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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금기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1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기 전에 그 책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 전에 사고 읽은 구매자들의 리뷰를 보거나 신문지 혹은 매체에서 소개하는 평을 읽는 방법, 혹은 책의 머리말과 추천사를 읽거나 책의 제목에서 약간의 정보를 얻는 것이 일상적일 것이다.

 매체들 혹은 추천사의 호시 신이치라는 일본 작가 소개사가 거창하다. 억 단위의 팬들을 보유한 작가란다. 세계 각국의 각종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 그의 책들은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기대 반 호기심 반이라는 표현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제목『수많은 금기』에서다. 오호라...금기에 관한 것이로군. 금기라고 한다면 역시 또 궁금해지는 인간의 본성답게 호기심을 가득 담아 읽어 내린다.

 우선 내용이 쉽다. 쉬워서 그런지 너무 잘 읽힌다. 리뷰를 써야하는 부담에서인지, 이야기의 요점을 파고든다. 그러다 곧 꼬인다. 이런...그렇게 결국 두 번을 정독을 하고 말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책은 가볍게 읽어내려야 하는 류의 책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두 눈을 책에 고정해서 작가의 의도를 의구심을 품은 채 찾아내려 하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나의 쇼트쇼트스토리로 이 책의 의도를 파악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한 청년이 한 병원을 찾는다. “나 귀신인데...” 이런 말을 들으면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은 즉각적으로 정신적인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자 한다. 그러나 결국 섣부른 판단과 실험적 대상으로의 인간으로만 대하던 환자를 죽이고 만다. 의사들의 사후처리는 간단했다. 그럴 듯한 서류를 작성해 일말의 반성의 절차도 없이 깨끗한 마무리를 보인 것. 다시 찾아오는 또 다른 이상한 청년의 한마디 “나 귀신인데...”

 16가지의 이야기들로 되어 있는 이 책의 내용은 평상시 가끔 우리가 해봄직한 일들이 아닌 신선한 충격을 동반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작가로써 많은 소재와 이야기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매력이지만, 이야기가 짧음에도 맺음 문장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책 내용이 사뭇 낯설더라도 마지막 단락에 와서는 안정감마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체호프 단편집을 읽을 때처럼 멍하다가도 오호!하는 탄성을 내뱉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호시 신이치의 지나치며 툭 던지는 듯한 한 문장을 곰곰이 새겨보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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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책의 사이즈라든지 풍기는 독특한 느낌 등으로 책을 선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접할 때 그 이유가 더 컸던 듯 하다. 알맞게 묵직한 두께에 감성적인 그림장식은 호기심을 유발한다. 무슨 내용일까, 제목만으로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안타깝게도 책 마지막에 도달해서야 알 게 될 테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길...

 이 책은 소녀 시절 읽었던 유리가면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의 구도가 그러한데, 만화에서는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배경도 없이 천재적인 연기를 구사하는 흑발의 소녀와 으리으리한 배경을 발판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하는 화려한 연기자 금발소녀의 대립구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상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에 그 한줌의 목숨을 불태우던 선생님이 그 둘의 연기대결을 이끌어냈었다. 이 책의 내용 또한 구도라든지 좀 엉뚱한 제작자라든지 하는 설정이 매우 유사하다.

 우선 흑발의 천재소녀로서는 사사키 아스카다. 자신의 천재적인 연기에의 실력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아의식이 결여될 만큼 타인을 연기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다. 그리고 집안이 대대로 연기자인 화려한 금발소녀는 쿄코. 여기에서는 연극에서 최상을 달리고 있지만 뚜렷한 목적의식이라든지 하는 열정의 부족으로 고민한다. 이 둘의 운명적인 만남을 계획하는 엉뚱한 제작자 할아버지.

 대단한 극단의 오픈공연 설정은 두 여배우의 열연! 역을 맡기 위해 모인 연기자들의 치열하면서도 극적인 오디션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읽으면서도 장편만화를 보는 듯하기도 하고 연극 한편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 전체를 통틀어 저자의 연극에 대한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온다 리쿠는 연극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는 소식이다.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창작에의 열의를 그 곳에서 어찌 열정을 느끼지 않으랴 만은 이처럼 장편소설을 쓸 정도라면 짐작이 가고도 넘친다.

 연극은 ‘사건’이요, 공유되는 ‘체험’이다.
 그녀들은 시공을 넘나든다. 그녀들에게는 언제나 그것이 가능하다. 
 가볍게 시간을 넘어 온갖 관계를 통해 생명을 이어나간다.

 연극한 편이 보고 싶어진다. 막 속에 감추어진 새로운 세계의 열기가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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