은 고민대로 푸념은 푸념한 행위 자체로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오게 된다. 나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소설 속 주인공일 정도이니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가보다. 아무튼 네네의 무수한 혼자만의 고민들은 어떻게 해소되고 있을까? N게이지용 모형 만들기가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행복의 원천이었던 것. 여자라면 보석 혹은 명품 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역시 이런 여자도 있어, 하는 느낌? 모형을 만드는 시간은 하루 중 그녀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만들기 시작한 회사의 모형. 죽은 듯한 시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시간의 네네는 행복하다.
『사진 데이터를 컴퓨터로 전송하면서 이것저것들을 생각해 보니 행복이 발끝에서부터 심장을 향해서 서서히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p.71』
『“그거 입고 어디 갈 때라도 있어?” 라든가 ‘보여줄 사람은 있어?’ 따위의 질문은 멍청한 것이다. 이런 건 자기 혼자서 몰래 비밀스럽게 즐기는 것이다. 스스로를 위한 사치. 이게 진짜다.p.86“』
일과의 피곤함 등으로 무작정 잠에 빠져들고 싶지만, 동동 구르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 또한 충전의 시간을 만든다. 책은 하루에 한권이라도 읽고 싶어 라든지. 나를 위해 이 정도는 선물하고 싶어 하며 주문하는 책들. 도착한 책을 확인하고 읽을 때의 행복이란 대부분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 정도가 좋아 하는 것은 네네처럼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한 나만의 방책인지도 모른다.
몇 년 동안 같은 일을 하다보면 제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행운을 지닌 사람도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초심을 잃어버린 것이 원인이겠지만 항상 같은 기분을 유지하기란 어렵지 않은가 말이다. 구직하기도 힘든 이 시기에 섣불리 이야기하다가는 본전도 찾지 못한다. 일주일에도 기분은 일정치 못하고 스스로를 위한 사치도 효과가 줄어들 때 즈음 네네처럼 주문을 외워보기도 한다. “내 마음을 살찌워 주세요. 좀 더 둥글둥글하게 살찌워 주세요.” 좀 더 부드럽고 유하게 나를 만들고 싶지만 쉽지 않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엔 조금 더 유함을 발휘할 수 있기도 하다. 주말이라는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랄까. 항상 거리를 두던 동료와도 모처럼의 기회를 통해 인식을 달리할 수도 있다. 살면서 내가 확고하게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다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때가 오는데 그때마다 온 힘을 다해 받아들이고 싶다. 각진 정사각형의 내 마음을 동그라미로 만들어줄 기회가 될 테니까.
매번 같은 날이지만 월요일 같은 날도 주말 같은 날도 있다. 반복되는 듯 보이는 것은 눈멈이다. 당장 짜증이 난다고 혹은 복잡한 일이 생겨 귀찮게 되었다고 하는 얄팍한 감정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진실이다. 그런 때가 오는 경우에는 어쩔 수가 없다. 마음껏 고민하고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 보기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네네처럼 살아감의 소중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